괴물 백과 사전 증보편 41~50

이 글은 괴물 백과 사전 시리즈로, 이전에 정리하지 못한 괴물들을 추가로 정리한 증보 41~50편 항목으로 올리는 한국의 괴물 들입니다.

괴물을 정리한 기준은 이전과 같습니다. 즉, 기록과 기록자, 기록시기가 분명한 18세기 이전에 확인된 각종 괴물들만을 정리했습니다. 따라서, 19세기 이후에 기록된 괴물, 작자가 불분명한 문헌에 기록된 괴물, 소설 속에 등장하는 괴물, 기록 없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내려온 괴물 등등은 모두 뺐습니다.

비슷한 괴물들끼리는 기록을 합쳐서 하나의 보다 묘사가 풍부한 괴물로 정리했고, 반대로 이름이 같은 괴물이라도 현격히 모습과 습성이 다른 경우에는 다른 괴물로 분리해서 싣기도 했습니다. 따라서, 괴물에 대한 설명은, 책에 언급된 그대로의 설명을 옮기는 것에 더하여, 다른 기록에 나오는 비슷한 괴물의 묘사, 비슷한 전설, 비슷한 괴물의 그림, 공예품의 모양 등등을 참조하여 덧붙인 것들이 있습니다.

괴물들에 대한 이야기는 설화를 연구하는 중요한 단초가 되기도 하고, 시대 상황을 파악하는 상징이 되기도 하기 때문에, 여러모로 토론하거나 주석, 해설을 달아볼만한 부분도 많을 것입니다. 아쉬운대로, 일단은 일부에만 간단한 주석을 달았습니다. 대신 모든 괴물들의 그 기록 출전을 밝히고, 언제 어디서 목격되었는지를 최대한 알 수 있게 하였습니다.

괴물의 이름이 불분명한 경우에는 제가 임의로 이름을 붙이는 것은 피했습니다. 대신에 원전에서 괴물의 모습을 묘사하는 대목에 나오는 말을 최대한 그대로 발췌해서 옮겨 쓴 것을 항목의 제목으로 삼았습니다. 가능한 한 한자도 같이 표기했습니다.

이 자료에 괴물들을 사실적으로 잘 그려낸 그림을 곁들였다면 더 재미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아쉬운대로, 일단은 조선시대 이전의 유물들 중에서 분위기가 비슷하게 맞는 부분 일부를 발췌하여 참고해 볼 만한 자료로 같이 실었습니다.


41. 석굴선생 (石屈先生)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신중도 중 용왕)
아주 외딴 곳에 있는 바위 굴 속에 사는 사람과 비슷한 것으로 몸은 붉은 털로 덮여 있다. 조용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하며, 대단히 현명하여 사람이 알지 못하는 신묘한 것을 알려 주거나 미래를 예언해 주기도 한다. 이것이 사는 바위 굴에는 냇물, 계곡물이 흐르고 있는데 이 물을 따라 갈 경우 강물이나 바다와 연결되어 있어 물길이 된다. 그래서 이것은 물에 뜨는 배를 갖고 있다. 그 배는 돌로 되어 있는데, 저절로 움직일 수 있어서, 누군가를 초대할 때에는 이 배를 보내서 타고 자신이 있는 곳까지 거슬러 오게 한다. 지리산에 사는 경우를 가리켜 “지리산신인(智異山神人)”이라고도 한다. “동패락송”에 돌배를 타고 이것을 찾아가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는 예언을 들었다는 이야기가 실려 있다.

* 조선시대에 조선과 명, 청에서 유럽인 중 일부를 가리켜 붉은 털이 난 사람이라고 해서 흔히 “홍모인(紅毛人)”이라고 부른 경우가 있는데, “동패락송”의 이 이야기에서는 “적모(赤毛)”라는 말을 쓰고 있고 묘사도 특별히 유럽인을 연상시키는 점은 없습니다. 그렇습니다만, 이상한 배를 갖고 있고 몰래 숨어 있다는 이야기 형태를 보면, 우연히 유럽인을 만나서 다른 나라 소식을 전해 들었다는 형태의 이야기가 이리저리 돌다가 전설로 변한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이야기 핵심은 그와는 상관 없이 속세와 다른 깊은 산 속, 깊은 바위 굴 속의 전혀 다른 세계에서 사는 기이한 신선 형태로 되어 있습니다. “석굴선생”이라는 이름도 이 이상한 것을 높여 부르는 말로 이야기 속에서 언급되어 있는 것입니다.


