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묘약 (L'elixir d'amour) 2019년 서울 공연

도니제티가 작곡한 오페라의 대표작으로도 흔히 손꼽히는 “사랑의 묘약”은 대표작 답게 19세기에 유행한 우습고 즐거운 오페라, 그러니까 오페라 부파의 단골 소재들을 잘 모아 놓은 것이 중심 줄기입니다. 이야기 줄거리는 여자 주인공을 짝사랑하는 남자 주인공이 있는데, 문득 여자 주인공에게 접근하는 어느 군 장교가 있어서 남자 주인공은 골치 아파하고, 그 마당에 사기꾼 약장수가 파는 사랑의 묘약이 등장하여 소동이 벌어진다는 것입니다.


(포스터)

남녀 사이의 사랑과 오해를 소재로 하면서 거기서 생긴 소동을 다루는 이야기로 시작하는 데다가, 서로 다른 남녀의 다른 마음을 동시에 중창으로 표현하거나 구경꾼 인물들의 배경설명을 화려한 합창으로 표현하는 장면들이 있습니다. 가수가 노래 솜씨를 자랑할 수 있게 홀로 조명을 받는 아리아도 있으며 화려한 오케스트라 연주가 신나게 따라붙는 장면도 있습니다. 속임수를 쓰고 오해를 조장하는 인물이 주요 배역으로 나타나 익살을 부린다는 점도 전통적인 웃긴 연극다운 구성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렇다고 해서, “사랑의 묘약”이 개성이 부족한 오페라냐, 하면 또 그렇지도 않습니다. 지나치게 순박한 인물의 착각을 다룬 웃긴 이야기로 즐거운 노래가 가득한 오페라인데, 뜬금없이 다 끝나갈 때 즈음 나오는 단 한곡의 구슬픈 노래인 “남 몰래 흐르는 눈물”이 단연 가장 유명한 노래라는 이상한 특징도 있고, 오페라 줄거리 내용으로 보자면 이야기 중반 이후 거의 절반 가량 동안 주인공이 술에 취한 상태로 진행한다는 점도 괴이한 특징입니다.

2019년 5월 18일 토요일 서울 공연에서는 배경을 1920년대 금주법 시기의 미국으로 삼았습니다. 대충 뉴욕 브로드웨이 즈음으로 보이는 이곳에서, 주인공은 어느 쇼단, 내지는 극단의 단원들이고, 사랑의 묘약을 파는 약장수는 토미 자동소총을 든 갱단과 같이 다니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이탈리아에서 소품과 의상을 들여 와서 하는 공연이라고 하는데, 한국 가수들이 한국에서 하는 19세기 이탈리아 공연의 배경에 얼핏 딱 맞는 배경은 아니라고 하겠습니다. 그렇습니다만, 화려한 장면을 1920년대의 요란한 쇼 느낌으로 과시하면서도 적당히 고풍스러운 느낌을 내기에 걸맞는 장점도 있었습니다. 영화 내용 중에 술이 중요한 소재로 쓰이기는 하니까 그것도 금주법 시대에 어울린다면 어울리긴 합니다.


(일전에 다른 제작진이 대구에서 공연했을 때에는 더 현대에 가까운 느낌으로 연출하기도 했습니다)

