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우먼 Wonder Woman 시즌1 영화

대표 에피소드 선정:Fausta, the Nazi Wonder Woman 에피소드 (1x03, 가끔은 1x02로 분류됨)


(정겨운 형식의 함정)

이 에피소드는 수십년이 지난 후 다시 볼 때, 즐겁게 웃을 수 있는 한심함이 결코 부족하지 않다. 원더우먼이 애초에 20세기 초중반의 전형적인 만화속 영웅들을 전면에 내세우는 TV쇼이고, 그 중에서도 복고적인 단순함을 스스로 표방한 것이라고 해도 원더우먼 시즌1의 많은 에피소드들, 특히 "Fausta, the Nazi Wonder Woman"는 좀 더 막나간다. 원더우먼 시즌1의 조악한 부분들은, Z급 영화, 괴작, 에드우드 영화, 남기남 영화를 굳이 찾아보며 즐기는 취향을 꽤 만족시켜줄 수 있다.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원더우먼을 생포해서 조사하라는 아돌프 히틀러(!)의 지시에, 유능한 나치의 여성 요원 파우스타가 투입된다. 그리하여 원더우먼이 납치되고 다시 탈출하는 이야기다.

특수효과라고는 극소량만 사용되었고, 미국, 영국, 독일을 왔다갔다하는 장쾌한 이야기는 예산을 아끼려는 노력이 과시처럼 화면위에서 벌어질 빌미를 제공한다. 동네 일식집에서 일본 현지 장면을 다 찍어버리곤 하는 기가막힌 한국 비디오 영화들이나, 문명 멸망후의 인류 모습을 폐광/공사장에서 대강 찍어 담아내던 한국 비디오판 북두신권을 연상케 할 정도다. 거기다 소품들, 엑스트라들, 상대방을 포박하는 동작들, 대사들도 두려울 게 없다는 듯 누추하다.

원더우먼의 활약을 보여주는 액션은 또 어떤가. 워낙에 양식화된, 고무줄 뛰기 같은 박자의 총알막기 장면이야, 그냥 "본드, 제임스 본드"나 "보드카 마니티, 젖지 말고 흔들어서"로 이해해 줄 수 있다. (그렇지만, 악당의 권총사격과 짝짜꿍 놀이처럼, 좀 심하게 박자를 맞추는 모습이 그 이해를 좀 방해도 한다.) 원더우먼이 격투에서 사용하는 유일한 기술은 손바닥으로 살짝 밀기 혹은 그 확장판인 민 후에 잡아 던지기인데, 그 연출이 꽤나 인상적으로 무책임하다. 특히 원더우먼이 커다란 상자속에 나치 악당들을 박력있게 구겨넣는 장면.... 을 의도했던 장면은 그 정점이다. 악당들은 차례 차례 밀려와, 상자를 향해 도움닫기, 발구르기, 공중동작의 3단계를 반복하고, - 꼭 체육시간 처럼 - 원더우먼은 리드미컬하게 악당을 살짝살짝 밀어서 도와준다.

이 에피소드에서 원더우먼 고유의 양 손바닥을 편 발레의 날개짓 같은 무예 준비 자세는 어느 때보다 엉성해 보이고, 특히 그 자세로 파우스타와 마주한 채 반시계 방향으로 빙빙돌며 서로 노려보며 대화하는 장면은 순간적인 그 극단을 보여준다. 비슷한 시기의 이소룡이 이 에피소드를 보았으면, 복잡미묘한 기분에 어떤 감동까지 느끼지 않았을지.


(어느 유파의 무예이길래, 기본 자세가 이러한가.)

연기는 또 어떤가. 몇몇 배우들은 코메디 장면에서 적당히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런데 한 때 우리나라 TV쇼에는, "우리사람"으로 시작해서 "~해"로 끝나는 대사면 중국어로 인정해 줬던 것이나, "스므니다"로 끝나게 말하면 일본어로 인정해 줬던 기묘한 그 관습이 있었다. 바로 그런 관습의 원형 그대로의 투박한 모습을 이 에피소드에서 맛 볼 수 있다.

모든 독일 인사들은 독일 액센트의 영어로 이야기하고 이걸 시청자들에게 가상 독일어로 받아 들이길 권한다. 이 가짜 독일어는 나름대로 독일 이민들의 말투를 적당히 잘 반영하고 있는 것 같긴 한데, 그러나 아무래도 감정 표출이 적극적인 장면에서는 엉성함이 물흐듯 흘러 넘친다. 이것은 배우들의 문제라기 보다는, 이런 가짜 독일어로 도대체 어떻게 연기를 이끌어가야할지 모르는 연출의 문제일 것이다.

그나마 연기의 이런 점은 기술적인 한계일 뿐이요, 만화속 악당들의 평면적인 모습과 상승작용을 일으키는 부분도 있다면 있어 보인다. 그러나 가끔 등장인물들이 돌아가면서 보여주는 강렬한 "연기붕괴"는 거기서 좀 더 막나간다.

