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큐 마담 (霸王花, 패왕화, 1988)

“예스 마담”의 성공 이후로 80년대 후반에는 보통 경찰이 주인공이 여성 주인공이 나와 악당들을 다 박살낸다는 소위 “마담 액션”이 유행하게 됩니다. 이 물결을 타고 홍콩, 대만 영화계의 인기 스타였던 호혜중이 대단히 뛰어난 실력을 가진 경찰로 출연하는 영화가 나왔으니 바로 “패왕화”입니다. 이 영화는 마담 액션 분위기에 발맞추어 한국에서는 “땡큐 마담”이라는 제목으로 개봉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있으니, 이 영화는 “예스 마담”과는 달리 여성 경찰 이야기이기는 합니다만, 본격 활극이라기 보다는 경찰특공대 학교를 다룬 코미디물이었습니다.


(포스터)

이 영화의 발상은 1983년에 먼저 나와 인기를 끈 “오복성”과 1985년에 나온 그 속편 “칠복성(복성고조)”의 구조를 따라하는 겁니다. 전체적으로 헐렁한 코미디로 꾸미되, 뭔가 절정 장면과 결말은 있어야 되니까 막판에 잠깐 화려한 싸움 장면을 넣으면 전체적으로 풍성한 영화 느낌이 나지 않겠냐는 겁니다. 그러니까 2000년대 한국 영화에 많이 유행했던 코미디도 하다가 막판에 갑자기 신파극으로 돌변하는 구조와 비슷한 것인데, 신파극 대신에 현란한 주먹질, 발차기 또는 기관총과 폭파 장면을 쓰는 형태인 겁니다. 특히 이 영화는 “칠복성”에서 호혜중이 맡은 엄격하고 성실하고 뛰어난 형사라는 인물도 다시 한번 활용했습니다.

그리하여 첫 장면에서 잠깐 호혜중과 당시에는 한자 발음대로 나부락(羅芙洛)이라고도 자주 불리웠던 신시아 로스록이 한 팀이 되어 테러리스트와 싸우는 장면을 한번 보여주고, 그 다음 장면에서 그 뛰어난 싸움 실력을 자랑한 호혜중을 교관으로 보내서 여자 경찰 특공대를 양성하는 장면을 보여 줍니다. 그리고 그 다음부터는 어떻게 보면 오래 묵은 “호랑이 선생님” 같은 엄한 교사 이야기이고, 어떻게 보면 80년대 미국 영화 중에 유행했던 기숙사 대소동 류의 영화 같은 이야기를 펼치며, 여자 경찰 특공대 훈련소의 여러 학생들이 각자 분량을 나눠서 서로 경쟁도 하고 돕기도 하는 가운데 웃기는 이야기로 채워 가는 것입니다.


(교관과 훈련생들 - 이들이 모두 주인공입니다.)

이렇게 놓고 보면 뭔가 혹독한 경찰 특공대 훈련의 신기한 이야기 거리를 보여 주거나, 여자 경찰 특공대만의 독특한 이야기와 애환을 이야기할 것 같지만, 사실 그런 내용은 별로 없습니다. 그냥 한 사람이 잘못하면 단체로 벌 받게 되어서 대원들이 짜증 낸다거나 한밤 중에 집합시켜서 힘든 일 시키는 등의 동아시아의 엄한 학교 이야기에서 흔히 보던 이야기들이 많고, 그나마 좀 있으면 여자 경찰 특공대 훈련생의 짝이라고 할 수 있는 남자 경찰 특공대 훈련생이 나와서 두 훈련생들 간에 서로 좋아하거나 질투하는 사람이 생기고 그러다가 데이트하려고 하고 어쩌고 하는 이야기로 흘러 가기 때문입니다.


