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비령 영화


"봄날은 간다" 이야기를 하면서 TV 드라마 "초대" 이야기를 했는데, 사실 TV 드라마 "초대"의 원형은 TV 단막극 "은비령"에서 찾을 수 있다.

우선 순박한 이창훈이 멀어지는 이영애에게 괴로워한다는 구도가 동일하며, 이영애의 어린애 같은 면과 원숙한 면을 묘하게 섞어 만들어나가는 인물 수법도 "은비령"이 거의 원류일 것이다. 버스 안에서 조는 장면과 잠시후에 이어지는 시내에서 이창훈과 만나는 장면은 전혀 다른 방향성을 갖고 있지만 절묘하게 어우러지면서 개성과 매력을 준다.

"은비령"은 기본적으로 여행 온 산골, 산길, 추운 겨울과 눈길 이라는 인상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단막극이다. 그런 인상을 퍼붓듯이 내세우면서, 세세한 이면에 이후 윤석호 PD 드라마들(초대-가을동화-겨울연가-여름향기)과 이창훈/이영애 인물들의 가능성이 표출된 수작이다.

물론, 그런 가능성들이 처음 표출된 것이니 만큼, 지금 보면, 이창훈의 나래이션을 이용하는 방법과 이영애의 몇몇 대사들은 좀 티가 나게 거칠다. 가장 안타까운 점은 극전개상 굉장한 무게감을 가지고 있는 이창훈의 친구라는 인물에 대해, 배역도, 각본도 별로 정성을 기울이지 않고 있어서 구멍이 크게 뚫렸다는 것이다. 덕분에 아련하고도 발산적이어야할 드라마의 결말이, 엉성하게 도중에 끊긴 듯할 뿐이다.

장점과 단점을 고루 갖춘 이 단만극은 kbs홈페이지의 잔존 페이지에서 전편을 56kbps Realmedia 파일로 아직도 살펴 볼 수 있다.

덧글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