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금자씨에 대한 7가지 의문점 영화

이육사의 "청포도"에 내가 바라는 손님에 밑줄을 긋고, "조국의 독립"이라고 필기하는 일을 싫어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습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이야기를 쓴 까닭은 저 역시 아래의 내용들에 대해서 이래저래 묻고 싶고, 또 거기에 대해 이야기해 보는 게 재미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렉스님이 사용하신 표현대로, "스포일러의 자갈밭"입니다.


1. 전도사와 백선생의 관계는 무엇인가?

전도사는 교도소에서 금자의 종교활동에 열광하는 인물로, 부정적인 느낌으로 기괴하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전도사는 금자에게 옷가지를 비롯한 물건들을 보내기도 하고, 출소날짜를 챙기기도 하며, 금자가 사는 곳을 알아내 따라다니거나 금자의 집 앞에서 기다리기도 합니다. 이런 행동을 할 무렵의 그의 모습은 더 부정적으로 나타나면서, 전도사가 금자의 스토커임이 명백해 집니다.

전도사는 금자에 대해 여러가지 조사를 하고 사진을 찍어 앨범에 차근차근 보관하여 모으기도 합니다. 백선생은 이 전도사에게 돈을 주고 금자에 대한 정황과 상황을 보고 받습니다.

전도사가 금자가 "개종"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실망한 이후에 이러한 묘사가 본격화 된 것으로 보아, 전도사는 잠시 금자 스토킹에 대해 수치심과 좌절감을 느꼈다가, 백선생이 전도사에게 철저한 조사나 사진촬영을 지시하면서, 그에 대한 반동으로 더 철저한 스토킹을 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물론, 백선생과 상관 없이 스토킹의 수위를 높였는데, 나중에 백선생이 금자에 대한 정보를 구하면서 전도사를 알아냈다는 편이 더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것은 순서는 별 상관 없습니다. 어떤 경우든지, 전도사는 금자에 대해 집착하고 있는 극단주의자 스토커로 남습니다. 그리고 그런식의 집착은 백선생과 같은 금자의 적에게 오히려 정면으로 악용될 수 있는 얄팍한 것이라는 점을 보여줍니다.

전도사가 애초에 금자에게 관심을 갖고, 두부를 들고 나타나고, 집 앞에서 기다리고 했던 것은 백선생과 아무런 관련 없는 그 스스로의 순수한 동기에서 시작한 일 입니다. 그러나 전도사는 금자를 쫓아다니는 팬이 되면서 오히려 점점 더 유치해지고, 금자가 나올 무렵이 되면 허울만 가득한 한심한 사람이 되어 있습니다

즉 전도사는 금자의 허상을 보고 괜히 오버해서 사람이 바뀌어 버렸습니다. 헤어스타일 변화가 전도사라는 사람의 변화를 상징합니다.

전도사는 나름대로 순수하게 출발했겠습니다만, 결국 백선생에게마저 멸시 당하는 백선생 수하로 바로 연결될 뿐입니다. 전도사는 그렇게 풍자되고 있습니다.

백선생이 애초부터 전도사를 투입해서 재소자 신앙 간증회 때부터 금자를 감시하고 있었다는 추측은 지나친 것으로 보입니다. 설령 그렇다고 해도 이 영화의 중심과는 크게 관련이 없습니다. 백선생은 금자와 팽팽한 대결을 보일 만큼 활동적인 적이 아니며, 영화의 중심도 그러한 대결의 주고 받음에 무게를 두고 있지 않습니다. 그냥 백선생은 악당 냄새를 풍기며 표적으로 무게를 잡고 있는 것으로 족합니다.

전도사와 백선생의 거래 장면은 백선생에 대한 묘사만큼, 혹은 그보다 더 큰 비중으로 전도사 인물을 비아냥거리면서, 그 대상인 금자에 대한 분위기를 살리는데 있습니다. 덕분에 금자가 왜곡된 상황에 처해 있다는 것과, 그녀를 둘러싼 비정상적인 위험한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습니다.


2. 금자와 백선생은 어떤 관계인가?

금자와 백선생은 애초에 아주 친밀한 관계였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금자는 의탁할 때가 떠오르지 않자, 백선생 스스로는 잘 기억도 하지 않는데 그에게 전화를 겁니다. 이것은 백선생에게 금자가 어떤식으로든 예전에 뭔가 좋은 인상을 받았다는 이야기 입니다.