(교관, 못 하는 학생, 잘 하는 학생, 한 밤 중에 집합)

이런 이야기는 어째 또 고등학생 사랑 이야기 같이 흘러 가서 “그리스” 같은 영화 느낌도 많이 납니다. 중간에 롤러스케이트 장에서 데이트 하는 장면은 “80년대 중반 젊은이들은 이렇게 입고 다녔다”는 자료가 될만큼 나름대로 꾸몄고, 정말 80년대 아시아 색채가 펑펑 쏟아져서 지금 보면 신기합니다. 심지어 그러다가 진짜 “그리스”처럼 다들 단체로 춤을 추며 노래 부르는 장면도 하나 나와 버립니다. 보고 있으면 약간 어처구니가 없어서 이게 도대체 여자 경찰 특공대 훈련과 무슨 상관 있는 장면이라고 이렇게 시간을 많이 소모하나 싶지만, 엉뚱하게도 또 이 장면이 제법 멋집니다. 썩 멋진 노래와 아름다운 춤, 롤러스케이트 속도를 잘 따라 가며 리듬감 있게 찍은 화면으로 흘러 가는 겁니다. 가수로도 유명한 젊은 시절의 두덕위가 여기서 존 트라볼타 같은 역할을 톡톡히 합니다.


(그리스 분위기로 변함)

이런 식으로 가다가 막판에 경찰 특공대가 실전에 투입되어 악당들과 싸우는 장면이 한번 나오는 것으로 결말을 맺는 영화입니다.

영화 내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코미디 장면은 여자 경찰 특공대라는 특징에 별로 어울리지도 않고, 코미디 내용도 매력 없는 여성을 무례하게 조롱하는 것 따위의 80년대 당시에도 이미 낡은 느낌이 완연히 들던 코미디들이 주류입니다. 구두 위에 거울 붙여 놓는다는 따위의 구질구질한 내용도 또 나옵니다. 풍쉬범이 동료 교관인 호혜중을 좋아한다는 이야기도 농담거리로 나오는데 이것 역시도 상쾌한 코미디라기 보다는 좀 비도덕적이고 질척거리는 느낌이 있습니다.

그렇습니다만, 익살꾼 훈련생 역할을 맡은 오군여나 남자 경찰 특공대의 교관을 맡은 풍쉬범 같은 배우의 개성은 살아 나고 있어서 가끔씩 그런대로 흥겨운 느낌은 줍니다. 오군여는 재미 없는 장면도 재밌게 보이게 표현하는 실력을 보여 주는데, 보고 있으면 정말 코미디에 천재가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 외에 양다리를 걸치던 남자를 발견하는 장면에서 여자들이 연애편지의 같은 내용을 같이 읊는 장면이나, 실력이 모자란 학생과 실력이 뛰어난 학생의 갈등을 다루는 이야기처럼 많이 보던 것이라도 인물 성격에 맞춰 이야기를 잘 굴러 가게 하는 내용도 있습니다. 호혜중이 처음 학생들에게 모습을 드러내기 전에 같은 학생으로 착각 되어 학생들 사이에 끼어서 교관 욕하는 것을 묵묵히 듣고 있다가 나중에 정체를 드러내는 장면은 인물 성격도 잘 드러내면서 재미도 있었습니다.


(학생들 사이에서 익살을 부리는 오군여 - 오른쪽 두번째)

막판의 활극 장면은 결말에 어울리게 산뜻합니다. 영화 내내 훈련생으로만 나오던 학생들이 화려한 의상으로 등장하게 한 것이 좋아서 시각적으로도 괜히 “훈련생들이 이만큼 성숙했다”는 느낌을 줍니다. 보석 전시회의 모델 등장 장면에서는 의외라는 감탄을 불러 오기에도 충분합니다. 보석을 훔치려는 악당들과 결투에 이르게 되면, 혜영홍 같이 싸움 실력이 뛰어난 배우의 뛰고 구르며 무거운 무기를 휘두르는 아슬아슬한 장면이 힘 있게 잘 담겨 있고, 세 명의 대원이 힘을 합쳐 손과 어깨를 받쳐 주어 높은 곳을 오르는 것처럼 동료간의 단결을 보여주는 장면도 멋 드러집니다. 풍쉬범이 신세한탄하는 척 하면서 머리를 계속 찧어 모스 부호로 신호 보내는 장면은 풍쉬범의 코미디 연기, 코미디와 활극이 어울린 영화 내용이 버무려져서 절정 장면이 될만했습니다.

