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노미나 영화



("페노미나" 20주년 기념!)

제니퍼 코넬리는 수많은 트래쉬 무비들에 출연하기도 했지만, 그러는 동안에도 이상하게 강한 무게감이 느껴진 사람이었다.

그것은 배우 경력의 초창기에 아역으로 출연했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와 "페노미나" 때문이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는 전통적인 명작으로 이름이 높고, "페노미나"는 공포영화 거장 다리오 아르젠토의 많은 작업들 중에서 "서스피리아"와 함께 가장 사랑받는 공포 영화의 수작이다.

"페노미나" 영화의 인물 측면은 제니퍼 코넬리에게 완전히 집중되어 있다. 관객은 제니퍼 코넬리에게 완전히 감정이입하게 되지만, 한편으로 그녀를 신기하게 - 곤충에 대한 초능력을 갖고 있다. - 관찰할 수도 있다. 영화는 초능력이라는 요소를 막가는 판타지로 부려서 격을 떨어뜨리는 대신에, 적정 부분에 살짝만 사용하면서 영화에 호기심과 분위기를 조성하는 도구로 사용한다. 영화의 큰 중심 사건은 초능력과는 직접 연관은 없는 것이다.

다리오 아르젠토 특유의 현란한 미학은 여전하고, 고블린(밴드 이름)의 저 유명한 음악은 공포영화 음악의 진수를 보여준다. 따지고 보면 제니퍼 코넬리가 잠옷을 입고 걷는 썰렁한 장면이 괜히 그렇게 그럴듯해 보이는 것은 사실 다 음악 때문이다. 좀 남용하는 듯 해서 약간 거슬리는 부분도 있긴 하지만, 가장 유명한 공포 영화 음악이 괜히 유명한 것은 아닌 것이다.

"서스피리아"와 똑같이, 다리오 아르젠토는 유럽을 배경으로 해서, 미국인의 유럽에대한 고딕적 환상을 대입한다. 동화속의 음침한 마법세계같은 느낌을 강조시키는 배경이기에, 스위스의 풍물이나 풍경을 이용한 장면을 찾을 수는 없는 편이다.

많은 다리오 아르젠토 영화처럼, 전개가 빠른 장면의 폭발력을 강화시키기 위해서, 중간 장면들은 좀 느릿느릿 지루하게 전개되도록 되어 있다. 특히 "몽유병"과 관련된 부분은 다리오 아르젠토가 그냥 재미로 집어 넣은 것인 듯, 좀 군더더기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뭐, 그 군더더기에 등장하는 다리오 아르젠토식 장면이 보기 좋다면야 또 필요한 것이겠지만.

하여간, 중간의 지루한 부분이 있다손 치더라도, 이 영화는 기본적으로 줄거리 얼개가 적당히 정교한 서스펜스 추리물 정도는 된다. 따라서 다리오 아르젠토 일부 영화들과는 달리 줄거리 전개 자체에도 설득력이 있고 몰입이 된다. 또한 영화 전체 곳곳에서 툭툭 던져 놓은 요소들을 단숨에 아우르면서, 살짝 감정의 근원을 훑는 영화의 결말은, 힘이 넘치는 액션의 파괴력과 어울어지면서 감동을 준다. 이 마지막의 다소 장엄하기까지한 대단원 덕분에, "페노미나"는 제니퍼 코넬리가 가장 격렬하게 뛰어다니는 액션을 보여주는 영화 중 하나이기도 하다.

사실, 제니퍼 코넬리에 대한 집중이 강하다는 점만 빼면,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나 공포의 초점은 "서스피리아"와 상당부분 유사하다. 보는 사람을 조마조마하게 하는 살인의 타이밍이나 분위기를 조성하는 세트와 조명, 벌레나 칼을 이용하는 방식도 비슷하다. 다만 "서스피리아"에 비해서 훨씬 더 현실적인 이야기이고, 그 적정한 농도의 초자연적 요소의 사용이, 보다 짜임새 있는 영화를 만들고 있다.

