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우보이 비밥 영화



기본적으로 굉장히 전형적인 "떠돌이 우주선" 이야기 SF에서 출발하고 있다. "스타트렉"으로 대표되는 이런 부류의 이야기들은 개성적인 주인공들이 한 우주선을 타고, 미지의 우주 구석구석을 떠돌아 다니면서 갖가지 특이한 소재의 모험을 한다는 식으로 되어 있다.

"카우보이 비밥"은 여기에 서부 영화의 공식을 좀 섞었다. "스타트렉"처럼 멋지고 규율 바른 공동체가 영웅적인 모험을 전개하는 것이 아니라, 다소 열외자스러운 고독한 주인공들이 내면에 뭔가 우울함을 숨겨두고 떠돌이처럼 다니면서 사연들을 겪는 것이다.

이런 주인공들의 열외자스러운 외로움은 우주 공간이라는 낯설고 차가운 공간과 어울어지면서 초현실적인 느낌으로 강화되는데, 고전SF 황금기의 많은 소설들이 그렇기도 하거니와 애니메이션에서도 "우주의 율리시즈"나 "은하철도 999"는 그런 인상을 아주 적극적으로 채용하고 있다.

우주탐험, 서부영화에 또 한 가지 "카우보이 비밥"은 LA 느와르 영화의 정서를 섞는다. 사실 "카우보이 비밥"은 각본은 우주탐험물이 기본이지만, 연출에 있어서는 느와르 영화를 전적으로 중심에 두고 있다. 도회적이지만 폭력과 밀접한 주인공들, 수수께끼의 인물들과 서서히 드러나는 진실들, 도시의 이면과 범죄. 서부영화 분위기와 느와르 분위기의 결합은 "라스트맨 스탠딩" 같은 영화에서 가장 친숙할 것인데, "카우보이 비밥"도 따지고 보면 비슷한 통속이다.

이 세 가지 요소를 절묘하게 섞은 것을 단순히 섞은 데 그치지 않고 뭔가 한 단계 더 승화시키는 효소가 있으니, 그것은 칸노 요코의 굉장한 음악이다.

칸노 요코는 "대항해시대 1,2편"의 절묘한 음악들을 만들어 내기도 했지만, 그녀의 많은 작업들은 초보 뉴에이지 음악 같은 가벼운 느낌이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나 "카우보이 비밥"에서는 그녀의 장점이 전면에 살아난다. 한 장르나 진부한 속성에 휘둘리지 않고, 온갖 장르 갖가지 명곡들의 특징들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자신의 것으로 섭렵해서 재조합하는 괴력을 유감없이 보여 준다. 이런 형식의 음악은 여러 장르가 혼재된 카우보이 비밥을 완벽하게 이끌어 나간다.

"카우보이 비밥"은 완전히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창의력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장중하고 힘있는 이야기를 직선적으로 풀어가고 있지도 않다. 하지만, 빼어난 기술로 많은 선대 작품들의 장점을 잘 취합해서 독특한 질감으로 뽑아낸 그 결과물은 그 어떤 "대작"에 못지 않은 위대함이 있다.

덧글

  • 인클루드 2005/03/31 07:29 # 삭제 답글

    The Real Folk Blues... :D
  • 게렉터 2005/04/03 12:44 # 답글

    Then, "Rush"?
  • livewa 2006/12/21 17:13 # 삭제 답글

    한 3년전에 봤더라면 평가가 짜다고 생각했겠지만, 지금에 와선 동감 할 수 밖에 없는 글이군요.
  • 게렉터 2006/12/22 14:03 # 답글

    livewa/ 저도 꽤 좋아하는 것이라서 좋은 평으로 쓴 것이었건만. livewa님은 3년전쯤에는 굉장한 팬이셨나 봅니다.
  • livewa 2007/01/24 15:31 # 삭제 답글

    지금도 굉장한 팬이에요.
    단지, 그 때 물들었던 감성의 물이 좀 빠졌을 뿐이죠 :)

    항상 글 재밌게 읽고 있습니다.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게렉터 2007/01/29 10:54 # 답글

    livewa/ 기원해 주신대로 새해에는 복을 왕창왕창 받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볕뉘 2008/06/12 20:22 # 삭제 답글

    네이버 지식인에 '스파이크는 죽었나요?' 라는 질문이 엄청나게 올라오게 만들었던[...]

