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기증 Vertigo 영화

고소 공포증 때문에 은퇴한 전직 형사가 있습니다. 이 형사는 친구로 부터 아내를 조사해 달라는 부탁을 받습니다. 내용인 즉슨, 아내가 유령에 홀린 것 같다는 것입니다. 줄거리에 초점을 맞춘다면, 아이디어에 모든 것을 거는 몇 쪽 정도의 엽편이나 단막극 하나 정도가 나올법 합니다.

"현기증"은 널리 알려진 알프레드 히치콕 영화들 중에서 이야기 전개가 느린 영화에 속합니다. 이 영화는 다소 긴장감 있는 사건 몇 개를 띠엄띠엄 섞어 놓았을 뿐입니다. 후반부에 다소 감정이 격해지고 전개가 빨라지긴 해도, 적어도 영화 전반부의 대부분은 느릿느릿 뚜렷한 이야기의 진행 없이 흘러 갑니다.

이런 영화 특성을 상징하는 것은, 이야기에서 가장 큰 비중을 가진 조역인 "미지"라는 인물입니다. 이 인물은 대사도 많고 클로즈업 장면을 비롯하여 배당된 동작도 많지만, 이야기 전개 자체에는 아무런 공헌을 하지 않습니다. 줄거리 전개 자체를 위해서만 본다면 역할이 거의 없는 인물입니다.


(남녀 주인공)

이 인물은 남자 주인공의 옛 약혼자이며, 아직까지 남자 주인공에게 약간의 사심이 남아 있습니다. 그리하여, 연애 이야기 초장을 펼치는 대사들을 하면서, 나름대로 인물을 구성하고 있기도 합니다. 그러나, 줄곧, 이야기 자체에는 거의 아무런 개입을 하지 않습니다. (주인공에게 잠시 들를 서점을 잠깐 소개해 주긴 합니다.)

그러나, 영화상에서 "미지"라는 인물의 기능은 아주 중요합니다.

이 영화 후반부의 휘몰아치는 장면들을 위해서는 전반부에 설득력있는 남녀 주인공상을 자리잡게 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여자 주인공은 지극히 비일상적이고 통제 될 수 없는 꿈 같은 인상이어야 합니다. 그에 비해 남자 주인공은 굉장히 일상적이고 평범한 인물이어야 합니다. 그러다가, 어느새 아주 조금씩 헛점이 생겨서 숨겨진 이상 심리를 아주 서서히 납득갈만한 속도로 드러내는 인물이어야 합니다. 바로 이런 표현을 살리기 위해 나오게 된 인물이 "미지" 입니다.

미지는 남자 주인공과 아주 안전하고 정상적인 관계를 유지합니다. 두 사람의 대화는 전형적인 멜로드라마 초기 장면의 수법이며, 이 사람의 연기 방법과 연출 자체도 일상적이고 자연스러운 것을 의도하여, 과장이나 생략은 없습니다. 수줍게 마음을 보였다가 거절당했을 때에도, 청소년 성장 드라마 같은 것의 후회하는 주인공 모습 같다. "어떻게 나를 사랑하지 않지?" 라며 전기톱을 휘두르거나, 목을 맨 뒤 원혼이 되어 세상을 떠돌거나 하는 모양과는 아주 먼 거리를 두고 있습니다.

따라서 결과적으로 미지와 이렇게 교우 관계를 맺고 있는 남자 주인공도 그만큼 정상적이고 일상사적인 인물이라는 느낌을 줍니다. 동시에 미지라는 인물과의 관계가 조금씩 비뚤어질 수록, 이 남자 주인공이 뭔가 일상에서 일탈해 가고 있구나 라는 느낌을 자연스럽게 줄 수 있습니다.

