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스 마담2 (천사행동2 화풍광룡 天使行動 2 火鳳狂龍, 홍콩 포리스 마담, 1989)

여성 주인공이 나와서 악당들을 다 박살낸다는 내용의 영화들이 소위 "마담 액션"이라 불리우며 한국에서 대유행을 하던 시기인 1980년대 후반에는 별 상관이 없는 영화들도 "무슨무슨 마담"이라는 한국어 제목을 달고 개봉되던 때가 있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녀삼총사"나 "A특공대"처럼 법의 테두리 밖에서 악당을 물리치는 사설 특수조직을 다룬 "천사행동"인데, 이 영화에 여성 대원인 이새봉이 싸우는 장면이 멋지다는 핑계로 이 영화를 "폴리스 마담(포리스 마담)"이라고 소개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자연히 그 속편도 "폴리스 마담" 시리즈로 소개해서, 이번에는 "홍콩 폴리스 마담(홍콩 포리스 마담)"이라는 제목으로 나오게 되었는데, 엉뚱하게도 이 영화는 홍콩이 배경도 아니고, 폴리스가 나오지도 않고, 마담 액션도 아닌 영화가 되었습니다.


(포스터)

도입부 시작 장면만은 대단히 훌륭합니다. 어느 음습한 악당 소굴, 우리의 주인공 역할을 맡은 이새봉(문 리)은 평범한 사무직 직원인것처럼 서류 가방을 들고 약간 겁먹은 태도로 걸어 들어 가고 있습니다. 곧 이어지는 대사는 "사장님을 보여 주기 전에는 돈을 드릴 수 없어요"입니다. 한 마디 뿐인 대사지만 상황은 바로 알 수 있습니다. 이 악당들에게 사장이 납치 되어 있는데, 이새봉이 돈을 주고 사장을 구하려고 데리고 온 것입니다.

이 장면에서 이새봉은 소심한 사무직 직원이면서, 동시에 용기를 잃지 않고 따질 것은 따지는 모습을 멋지게 보여줍니다. 사실 이새봉은 유난히 작아 보이는 몸집이라든가 막 학교를 졸업한 것 같은 순진한 듯한 인상이 당시 유행하던 마담 액션에 딱 맞게 떨어지는 모습은 아닙니다. 그런데 그런 배우가 돌변해서 발차기를 하고 기관총을 쏘면서 악당들을 깜짝 놀래키면서 확 몰아내는 것입니다. 그런 돌변 전후의 모습을 보여 주기 위해, 이렇게 아무것도 모르는 사무직 직원으로 가장한 특수 조직 대원이라는 이새봉의 모습은 최고입니다. 심지어, 사무직 직원에게 어울리라고 쓴 좀 과장된 안경조차도 사실은 어두운 곳에서 볼 수 있는 특수 장비입니다.

아니나다를까 가방 안에는 적을 깜짝 놀래키는 장비가 들어 있고, 그 틈을 타서 이새봉은 돌변하여 악당들을 후려 패버리고, 총격전이 펼쳐집니다. 빠른 움직임과 폭죽처럼 주변을 훑는 총격, 흥겹게 주거니 받거니 하는 수류탄의 모습까지 열렬하게 엮여서, 결코 정상적인 경찰은 해결해 내지 못할 무시무시한 작전을 펼치는 사설 특수조직 다운 훌륭한 장면이라고 할만 합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홍콩이 배경인 것 같고, 마담 액션 같기도 합니다. 폴리스와는 여전히 별 관계는 없지만, 좀 이야기를 진행하다 보면 경찰과 협력하기도 하고 한다면 과연 "홍콩 폴리스 마담" 같은 이야기가 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이새봉)

그러나 바로 그 다음 장면인 영화 본론부터 일단 이야기는 전혀 다른 쪽으로 빠집니다. 대원 중 세 명인 이새봉, 여소령, 방중신, 세 사람이 휴가 차 말레이시아로 가는 이야기로 넘어 가는 겁니다. 그리하여 "홍콩 폴리스 마담"의 본론은 홍콩하고도 아무 상관 없고 경찰하고도 아무 상관 없이, 말레이시아에서 이상한 비밀 게릴라 비슷한 악당들과 엮여 벌어지는 일을 다룹니다.

일행이 말레이시아에 도착하고 나면, 줄잡아 한 30분쯤은 과감하게 통째로 잘라내 버려도 앞뒤 이야기 연결에 거의 아무 상관이 없는 장면이 이어집니다. 주인공 일행이 방중신의 옛 친구와 엮여서 말레이시아 이곳저곳을 보며 편하게 노는 장면이 계속 나오는 겁니다. 이게 무슨 말레이시아의 온갖 재미난 풍물을 보여 준다, 그런 방식은 아닙니다.