전화 통화 내용과 백선생의 집에 금자가 처음으로 찾아갔을 때의 모습은, 금자와 백선생이 내연의 관계로 발전했을 가능성을 보여 줍니다. 적어도 꽤 친밀한 관계로 발전했음은 분명합니다. 금자가 하는 심호흡에 대한 이야기 역시, 금자가 백선생에게 많은 영향을 받고, 어느 정도의 존경심을 가졌음까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금자는 백선생을 완전히 믿고 따르게 되면서, 백선생의 도덕률이라든가 범죄에 대한 생각도 받아 들입니다. "유괴"의 좋고 나쁨에 대한 생각을 반복해서 말한 것, 사실상 범죄를 방조하고 공범의 역할도 어느 정도 했다는 사실도 금자가 백선생을 믿고 따랐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일이 틀어지자 백선생은 금자에게 죄를 모두 덮어 씌웁니다. 그리고 금자를 협박합니다. 뻔뻔스럽게도 백선생은 금자가 검거될 때 다시 나타나 금자를 싱글거리며 쳐다봅니다. 금자는 백선생을 믿고 있었는데, 사실 모든 것은 철저히 가식에 불과했던 것입니다.

백선생이라는 인물은 식사 장면, 영어 노래 장면, 등등을 통해 줄기차게 극단적인 표리부동의 이중인격자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백선생은 금자에게 역시 본색을 드러낸 후에는 아주 매정하고 비인간적으로 배반했을 것입니다.

금자가 백선생에게 원한을 품은 이유는 자기에게 누명을 씌웠다는 이유도 있겠습니다만, 백선생에게 철저한 배반을 당했다는 이유가 더 클 것입니다. 백선생이 금자를 협박하는 과정에서 잔인한 짓을 했을 가능성도 있겠습니다만, 이런 점은 별로 나타나 있지 않습니다.

금자는 백선생을 만나자 가위로 머리를 잘라대며 광기를 뿜습니다. 이 정도의 광기에서도 즉각적인 폭력극이 벌어지지 않고, 오히려 백선생의 인격에 대한 공격인 머리 자르기를 한다는 것은, 금자가 백선생에게 정으로 얽힌 과거가 있었음을 생각하게 합니다. 그리고 직후 금자의 통제를 잃은 광기 어린 인상은 이러한 배반감이 아주 컸다는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금자의 집념과 복수심은 이 배신감에 기초하고 있을 것입니다. 뜨거운 커피 마시다가 아이스크림 먹으면 굉장히 차갑습니다.

백선생이 금자와 처음 대화를 하게 되었을 때도, 백선생은 능글맞게 눈화장 운운합니다. 이 점은 백선생과 금자가 상당히 친밀했던 적이 있음을 나타내고 있으며, 백선생이 금자가 배신 당하기 이전, 즉 전혀 다른 상태였을 시절에 대한 추억을 갖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러면 이 장면은 또 그 옛날 감정을 들춰내면서 금자를 한 번 찔러 보는 게 됩니다.


3. 백선생을 살해한 후 케이크는 왜 먹나? 항간에 케이크에 피나 시체의 일부를 넣어서 만든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던데?

백선생을 살해한 후, 금자가 만든 케이크를 금자의 제과점에 모여 모두 나눠 먹습니다. 이때 케이크를 맛본 사람들은 놀라는 표정을 짓고 서로를 쳐다 봅니다. 이것은 케이크의 맛이 뭔가 괴이하다는 것을 암시합니다.

따라서, 케이크에 백선생의 피나 시체의 일부를 넣었을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는데, 우선 시체는 온전한 상태로 묻는 장면이 정면으로 부각되어 있으므로 제외합니다. 양동이에 피를 모으는 장면이 있었으므로, 케이크에 피를 사용했을 가능성은 여전히 있습니다.

각본상, 케이크가 피 케이크였느냐와는 별도로, 눈밭에 묻은 시체 - 양동이 속의 피가, 속에 색깔이 베어 있는 케이크의 심상과 연결되는 것은 분명합니다. 구체적인 색체로 연결되지 않더라도 정신나간 난자, 난타 잔치에서 조용한 케이크 시식극으로 넘어가는 장면에서 두 상황이 견주어 진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따라서 케이크를 먹는 것은 잔인했던 살육에 대한 정리와 거기에 대비효과를 주는 기능을 갖고 있습니다.