이들은 고전 텔레비전 연기의 지루한 무성의함에 쩔은 모습을 충분히 자주 보여준다. 트레버 소령이 "저건 원더우먼이 아니야!" 하는 장면은 여러가지로, 비슷한 시대 신성일 영화의 과장된 성우연기를 떠올리게 한다. 그것도 좋지 않은 부분의 공통점이 트레이드 마크처럼 떠오른다. 이런 연기와 말투, 대사들을 듣다보면, "퓨처라마"의 가장 막나가는 악당인, 잽 브래니건 함장의 화끈하게 치밀어오르게 하는 말투의 정통파 원류를 발견할 수 있다.

전체적으로 연기와 기술의 측면은 논스톱5 와 난형난제, 막상막하 수준으로, 자기 고유의 희극적 과장을 내세우는 논스톱 시리즈에 비하면, 나름대로의 꼼꼼함이 필요했을 원더우먼에 문제가 더 많다.


(악당들의 체육시간)

엉성한 효과, 도무지 현실감을 이루어내지 못하는 연출, 한심한 연기. 이 3박자를 마음껏 비웃으며 즐길만하다고 지금까지 떠들었는데, 그렇다고는 하지만, 동시에 이 에피소드는 결코 무시 못할 장점을 갖추고 있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정통적인 재미 속에, 그런 값싸고 부족한 엉성한 기술을 감상하는 재미가 잘 녹아들어 있다. 바로 이런 점이, 아직도 원더우먼이 볼만한 것이 되는 이유 중에 하나일 것이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은 박진감 넘치는 내용이다. 물론 상황을 억지로 연결시키기 위한 대사와 설정들은 어림없는 부분이 많고, 이런 부분이 기술적인 부족함과 잘 어울려 한심함의 강도를 2%에서 200%정도 증가시켜 주기도 한다. (도대체 무슨 교통 수단과 피로 회복제를 이용하길래, 전날 밤에 독일군 특수 비밀 기지에서 죽을 고비를 넘기다가 다음날 아침에, 북해/대서양 건너 미국의 관청으로 '정상출근'하는 것인지. 이런 비현실적인 설정이 도대체 어디까지 의도된 것인지... )

그러나, 모든 등장인물들이 끊임없이 자기의 정체를 숨기고 바꾸고 드러내며, 그러는 사이에서 오해를 주고 받는 이 에피소드의 구성은 속도감이 있다. 원더우먼 시리즈에서 하는 일 없기로 악명 높은 트레버 소령조차, 이 에피소드에서는, 본연의 군인, 휴가 중인 사람, 특수부대 침투조, 농민 등등의 정체를 겹겹이 겹쳐쓰고 어지럽게 위장을 한다. 여기에다 트레버 소령 고유의 다이애나 상관이자 원더우먼 팬클럽 회장이라는 이중적인 성향도 유감없이 발휘된다. "지나가는 사람2" 정도의 인물까지도 가짜 신분과 진짜 정체를 사용하는 형국인 이 에피소드는, 끊임없이 가면을 바꾸는 중국의 전통 변검 쇼같은 박진감과 흥미진진함이 있는 셈이다.

이런 구성은 첩보물과 "정체를 숨긴 영웅물"의 핵심을 정면으로 가져와서 풍성하게 펼쳐낸 수법이었다. 대단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적어도 큰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도 재미난 이야기를 풀어가는 잘한 일 중에 하나다. 괜찮은 소재와 돈을 퍼부은 기술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루해지는 이야기를 만들었던 "2009 로스트 메모리즈", "원더풀 데이즈"나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같은 영화들이 확실히 본받을만 하다.

여기에 한 가지 더 이야기에 입체감을 주는 것은, 중심 인물인 원더우먼에 대한 좀 다른 접근이다. 보통 영웅담은 영웅이 보호하거나 공격해야할 대상이 있어서, 이 대상을 두고 공방전을 펼치는 양상으로 나가게 된다. 그렇지만, 이 에피소드에서는 원더우먼 자신이 나치 스파이들이 노리는 대상이 되고, 자신 스스로가 보호하고 구출해야할 대상이 된다.

이런 이야기 역시 초능력 영웅물이 좀 답답해 질 때마다 한 번씩 써먹는 것이긴 하지만, ("셜록 홈즈의 회상록"의 홈즈가 죽는 장면을 보라) 이 에피소드 처럼 신속하게 인물들이 계속 다른 인물로 위장하는 이야기에서는 이런 구성이 혼란을 강조하고 더 속도감을 주는 추가적인 효과가 있다. 정체 바꾸기 이야기 속에, 원더우먼-다이애나의 전형적인 이중성 유머, 긴장 구도들이 좀 더 재미나게 사용될 수 있었던 것이다. 덕분에 이 에피소드는 꽤나 대강 만든 것처럼 보임에도 불구하고, 결코 이야기가 방만하거나 지루하지 않으며, 반대로 흡인력과 호기심을 갖게 한다.