여자 주인공도 마찬가지 입니다. 여자 주인공은 우선 외모와 의상부터 압도적으로 인상적이게 구성되어 있어서 미지와 극명한 대조를 이룹니다. 쉼없이 재잘거리며 수다스러운 미지에 비해, 여자 주인공은 대사가 거의 없고, 대신에 카메라와 조명이 현란하게 그녀를 휘감으며 별별 강조스러운 인상을 다 줍니다. 주로 한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으며 남자 주인공을 만나는 미지에 비해서 여자 주인공은 쉼없이 돌아 다닙니다. 이렇게 남자 주인공을 사이에 두고 미지라는 조역과의 대조를 통해, 여자 주인공의 강렬한 인상은 손쉽게 얻어 진다고 생각 합니다.

마찬 가지로 전반부의 느린 영화 전개 전체도 하는 일이 "미지"와 같습니다. 이 긴 시간은 줄거리 설명에는 별 도움이 안되지만, 줄거리에 설득력을 줄 인물들의 성격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느릿느릿한 내용 전개는 관객들에게 남녀 주인공들의 분위기에 대해 충분히 인지할만한 시간과 기회를 주고, 또 충분한 시간을 두고 일상적인 남자 주인공을 파국의 세계로 끌고 감으로서, 감정의 전개 자체를 부드럽게하는 기능도 갖고 있습니다.

줄거리 전개 자체에는 도움이 되지 않지만, 인물들의 성격 표현을 위해 끼워 넣은 사건 전개. 그런 면에서, "현기증"의 전반부가 하는 기능은 "더 록"에서 샌프란시스코 시내 추격전이 하는 일과 꽤 비슷합니다. 사실, "현기증"의 전반부와, "더 록"의 샌프란시스코 시내 장면은, 샌프란시스코 시내의 카체이싱이라는 면에서는 같기도 합니다.


(영화속에 나타난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

이런 식의 느린 전개 속에서 성격을 표현한다면, 아마 홍상수 감독 영화라면 별 상관 없어 보이는 사건들을 그냥 띄엄띄엄 뚝뚝 끊어지면서 진행되도록 주욱 늘어 놓아 배치했을 것입니다. 김기덕 감독 영화라면, 썰렁하게 시간을 보내는 와중에 과장된 폭력이 개입되고 자극적으로 변형시킨 장면을 배치해서 지루함을 막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현기증"을 만든 사람은 "39계단" "해외특파원" "파괴공작원"을 만든 사람인 고로, 또 다른 수법들을 사용합니다.

알프레드 히치콕은 비교적 진취적인 방법 하나와 진부한 방법 하나를 사용했다. 진취적인 방법이란 두 주인공의 성격을 제시하는 이 장면을 절묘한 "엿보기" 장면으로 꾸민 것입니다.

엿보기란, 조금만 맛보는 초콜렛이나 한 잔만 마시는 맥주 같은 데가 있어서 쓸 데 없이 더 재미있습니다. 그 대상이 지하철에서 옆사람이 보는 스포츠 신문이 되건, 창밖으로 내다보는 짝사랑하는 옆반 순이의 체육수업이건 색다른 긴장감이 있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더군다나 상대방이 킴 노박이고, 유령 이야기가 얽혀 있다면? 이 영화는 몽롱한 안개 효과 필터, 거울 트릭, 색채 효과 등등 엿보기 장면으로 만들 수 있는 다양한 미술들을 펼치면서 관객들이 흥미진진하게 내용을 관찰 할 수 있게 합니다.

진부한 방법이라는 다른 한 가지는 호소력있게 울려퍼지면서 낭만파 풍의 극단을 치는 배경 음악입니다. 몇몇 정적인 장면들은 사실 별 대단한 가치가 있는 장면들도 아닌데, 다만 기막히게 멋진 버나드 허먼의 배경 음악 때문에 그럴듯해 보입니다. 알프레드 히치콕과 수없이 많은 음악 작업을 함께한 버나드 허먼의 음악 중에서도, "현기증"의 음악은 분명히 손에 꼽을만 합니다.

이렇게 전반부를 느리게 끌고 나가는 것은, 한편으로는 이야기가 대단히 정교해 보이게 하는 효과를 주기도 합니다. "현기증"의 중심 줄기는 영리하게 짜여진 부분도 있지만, 그만큼 논리의 비약도 있고, 몇가지 헛점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개의 흡인력을 더하고 인물들을 정말로 생동감있게 하려면 이야기가 굉장히 그럴듯해 보여야 합니다. 그 사이의 틈을 메우기 위해서 느릿느릿하게 진행하면서, 적당히 말 안되는 부분은 숨기고 말 되는 부분의 강렬함을 강조하는 등의 준비를 할 수 있습니다.

