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발퀴레들) "니벨룽의 반지" 4부작이 있습니다. "전야"라 불리우는 프롤로그 "라인의 황금"과 1야, 2야, 3야의 삼부작, "발퀴레" "지그프리트" "신들의 황혼"이 줄줄이 이어지는 대작 오페라 입니다. 작곡자이자 대본가인 리하르트 바그너는 기존의 오페라와 성격을 달리한다하여, 무지크 드라마라 이 오페라들을 이름 붙였으며, 당시 독일 바이에른 국왕을 비롯한 스폰서들의 전폭적인 지지하에 처음부터 성공적으로 상연하던 오페라 중에 하나입니다. 지금도 바그너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바그너 최대의 대작으로 불리우며, 독일 바이로이트에서의 축제같은 초연 이래 현재까지 바이로이트에서 항상 공연되곤 하는 인기작품입니다. 그렇습니다만, 각편이 대체로 4시간여에 육박하는 장대한 작품인데다가 이탈리아어도 아닌 독일어로 공연하면서 음악 자체도 일반 인기 오페라와는 많이 다르고, 그 팬층도 다소 구분되는 터라 왠만큼 음악 청중이 두터운 나라가 아니고서야 공연되는 일이 많지가 않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1876년 바이로이트 초연 이후 2005년에 이르러서야, 러시아의 마린스키 프로덕션 초청 공연으로 처음 공연의 기회를 갖게 되었습니다. 1876년에는 강화도조약이 맺어지던 해이니, 조선, 대한제국, 일본 식민지를 거쳐서 광복 60주년이 지나고 나서야 이 오페라를 서울에서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입니다. 그 1부인, "발퀴레"의 내용을 다 잘라내고 짧디 짧게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결투를 앞 둔 "지그문트"란 사람이 있습니다. "지클린데"라는 여자가 이 사람을 사랑하게 되어 도와주려고 합니다만, 이를 내려다보고 있는 "보탄"신은 그 아내 "프리카"신의 다그침으로 지그문트를 죽이려 합니다. 그런데, "보탄"신의 딸인 발퀴레 "브륀힐데"는 또 지그문트를 돕습니다. 결과는 절반의 실패. 브륀힐데는 평범한 인간으로 바뀌어 불꽃감옥에 갖히는 신세가 되고, 지그문트는 죽고, 다만 지그문트의 아이를 임신한 지클린데만 살아 남습니다. 내용이 이것보다는 여러모로 복잡한 구석이 있습니다만, 어차피 사건의 극적인 정교함이나 현실적 개연성은 거의 없는 오페라임으로, 대강 이정도로 넘어가겠습니다. ![]() (멋진 자태로 지클린데를 연기해준, 믈라다 후도레이) 시작합니다. 폭풍우가 몰아치는 밤, 갑자기 지그문트가 어디선가 상처를 입고 등장하는게 시작입니다. 폭풍우가 몰아치는 듯한 곡조의 서곡이 연주 됩니다. 그런데, 시각을 딱맞춰 시작한 연주에 비해서, 공연장 관리는 헐렁했기에, 서곡이 연주되는 와중에 사람들이 들락날락합니다. 서곡연주를 잘했는지 어떤지 헷갈려서 잘 모르겠습니다. 오랫만에 19세기스러운 의미의 진짜 서곡 연주였습니다. 두 주인공이 등장했습니다. 사람을 닮기도 하고 삼발이를 닮기도한 거대한 구조물이 있습니다. 이게 필살의 무기 "노퉁"검이 꽂혀 있는, 거대한 나무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이 삼발이의 다리가 가수들을 좀 가리기도 해서, 보는 각도에 따라서는 약간 답답해 보이기도 합니다. 가수들이 노래를 잘하고, 오케스트라는 그 이상으로 훌륭하며, 무대자체의 연출은 경제적이면서도 깔끔했습니다. 그렇습니다만, 그에 비해서 가수 한 명 한 명의 연기는 좀 부족한데가 있어 보였습니다. 뒤에 나올 보탄과 프리카 정도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연기 동작들이 연극 연기의 상투적인 구성을 좀 남용한다 싶은 느낌이 있었습니다. 고개들어 꿀꺽꿀꺽 물 마시기, 사랑한다며 손 마주잡기, 유치하고 우스꽝스러워 보일 수도 있는 몇몇 동작들을 아슬아슬하게 헤쳐나갑니다. 노랫소리는 청명하게 잘 울려처집니다만, 지크문트는 필살 무기 "노퉁"을 앞두고 폼 잡는 부분부터 좀 힘들어 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특히 지크문트가 괜히 신세타령하면서 아버지 찾는 부분에서, 외치는 “봬애애애애애애앨~~~~제에에에에에~~~~~ 봬애애애애애애애앨~~~ 제에에에에에에~” 이 부분은 모두가 어떻게 노래부르는지 기대하는 부분인데, 여기서부터 힘이 좀 부쳐 보였습니다. ![]() (힘내십쇼. 