공포 영화를 다소간 피하는 사람들을 위한 정보: 영화는 벌레를 좀 징그럽게 사용하는 장면도 있고, 다소간 잔인한 장면도 있으나, 그 수위는 로드리게즈의 "패컬티" 정도고, 한국 영화로 치면 "태극기 휘날리며" 정도다. 사람에 대한 살인 장면은 전체적으로 "킬 빌" 보다 폭력의 수위는 낮고, 횟수는 훨씬 적다. (다만 오히려 "킬 빌"은 살육장면의 막나가는 남발로 인해, 살인자체가 좀 심심하고 현실감 없어 보이는 요소가 있긴하다.)

또 많은 다리오 아르젠토 영화들 처럼, 이상하게 사람을 조마조마하게하는 감각과 약간씩 놀래키는 장면이 있어서, 서스펜스가 강하긴 하되, "링"이나 "장화, 홍련", "텍사스 전기톱 살인마"같은 식으로 "무섭지"는 않다.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전통적인 해머 영화의 "드라큘라"를 "공포 영화"의 중심이라고 한다면, 사실 다리오 아르젠토는 전통적인 공포 영화 작자라기보다는, 살인장면을 거창하게 만들고 몽환적인 연출에 아주 공을 들이는, 일반적인 추리물에 가까운 공포물을 만든다. 말하자면, 다리오 아르젠토 영화는 공포감 자체 보다는 조마조마함과 호기심을 자극하며, 거기에다 순간순간 터뜨리는 적혈작렬이 일종의 액션활극처럼 나오는 것이다.

물론 다리오 아르젠토가 "슬래셔" 스타일의 선구자이며, 많은 부분의 창시자이기도 하지만, 적어도 많은 그의 걸작들은 그만큼 추리물과 범죄의 감각에 그만큼이나 의존하는 것들이다. 이런 측면은 "페노미나"에서 가장 긍정적으로 강화되어 있는 듯 하다.

다리오 아르젠토의 수작이라는 의미와 함께 이 영화는 또한 제니퍼 코넬리의, 거의 유일무이한, 스스로가 영화의 정중앙에 서는 영화이다. 수많은 팬들을 갖고 있고, 경력도 긴 배우가 자기중심의 영화가 아직까지도 20년전의 이 영화 한 편 뿐이라는 사실은 좀 의아하다. "리버린스"만 해도 "데이빗 보위"에게 많은 부분을 빼앗기고 있잖은가? 뭐, "정오의 열정" 같은 영화에서야 "제니퍼 코넬리"에 모든 걸 거는 영화긴 하다만, 그런 영화들은 연기나 흡인력이라는 면과는 또 차이가 있다.

지알로 영화와 다리오 아르젠토, 그리고 많은 범죄 영화에 대한 이야기들은 사기꾼 영화를 중심으로 언제 다시 한 번 따로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페노미나"는 뛰어난 제니퍼 코넬리 영화이자, 뛰어난 다리오 아르젠토 영화이다. 물론 제니퍼 코넬리의 연기는 어색한 구석도 있고, 다리오 아르젠토는 자기 주특기를 100% 펼치고 있지는 않다. 그렇지만 그런 대신에, 제니퍼 코넬리는 "폴락"처럼 외모의 한계에 휘둘리지 않고, 다리오 아르젠토는 "매끈한 보통 영화"같은 구성과 논리의 힘을 얻었다. 멋진 영화다.

- 이 영화에 "심령현상"처럼 보이는 장면이 있다는 첩보가 "잠들 수 없는 밤의 기묘한 이야기"에 떠올랐습니다.

덧글

  • 코넬리 2005/11/29 12:37 # 삭제 답글

    이쁘죠. 그리고 이 영화를 저는 비디오로 소장중..
  • 게렉터 2005/12/18 03:47 # 답글

    저역시, 영화로서도, 제니퍼 코넬리 팬의 수집품으로서도, 과연 소장가치 높은 영화라 생각합니다.
  • 김민수 2006/08/16 19:28 # 삭제 답글

    페노미나 수작입니다. 정말 무서움.. 나 진짜 잘면서 우줌쌌음 초딩때
  • 게렉터 2006/08/17 12:08 # 답글

    맞춤범에 대해 약간의 고민을 곁들여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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