즉 "우리가 그런 잔인한 짓을 하고 지금 케이크 먹으면서 뭐하는 짓이지" 내지는 "깨끗한 케이크 먹으면서 그 잔인한 짓은 이제 깔끔히 끝을 맺자" 같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케이크를 한 점 맛보고 놀란 표정으로 서로 처다보는 것은 선지 맛이 나서 일 수도 있고, 장금이 음식을 먹어본 임호 임금님이 "음... 맛있구나" 하면서 과장된 감탄 표정을 짓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어쨌거나, 놀란 표정을 지어서 케이크에 대해서 관객을 집중하게 합니다. 집중 효과 하나 만은 확실합니다.

이 케이크는 온전히 금자의 작품이기 때문에, 괜히 금자가 모여있는 모든 사람들의 대장이라는 분위기를 줍니다. 금자의 그늘 아래 모든 사람들이 놓여 있다는 느낌도 줍니다. 금자라는 인물은 완전히 장면에서 배제하고 있으면서도.

그렇게 해서, 영화는 금자가 다소 배제된 마지막 살육 장면의 리더가 사실은 금자였다고 다시 한 번 강조합니다. 금자로부터 벗어났던 감상의 초점을 케이크 먹고 놀라는 장면에서 되불러와서 금자에게 다시 가져와 줍니다.

이것은 지능적인 연출이기도 합니다. 잔인한 것에서 강렬한 맛이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관객은 케이크에 정말로 피나 뭔가 잔인한 것이 들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고, 그런 것을 생각하지 않는 관객은 그냥, "금자가 케이크를 어떻게 만들었길래?"만 생각하게 됩니다. 어떻든, 금자를 다시 중심으로 불러오고, 금자가 마지막 살육에서 차지한 위치를 더 높은 것으로 보이게 하는데 효과는 있습니다.


4. 제니의 양부모와 제니가 자고 있을 때, 집에 스며드는 연기는 뭔가? 불이 나서 다 죽는 건가?

연기의 모양은 수면 가스나 독가스를 생각나게 하기도 하고, 직전에 나왔던 아이의 담배연기를 생각하게 하기도 합니다. 어쨌든지 간에 불길한 연기인것만은 분명합니다. 연기 때문에 제니는 깨어나고, 깨어난 제니는 집 밖에서 다시 나타납니다.

이 때, 제니가 구체적으로 집 밖으로 뛰어 나오는 장면은 없습니다. 즉, 연기 때문에 제니가 뭔가 안 좋은 일을 당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니는 집 밖에서 나돌아다니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이것을 그렇게 촛불 촛불 하더니, 촛불 때문에 집에 불이나서 다 죽었고, 나돌아다니는 것은 제니의 유령이다! 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건 그럴듯한 생각입니다. 제니는 마지막 케이크를 먹지도 않고, 금자에게 말 한마디 제대로 하지 않습니다. 뒤따라온 김시후는 제니를 잘 알아보지도 못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리고, 그즈음 하여 나래이션이 제니의 것으로 바뀝니다. 나래이션을 전지적 작가, 내지는 천사나 악마의 목소리라고 한다면, 제니가 죽어서 나래이션의 자리로 가게 된 것이라는 생각도 그럴 듯 합니다.

하지만, 영화는 적극적인 묘사를 피하고 있습니다. 정말 그렇다면, 집이 불타는 모습이나, 집에서 나온 연기, 재, 잿더미, 죽음에 대한 대사, 촛불에서 불이 붙는 모습과 같이 구체적으로 묘사할 방법은 많습니다. 이것은 연기라는 것이 집이 불타는 것 같은 구체적인 사건이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내지는, 그렇게 보이고 싶지 않았다는 이야기 입니다.

마지막 김시후의 노래와 내리는 눈, 제니와 김시후의 병렬배치된 구도는, 도덕적으로 선하며, 편안하고, 안정감 있는 것입니다.이런 성격의 장면을 갖고 오면서 굳이 비극적인 사건을 가린 것은, 아마도 사건자체가 비극적이지 않을 것이라는 뜻 입니다. 만약에 불타는 집에서 피어오른 연기나, 제니나 양부모의 죽음에 대한 나래이션을 삽입하기만 했어도 간단히 이 장면은 복합적인 인상을 갖는 부조리극의 일부가 되었을 겁니다. 그런데 그렇게 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연기는 제니가 본 환영일 수도 있습니다. 제니는 구름 환영, 유령 환영을 비롯해서 심심하면 환영을 보는 아이니, 연기가 제니의 환영이라는 점은 일견 타당 합니다. 제니의 양부모는 조금도 눈치를 채지 못한다는 점에서 이 것은 더 그럴 듯 해 보입니다.