42. 호구록모 (虎軀綠毛: 호랑이 몸에 초록색 털이라는 뜻)

(선조목릉천장산릉도감의궤 중 백호 그림 발췌)
초록색 털로 뒤덮인 짐승인데 모양은 호랑이와 비슷하다. 그런데 머리에는 뿔이 돋아나 있고 몸에는 날개도 있다. 날개는 깃털이 달린 형태가 아니라 지느러미나 박쥐의 날개와 더 비슷한 모양이다. 그런데 소리 내는 것을 들어 보면 어린 아기의 연약한 울음소리와 같다. 이것은 이상한 짐승 중에서도 가장 이상한 축에 속하는 것으로, 깊은 산 속에 살며 발견 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어서 모두가 너무나 믿을 수 없이 이상한 것으로 여긴다. 한 손님이 자기가 들은 가장 이상한 이야기를 돌아 보면서 한 승려가 깊은 산 속에서 이것을 보았다는 이야기를 전한 것이 “제하사고”에 실려 있다.

* “제하사고(題霞思稿)”는 “하사고”라는 제목으로 엮인 시집에 대해서 소개하면서 이용휴가 쓴 제영 형태의 시입니다. 그 내용을 보면 이 짐승 이야기를 소개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야기를 언급한 것은 아닙니다. 그보다는 그냥 아주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기이한 이야기들이 세상에는 있기 마련인데, 이런 이상한 짐승에 대한 이야기를 그런 것들의 한 사례로 가볍게 언급하고 지나가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하사고”라는 시집에도 매우 보기 힘든 시들이 실려 있다는 본론으로 넘어 가는 도입부 역할을 합니다. 따라서 널리 떠돌던 전설이라기 보다는 황당한 상상을 잠깐 언급한 것에 가깝습니다.


43. 압골마자 (壓骨磨胔: 뼈가 눌리고 썩은 살이 갈렸다는 말)

(무안 성남리 석장생)
죽은 사람의 시체가 변해서 된 것으로 밤에만 나타나며 검은 관 속에 들어가서 움직인다. 관이 허공을 날아가며 돌아 다니는데, 그러다가 이것이 나올 때가 되면 관 뚜껑이 열리면서 거기에서 오래된 시체와 비슷한 이것의 본 형체가 나타난다. 전체적으로 뼈가 드러난 모습인데 뼈가 눌리고 썩은 살이 갈린 모습이고, 몸에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기도 하다. 그 모습은 극히 흉측하고 무서워서 이것을 본 사람은 그 형체가 너무나 무서운 나머지 견디지 못하고 놀라서 죽게 된다. 그러나 이것은 애초에 특별히 사람을 해치려는 마음은 없으며, 다만 사람에게 자신의 원한이나 부탁을 이야기하기 위해서 모습을 드러낼 뿐이다. 그러므로, 만약 아주 담력이 강한 사람이 있어서 무서움을 견딜 수 있다면 이것과 대화를 할 수 있고 이 떄문에 오히려 좋은 일을 겪게 될 수도 있다. “동패락송”에 무덤 위에 정자가 생기는 바람에 정자 기둥에 꿰뚫리고 정자에 눌려서 고통 받고 있는 시체가 호소하는 모습으로 나타난 이야기가 실려 있다.

* 그 모습이 너무 무서워서 본 사람은 놀라서 죽는데, 사실은 원한을 말하고 싶을 뿐이어서 담력이 강한 사람이 보면 대화를 하고 이해할 수 있다는 형태의 이야기나, 관이 먼저 등장한 다음에 거기에서 흉측한 귀신이 걸어 나온다는 식의 이야기는 현대에도 “옛날부터 내려오는 귀신 이야기”라면서 자주 채집된 전형적인 귀신 이야기 형태와 비슷합니다. 묘사를 보면 중국계 소설의 영향을 받은 면도 있지 않나 싶은데, “동패락송”에 실린 이야기는 비교적 이른 시기에 이런 형태의 귀신 이야기가 기록으로 정착되어 퍼진 사례로 볼 수 있지 않나 생각 합니다.