자주, 이 영화가 반전을 중간에 노출시키고, 인물 성격 표출에 무게를 준 것에 대해 언급하곤 하는 데, 이것은 병렬적일 수 있는 선택입니다. 반전을 중간에 노출시키고 이야기를 만들 수도 있고, 반전을 끝에 두고 이야기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 반전을 중간에 노출시킨 기능은 단순히 시점을 바꾸고, 인물간의 대결과 서스펜스를 강조하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그만큼 중요한 또 다른 기능은 이야기 전체의 응집도를 높이고, 주제부 표출을 더 강렬하게 하는 것입니다.

"현기증"이라는 영화 전체가 내뿜는 것은 "현기증"이라는 추상적인 인상입니다. 높은 곳에 올라갔을 때 느끼는 현기증, 끝없이 유령의 윤회가 만드는 빙빙도는 현기증, 억지로 꼬이고 어지럽혀진 상황이 만들어내는 현기증. 소용돌이 모양을 볼 때 느껴지는 현기증. 반복되는 사건의 전후가 혼란스러운 현기증. 절망적인 상황의 현기증. 이런 다양한 각도의 조명으로 엮어낸 많은 이야기와 화면들이, 결과적으로 하나의 추상적인 이미지인, 혼란과 당황을 향해 모두 모아지게 됩니다.

이 영화의 원작 소설 제목은 "죽음의 입구" 였는데, 이것은 영화에서 "현기증"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렇게 되면서, 알프레드 히치콕은 원작의 반전을 중간으로 옮기고 (모두가 한 목소리로 반대했다고 한다) 대신에 다른 요소들, 즉 "현기증"이라는 인상의 다양한 형태를 풀어 놓았습니다. 고소공포증의 현기증, 반복되는 무늬가 혼란스럽게 지나갈 때 느껴지는 현기증. 그런 것들이 주인공 앞에 불안하게 교차되다가, 결국은 영화 전체의 이런 인상들을 모두 연결해 아우릅니다.

가끔 관객들은 마지막 장면에 이르러, 주인공이 고소공포증에서 벗어나게 되었다고 받아 들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바로 이런 맛을 어느 정도 놓치는 셈입니다. 다른 부분에 더 주목한 결과겠지만. 조금 생각해보면, 주인공은 영원히 고소공포증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게 영화 전체를 되돌아볼때, 영화 전체의 응집력이 갖는 강렬한 중심소재 - "현기증" - 의 힘이 이 영화의 묘미가 됩니다. 이런 구성상의 힘을 얻기 위해 구성의 접착제가 되는 기괴한 반전을 중간에 터뜨린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현기증"의 구성은 중간에 반전을 제시했지만, 결말은 그 반전을 "현기증"이라는 하나의 인상으로 포함해서 활용하기 때문에 반전 자체의 힘을 능가하는 더 강한 파국으로 보이게 됩니다. 이런 고전적인 점층법은 "스타워즈"의 대사선과 스타 디스트로이어의 연속 출연 같은 전형적인 비교의 기법이기도 해서, 영화 결말의 더욱 인상 깊게 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다리오 아르젠토의 대표적인 걸작 중 하나인 "페노미나"와 "현기증"의 이야기 전개 속도감이 거의 같다는 것입니다. 종종 다리오 아르젠토가 "이탈리아의 히치콕"이라고 불리운다는 면에서 이 점은 한 번 언급해 볼만합니다.

두 영화 모두 짤막하고 강렬한 도입부로 시작하며, 전반부에는 좀 몽롱하고 느릿느릿하게 사건을 전개해 나갑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부터 갑자기 숨겨진 사실들이 드러나면서 사건들이 터져나오는 시기가 있고, 그 이후에 강렬한 결말이 있다는 사실과 결말을 만들기 위해 소재를 사용하는 방법도 같습니다. 더군다나 두 영화 모두 호소력있고 멋진 배경 음악을 전면에 강조해서 사용한다는 공통점까지 있습니다.