그냥 괜히 연출이 느릿느릿한 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누가 집에 찾아 오는 장면이라면, 그냥 벌컥 문을 열고 그 사람이 문 앞에 와 있는 것을 보여 줘도 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이 영화는 그 사람의 차가 멀리서 다가 오고 집 앞에 서고 초인종을 누르고 누가 초인종 소리를 듣고 문 앞으로 가고 누구인지 물어 보고 대답을 듣고 누가 왔다고 전해 주고 다시 방에 있던 주인공이 걸어 나오고 문을 열고, "어, 이게 누구야? 내 친구 아니야?"라고 하는 식으로 괜히 이상하게 장면이 좀 천천히 돌아 가는 것들이 많았습니다. 그런 식으로 괜히 수영장에 있는 일행의 모습이나, 말레이시아 유명 호텔의 쇼 무대, 야자 농장, 야자 농장에 딸린 공장 같은 것을 보여주며 시간을 보냅니다. 너무 지루할 수도 있으니, 코미디 액션 이런 것도 잠깐 나오는데, 이것도 뭐 정말 즐거운 것이 아니라, 괜히 술집에서 술 먹고 패싸움하는 내용이고 전체적으로 지저분할 뿐입니다.


(친구들)

한참 시간을 끌다가 악당 게릴라 조직의 음모가 중간 쯤 드러나고, 그러면 그 음모를 또 "분명히 확인을 해야 한다"면서 좀 시간을 끕니다. 그러느라 마지막 한 15분 정도를 남길 때까지 변변한 싸움 장면이 없이 시간을 끕니다. 그리고 드디어 막판 대결전으로 넘어 가는 겁니다.

막판 대결전은 아무것도 아니지는 않습니다. 주인공 대원들이 장비를 들고 헬리콥터에서 내려 가서 악당들을 급습합니다. 총도 많이 쏘고, 악당 졸개들이 떼거리로 많이 나오며, 폭파 장면, 그리고 나무로 만들어 놓은 망루 부서지는 장면도 나옵니다. 80년대 람보 아류작 총격전 장면에서 나무로 만들어 놓은 망루가 안 부서지면 뭐가 부서지겠습니까. 지금 다시 보면, 추억의 그 폭파, 같은 느낌이 들 겁니다.

이 마지막 대결전에서 주인공들은 말레이시아 현지인 보조 대원들도 데려 갑니다. 그런데 이 보조 대원이라는 사람들은 헬리콥터에서 줄타고 내려갈 수 있는 장비를 들고 가지 않습니다. 좀 이상한데, 마침 대사도 "이 사람들은 어떻게 내려 가려고 하는거죠?" "이 사람들은 자기들만의 방법이 있지요."라고 합니다. 별로 많이 궁금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인간은 호기심의 동물인 이상 뭘 보여줄 지 호기심이 생기기는 하는데, 지켜 보면, 놀랍게도 이 사람들은 그냥 헬리콥터에서 맨몸으로 뛰어내리는 게 방법입니다. 이 영화에서 진심으로 놀랄 만한 대목은 여기 한 군데 입니다. 자세히 보면, 그냥 무작정 뛰어 내리는 것은 아니고, 헬리콥터에서 교묘하게 내려와서 정글 나무의 탄력을 이용해서 어떻게 매달리면서 잘 내려온다는 듯한 것 같기는 한데, 무슨 설명을 해 주는 것도 아니고 한참 고민하면서 몇 번 돌려 봐도 사실 그냥 무작정 헬리콥터에서 확 뛰어내리는 것과 별 차이가 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마지막 대결전에서 총을 많이 쏘고 화약도 많이 터지지만, 아쉽게도 정말 멋지지는 않습니다. 그냥 총을 많이 쏠 뿐 별 싸움의 긴장이나 갈등이 거의 없습니다. 그냥 아주 성능이 좋은 소품 자동소총을 많이 구했으니까, 다같이 죽 늘어서서 열심히 한번 사용해 보자, 그리고 그 사용하는 모습을 화면으로 담아 보자, 그렇게 담아 놓은 필름을 한국으로 보내서 "홍콩 포리스 마담"이라는 이상한 제목을 붙여 동네 극장에서 한 번 영사해 보자, 그러면 할 일 없는 사람들은 쳐다 보고 있겠지, 약간 이런 태도인 듯 합니다. 방중신이 숲 속에 숨어 있다가 문득 튀어 나와서 악당 졸개들을 하나씩 처치하는 장면이 나오기는 하는데, 그냥 어정쩡한 "람보"에 나오던 장면 흉내일 뿐입니다.

그러다가 문득 괜히 악당 총 두목이 주인공과 결투를 하려고 합니다. 맨몸 격투입니다. 제법 열심히 싸우는 편인데, 처절한 느낌을 주려고 계곡 물에 발을 반쯤 담그고 물 튀기면서 싸우는 수법으로 나오는데 이게 60, 70년대 한국영화에서 너무 남용하던 장면이라서 재미는 적습니다. 결투의 결과는 무승부 내지는 악당이 살짝 이겼다고도 할 수 있는 상황인데, 사실 말레이시아 군대가 대군을 이끌고 오고 있기 때문에 악당 게릴라는 어차피 망한 판이라는 사실을 방중신이 이야기해 주자, 자포자기한 악당 두목이 우는 소리를 길게 시간 끌며 한 뒤에 총 맞으면서 끝이 납니다.