44. 토육대 (吐肉帒: 고기 주머니를 토했다는 뜻)

(흥국사 십육나한도 중 제5존자)
사람 몸 속에 들어 가서 사는 벌레와 같은 것으로 몸 안에서 새끼를 치며 숫자를 불려 간다. 그 무리는 몸 속에서 집을 짓고 사는데, 그 집은 고기와 같은 것으로 된 주머니 모양이다. 보통 두 개의 집이 있어서, 살아 있는 벌레와 죽어 있는 벌레는 서로 다른 집에 머무르게 되어 있다. 벌레가 죽으면 계속 쌓이기 때문인지 죽어 있는 벌레가 사는 집이 더 크다. 이것이 사람 몸 속에 있으면 배가 점점 부르게 되고, 목구멍은 자꾸 좁아 져서 매우 답답하게 되고, 먹고 마실 수가 없어 죽기 쉽게 된다. 식욕이 없어지기도 한다. 소주를 마시게 되면, 벌레가 견디지 못하게 되기 때문인지 구역질을 하게 되는데 이때 이것이 사는 집을 토하게 된다. 먼저 살아 있는 벌레가 사는 고기 주머니를 먼저 토하게 되고, 그 다음 죽은 벌레 가 있는 고기 주머니를 토한다. “양촌집”의 “김공경험설”에 이 벌레 때문에 죽게 된 사람을 치료한 이야기를 전해 들었던 것이 실려 있다.

* 기생충에 감염된 이야기나 엉뚱한 것을 잘못 삼켜서 곪거나 염증이 생겨서 고생한 이야기가 극적으로 와전된 것이 아닌가 싶은 내용입니다. 사람 몸 속에서 몇 개의 주머니로 되어 있는 집을 짓고 사는 형태의 묘사는 특이한 점이 있습니다.
조선시대 이전 한의학 서적을 보면 사람의 몸 속에 이상한 벌레가 살고 있다거나, 상처에서 기이한 모양의 벌레가 생긴다거나, 몸 속에 기이한 뱀 같은 것이 생긴다거나 하는 사례는 자주 보입니다. 그러나 이런 내용들은 주로 중국계 문헌을 그대로 옮겨온 경우가 많고, 직접 목격한 이야기나 직접 전해 들은 이야기가 채집된 사례는 상대적으로 그다지 많지 않았습니다.
이 사전에 실린 사례로는 충치를 일으키는 하얀 벌레를 “소백충”이라는 제목으로 소개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 외에 조선왕조실록의 1431년 기록에 보면 뱀 모양의 그림을 넣은 이상한 음식으로 사람을 저주해서 복통이 생긴 사람을 곰취 뿌리를 먹여 치료했더니 뱀 같은 것 세 개를 토해 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만, 그 모양 묘사는 구체적이지 않습니다.


45. 현구 (玄龜)

(국립고궁박물관 소장 가귀선인기)
산 속에서 사는 커다란 거북이로 크기는 너비가 사람 키보다 조금 작은 정도이고, 높이도 그 정도이다. 산길을 자유롭게 걸어 다니며, 구름 같은 흰 기운을 조금씩 뿜어 올리는 성질이 있다. 그래서 수풀이나 바위 사이에 숨어 있더라도 멀리서 보면 그 흰 기운을 보고 위치를 짐작할 수 있다. 사람이 길들여서 타고 다닐 수도 있어서, 높은 산 험한 길을 다닐 때 항상 이것을 타고 다니는 사람도 있다. 이렇게 길들인 것은 어린 아이들에게도 친근할 정도로 온순하다. 그러나 울음소리를 낼 때에는 그 소리가 커서 천둥 같다. 그 정도 크기로 자라날 때까지 기간은 상당히 오래 걸려서 나이는 보통 사람보다 많다. 정지승이 길들여서 산 속에서 타고 다녔다는 이야기가 김창흡의 “삼연집”에 수록된 “남유일기”에 실려 있다.

