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비에이터 영화



하워드 휴즈라는 실존인물이 가지고 있는 극적인 요소를 잘 뽑아내서, 상당히 많은 허구를 섞어서 극화한 영화다. 사람들이 북적이는 와중에 환한 명도를 강조하는 파티장면이나, 블루스 느낌이 많이 나는 구식 재즈 음악 같은, 마틴 스콜세지 감독 특유의 것은 여전하다.

"하늘"이란 것은 항상 사람의 미래와 몽상과 연결되어 있다고 할만하다. 영화는 하워드 휴즈라는 극단적인 인물의 하늘에 대한 생각을 연결시키는데 주력하고 있다. 그런 연결을 결과적으로 해피 엔딩 비슷하게 몰고가려고 꾸몄는데, 이 때 결말은, 팽팽하게 진행되었던 전체에 비해서 다소 무게감이 떨어지는 맛이 있긴 하다. 영화는 사실 드라마가 어느 정도 짜여져 있기도 하지만 또한, 현란한 장면과 주인공 하워드 휴즈의 극단적 성격을 서커스 처럼 표현하는데도 한 축을 두고 있는 것이다.

놀라운 것은 "분노의 주먹"의 감독이자, 이제 한 세대 전의 감독인듯하기도 한 마틴 스콜세지가 이 영화에서 아주 세련된 감각으로 특수 효과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옥의 천사들" 촬영관련 장면은 영화 초반에서 단번에 관객을 사로잡으며, 여러가지 충돌장면이 갖고 있는 충격감은 일급 액션영화인 "본 슈프리머시"와 맞먹을 정도다. 말하자면 "분노의 주먹"에서 느껴지는 그 충격감이 그대로 기계와 3차원 컴퓨터 그래픽 처리로 되돌아오는 느낌이다.

마틴 스콜세지가 특수효과에 대한 감각을 완전히 익혔든지, 아니면 이 부분의 전문가가 충분히 어우러지며 활약할 수 있도록 멍석을 잘 깔아준 것이든지, 둘 중 하나있을 것이다.

결국 영화는 마틴 스콜세지가 항상 이야기하는 젊은이의 몽상과 도전, 거기에 얽히는 풍진세태와 좌절을, 튀는 현실감과 범벅된 낭만주의로 노래하는 것이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캐치 미 이프 유 캔" 이상으로 완벽하게 어울린다. 실제 하워드 휴즈와는 꽤 차이가 나지만, 영화역시 실제 이야기와는 상당히 차이가나는 만큼, 영화 속의 하워드 휴즈를 연기하기에는 아주 좋다. "캐치 미 이프 유 캔"의 연장 선상에서, 보다 마틴 스콜세지 식으로 역할이 격해진 맛이 있기에 더욱 극적이다.

캐서린 햅번의 습관을 연습시키고, 캐서린 햅번 영화를 보여주고 하면서 케이트 블란쳇을 캐서린 햅번과 비슷하게 하려고 했다고 하는데, 한 사람의 인물로서 연기는 입체적이되, 케서린 햅번과 잘 통하지는 않는다. 우선 케이트 블란쳇은 캐서린 햅번의 고전적 미모와는 거리가 있고, 열심히 케이트 블란쳇이 노력하는 "성대 모사"는 다소 작위적으로 들린다.

에바 가드너를 연기한 케이트 베킨세일은 별로 에바 가드너와 비슷하게 하려고 노력된 설정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렇게 일정부분 포기했기 때문인지, 케이트 베킨세일의 연기 역시 무난하다. 재주를 드러내는 정도로 봤을 때는 세렌디피티 보다도 나은 듯도 하다. 다만, 전체 흐름상으로 보았을 때, 하워드 휴즈의 구원자일 수도 있을만한 위상의 이 인물이 너무 가볍게 다뤄지고 있다.

현란한 이미지의 과시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 하워드 휴즈가 벌이는 다양한 난리로 인하여, 비교적 긴 상영시간이 굉장히 빨리 지나간 느낌이었다. 마틴 스콜세지의 "뉴욕 뉴욕"을 꽤나 즐겁게 본 나로서는, 같은 맥락에서 역시 즐겁게 본 영화였다. 덧붙여, 요즘 소위 말하는 "착하게 성실하게 사는 삶"이 얼마나 좋고 또 중요한 것인가에 대해 깨달을 기회가 많았는데, 이 영화도 그런 생각을 지지해주는 역할을 했다.

나는 다소 무모한 성선설의 신봉자인데, 이 영화는 모든 것을 다 가지고 이루고 있다고 해도, 고전적인 의미로 "착하게 살지" 않았다면, 굉장히 서글퍼 지기 쉽다는, 그런 생각을 잠깐 하게 하기도 했다.

핑백

  • 게렉터블로그 : 청연 2007-11-16 21:13:24 #

    ... 영 상의 한계는 간간히 보입니다. 하지만, 대체로 큰 무리는 없어 보이고, 이런 장면들을 잘 짜고 배치해서 속도감있고도 화려하게 화면을 구성한 것은 신나고 재미있습니다. "에비에이터"의 폭발적인 속도감과 사고 장면의 강렬한 충격감 같은 노련함을 기대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몇몇 어설픈 제트기 타고 다니는 블록버스터 영화보다는 훨씬 낫습니다. 영화 ... more

덧글

  • 휴즈 2005/04/18 19:12 # 삭제 답글

    이글 꽤 개인적인 글이네요
    아무런 공감도 느낄수 없고, 한 작품을 깊이 음미해보려는 노력조차 보이지않는 그저 비판을 위한 비판 같군요
  • 곽재식 2005/04/20 11:45 # 삭제 답글

    제가 한국 영화 비평가 협회 주간도 아닌 다음에야 글이 개인적인 것은 당연한 것이고, 휴즈님께서 공감을 느낄 수 없으셨다면야 좀 서글프긴 합니다만, "비판을 위한 비판" 이라니요?

    전 이 영화를 굉장히 즐겁게 봤다고 명시 했으며, 비판보다는 찬사가 오히려 많았습니다만... 혹 다른 글을 읽고 덧글을 올리신 것은 아니신지.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