지크문트, 올레그 발라쇼브 선생) 지크문트는 2막에서 등장했을 때는 좀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는 합니다만, 1막에서의 모습은 약간 아쉬운 데가 있어 보였습니다. 심지어 가수 스스로도 "좀 더 잘할 수 있는데" 같은 느낌을 갖는 것이 엿보이는 듯 했습니다. 1막의 막을 내릴 때, 마지막의 급격하고도 박진감 넘치게 터져나오는 오케스트라 연주는 듣기에 아주 신나는 것입니다. 게르기예프의 오케스트라는 이 부분을 어느 명연주 CD 못지 않게 연주했습니다. 절로 박수를 치고 싶을 만큼 훌륭하다고 생각했습니다. 2막에서는 높다란 봉우리 같은 것 위에 보탄 신과 발퀴레 브륀힐데가 우뚝 서 있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보탄은 덩치가 큰 가수라서 어울리기도 하거니와, 노래며 연기가 아주 노련해서 모든 가수들 중에서 가장 그럴듯해 보였습니다. 처음 등장 장면을 비롯하여 몇몇 부분에서는 다스베이더 못지 않아 보입니다. 브륀힐데는 등장해서 저 유명한 "호요토호~"소리르 내며 발퀴레 특유의 괴성을 냅니다. 아마 이 첫번째 "호요토호~"에서 많은 바그너 팬들이 드디어, 우리나라에서도 "호요토호"가 울려퍼지는구나. 하면서 즐거워 했을 겁니다. 이번 공연에서는 발퀴레를 펑크와 고스 스타일을 섞어 놓은 듯한 인디언 분위기의 머리모양과 분장에, 날개 모양의 방패를 한 팔에 달아서 표현하고 있었습니다. 각본의 구상대로라면, 발퀴레는 하늘을 나는 말이 모는 전차를 타고 빠른 속도로 전투기처럼 하늘을 헤집고 다녀야 합니다. 당연히 이것은 단 한 번도 정말로 만족스럽게 구현된 적이 없습니다. 가끔은 모터사이클에 가수들을 태워보기도 하고, 와이어 액션을 시켜보기도 합니다만, 이 번 공연에서는 날개 모양 방패를 팔에 달고 휘젖는 것으로 날아다닌다는 사실을 표현 했습니다. 이 날개 방패가 그냥 장비하고 가만히 서 있을 때는 아주 멋져 보이는데, 퍼덕이면서 날아다님을 표현하니까 좀 엉성하고 유치해 보일 위험도 있어 보입니다. 다른 아이디어는 없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대목이었습니다. 2막에서는 프리카 신이 양이 끄는 수레를 타고 나타나야 합니다만, 그냥 무시하고 썰렁하게 등장하는 것으로 했습니다. 프리카 신과 보탄 신의 대화는 정말 호흡도 잘 맞고, 둘 다 노련하고도 멋지게 잘 하고 있었습니다. 다른 부분에 비해서 내용 자체가 쉬워서 그럴 수도 있겠고, 두 가수들의 경험과 실력이 뛰어나서 그럴 수도 있을 겁니다. 어쨌거나 두 부부 신들의 노래는 가히 왕년의 김미화-김한국을 방불케 할 정도로 잘 어울렸습니다. ![]() (다스베이더 경과 황제를 합친 듯한 보탄, 미하일 키트) 보통 발퀴레 2막은 지루하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역시 2막의 처지는 부분들은 여전히 처졌습니다. 그러나, 두 가수들의 활약과, 첫 호요토호의 재미, 조명과 더불어 극적으로 구성된 결투 장면에서 돌아온 지크문트의 1막보다 뛰어난 솜씨, 보탄의 압도감 등등이 어우러져 이번 공연에서는 2막이 아주 재미있었습니다. 1막이나 3막보다 더 재밌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 였습니다. 스타크래프트의 탱크 노래로 알려져 있는 곡조이자, 헬리콥터에서 로켓포 쏠 때 배경음악으로도 유명한 발퀴레 나돌아다님 주제곡이 바로, 발퀴레 3막의 시작입니다. 당연히 니벨룽의 반지의 모든 노래들 중에서도 가장 익숙한 곡입니다. 그렇긴 한데, 역시나 긴 막간휴식이후에 시간을 똑딱지켜 시작된 연주라서, 이 서곡이 울려퍼지는 가운데 계속 관객들이 하나둘 들어왔습니다. 그리하여, 발퀴레들이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것이 아니라, 관객들이 공연장 사방에서 윙윙거리면서 벌컥벌컥 문을 열고 닫으며 날아다녔습니다. 하여간 이 부분을 표현하기 위해 발키리 한 부대가 떼로 몰려 나옵니다. 발키리 한 부대가 나왔으니, 유닛 컨트롤을 잘해 줘야 할 겁니다. 