제니는 연기에서 어떤 두려움이나 불길함, 혹은 이상함을 느끼고 집에서 벗어나 금자가 오고 있는 길거리로 나간 듯 보입니다. 그렇다면 제니가 본 연기는 금자와 관계 있는 어떤 것이 됩니다. 양부모를 깨울 필요 없이 바로 금자에게 달려가야만 하는 어떤 내용일 겁니다.

이렇게 본다면, 제니가 본 연기는 아마 유괴 피해자인 아이의 유령일 겁니다. 유령이 피운 담배의 연기일 수도 있고, 유령이 연기로 화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연기가 되어 제니 주변에 스며드는 유령은, 제니가 금자씨의 감정을 이해했으며, 여기에 금자씨의 거지 같은 인생에 대한 동정이나 연민이 있을 수도 있다는 뜻도 됩니다.

연기를 수면 가스나 독가스로 생각한다면, 이것은 어떤 제3자 혹은 자연의 운명이 금자씨의 가족을 공격하고 있다는 뜻이 됩니다. 이것은 금자씨의 살인극이 조용한 결말이 아니라, 또다른 저주의 씨앗이요, 끝없는 악순환의 한 고리일 뿐이라는 뜻이 됩니다. 돌이켜 보면 금자는 자기 딸 때문에 그 고생을 했는데, 금자 딸은 금자를 죽이는 상상을 하니 마니 어쩌고 하고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이 연기 장면은 복수의 기운이 어떤 식으로든 딸과 금자를 관통하는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연기가 독가스이면, 금자씨의 앞으로의 운명은 가혹한 공격이며, 연기가 불이 난 연기라면 금자씨에게 남은 것은 파국일 것이고, 연기가 유령이었다면, 금자씨에 대한 동정일 겁니다. 어떠한 경우라도, 이 연기는 관객들에게 금자씨의 운명에 대해 슬픈 느낌 내지는 가여운 느낌을 주기 위해 피어 오른 것임은 분명 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연기의 정확한 정체는 다음과 같습니다.

이 영화를 어쨌거나 차분하고도 안정적인 결말 장면으로 끝내려면, 금자가 "선한 세계의 인물"인 김시후의 배역과 제니와 함께 서 있는 것으로 끝을 내야 합니다. 그런데, 밤에 눈을 맞으며 눈 길에 서서 끝내면 더 멋질 겁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잠자고 있는 제니를 길로 나오게 해야 합니다.

갑자기 알람시계를 맞춰 놓고 일어날 이유도 없고, 무슨 노인도 아닌데 잠귀가 밝아 멀리서 금자 소리만 듣고 일어나기에도 이상합니다. 뭔가로 깨우긴 깨워야 하는데, 그럴바에야 연기로 깨우겠다고 생각한 겁니다.

불안한 느낌에 궁금증을 자아내게 하니까, 관객들을 화면에 붙잡아 놓을 수도 있지 않습니까. 더군다나 그 조용하고 은은하면서도 강한 "연기"라는 심상은 영화가 마지막에 몰아가는 금자의 골치아픈 심경을 보여 주는데도 좋습니다.

연기의 정체는 끝가지 명확하게 제시되지는 않습니다만, 그 대신에 이영애가 엔딩 장면을 만들어 주면, 관객들도 큰 불만은 없을 것 같습니다. 연기의 정체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이야기할 거리를 주니까 관객들끼리 인터넷 게시판 같은데서 밝힐 것이고, 아마 연기 장면이 궁금해서 영화를 두 번 보러 오는 사람도 있을 지도 모르니 손해 볼 것은 없지 않겠습니까? 다이하드3 마지막 장면에서 사무엘 잭슨이 뭐하러 끝까지 따라 간 겁니까?


5. 금자가 케이크에 얼굴을 파묻는 마지막 장면은 헤피엔딩으로 받아 들여야 하는가?

두부 케이크는 정화이며 평화이며 평온입니다. 하지만 이 두부 케이크를 맛나게 제대로 먹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눈이 내리고 김시후의 배역과 제니는 같이 눈을 맞습니다. 금자는 두부 케이크에 얼굴을 박고 머리를 쥐어 뜯듯이 케이크를 뭉게 버립니다.