* “현구”라는 말은 신령스러운 거북이라는 뜻으로 옛 한시 등에서 흔히 쓰던 말입니다. 그런데 구체적인 일화에서 사용된 사례를 골라 보자면, “남유일기”에서 이 전설을 돌아 보며 읊은 시에서 쓰인 적이 있어서 그것을 따온 것입니다. 김창흡의 “삼연집”은 판본이 다른 것이 있어서 이 시가 실리지 않은 것도 있습니다.
한편, 정지승이 거북이를 타고 다녔다는 전설 자체는 그보다 시대가 앞서는 “어우야담”에도 소개가 되어 있어서 더 널리 알려진 것입니다. 거대한 자라 또는 거북이 형태의 짐승은 몇 가지를 이미 소개한 바 있는데, 사람이 타고 다닐 수 있는 크기로 온순하게 길들일 수 있어서 항상 사람 집에서 친근하게 가축처럼 기르며, 바닷가 또는 물가가 아니라 산 속에 살면서 흰 기운을 내뿜는다는 형태는 다소 독특한 것이라서 별도의 항목으로 편성했습니다.
상상해 보자면, 험한 산 속에서 사는 거북이라고 했으니, 발톱이 유난히 강하고 길다든가, 다리가 이상하게 긴 편이라든가, 혹은 추위에 견딜 수 있도록 거북이면서도 긴 털이 나 있다든가, 혹은 천적에게 잘 눈에 뜨이지 않도록 등딱지 부분이 바위 처럼 생겼다거나 풀과 꽃이 자라고 있다든가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 봅니다.


46. 흑호 (黑虎)

(예산 수덕사 산신 탱화)
커다란 호랑이와 같은 것으로 색깔이 검은 빛이며 매우 포악하고 나이도 많으며 생김새도 흉칙하다. 여러 사람을 잡아 먹어 일대를 전멸시키고 나서도 깊은 산 속에 숨어 살아 가는 경우도 있다. 얼굴이 흉악하게 생겼고 특히 눈빛이 무서운데, 눈에서 빛을 뿜는 것이 횃불처럼 느껴질 정도다. 게다가 특이하게도 사람이 쇠붙이, 무기를 갖고 있는 것을 미리 느낄 수 있는 습성이 있어서, 만약이 총이나 칼로 무장을 하고 다가가면 멀리 도망쳐 버리기 때문에 잡을 수가 없다. 그러므로 만약 이것을 사냥하려면 맨손으로 싸워서 죽이는 수 밖에 없다. 이수기라는 사람이 산속에서 홀로 살아가는 한 사람과 힘을 합쳐 맨손으로 싸운 끝에 이것을 잡은 이야기가 “학산한언”에 실려 있다.

* 이수기와 산 속의 남자가 함께 흑호를 잡은 이야기는 “청구야담”에도 실려 있어서 상대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편입니다. 그런데 같은 이야기가 시대를 앞서는 “학산한언”에 그대로 나와 있습니다. 이로 보아 옛날에도 어느 정도 알려진 이야기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 합니다. 유난히 색깔이 어둡거나 검은 빛이 감도는 호랑이는 돌연변이 형태로 실제로 우연히 나타나는 수도 있으며, “흑호” 또는 검은 호랑이가 중국계 전설에서 언급되는 사례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이야기 속의 사납고 신기한 묘사, 습성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특히 함부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신중히 숨어 있으며, 총이나 칼 같은 무기를 멀리서도 알아 채고 피하기 때문에 잡으려면 맨손으로 싸울 수 밖에 없다는 점은 그리스 신화에서 특이한 괴물을 잡는 용사 이야기를 연상케 하는 점도 있어서 재밌습니다.
막상 원래 이야기 본문을 읽어 보면 산 속의 남자가 맨손으로 흑호를 상대하는 사이에 이수기가 몰래 숨겨서 갖고 있던 작은 칼로 제압한다고 되어 있는 것을 보면, 어떤 방법으로 잘 숨기면 작은 무기 하나 정도는 감출 수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외에도 본문의 묘사를 보면, 괜히 흑호가 사는 곳 근처에 이상하게 생긴 바위가 있다는 것이라든가, 흑호가 나타날 때 자욱하게 모래 먼지가 일어서 어둑어둑할 정도였다는 내용, 휘파람을 불자 그것을 마치 결투 신청처럼 느끼고 흑호가 나타났다는 내용도 있는데, 이 역시 흑호의 습성이나 모습을 상상할 단초가 될 지도 모릅니다. 예를 들면 바위 위나 바위 굴 속에서 사는 습성이 있으며, 주위를 모래 바람으로 어둡게 하는 힘도 갖고 있다는 식으로 상상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47. 익대여후 (翼大如帿: 날개가 과녁과 같이 커다랗다는 뜻)

(자경전 십장생 굴뚝 장식)
커다란 학을 닮은 새로, 키가 사람의 세네 배가 넘는 크기이며 날개도 커서 그 크기가 활을 쏘는 과녁과 같을 정도로 크다. 전체적으로 흰 색인데 목은 파란 색이며, 입은 약간 어두운 붉은 색, 다리는 새빨간 색이다. 물가에 사는 습성이 있다. 이 새가 나타나기 직전에 모래가 날리는 거센 바람이 몰아쳐서 나무가 뽑히고 지붕의 기와도 날아갔다는 사건이 있었다. “속잡록”에 1635년 경기도 고양에서 발견된 일이 실려 있다.