(닮은 배우들: 20세기 중엽의 킴 노박, 20세기말의 이혜영, 21세기초의 스칼렛 요한슨)

여자 주인공을 맡은 킴 노박은 장황한 대사를 읊을 때는 다소 불안한 구석이 있습니다. 연극적으로 상황을 제시하는 대사에 약해 보인다. 그러나 일단 대사의 양이 적어서 별 문제 될 것이 없습니다. 그에 비해 킴 노박의 예측하기 힘들고 불안한 느낌이 잘 사는 얼굴 표정은, 단연 빛나는 개성의 힘을 갖고 있습니다.

알프레드 히치콕과는 낯선 사이였던 킴 노박은 다소 서먹해 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전혀 다른 인물의 두 성격을 표현해야 하는 이 영화에서, 킴 노박은 바로 자신이 서먹해 하는 인물을 연기했습니다. 다시 말해서 킴 노박은 알프레드 히치콕이 킴 노박으로는 좀 모자라는 듯해서 못마땅해한, 알프레드 히치콕이 만들어낸 인물을 연기했습니다. 그러는 한편으로 영화의 다른 부분에서 킴 노박은, 자신이 연예계에서 자주 활용하던 이미지를 써먹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양쪽을 넘나들며 기막힌 대조를 보여 주기에, 인물의 양면성이 사실감있게 드러났다고 생각합니다.

"령"과 같은 영화에서는 공포 영화주인공으로 내세운 김하늘의 연기와 이미지가 이야기 전개에 악영향을 미쳤는데, 이것은 킴 노박이 현기증에서 해낸 것의 정 반대였습니다. 유능한 연출자와 배우의 일이었다면, 기억 상실 전후의 이중적인 인물 성격을 표현할 때, 하나는 철저히 가다듬은 새로운 연기 변신으로 구성하고, 다른 하나는 김하늘이라는 배우의 기존 이미지를 손쉽게 재활용해서 꾸몄을 것입니다.

남자 주인공을 맡은 제임스 스튜어트는 알프레드 히치콕이 허구헌날 기용해 쓰는 그대로 입니다. 제임스 스튜어트는 뜻하지 않게 이상한 일에 빠진, 관객들이 동일시 할만한 배역 입니다. 지나치게 안전한 캐스팅이었기 때문인지, 격렬한 감정을 표출하는 장면에서 제임스 스튜어트의 표정 연기는 지나치게 고전적으로 양식화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그럴 때는 가끔 설득력이 없어 보이기도 합니다. 알프레드 히치콕이 투덜거린 대로, 전체적인 구도에서 좀 나이가 들어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의 파란 눈이 조명을 받아 번쩍이는 순간적인 느낌은, 반대로 그런 양식화된 연기의 도움을 얻기도 합니다. 비현실적이라고 했지만, 순간적인 강조효과는 오히려 뛰어납니다. 게다가 영화 전체를 지배하고 있는 것은, 격렬한 감정의 표출이 아니라, 혼란을 느낀 헤메는 표정인데, 그런 부분에서 제임스 스튜어트는 뛰어나다. 비슷한 맥락에서, "이상한 일에 빠진 보통 사람"의 성격을 강조할 때는, 다소 건조하면서도 분명한 데가 있는 대사 연기들은 더없이 적절합니다. (심지어 제임스 스튜어트가 나이 들어 보이는 것도, 이야기가 이상심리와 집착의 느낌을 풍길 때는 도움이 된다.)

제임스 스튜어트처럼 건조하면서도 명료한 대사 연기로 관객들의 대리자가 되는 느낌은 한석규 연기라는 것과도 다소 통하는데가 있습니다.