우선 금자가 이제는 일을 다 끝냈으니 평화나 정화로 가야겠다고 상상한 적이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러니 돈들이고 정성들여서 굳이 두부 모양 케이크를 만들었을 겁니다. 물론 두부 모양 케이크를 만든 진짜 이유는, 수미 쌍관법으로 영화를 끝내면 영화가 좀 더 그럴듯해 보이기 때문입니다만.

그런데, 두부를 정面으로 마주 한 것은, 평화의 세계로 빠져들고자고 하는 마음은 있겠지만, 그게 뜻대로 깔끔하게는 안된다는 겁니다. 내지는 너무 지치고 골치 아파서 그렇게 잘 될지 어떨지 잘 모르겠다만, 이제 복잡한 생각하기도 싫다. 뭐 그런 것일 겁니다.

마지막 장면 바로 앞의 장면들을 봅시다. 금자는 영화의 전체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 진지하고도 엄숙한 태도로, 마치 여고괴담1편 마지막 장면 처럼 유괴 피해자 아이에게 사죄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말문이 막히게" 되고, 그런 푸닥거리는 실패합니다. 한편, 금자가 가장 아끼는 것이며 평화로운 세계의 대표주자인 금자의 딸, 제니는 - 물론 제니도 영화의 분위기에 맞추기 위해 적당히 꼬여 있습니다만 - 이상한 연기에 휩싸이고 집밖으로 나옵니다.

노골적으로 나래이션은 금자가 "구원을 받지 못했다"고 선언하고 있습니다. 이런 모든 점들을 보면, 금자는 깨끗하게 과거를 정리하고 새나라의 어린이로 새출발을 했기 보다는, 찌뿌둥한 편두통처럼 백선생과 관련된 이야기들을 묻어둔 채 살아갔을 겁니다.

이런식으로 마치 술먹고 난 다음 날 아침, 숙취 비슷한 분위기로 결말을 지은 것은, 이영애를 다시 전면에 끌어 오면서도, 군중이 단체로 무기를 휘둘렀던 폐교 사건들의 분위기를 버리지 않는 효과가 있습니다.

그래서, 마지막 결말과 영화가 담고 있는 이야기가 어떤 한 사람의 기이한 무용담이라기보다는, 세상의 한 단면을 나타내는 우화나 동화처럼 보이게 합니다.

만약에 금자가 눈물을 하염없이 흘리며 천천히 케이크를 먹었다면, 현란한 영웅담의 장중한 결말이었을 겁니다.

그러나 세상 물정 모르는 김시후의 노래소리가 흐른 뒤에, 금자는 술 취한 사람처럼 자포자기식 슬랩스틱을 합니다. 이런 모습은 이야기에서 현실감을 빼내면서도 (케이크 얼굴에 갖다 붙이기는 50년전부터 이미 코메디 클리셰였으니.) 또, 부조리에 휘말린 사람들이 피곤하지만 버티는, 나름대로 보편적인 인생의 모습을 부각시키기도 합니다.


(막간을 이용한 4컷으로 보는 "친절한 금자씨")













6. 까메오들은 어디어디에 나왔나?

이대연은 재소자 신앙 간증회에 앉아 있던 사람 중 한 명이었습니다.

강혜정은 금자가 검거될 때의 뉴스를 전하는 텔레비전 속의 앵커로 나왔습니다.

임수경은 교도소의 교도관 중 한 명이었습니다.

윤진서는 교도소에서 교도소 앞 마당에서 잡담하며 운동하는 수감자중 한 명으로 나와 금자 칭찬을 했습니다.

류승완은 고등학생 금자가 있는 수족관에서 지나가는 사람으로 나왔습니다.

송강호와 신하균은 금자를 습격하는 폭력배입니다.

유지태는 아이의 어른 모습 환영으로 등장합니다.

까메오 들을 사용한 것은, 박찬욱 감독이 "복수 3부작"이라는 느낌을 의도적으로 주기 위한 장식입니다. 유지태가 이우진이었고, 송강호와 신하균이 서로 원수 였다는 이야기는 IMDB Trivia 재미 거리 이상으로 확대하지 않고 이야기 하겠습니다.