* “속잡록”에는 병자호란 무렵의 흉흉한 세상 풍경과 흉한 징조들이 몇 가지 소개 되어 있는데, 그 중에 하나로 실려 있는 것입니다. 이 새가 나타나기 전에 모래가 날리는 거센 바람이 몰아쳤다는 사건이 있었다는 점과 연관시켜 상상해 보면, 아주 강한 바람을 타고 먼 곳에서 날아 온 새라든가 혹은 그런 강한 바람을 일으킬 수 있는 새라고 생각해 볼 여지도 있습니다.
그 외에 특별히 사람을 공격했다거나 사나웠다거나 하는 기록은 없는 것으로 보아, 의외로 온순하고 사람이 길들일 수 있다는 식으로 생각해 볼 여지도 있을 것입니다. 또 상상해 보자면, 날개의 크기를 활을 쏘는 과녁에 비유한 것을 보면, 보통 새의 날개가 가로로 길고 세로로 좁은 모양인데 비하여 상대적으로 세로가 긴 모습이라고 상상해 볼 수도 있을 것이고, 그렇다면 움직임은 날렵하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몸의 색깔에 대한 묘사에서 목이 파란 색이라는 점이 좀 특징적인 것을 보면, 이 파란 부분이 어떤 의미를 지닌다는 식으로 상상해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파랑색이 짙어질수록 더 흉한 새라든가, 더 나이가 많은 새라든가 하는 식으로 말입니다.


48. 장수피 (長酥被)

(예천 용문사 대장전 기둥 장식)
바다 속에 사는 물고기로 등지느러미가 칼날 같아서 다른 물고기나 짐승이 이것을 먹으려고 하면 등지느러미에 찢어져 죽게 된다. 무리지어 다니는데 이가 날카롭고 사나워서 고래라고 할 지라도 장수피와 맞서게 되면 둘러 쌓여서 뜯어 먹혀 죽게 된다. 손바닥 보다도 작은 작은 물고기라고 하는 말도 있고, 커다란 물고기라고 하는 말도 있다. 한편 이것이 사람 말을 알아 듣거나 영리하다는 말도 있다. 바다에서 이것이 고래를 공격하는 것을 뱃사람들이 보았을 때, “고래 고기 한 덩이만 던져 다오”라고 장난스럽게 이야기하면, 꼭 고기 한 덩이를 배 안으로 던져 준다고 한다. “송천필담”에 실려 있다.

* 위 묘사는 19세기 기록인 “오주연문장전산고”에 실려 있는 묘사를 포함해서 좀 더 풍부하게 살려 쓴 이야기입니다. 현대에는 보통 “장수피”를 두고 다른 고래를 사냥하는 습성이 있는 범고래를 일컫는 것으로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기록에는 범고래와는 다르게 작은 물고기처럼 묘사하는 사례도 몇몇 있는 것을 보면, 조선시대에 “고래를 공격하는 바다 생물”에 대한 이야기가 돌면서 전설이 되는 가운데 여러 괴이한 내용이 덧붙여서 이상하게 변한 것 아닌가 싶습니다.


