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록 The Rock 영화



가장 멋진 액션 영화를 꼽으라면, 일단 떠오르는 것은 "더 록"이다. 물론, "빽 투 더 퓨처"나,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가 "더 록"보다 못하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이런 영화들은 액션 이외에도 환상물의 탐험 요소를 전면적으로 내세우는 조금은 구분될 필요가 있는 영화다. 말하자면, 나는 "더 록"이 감히 "다이 하드" 보다 더 낫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영화의 중반 자동차 추격전 장면이 쓸데 없이 부수기만 하고 길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더 록"의 중반 자동차 추격신의 속도감은 감탄스러울 정도로 완벽하다. 페어몬트 호텔 스위트룸 발코니에서 시작해서, 정신없이 도시를 훑고 지나가다가 조용하지만 장중하게 팰리스 오브 파인아트에서 마무리지어지는 이 일련의 장면들은, 모든 액션 영화의 모든 추격전 장면 중에서도 가장 완벽한 박자감각을 갖고 있다.

특히, 이 장면에서 연출, 줄거리, 인물 성격 그리고 신나는 속도감, 이 모든 것과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는 한스 짐머의 음악은 영화 사상 음악 사용중에서도 손에 꼽을만하다. (과장하면) 이렇게 말하고 싶다. 이 부분의 음악을 즐기면서 영화를 다시 한 번 볼 때, 감격에 전율하지 않는 액션 영화 팬은 없으리라.

이 장면은 비단 그 연출이 신날 뿐만아니라, 영화 전체의 구조에도 아주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그저 요란한 쇼이기만 하지는 않다는 말이다. 이 장면에서 과연 저 유명한 늙은이, 존 메이슨(숀 코네리)이 얼마나 뛰어난지가 제시되고, 그러면서 동시에 숀 코네리의 딸이 등장해 인물의 성격을 절절히 묘사한다. 거기에 추격전의 한쪽 축인 니콜라스 케이지는 화학 공부벌레 FBI 요원이라는 인물 성격을 잘 보여주는 추격장면을 펼치면서 동시에 이 장면에서 영화 후반부를 이끌어 나가는 숀 코네리와 니콜라스 케이지 두 사람의 묘한 연대의식을 강한 복선으로 제시해준다.

"더 록"은 제목값도 충실히 하고 있다. "더 록"은 영화의 무대가 되는 알카트라즈 감옥을 충분히 개성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알카트라즈 감옥이 이토록 유명해진 것은, 알카트라즈 감옥에서 손에 잡힐 듯 샌프란시스코 시내를 조망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일게다. 덕분에, 알카트라즈 섬에서 종신형을 살아야 하는 죄수들은 저 아름다운 도시의 야경을 보면서, 바깥세상의 자유에 대한 꿈에 심장이 끓어오를 듯 했던 것이다.

"더 록"은 대도시를 잘 조망할 수 있는 외딴 감옥이란 설정을 교활할정도로 잘 활용하고 있다. 일단 샌프란시스코에서 카 체이싱을 벌이게 할 수 있는 이유를 제시하기도 하고, 미사일로 도시를 위협한다는 장면의 감각을 좀 더 생생하게 다가오게 한다. 말하자면, 더 록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 장거리 핵미사일을 발사해서 세계를 위협한다고 하면, 이처럼 샌프란시스코라는 곳의 현장감을 잘 살아나게 하지는 못할 것이다. 마지막 장면 근처에 나오는 금문교 아래를 통과하는 전폭기 편대 같은 것은 이러한 장점을 단적으로 표출하는 멋진 장면이다. 아니 그리고, 더 록이 아니었다면, 어떻게 니콜라스 케이지의 마지막 신호보내기 장면 같은 명장면이 나왔겠는가?

영화의 카체이싱 장면과 더 록 내부에서의 액션도 훌륭하지만, 이런 훌륭함을 최고로 완성하는 것은 멋진 클라이막스다. 이 영화의 클라이막스는 갈등을 빚고 서로 찢어진 굿스피드와 메이슨이 다시 손을 잡는 것에서 출발한다. 두 인물의 대립되는 성격을 마지막으로 활용하고 대단원을 향해 치닫는데, 이제 험멜 장군의 최후 장면으로 넘어가면서 클라이막스 전개는 또다른 속도감을 얻게 된다.

그리고, 어두컴컴한 감옥안이 아니라, 아침 햇살이 쏟아지는 환한 섬 바깥에서 전혀 다른 색조와 분위기로 펼쳐지는 마지막 액션신이 나온다. 이 액션의 격투는 별다를 것은 없다. 하지만, 샌프란시스코만의 경치를 활용하면서, 아침 햇빛의 조명을 이용해 보여주는 액션의 색감은 또다른 묘가 있다. 특히 "더 록"의 모든 액션이 지하와 야간에 진행되었기 때문에, 트인 곳에서 일출과 어우러지는 액션은 어떻게 보면 꽤나 시적으로 다가온다.