허무한 이야기입니다. 인생을 즐기고 쾌락주의적이고 여유만만하게 상대방을 속일 것 같은 모습이 잘 어울리는 여소령은 이 영화에서는 엉뚱하게 나쁜 남자를 만나 사랑에 빠져 비련의 운명에 울고 불고 하는 역할을 맡았는데, 여소령이 이런 연기조차도 성실하게 잘 하고 있지만 아무리 그래 봐도 도무지 답답한 이야기로 가라 앉을 뿐이었습니다. 이새봉은 막판 결전 때에 격투 잘하는 악당 하나와 열심히 싸우는 장면 하나에서 힘을 다해 싸우는 모습을 멋지게 보여주기는 합니다. 총싸움에서 발차기로, 맨몸 격투로, 뒤이어 무기를 사용해서 후려치는 격투로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이 모든 격투의 솜씨와 실려 있는 힘의 표현이 아주 좋아서 온갖 싸움을 다채롭고도 뛰어나게 한다는 느낌을 화면에 잘 담아내고 있었습니다. 쌓여 있는 화물 위로 뛰어 오르고 떨어지고 내려오는 3차원 공간을 이용해서 싸우고 그것을 화면 속에 담아내는 연출 역시 깔끔해서 지켜볼만 합니다.

그러나 이 싸움이 전체 작전에 무슨 큰 영향을 미치는 것도 아니고, 심지어 맨 마지막 장면에서도 이새봉은 안 나오고 있으니, 맥이 빠질 수 밖에 없습니다.


(정글에서 결전)

악당 쪽도 재미가 없기는 매한가지 입니다. 한 때는 절친한 친구였지만 나중에는 서로 사상이 달라져서 다른 세계를 사는 사람이 되었고 적으로 만난다는 이야기는 이 무렵 유행하던 홍콩 느와르 영화에 어룰릴만한 내용이기는 합니다만, 이 영화의 날렵한 특수 조직 대원 이야기와 엮자니 아무래도 억지로 보일 뿐이었습니다. 그나마 중반 30분을 느릿느릿 별 상관 없는 이야기를 하느라 대충 이리저리 날려 버리는 영화에는 더더욱 안 맞습니다. 스스로 사회에서도 잘 알려진 백만장자면서 세상을 바꾸겠다면서 혁명을 하겠답시고 무장 게릴라를 키우고 있는 악당의 모습도 잘 꾸미면 이야기 거리는 많이 나올만 합니다. 예를 들어 60년대 영화인 "Billion Dollar Brain"에서는 약간 영화 본론과 동떨어지게 광기 어린 백만장자가 나오지만 그 자체로 기억에 남는 재미거리가 되어 주었다는 기억입니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는 그 역시 별 재미있는 모습으로 나오는 것은 없습니다.

괜히 악당이 악당이라는 점을 나타내기 위해 히틀러 동영상을 비디오 테입으로 감상하고 있다는 장면을 보여 주는 장면이 잠시 나오는 것은 "참 성의도 없게 연출하는구나" 싶은 느낌이 들 정도였습니다. 악당이 사용하는 컴퓨터가 그냥 켜져 있어서 나중에 주인공들이 슬쩍 둘러 보고 악당의 비밀을 알게 된다는 장면도 참 싱거웠습니다. 80년대니까 컴퓨터가 좀 첨단기기 같은 느낌이 있을 때 아니겠습니까. 그러니까 괜히 그냥 컴퓨터를 한 번 보여주고 컴퓨터로 뭘 하는 느낌을 냈을 뿐, 그냥 악당 책상 위에 "악당의 악한 계획서"가 놓여 있어서 읽어 보고 "나쁜 놈이네"라고 하는 장면과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막판 대결전을 보면 뭔가 큰 싸움 장면을 찍으려는 생각도 있고, 어느 정도 예산과 장비도 있기는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니 날려 먹은 중반부가 참 허망한 영화라서 거의 트래쉬 무비 수준으로 주저 앉은 영화 아닌가 싶었습니다. 중반부에 유일하게 건질만한 장면은 악당 게릴라들의 음모를 우연히 취재한 사람이 도망치는 이야기인데, 복잡한 도시에서 벌어지는 자동차 추격전 같은 것을 나무들이 가득한 야자수 농장의 비포장 도로에서 펼치는 장면이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 추격전이 무슨 다른 이야기로 연결되는 것도 아니고, 추격전 과정에서 악당들의 특이한 면모나 주인공의 성격이나 재주가 돋보이고 다음 이야기로 이어지는 것이 있는 것도 아니라서, 그냥 좀 보여주고 그 뿐이었습니다.

그 밖에...

악당 중에 꼭 무슨 흉계를 꾸미고 있고, 나중에 대장을 배신하거나 할 것 같은 모습을 보여주는 2인자 같은 자가 하나 나오긴 하는데, 뭐 끝까지 봐도 흐지부지, 별 일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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