49. 목구멍 속의 사악한 귀신

(익산 제석사지 출토 백제 소조상)
사람 몸 속에 들어 가서 점점 자라면서 커지는 것인데 사람 뱃속에 들어가 있을 정도로 작지만 무서운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다. 처음에는 벌레가 날아다니는 것 같은 작은 소리만 내면서 갈비뼈 근처를 움직이는 것 같다가 점점 자라나면 그보다 더 커지게 되고 나중에는 작은 짐승이나 아기 같은 소리를 내기도 한다. 자라면서 커지게 되면 몸 속에서 점점 위쪽으로 올라 오는데, 다 자라나고 나면 마침내 사람의 목구멍을 통해 그 얼굴을 볼 수 있다. 그 모습은 흉측한 사람 모습이다. 보이는 부분은 목구멍으로 언뜻 비치는 얼굴 부분 뿐이지만, 이것이 작았을 때 내는 소리로 짐작해 보면 몸이 벌레나 날개가 있는 형태와 닮은 점이 있을 지도 모른다. 몸 주인인 사람에게 말을 거는 일이 많은데, 사람에게 겁을 주면서 괴롭히며 목소리도 사악하다. 일종의 귀신과 비슷한 것이라서, 자신을 제압할 수 있는 사람의 이름을 대면서 위협하면 사라진다. 신돈복이 자신의 친구가 겪은 일을 소개한 것이 “학산한언”에 실려 있다.

* “학산한언”에서 몇 가지 귀신 이야기를 소개한 뒤에 자기 주변에 있었던 일도 한 가지 이상한 것이 있다면서 이 이야기를 소개했는데, 자기 친구가 이 귀신 때문에 고생하다가 이상하게도 “학산한언”의 저자 신돈복 자신의 이름을 대면서, 그 사람이 친구라고 했더니 귀신이 도망갔다는 결말 입니다. 아마도 정신병이나 악몽에 시달린 이야기를 당시 정서에 따라 착각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직접 연결되는 이야기는 아닙니다만, 사람 목구멍 안에 들어가 있는 형태의 귀신 이야기로는 후대인 19세기 문헌인 “한거잡록”에 조광조에 관한 일화로 실려 있는 이야기도 있는데, 이 경우에도 흉칙한 작은 사람 모습이라는 점은 비슷한데, 여기서는 가뭄을 일으키는 귀신으로 되어 있습니다. 가뭄의 귀신이니 비, 천둥, 번개의 귀신에게 쫓기고 있었는데, 조광조의 도움으로 조광조가 입을 벌리고 있을 때 조광조 목구멍 속에 숨어서 피했다고 되어 있습니다. 그 후에, 조광조에게 은혜를 갚아서 조광조가 타고 있는 배가 물에 빠지는 것을 막아 주었다고 합니다.
조금 다른 이야기로는 “금섬” 항목에 소개한 “응천일록”의 기록이 있는데, 이것은 이상한 것이 임신한 사람의 뱃속에 태아 형태로 자라고 있고 그것이 뱃속에서 계속 신비로운 말을 한다는 것 입니다.


50. 삼각우 (三角牛)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고려 시왕도 중 제5염라왕 그림 중 발췌)
뿔이 셋 달린 소를 말한다. 사납고 사람 말을 잘 듣지 않아 보통 길들이기가 어렵고 사람이 가까이 하기 어렵다. 그러나 영리하고 영특해서, 자신이 납득할 수 있는 경우가 되면 스스로 열심히 일을 하고 사람을 따르며 이 때에는 지혜롭게 움직인다. 특별히 기운이 센 짐승은 아니지만, 자신이 필요할 때에는 몸을 상해 가면서 힘을 끌어다 쓴다. 그러므로, 일을 마치고 나서는 기운이 다하여 곧 죽기도 한다. 청량산의 연대사를 창건할 때 이것이 나타나서 일을 해 주었고 그래서 그 그림을 그려 두었다는 이야기가 주세붕의 “유청량산록”에 나와 있다.

* 삼각우 이야기는 지금까지도 청랸산에서 잘 알려져 있는 이야기로, 사납고 말을 듣지 않았다가 갑자기 일을 도와 주다가 단번에 죽었다는 이야기는 후대의 기록을 참조해서 써 넣은 내용입니다. 주세붕의 “유청량산록”에는 사찰 창건에 관여한 어느 승려가 죽어서 삼각우로 환생했다는 소문이 있다는 말도 언급 되어 있고, 한편으로 금씨 성을 가진 사람이 삼각우의 그림을 절의 문에 그렸다는 이야기도 나와 있습니다.
죽은 삼각우의 무덤이 있었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현재에는 무덤도 흔적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세 가닥으로 뻗친 듯이 보이는 소나무가 있어서 그 근처가 무덤이라는 전설이 내려 오고 있습니다. 자기가 내키면 어려운 일을 해낼 수 있기는 한데, 그 대신 생명, 수명을 다하게 된다는 점도 인상적입니다. 상상해 보자면 굉장히 어려운 일을 해낼 수 있지만 그 대가로 수명을 소모해야 하는 짐승이라고 생각해 볼 수도 있을 것이고, 굳이 절을 짓는데 협력해 준 일을 생각해 보면, 겉모습은 소의 모습이지만, 삶에 대한 번민이나 철학적인 고민을 깊게 하는 짐승이라고 생각해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남어 (纜魚 또는 남오적어 纜烏鰂魚)