이 액션은 모든 일의 발단이 된 VX가스를 수미쌍관식으로 한 번 짚고, 그리고, 단연 영화최고의 장면으로 꼽히는 "초록색 연기" 장면으로 이어진다. 이 장면에서 숨막히게 전개되는 클라이막스 액션은 아주 장중하게 끝을 맺는다. 이런 감정이 철철 넘치면서도 아주 중량감이 있는 결말은 존 메이슨의 과거와 딸에 대한 사연, 험멜 장군의 사연과 같은, 영화의 곁가지 이야기들과 통해 있다. 즉 유머 섞인 액션 이면에 있는 인간성의 분위기를 은근히 이어가고 있기에, 완벽함을 갖추게 된다.

이 초록색 연기와 샌프란시스코 바닷가에서 망원렌즈로 관측한 긴박한 "Green smoke! green smoke!" 하는 외침이 상황실로 어지럽게 오가는 장면, 그 배경을 흐르는 한스 짐머의 느린 템포의 음악은, 헐리웃 오락영화식 감동이 뭔지 확실히 보여준다.

영화의 유일한 단점은 다소 안일하게 설정된 험멜 장군의 범행동기와 그 부하들이다. 험멜 장군이 샌프란시스코 시민 전체를 인질로 두고 벌이는 인질극 치고는 그 범죄구상은 논리적으로 도무지 말이 안되며, 덕분에 험멜 장군이 괜히 분위기 잡고 장렬해질때마다 실소를 금할 수 없게될 위험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이런 각본상의 구멍 하나를 메워주는 것은 배우들의 굉장한 연기다. 에드 해리스의 험멜 장군 연기는 자신의 이미지를 100퍼센트 활용하면서, 또한 가장 잘 다듬어진 형태로 보여주기도 하면서, 각본상의 결점을 완전히 잊게 만든다.

숀 코네리는 관록섞인 연기를 꽤 잘하고 있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자신을 만든 제임스 본드의 후광을 이처럼 유려하게 끌어내서 사용할 수가 없다. 에드 해리스와 숀 코네리가 서로 만나, 인용구를 읊으면서 신경전을 벌이는 고전적인 장면은, 이 두 사람의 이런 연기와 이미지가 팽팽히 나서서 도저히 다른 배우들은 흉내낼 수 없는 믿음직스런 느낌을 준다. 아마 왠만큼 연기력이 좋은 배우가 했더라도, 이 장면은 두 사람이 아닌 다음에야 너무 전형적인 헐리우드 영화 클리셰로 보여 웃음이 픽 나왔으리라.

이 영화는 기본적으로 명예라든가, 충성과 같은 가치에 일정부분 기대고 있는 영화다. 그리하여, 이런 형태의 영화속 "주의"에 반사적인 거부감을 갖고 있는 많은 영화팬들에게는 의외로 재미에도 불구하고 제 값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영화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런 부분 이외에도, 굿스피드와 존 메이슨의 이면에서 표출되는 개인적이고 인간적인 점을 더욱 부각하고 있다. 그리고, 그런 점을 다 젖혀 놓고라도, 액션 장면의 절묘한 리듬감과 완벽한 시각 구도의 연출은, 90년대까지 쌓인 헐리우드 연출력의 정점이라 할만하다.


그 밖에...
카체이싱 장면에서 western california로, 존 메이슨이 도주 할 때, 많은 자막들이 "서부 캘리포니아로 도주중이다"라고 말하는 것으로 번역합니다. 하지만, Western California는 샌프란시스코 시내의 거리 이름중에 하나입니다. "웨스턴 캘리포니아 가로 도주중이다."가 맞는 번역일 겁니다.

비슷하게 많은 자막과 달리, 숀 코네리와 딸이 만나는 Palace of Fine Arts 는 미술관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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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지금은 2009/12/03 02:04 # 답글

    리뷰 잘 읽었습니다.
    더 록의 굿스피드는 저에게 이상적인 액션 영화의 주인공입니다. 인용하신 저 장면 - 추격 마지막에 존 메이슨을 배려한 마음씀과, 싸움의 기술은 부족하나 FBI의 일원이자 한 아이의 (미래) 아빠로서 (동료인 메이슨이 잠깐 포기한 상황에서조차) 할 수 있는 모든 걸 거는 인물 - 완벽하지 않지만 노력하는 주인공, 멋지잖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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