7. 그래서 이 영화의 주제와 요점은 무엇인가? 복수 삼부작과 "친절한 금자씨"의 위상은 어떻게 정립되며, 삼부작의 변증적 구조가 통합적으로 문맥에서 이해된다고 했을 때, 복수의 윤리학과 인간성에 대한 철학적 성찰은 어떻게 결합하여 감독의 이념을 설파하고 사회와 관습에 저항하고 있는가?

정말로 그런게 있을 것 같습니까? 제가 겨우 기억해낸 바로, "미녀 삼총사2"에서 쟁탈전을 벌이는 대상은 FBI증인보호프로그램의 증인 명단입니다. 당연히, "미녀 삼총사2"가 범죄나 증인 인권, 혹은 정의의 집행과 보호에 대한 윤리학과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친절한 금자씨"의 절반은 이영애 스페셜 입니다.

그리스 비극에서부터, 세익스피어의 희곡들, 몽테크리스토 백작, 대장금에 이르기까지, 억울한 일을 당하고 거기에 대해 복수 한다는 소재는 한 인물의 휘둘리는 감정과 집념을 보여주기에 좋은 소재 였습니다. 그래서 "친절한 금자씨"에서 이영애는 복수를 하면서 냉정한 척도 하고, 착한 척도 하고, 무서운 척도 하고, 열받은 척도 하고, 놀라는 척도 하고, 순진한 척도 하고, 슬픈 척도 합니다.

금자씨는 매트릭스 스타일로 치장하고 권총을 들고 달려가는가 하면, 교복을 입고 수족관을 걸어다니기도 하고, 죄수복, 땡땡이 원피스, 선글라스, 빨간 눈 화장, 여러가지 모습을 패션쇼처럼 갈아치워 가며 보여 줍니다. 포스터 촬영이라도 하는 양, 클로즈업 장면도 많습니다. 이영애와 이영애가 연기하는 금자라는 인물의 흥미진진한 여러면을 보여 주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반면에, 금자씨 줄거리의 뼈대는 이것과 좀 상관이 없습니다. 이 영화의 이야기는 살벌한 개인적인 원한으로 집념어린 복수를 준비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자기의 행동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원한을 남겼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고, 그래서 그 모든 사람들을 모조리 복수에 동참시킨다는 겁니다.

다시 말해서, 사건과 줄거리만을 놓고 보면, "친절한 금자씨"는 개인적인 복수의 칼을 갈고 있었던 사람이 사실은, 사회적인 더 큰 피해의 원인임을 깨달으면서, 고통 받고 거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치는 이야기가 됩니다. 여기에 개인과 집단을 오가면서 인간의 모습도 좀 관찰 해 봅니다. 줄거리 요약만 보면, "친절한 금자씨"는,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이나, 비슷한 소재를 다룬 많은 이야기들과 멀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친절한 금자씨"는 그 줄거리를 좀 죽여가면서 까지, "금자씨"라는 인물을 살리고, 이영애의 솜씨를 보여주는데 주력합니다.

금자의 교도소 시절이 원한과 집념의 시기이며, 복수에 대한 준비기간이라는 느낌을 잘 살리려면, 몽테크리스토 백작의 지하 구덩이 비슷한, 그 까지는 아니더라도 원한과 증오를 보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대신에 전형적인 무용담 형식을 택하여,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멕시코"의 첫 장면처럼, 금자의 비범한 모습들을 영웅적으로 보여주는 걸 더 좋아합니다. 그러다가 시간이 부족하니 단순한 원한과 집념 묘사 같은 재미없는 장면은 줄여버립니다. 그 보다야 비누를 들고 방긋이 웃고 있는 이영애나, 도지볼에 열심인 금자를 한 번 비춰주는 편이 더 출연료와 제작비를 잘 쓰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영화의 핵심은 줄거리라기보다는 이 인물 속에 있으며, 이 때 금자라는 인물은 보고 배울 대상이라기보다는 흥미의 대상입니다. 금자씨는 헬렌 켈러 보다는 캐서린 헵번 쪽에 가깝습니다.

MGM 뮤지컬 영화들이 좋은 노래와 춤 사이를 엮기 위한 핑계로 대강 줄거리를 짜맞추어 깔아 두었던 것처럼, "친절한 금자씨"는 금자와 이영애의 여러가지 모습을 조명하기 위해서 다른 부분을 희생한 경향이 있습니다.