(장한종 어해도 중 발췌)
오징어와 비슷한 것인데 특별히 다리가 매우 길어서 물 바깥에 있는 것을 휘감아 잡아 먹을 수 있는 무서운 것을 말한다. 오징어는 먹물을 뿜어서 자기 모습을 숨기려고 하는데, 까마귀 중에는 그 습성을 거꾸로 이용해서, 바다 위에서 오징어 먹물이 나온 모습을 보고 오징어를 찾아 내고 그것을 낚아 채서 잡아 먹는 것이 있다. 그런데, 이것은 그러한 까마귀의 습성을 다시 거꾸로 이용해서, 일부러 먹물을 뿜어 까마귀를 다가 오게 한 뒤에 까마귀가 오면 긴 다리로 까마귀를 휘감은 뒤 물 속으로 끌어 들여 죽여 버리는 것이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습성은 어리석다. “존재집”의 “격물설”에 이 이야기가 실려 있다.

* “격물설”의 이야기는 얕은 재주만 믿는 어리석음을 풍자하는 비유로 오징어와 까마귀의 이야기를 한 것입니다. “남”이라는 말은 예전부터 “남어”라는 이름으로 오징어, 갑오징어를 이르는 다른 이름으로 쓰던 것입니다. 원래 오징어가 까마귀를 잡아 먹는다는 이야기는 중국의 “남월지”등에서 6세기 이전부터 전해져 오는 것인데, 까마귀가 오징어로 변신 한다거나 하는 다른 형태의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그러던 것이 조선에서는 주로 오징어가 까마귀에게 잡아 먹힌다는 “남월지”와는 반대 형태의 이야기가 더 많이 퍼진 것으로 짐작 됩니다.
“존재집”의 “격물서”에서는 까마귀에 잡아 먹히는 보통 오징어와 까마귀를 잡아 먹을 수 있는 특별히 다리가 긴 오징어를 구분한 뒤에, 후자를 “남”이라는 이름으로 구분해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런 구분이 “격물서”의 저자인 위백규가 당시 전해 들은 이야기나 널리 퍼져 있는 이야기를 기준으로 쓴 것인지, 아니면 다른 고전이나 중국계 문헌을 보고 그대로 옮긴 것인지는 확실치 않아서 좀 더 따져 볼 여지가 있습니다. 그래서 일단 이 이야기는 별도의 항목으로는 편성하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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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강도 사건으로 시작하는 영화입니다. 특징은 은행 강도의 본론 자체는 거의 안 보여 준다는 것입니다. 대신에 이 영화의 핵심은 강도질을 한 사람들이 도주할 자동차를 운전하는 운전 기사입니다. 이 운전 기사는 이제 갓 스물을 넘겼을까 말까한 어린 사람인데, 어딘가 장애가 있는 것 같기도 하면서, 이상하게 말이 없으며, 항상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고, 그... » 내용보기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 (Star Wars: The Last Jedi, 2017)

2017년 개봉된 “스타워즈” 시리즈의 새 영화 “라스트 제다이”는 크게 세 줄기로 진행되는 이야기를 번갈아 가면서 다룬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첫번째는 저번편 말미에 루크 스카이워커를 찾아 간 강력한 포스의 젊은이인 레이가 포스, 전설, 악의 편, 선의 편, 갈등, 제다이에 관한 고민을 하는 이야기이고, 두번째는 핀과 로즈가 엉성한 재주이지만 애써서 ... » 내용보기

복수무정2 (Out for Justice, 1991)

스티븐 시걸 주연의 “복수무정2”는 뉴욕 뒷골목을 떠도는 이탈리아계 형사인 주인공이 어느날 아침 친구가 비참하게 죽은 것을 보고, 그 친구를 죽인 사람을 붙잡기 위해 싸돌아 다니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 그날 아침부터 그 다음날 새벽까지 대략 24시간 동안 뼈빠지게 도시 이곳저곳을 휘젓고 다니는 내용인데, 그 와중에 주인공과 악당들이 사실은... »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