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무정2 (Out for Justice, 1991)

스티븐 시걸 주연의 “복수무정2”는 뉴욕 뒷골목을 떠도는 이탈리아계 형사인 주인공이 어느날 아침 친구가 비참하게 죽은 것을 보고, 그 친구를 죽인 사람을 붙잡기 위해 싸돌아 다니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 그날 아침부터 그 다음날 새벽까지 대략 24시간 동안 뼈빠지게 도시 이곳저곳을 휘젓고 다니는 내용인데, 그 와중에 주인공과 악당들이 사실은 모두 다 어릴적 친구들이고 다들 이탈리아 이민자 사회의 아는 사람들이라는 것이 배경입니다.


(포스터)

스티븐 시걸이 경찰로 나오는 영화들은 80년대 후반 도시 뒷골목의 활극으로 출발한 만큼, 보다보면 당시 홍콩 느와르 영화와 닮은 점들이 조금씩 눈에 뜨이는 편입니다. 그런 중에서도 이 영화는 가장 홍콩 느와르 영화와 비슷한 느낌의 영화라고 느꼈습니다. 그런 만큼 이 시절 스티븐 시걸 주연 영화 중에서는 그래도 가장 진지한 분위기이기도 합니다.

우선 경찰과 범죄자가 다들 어릴적 친구들이고 다들 그 형제자매와 부모까지 서로 알고 지내고 있는 묘한 분위기에서 서로 싸우기도 하고 달래기도 하고 겁도 주기도 하고 옛 이야기하면서 허허 웃기도 하다가 또 갑자기 식은 땀을 흘리며 총을 겨누고 위협하는 느낌에서 오는 긴장감이 이 영화에는 표현 되어 있습니다. 친구의 복수를 하기 위해 또 다른 친구를 후려 잡아야 하고, 그러다 보니 또 다른 원한을 사기도 하는 갈등을 붙잡아 담아내고 있었습니다.


(누가 마피아고 누가 경찰?)

거기다가 스티븐 시걸이 붙잡으러 다니는 악당도 상당히 기막힌 인간이라 영화를 같이 밀어 붙이고 있었습니다.

이 악당은 약물에 쩔어 있는 인간으로 그 중에서도 오늘 아주 막가보자고 작심한 인간인데, 그러다 보니 정말 막 일을 저지르고 다니는 겁니다. 난폭운전한 자신을 탓했다고 죄 없는 운전자에게 대뜸 총을 쏴 버리는가 하면 한편으로는 평소 같으면 무시무시해서 눈도 제대로 못 마주쳤을 거물 범죄조직에도 시원하게 탄환을 퍼붓습니다. 이 우울하고 난폭한 인간이 도시 뒷골목 여기저기를 부수고 다니고 한편으로는 도망 다니면서, 하루 낮 하루 밤을 보내는 동안, 정말 내일이 없는 듯이 모든 것을 포기하고 사고 치는 모습은 이 영화의 한 기둥이었습니다.


(오늘 확 다 막 가 보자고 설치는 인간)

이런 이야기들을 표현하는 조연들의 연기도 대단히 좋습니다. 보고 있으면 참 사람들이 다들 열심히들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작은 역할을 맡은 배우들도 대단히 성실하게 연기하고 있습니다. 다들 브룩클린 저 지점에서 지금 저 상황에 처한 사람 본인으로 보일 지경입니다.

심지어 같이 연기를 하는 스티븐 시걸 조차도 몇몇 장면에서는 꽤 괜찮을 정도입니다. 예를 들자면 스티븐 시걸은 어린시절 칼 갈고 가위 가는 일을 하며 먹고 살던 자기 아버지에 대한 아련한 추억에 대해서 길게 이야기를 들려 주는 장면을 연기하는 것이 있는데, 이 장면의 모습은 꽤 진솔한 느낌입니다. 막상 끝까지 이야기를 듣고 보면, 허탈하게도 이 긴 이야기가 영화 본론과 아무 관련이 없어서 좀 싱겁기는 합니다만.

여러 단계에 걸쳐 마피아와 연결 되어 있는 당시 뉴욕 뒷골목 세계와 거기에 밀착 되어 있는 가난한 이탈리아계 이민자 사회 문화의 단면까지 살짝 다루고 있는 영화인데다가, 하루 사이에 벌어지는 일이라는 꽉 짜인 구성 속에서, 주인공이 서서히 악당을 추적해 나가면서 “왜 악당이 친구를 죽였을까?”라는 처음부터 관객도 품을 만한 의문도 차근차근 해결 되어 나갑니다. 그래서 이야기 줄기도 살아 있었습니다. 그러는 사이에 계속 여러 싸움 장면이 나오고, 인물의 얼굴에 그림자를 드리우는 밤풍경과 전등 불빛들도 운치있게 잘 잡혀 있는 영화입니다.