합창단을 포함해서 가수들 중에 젊은 분들이 많아 보였는데, 신선한 느낌으로 지켜 볼 수 있어서 저는 무척 즐거웠습니다. 유쾌한 분위기에서 벌어지는 소동을 다루는 이야기에 짝사랑의 오해와 설렘을 다루는 내용에도 맞아 들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사랑의 묘약”은 평범한 남자 주인공이 어떻게든 아름다운 여자 주인공의 환심을 사려고 이렇게저렇게 하다가 막판에는 결국 진실한 마음과 있는 그대로의 모습, 어쩌고 하면서 사랑이 이루어지는 고등학교 배경의 옛날 코미디 영화 같은 줄거리라서, 너무 심각하고 진지한 느낌 보다는 이렇게 젊은 느낌으로 조금은 가볍게 가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서도 배우들의 연기도 재미난 볼거리가 많았습니다. 남자 주인공(전병호)의 연기하는 힘이 넘치는 모습과 여러 감정을 뿜어내서 관객들에게 발산해 주는 연극 연기의 실력이 매우 뚜렷하게 잘 갖추어져 있어서 기억에 오래 남을 정도였습니다. 웃긴 이야기의 극중 등장인물로 여러 인물과 노래를 주고 받으며 열심히 활약을 하다가 막판에 “남 몰래 흐르는 눈물”을 부를 때는, 무대에 홀로 서서 집중해 열심히 노래를 부르며 마음껏 감정을 잡아 보는 모습이 오페라 보는 재미가 있었다고 할만 했습니다. 극 전체에서도 테너 남자 주인공의 비중이 유독 높아 보였습니다. 여자주인공(손지수)은 애초에 각본에서 그 보다는 조금 재미 없는 역할로 되어 있기는 하지만, 적역을 맡아 아주 잘 들어 맞는 모습을 멋지게 보여준 것이 역시 무척 보기 좋았습니다. 자료를 찾아 보니 오디션으로 선발 되었다고 합니다. 그만하면 오디션을 한 보람이 있어 보였습니다.

한편 이런 오페라에서는 이야기 중반을 붙잡아 주는 익살꾼 역할이 제몫을 다해야 하기 마련인데, 약장수 역할(이세영) 역시 코미디의 흥이 아주 튼튼한 모습을 보여 주고 있었습니다. 나중에 가면 배역이 등장하는 것 만으로도 웃음을 자아낼 수 있는 위력이 있을 정도였습니다. 다만, 이 오페라에서 약장수가 자기 약이 얼마나 대단한지 줄줄 읊으며 광고를 해대는 것을 가사가 빠르게 지나가는 노래로 설명하는 대목이 있는데, 저는 이 대목을 워낙 기대한 편이라서 그런지 그럴 때 음악면에서는 약간 아쉬울 때가 있긴 했습니다.

연습 시간이나 지원의 한계 때문인지, 안무나 몸 움직임의 동작이 화려함을 드러낼 수 있을 만한 장면에서 충분하지 못한 것 아닌가 싶기도 했는데, 이런 부분은 나중에 넉넉히 보강되면 더 재밌어질 수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연출에서는 회전하는 무대를 사용해서 무대의 앞면과 뒷면을 뒤집어 보여 주며 이야기를 펼치는데, 이 역시 정말 신기하게 활용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드디어 사랑이 이루어진 기쁨을 표현하는 막판 결말 장면에서는 무대가 회전하면서 이게 영화에서 360도 회전하면서 주인공 얼굴을 보여 주는 장면 같은 효과 비슷하게 하는 대목이 있었는데, 노래가 들리는 것이 좀 막히는 터라 장단점은 갈리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렇다고는 해도 무대 연출도 전체적으로 나쁘지 않은 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1막이 끝나고 2막을 기대하며 막간휴식을 끝내고 왔는데, 2막의 막이 오르며 잘 꾸민 1920년대 풍의 화려한 파티 장면이 펼쳐져 이목을 사로 잡아 준 것 같이 썩 재밌는 대목도 있었습니다.


그 밖에...

오랫동안 제가 하는 이야기입니다만, 대사 자체에 재미가 있는 이런 코미디가 강한 오페라일 수록 한국어 가사로 공연하는 것을 옛날처럼 다시 해 보면 어떤가 또 생각해 봅니다. 이번에도 이탈리아어 노래로 대부분 진행을 하다가 재미 있으라고 한국어로 그냥 대사를 하는 대목이 몇 부분 있었는데, 기왕 그럴 거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어 번역 가사로 노래 하면 저는 더 재밌고 가깝게 다가올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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