  • 게렉터 2008/06/16 08:45 # 답글

    볕뉘/ 보통 뭐라고 답을 하는지도 궁금합니다.
  • 볕뉘 2008/07/07 13:00 # 답글

    찾아보시면 나옵니다(?!)

    그래도 한 번 정리해보면

    ⊙살아 있다 파 - '전 간절히 스파이크가 살아있기를 바라지만요...' '절대 살아야 한다.. 라고 굳게 믿고 있더라는요... 근데 정해진 건 없다네요. 그냥 우리끼리 살았다고 믿읍시다.' 등등의 근거 없는 낙관론이 절대 다수이지만

    캐릭터 디자인을 맡은 카와모토 토시히로의 글 - "라스크 컷은 스파이크는 나 자신의 심정으로 '이 녀석은 이런데서 죽을 녀석이 아냐!' 라고 생각하며 그렸습니다. 반드시 다시 붕대에 칭칭 감긴 모습으로 비밥호의 소파위에 뒹굴고 있는 게 아닐까 하고... 하긴, 이 라스트에 관해서는 보신분의 제각기의 판단에 맡기고 싶습니다. 다만 애니 속 인물이긴 해도 그 안에 그가 살아있었던 것으로 느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등을 인용한 글도 몇 보이더군요.


    ⊙죽었다 파 - 딱히 다를 바는 없습니다. '스토리상 죽어야 말이 되지!'같은,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서 시청자가 다음 전개를 예측할때 주로 쓰는 말[...]도 나옵니다. '죽었습니다...빵~ 하고 죽은거죠...비셔스가 스파이크 총 맞는 동시에 칼로 스파이크 벴잖아요...그냥 스파이크가 쫌더 오래 개긴거죠...'라는 말도 있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죽었다 파입니다. 일단 줄리아가 죽은 시점에서 스파이크의 삶에 대한 욕구는 없어졌다고 봅니다. 마지막에 비셔스에게 깊게 베인 것도 그렇고, 제트가 인디언 풍의 점쟁이[...]를 찾아갔을때도 '녀석의 별은 떨어지려 하고 있다' 등등의 말을 하죠.(이 부분은 의외로 언급하는 분이 잘 안 계시더군요) 특히 마지막의 별이 희미하게 사라지고 있는 장면이 결정타죠. 그 후에 You're gonna carry that weight - 저는 '이것이 당신(시청자)가 지고 가야 할 짐이다'로 해석합니다 - 또한 죽음을 암시하는 글이라 믿습니다.


    ⊙몰라 파 - 황희정승 이래 한민족의 미덕으로 내려온 '이것도 맞고 저것도 맞고'파입니다. 딱히 설명할 건 없지만, 감독인 와타나베 신이치로가 '나도 몰라!'라고 말했다죠?(물론 게렉터님도 아시겠지만[...]) 하지만 저는 역시 죽었다고 봅니다. 감독은 죽었다고 생각하지만(복선을 그리 깔아놨으니...)아쉬워하는 팬들을 위한 서비스 차원의 말에서 '몰라'라고 했다고 생각합니다. 건담으로 치면 역습의 샤아 이후, 아무로와 샤아를 처음에는 사망으로 했다가 종국에는 실종 처리로 바꾼, 토미노 감독과 비슷한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저 위에 점쟁이만 해도 저 말 이후에 '죽음은 그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이상, 그저 지켜볼 뿐이다'라는 말로 살 수도 있음을 암시하니까요. 역시 진정한 답은 '몰라'일까요?[...]

    게렉터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확실한 입장 표명은 무리더라도 각 장면에서 또 다른 복선이 있다고 보시는지 궁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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