어쩔 수 없는 옛날 영화라서, 부서지는 파도를 배경으로 한 키스신이나, 빨강색으로 번쩍이는 공포효과처럼 이 영화는 진부한 연출들이 종종 보이기도 합니다. 또 다양한 장치들을 섞었두었는데도 불구하고, 전반부의 연출은 가끔 늘어질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어쩌면, 찰리 채플린 초기 영화에 말소리가 안 나온다고 투덜거리는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현기증"은 반전 하나를 아이디어로 어떻게 하면 2시간짜리 중후한 영화로 키울 수 있는지에 대한 탁월한 해법입니다. 반전을 알고 봐도 이 영화만큼 재미가 덜해지지 않는 영화도 꽤나 드물며, 그런즉, "현기증"은 두 번 세 번 볼 때도 반전의 충격이 여전한 영화다. "현기증"은 신기한 이야기를 꾸민데 대한 단편적인 감탄이 아니라, 그만큼 기괴한 상황에 빠진 인물들에 대해 깊이 감정이입하게 하여, 심리 자체를 표현하는 데 주력합니다. 그 성공적인 결과로, 이야기는, 단순한 재담과 괴담을 넘어서서, 운명과 존재론에 관한 흥미를 끌어오는 저력을 갖게 되었다.

그 밖에...

("현기증"의 금문교와 "더 록"의 금문교, 둘 다 주인공이 죽을 고비를 넘기기 직전에 등장.)


("현기증"의 페어몬트 호텔과 "더 록"의 페어몬트 호텔. 주인공 뒤에 보이는 건물. 둘 다 두 주인공의 카체이싱 출발점으로 등장.)


("현기증"의 Palace of Fine Arts와 "더 록"의 Palace of Fine Arts. 둘 다 주인공이 그리워 하던 사람을 오랫만에 만나서 가는 곳으로 등장.)

자주 언급되고 알프레드 히치콕 스스로도 자랑스러워 하는 "줌 인 앤 트랙 아웃" 등은 요즘 보면 그다지 와닿지 않습니다. 스파이더 캠이나 컴퓨터 그래픽스 같은 로보틱스와 디지털 기술을 이용하는 요즘의 방법에 비하면 좀 심심하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그렇게 표현하지 않았다고 해서 느낌이 그렇게 약해지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네온사인에 비쳐서 꼭 유령처럼 신비롭게 보이는 킴 노박의 연출은, 아이디어도 좋고 결과도 매우 훌륭하며, 가장 강한 감정이 흘러 넘치는 부분입니다. 그렇긴 합니다만 기술적인 한계는 다듬을 구석이 있어 보여서 좀 안타깝게 느껴집니다.

이 영화는 "더 록"이 나오기 전까지 제가 본 가장 좋은 샌프란시스코 여행 영화였습니다. 킴 노박이 액션(?)을 펼치는 금문교 아래 "포트 포인트"는 남북전쟁 전후시기의 옛 요새입니다. 남북전쟁 당시 북군 옷을 입은 안내원이 지키고 있는 이 요새는, 그 성벽에 올라가서 보면 경치가 좋습니다. 다만 요즘 거기에는 사시사철 어떠한 암초도 바위도 두려워하지 않는 목숨 건 서퍼들 수십명이 하루종일 서핑을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왠만하면 영화 속 같은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한편 다음을 고려해 봅시다. 제임스 스튜어트가 극중에서 정말 사랑에 빠졌던 대상은 과연 누구인가? 서점 주인과 남편이 언급한 저주가 정말로 실현되었는가? 마지막에 킴 노박을 놀래킨, 눈에 비친 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이런 점들을 생각해 보면 문제의 유령은 샌프란시스코에 정말로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비록 머리를 늘어뜨리고 텔레비전에서 기어나오지는 않습니다만, 훨씬 더 혼령다운 일을 벌이며 떠돌고 있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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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렉터블로그 : 소스 코드 Source Code 2011-05-09 23:59:55 #

    ... 말입니다.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 http://gerecter.egloos.com/2183319 , "나는 비밀을 안다", "나는 결백하다", "현기증" http://gerecter.egloos.com/1573497 같은 영화들을 꼽을만 할 것입니다. 사실 이러한 알프레드 히치콕이 감독을 맡았던 영화들은 워낙에 이 바닥의 고전이라서, 한 사람의 용사가 ...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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