만약 줄거리대로, 정의와 윤리관의 부조리함이라는 측면을 더 살리려면, 금자가 백선생의 연쇄 유아살인을 알게 되기 전에, "무엇인가 더 어마어마한 것이 있다"라는 숨겨진 비밀을 암시하는 복선이 필요합니다. 혹은 백선생의 이중성을 더욱 강조하기 위해서 백선생의 착하고 평화로운 위장을 좀 더 극적으로 보여줄 필요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예를 들면, 백선생이 정말로 착한 사람이라고 믿는 제3자가 한 사람 나와서 금자에게 맞선다든지 하는 것 말입니다.

하지만, "친절한 금자씨"는 대신에, 금자가 취해서 딸의 양부모 사이를 뛰어다니며 재롱떠는 장면과, 딸과 통역을 통해 대화하는 장면을 넣었습니다.

더우기, "친절한 금자씨"는 제니의 회상과 다른 인물들이 바라보는 시점에서 금자씨를 재조립하는 형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것은 "친절한 금자씨"가 과장과 생략, 비현실적인 인과관계가 많은 동화 같은 이야기라는 성격을 더 강하게 합니다. 동화속에서 중요한 것은 "용감한 왕자님"이라는 성격이지, 이 왕자가 입헌군주국 왕자인지, 경빈이 낳은 원자의 경쟁자인지가 중요한게 아닙니다.

결국 영화의 중심내용이라는 것은 영웅적으로 포장되어 재밌어 보이는 주인공을 실컷 고생시킨 뒤에, 모든 일을 마친 후의 박탈감과 지친 모습으로 차분히 감정을 정리하는 것. 그 자체에 있습니다. 작년에 올림픽 결승전에서 은메달을 딴 핸드볼 대표팀과 비슷한 부분이 있다고 보고 싶습니다.

덧글

  • FromBeyonD 2005/08/06 01:19 # 답글

    모든 부분을 공감하지는 않지만 엄청난 글이네요.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
  • 게렉터 2005/08/08 00:25 # 답글

    의견이 다르신 부분들을 이야기해 주셨으면, 저 또한 더더욱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을 것을!

    뭐.. 이 글이 "엄청날" 것이야 있겠습니까만은, 제가 항상 쓰다보면 일파만파 글을 좀 장황하게 쓰게 되는 헛점이 있기에. (그러고 보니, 이 덧글도 굉장히 길어졌습니다. 괜히 길어졌다는 말을 덧붙이는 바람에 더 길어졌습니다. 그 말을 덧붙이는 바람에 더더욱 길...)
  • Ritsuko 2007/02/01 05:55 # 답글

    1. 백선생과 전도사의 관계는.... 그저 영화의 한 신에서 전도사가 학원에 들어가서 금자씨의 사진을 백선생에게 줍니다. 백선생의 성격을 알수있는 숏이 나오지요. 저같은 경우는 빗나간 신의 하수인은 악마의 하수인의 이미지로 봤고 또 백선생이 금자의 대한 조사를 했다는 것은 아닌것 같습니다. 백선생이 맞이한 아내와는 결혼을 애초에 하지도 않았겠지요.

    3. 케이크에 피 안 썼습니다.(이부분은 박찬욱 감독이 확실히 언급했습니다.) 그리고 이금자의 위치는 리더 보다는 선생입니다. 모든 것을 지켜보는 절대자의 시선과 같은 숏 또한 나옵니다.

    4. 감독님에거 들은 이야기로는 연기는 제니가 연기를 맡고 금자씨가 생각이 나서 밖에 나간 것이라고 했습니다. 조금 사람을 죽이려는 독가스로 보기에는 힘들지 않은 장면이지 않나 생각을 합니다.

    5. 두부 케이크 숏같은 경우는 오히려 결과에 순응하질 못한 금자씨가 버팅겨 보려는 걸로 봤습니다.

    어쨌든 미묘한 영화였습니다.
  • 게렉터 2007/02/05 12:25 # 답글

    박찬욱 감독 인터뷰 기사는 이곳저곳에서 보았기에, 대부분 이해 되는 말씀입니다. 그런데 "그리고 이금자의 위치는 리더 보다는 선생입니다. 모든 것을 지켜보는 절대자의 시선과 같은 숏 또한 나옵니다. " 이 부분은 어떤 부분에서 왜 그런지, 무슨 말씀이신지 잘 모르겠습니다. 혹여 시간이 되시면 조금만 더 자세한 설명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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