어지럽게 공중을 이리저리 발퀴레가 날아다닌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이 발퀴레들이 전투기 편대 처럼 대오를 짓기도 하고, 이리저리 팔을 움직이기도 합니다만, 앞서 말했던 대로, 날개 방패를 퍼덕여서 표현하는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좀 표현이 약해 보여서 안타까웠습니다. 그에 비해, 발퀴레들의 강렬한 노래 솜씨는 일품이었습니다. 발퀴레 한 명 한 명이 모두 왠만한 솜씨의 팀에 브륀힐데를 맡아도 될 만큼 솜씨가 좋아 보였습니다. 엄청난 솜씨를 보여준 괴력의 가수가 없었던 대신 이처럼 이번 공연에서는 가수 한 명 한 명의 솜씨가 평균 이상을 보여준다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3막에서는 뒤로 갈수록, 오케스트라의 음악이 휘몰아치는 부분들이 무대 위에서의 연기나 효과와 좀 더 활동적으로 어우러졌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박력 넘치는 오케스트라 연주에 비해서, 무대 위의 정경은 좀 심심해 보이는 부분들이 필요 이상으로 많아 보였습니다. 3막의 대미는 브륀힐데를 마법 불꽃으로 휘감는 장면입니다. 마법 불꽃을 표현하기 위해서 형광색의 불꽃 장식한 무용수들을 투입하는 수법을 썼습니다. 나쁘지 않은 연출이었습니다. 그렇긴 합니다만, 기왕지사 무용수를 투입한 바에야 고전적인 가스렌지 불꽃 같은 잔 불꽃 묘사에 얽매일 필요 없이 동작을 크게 하고, 동선을 크게 교차시켜서 좀 더 활동적이고 현란한 움직임을 보여줘도 되지 않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문외한의 짧은 생각이었습니다만, 그렇게 해서 정말 이글거리는 불을 표현하는 것도 괜찮아 보일 법했습니다. ![]() (무대인사) 공연은 끝이 나고, 무대 인사가 시작되었습니다. 주인공 격인 브륀힐데와 지클린데가 당연히 많은 박수를 받았고, 보탄과 지휘의 게르기예프 선생도 많은 박수를 받았습니다. 공연의 질적 성취의 경지를 떠나서, 한국에서 처음으로 공연되는 발퀴레가 대체로 무난하게 즐겁게 마무리되었다는 면에서 사람들은 전원 기립하여 아낌없이 박수를 보냈습니다. 아무래도 바그너 팬들이 운집한 느낌으로 가득한 것이, 분위기가 더 즐거운 공연이었습니다. 혹시나 다음 번에 니벨룽의 반지 공연이 있게 되면, 투구를 쓰고 창을 들고 안대를 한 채 공연을 보러 간다거나, 발퀴레로 분장을 하고 공연을 보러 가거나 뭐 그런 장난도 같이 쳐 보면 재미있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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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게렉터 at 08:42 Film 2.0 07년 2월호(321.. by 볕뉘 at 07/22 http://www.dvdprime.. by miziwang at 07/21 어제나 저제나 하고 기.. by shuha at 07/21 음 별로 공감은 가지 않지.. by 곰돌군 at 07/21 잘 읽었습니다~ by kisnelis at 07/21 으아 제가 읽은 것중 가장.. by 살모넬라 at 07/21 다행히도(?) 스토리는.. by 잠본이 at 07/20 조무래기 처리하는 부분.. by 타누키 at 07/20 감상문 잘 읽었습니다. .. by 예영 at 07/20 창이: 정체를 드러내보.. by 동사서독 at 07/20 기대했던 리뷰 감사합니다. by 뚱띠이 at 07/20 이걸 보고 나니 [다찌마.. by marlowe at 07/20 멋진 리뷰 항상 감사드.. by 더카니지 at 07/20 학창시절에 가장 흥미롭.. by 냐옹쟁이 at 07/19 브이에 관한 글을 살펴.. by 짱깨 at 07/18 이거 낚시할때 팁 있습니.. by 요하니 at 07/18 아롱쿠스/ 정말 박동룡 .. by 게렉터 at 07/18 너무 소심하신 것 같습니.. by ydhoney at 07/17 31-2 애피소드는 환상여.. by 냐옹쟁이 at 07/15 최근 등록된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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