(납치되는 원더우먼)

충분히 흥미진진하고 지루함이 없는 이야기 전개와 더불어, 이 에피소드를 구원하는 것은, 물론, 어김 없이, 린다 카터다. 연기가 나락으로 떨어지는 부분이 적지 않다고 이야기했지만, 린다 카터에 대해서만은 거의 예외다.

우선 린다 카터는 굉장히 성실하게, 열심히 연기하며, 동시에 쓸데 없는 과장이나 고루한 연기를 답습하지 않고, 할 수 있는 한계 내에서 최선을 다하려 한다. 성조기가 그려진 유니폼에 금박지로 만든 왕관을 쓰고, "나는 '원더' 우먼입니다"라고 하는 역할을 하면서도, 동시에 이런 연기의 정석과 겸손한 기본을 견지한 결과는, 독특하게 좋다. 아무렇게나 진부함으로 추락하는 다른 인물들의 연기에 비해서, 린다 카터의 원더 우먼은, 이런 독특한 성실함 때문에 훨씬 생동감있는 인물이 된다.

기술과 연출에 대한 악담을 많이 했는데, 린다 카터에 대해서만은 이것까지도 어느 정도 예외다. 원더 우먼과 다이애나를 오가는 극명한 대조는, 인물들을 꾸미는 좋은 치장들로 재미있게 드러나 있다. 아마 만화책의 원더 우먼 캐릭터의 재미난 부분을 잘 뽑아온 덕일지도 모르겠다. 진짜 원더우먼 - 가짜 원더우먼의 대립구도도 굳이 매달려서 질질끄는 대신 경제적으로 써먹고 있고, 정직한 평화의 사도로서 단순하게 쭉 벋은 인물을, 린다 카터라는 배우의 매력을 다양하게 강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항상 화면 속에 담았다.

항상 린다 카터의 연기에 어울리게 연출은 진행되며, 여기에 린다 카터는 그만큼 부합한다. 예를 들면, 나치의 원더우먼 기절 납치 장면처럼, 가려진 성적인 긴장감을, 또한 노골적으로 강조하는 부분에서도, 그 효과가 좋도록 연출이 구성되어 있으며, 린다 카터는 그 속에서 다른 배우들이 따라하기 어려울 정도로 충실히 연기를 잘 수행한다. 린다 카터가 다이애나를 연기할 때 보여주는 몇몇 미묘한 표정과 대사들은 자기가 연기하는 인물이 몸에 베어, 순수하게 연기 자체로 좋은 모습이기도 하다.


(린다 카터)

전체적으로 원더우먼 Fausta, the Nazi Wonder Woman편은, 30년전의 특수효과 TV쇼를 다시 돌아보며 즐길 때 재미를 느끼게 하는 요소들이 넘쳐나는 표본과도 같은 에피소드다. 중심 스타의 쏟아지는 매력과 단선적이지만 재미있는 이야기로 가득차 있고, 동시에 추억의 웃음을 주는 기술적인 부족함과 썰렁함도 태양처럼 작렬한다.

원더우먼 시즌2의 이야기들은 와이어 액션들이 훨씬 강화되고, 배우들의 연기가 전체적으로 더 그럴듯하게 변하는 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간 더 재미없고 상대적으로 조금은 지루한 이야기들이 많아지는 것과는 특징적인 대조를 이룬다.

핑백

  • 게렉터블로그 : 주제곡이 좋은 TV 외화 시리즈: 순위외 순위 20~11 2007-09-07 12:57:22 #

    ... 무척 재미납니다. 한국에서도 그 엄청난 매력의 인기는 대단해서, 불법으로 만든 애니매이션판이 제작되기도 했습니다. (원더우먼에 대해서는 이전 글을 링크 http://gerecter.egloos.com/1544154 해 두겠습니다.) +11. 스파이더맨 (Spiderman, 1967~1970) 스파이더맨의 TV판은 일본에서 만든 스파이더맨 ... more

덧글

  • 김미자 2007/03/29 01:04 # 삭제 답글

    아름다워요
  • 게렉터 2007/03/30 14:02 # 답글

    김미자/ 미인대회 1위로 연예계 경력에서 치솟기 시작한 배우의 대표가 린다 카터이고, 히트작이 TV쇼 뿐인 배우치고는 아직까지도 린다 카터 팬은 상당히 많은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 임나리 2010/04/07 16:30 # 삭제 답글

    원더우먼이손으로이럿게하는게제미있었어
  • 임나리 2010/04/07 16:34 # 삭제 답글

    제미있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임나리 2010/04/07 16:35 # 삭제 답글

    스파이더맨
  • 하늘 2016/07/24 06:13 # 삭제 답글

    원더우먼~~ 최고 네요~~~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