그런 것치고는 마지막 결전 장면이 참 허탈한 편인데, 밝혀 보자면 이렇습니다.

그냥 길가던 어떤 아이가 스티븐 시걸에게 신고해 줘서 악당을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악당과 주인공이 만나자 악당은 열심히 저항해 보는데, 원래 특별히 맨손 싸움을 잘하는 사람도 아니었으니 스티븐 시걸에게 피터지게 얻어 맞고 패배한다는 것이 그냥 끝입니다. 그런 저런 이유로, 진지한 면모는 의외로 사는 영화였지만, 한편으로는 유쾌하거나 흥겹고 즐길 수 있는 이 무렵 시슷한 영화들 특유의 정취는 부족한 편이기도 했습니다.

싸움 장면들은 특별한 것들은 적지만 양적으로는 꽤 되는 편이었습니다.


(총격전)

스티븐 시걸의 주특기인 손가락 꺾기와 팔에 골절상 입히기도 빠지지 않고 잘 보이게 나와 있고, 마피아들과 친한 사람들이 있는 술집에서 분노한 형사 스티븐 시걸이 행패 부리듯이 정보를 얻으려고 하면서 다 덤벼 보라고 해서 수십명을 쓰러뜨리는 장면이라든가, 집 안을 급습한 악당들에게 권총 한 자루로 여기저기 온통 탄환을 퍼부어 부수면서 싸우는 장면 등등이 나옵니다. 게다가 맛이 간 악당이 온갖 사람들에게 거침 없이 총을 쏘는 장면들도 많이 나오고 있는데, 이쪽 싸움 장면도 계단 뒤에서 숨어서 습격하는 장면 등등 잘 촬영 되어 있는 것이 있었습니다.


그 밖에...

어릴 때 이런 영화에 젖어 있던 사람들이 커서 영화계로 진출해서 만들게 된 영화가 요즘 한국영화가 아닌가 싶다는 생각도 문득 해 봅니다.

“복수무정2”가 한국어 제목입니다만, “복수무정”과는 주인공이 누군가의 복수를 하려고 한다는 것 이외에는 별 상관이 없습니다. “복수무정”은 십년에 가까운 세월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이면서 또 동시에 훨씬 밝은 장면이 많은데다가 이탈리아 이민자 사회가 아니라 “동양의 신비” 분위기로 무술을 열심히 익힌 주인공을 강조하는 내용이라, 분위기조차 아주 다릅니다.

꼬인 길 (The Crooked Way, 1949)

1949년작 영화, 꼬인 길은 끝내 주는 도입부로 시작하는 영화입니다. 주인공은 2차 대전 중 군대에서 훈장을 탄 사나이인데 그만 머리에 파편이 박혔습니다. 목숨은 건졌지만 기억상실증. 군대에 남아 있는 서류에는 이름과 어디에서 입대 했는지 밖에 기록이 없습니다. 제대한 주인공은 다시 그곳으로 돌아 가, 자신이 누구인지, 자신이 어떤 삶을 살았는 지 찾... » 내용보기

이중 노출 (죽음의 입맞춤, Kiss of Death,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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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 니코 (Above the Law, 1988)

스티븐 시걸 주연의 “형사 니코”는 특수 요원이었던 니코가 손을 씻고 시카고 경찰로 복무하고 있다는 이야기에서 시작합니다. 니코는 뭔가 괴상한 큰 범죄가 계획되고 있다는 낌새를 눈치채고 동네 이곳저곳을 다니며 특수 요원 출신 다운 뛰어난 무술 솜씨로 깝쭉대는 불량배들과 한바탕하면서 단서를 찾아 가는데, FBI가 니코를 저지하기도 하고, 가족이 위협 받기... » 내용보기

악몽의 골목 (Nightmare Alley, 1947)

1947년작 “악몽의 골목”은 이야기를 풀어 보자면 마술사가 주인공이 느와르 영화입니다. 내용은 한 청년이 떠돌이 서커스단 같은 곳에서 열심히 일하다가 멘탈리즘 형태의 마술로 대성을 하는데, 그러다가 세상을 비웃으며 너무 과욕을 부리게 된다는 내용입니다.(포스터)이야기의 출발은 한 괴상한 유랑 극단을 보여 주며 시작합니다. 마술쇼, 묘기 같은 것을 보여... »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