“땡큐 마담”하면 호혜중입니다만, 상영 시간으로만 보자면 호혜중의 비중이 가장 크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코미디 부분에서는 틈틈히 나오는 조역 오군여가 시간으로보면 제일 많이 나오는 셈이고, 마지막 싸움에서도 호혜중은 제대로 활약을 안 합니다. 그렇습니다만, 그래도 엄격하지만 유능한 교관 느낌의 연기는 훌륭해서 전체 훈련생들을 지배하고 있다는 비중은 어느 정도 느껴지고, 처음 도입부의 싸움 장면은 멋드러졌습니다.


(닌자 영화촬영장에서 닌자로 변장한 테러리스트들과 최고의 형사, 호혜중)

도입부 싸움 장면에서 영화 촬영장에 단역들로 변장한 악당들이 나타난다는 신기함에, 다들 악당들을 잘 못 알아 보는데 유능한 형사 한 사람만은 눈치를 챈다든가 하는 긴장감과 통쾌함, 열심히 뛰고 후련하게 발차기를 하는 장면들이 빠르게 잘 잡혀 있었습니다. 특히 호혜중은 몸놀림 자체가 좋은 것도 있지만, “대단히 싸움을 잘하는 형사”라는 느낌을 표정과 말투로 연기하는 것이 훌륭해서 어째 몸놀림도 더 좋아 보입니다.


그 밖에...

“칠복성”에서 호혜중의 인물을 “패왕화”라고 불렀는데, 이 영화에서는 호혜중이 교육하는 여자 경찰 특공대의 이름을 “패왕화”라고 부릅니다. 아주 살짝 엷게 스핀 오프 느낌이 납니다.

1991년작 “경천용호표(驚天龍虎豹)”라는 호혜중이 출연하는 영화가 국내에서 “패왕화”라는 제목으로 소개된 적이 있는데 당연히 이 영화와는 다른 영화입니다.

예스 마담3 (皇家師姐 3 雌雄大盜, 자웅대도, 1988)

“예스 마담3”는 주인공을 맡은 양리칭이 경찰에 배치 된 지 얼마 안 되어 간단한 교통 단속 일을 하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홍콩 경찰 제복이 멋지게 어울리는 양리칭은 지나가는 깝죽거리는 놈에게 난처한 꼴을 당하기도 하지만, 잠시 후 도망가는 강도와 마주치자 이 강도를 멋지게 제압합니다. 이것이 도입부인데, 이후 양리칭은 특별 승진을 하여 강력계 형사가... » 내용보기

예스 마담2 (皇家戰士, 황가전사, 1986)

양자경이 경찰 반장으로 나와서 악당들을 다 두들겨 패고 쓸어 버린다는 홍콩 영화 “예스 마담”이 1985년에 나온 이후, 비슷한 속편과 아류작들이 쏟아졌으니 당시 한국에서는 마담 시리즈, 마담물, 마담 액션이라고 불리우던 영화입니다. 그 중에서도 “예스 마담”의 직계 속편은 이 영화 “황가전사”이고, 이 영화가 양자경이 그대로 출연한 유일한 예스 마담 ... » 내용보기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 (Mission: Impossible - Fallout, 2018)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에 등장하는 악당들은 정체를 잘 드러내지 않으면서 “어마어마하다”라는 분위기를 확 잡는 것으로 언급되는 테러리스트 조직입니다. 이 놈들은 이미 천연두 바이러스 테러라는 세계 멸망에 정말 가깝게 접근할 법한 수법으로 테러를 저질렀다고 되어 있습니다. 다행히 그 여파가 전 세계로 퍼지기 전에 진정 되었다고는 하지만 무시무시하다는 느... » 내용보기

예스 마담 (皇家師姐, 황가사저, 1985)

양자경이 경찰 반장으로 나와서 악당들을 다 두들겨 패고 쓸어 버린다는 홍콩 영화가 1985년에 나왔으니 바로 “예스 마담” 입니다. 이 영화는 인기 돌풍을 일으켜서, 몇 년간 홍콩에서 여자 주인공이 화려하게 싸움을 벌이는 오락 영화가 쏟아졌습니다. 우리 나라에서 이런 영화들은 “예스 마담”의 속편이거나 속편을 가장하거나, 혹은 “땡큐 마담” 같은 비슷한... »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