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주부 퀴즈왕 영화


(자체복장규정을 준수하며 주거래처를 찾은 한석규)

소위 "다른 성별에 대한 고정관념의 세계에 뛰어드는 다른 성별의 이야기"는 가벼운 가족지향 코메디의 소재로 빈번히 사용되어 왔다. 당연히 떠오르는 다른 영화들이 있다. 90년대에 나온 다른 영화 중에 유명한 것으로 미세스 다웃 파이어는 어떤까. 미스터 주부 퀴즈왕에 악역이라면 악역으로 등장하는 남자 배역은, 미세스 다웃파이어의 피어스 브로스넌과 인상을 겹칠만한 구석이 많기도 하다.

미스터 주부퀴즈왕의 경우에는 주부대상 퀴즈쇼에, 비교적 드문 남성 주부가 뛰어드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야기는 정석대로 진행되고 쉽사리 먹히는 코메디들과 전형적인 가족극의 진행방향 대로 연결되어 나간다. 보기 좋은 사람들이 약간의 문제를 안고 재미나게 살고 있는데, 위기에 빠지게 되고 가족은 분열에 휩싸이다가, 마지막에 극적인 사건들과 함께 화해를 맞는 다는 것이다.


(부녀)

처음 들어오는 이 영화의 장점은 무리 없는 전형적인 이야기를 뛰어난 배우들로 풀어나간다는 점이다. 사실 캐스팅은 좀 답답한 면이 있다. 공형진이 맡은 개그 조연이나, 한석규의 친부모를 맡은 배우들을 보면, 뻔한 자리를 맡아서 수백번씩 보여주던 인상을 그대로 재연하는 것이라는 생각에 좀 갑갑한 느낌도 없잖아 든다.

그러나 그 결과는 우선은 괜찮은 편이다.

최근에 선풍적인 인기를 얻은 인기스타를, 억지로 끼워 넣어서 어처구니 없는 개그를 펼치도록 한 코메디들이 쏟아져 나왔다. 제작진들이 가벼운 코메디 영화를 아무렇게나 만들어도 품질의 차이가 없는 만만한 장르로 생각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런면에서 "미스터 주부 퀴즈왕"은 충실한 배우들을 써서 차근차근 정성들여 만든 코메디가, 아이돌 스타 홍보쇼로 대강 만드는 코메디에 비해서 확실히 다른 품질의 영화임을 증명한다.

단적인 예는 한석규의 여장 장면이다. 인기스타를 투입하는 코메디에서 밥먹듯 써먹는 코메디 장치중에 하나가, 여장을 하는 주인공 남자 배우다. "미스터 주부 퀴즈왕"도 예외는 아닌데, 그 여장이란 것이 그냥 허망한 개그쇼가 아니라, 나름대로 의미 있는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잘 제어되면서 말이 되게 사용되고 있다. 한편 정장을 차려 입고 장을 보는 한석규의 모습을 설정한 것은, 영화를 만든 사람들이 좋은 코메디를 만들기 위해 극적 구성에 고민한 흔적을 보여준다. 퀴즈쇼의 마지막 문제를 푸는 장면들도 영심이 만화나, 다른 퀴즈 대회 영화에서 써먹었던 방법들을 재탕하는 것임에도 불과 하지만, 그 설득력있는 연기와 까메오 출연진들을 얽어 풀어가는 방송의 생동감은 마찬가지로 좋다.

한석규는 처음에 대중적인 인기를 불러 모았던 자신의 실력을 다시 한 번 확실히 풀어 놓는다. 모든 장면을 이끌고 나가는, CF에서 잘 먹혔던 연기를 그대로 풀어 나가는 모습은 이제는 약간 지겨운 맛도 있다. 하지만, 영화에서 이런 모습을 보는 것은 오랫만이기에 편안한 즐거움이 있는데다가, 역시나 주특기는 녹슬지 않아서, 퀴즈쇼에 나가서 특유의 정리된 어조로 차분히 대사가 잘들리게 이야기하는 안정감은 가히 손범수에 필적, 능가할만하다.


(방송진행자, 신은경)

신은경은 어느새 꽤 노련해진 배우로서의 감각을 모든 장면에서 적당히 발휘하고 있고, 공형진 역시 잘 정리된 각본때문에 가끔 빠지는 "개인기의 함정"을 피해서 제 역할을 잘 밝혀 나가고 있다.

역시나 문제점은 지나치게 진부한 가족영화식 마지막 결말이다. 결말 직적에 아역이 힘을 발휘하는 장면은 아역과 한석규의 호흡이 최상으로 발휘되는 클라이막스 장면이다. 또한 이 장면은 한석규식 연기가 괴력을 발휘하는 순간이다. 그러나, 그를 뒤따르는 진짜 엔딩은 "한국영화식 감동장면"을 또 한번 풀어 놓는, 발라드톤 배경음악에 맞춰 펼쳐지는 주인공의 사설시조라서, 좀 시시하다. 사실 최후의 결전 상대를 외모에서 하는 행동까지 그냥 체신머리 없는 악당으로 굳혀 버린 것은 다른 장면들에 비해서 약간 유치해 보이기도 했다. 음악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전체적으로 일본 드라마나 헐리우드 영화의 전형을 답습하기만 하는 배경음악 사용이나 장면 간의 연결 방법도 개성이 부족한 아쉬움이 있다.

요컨대, 충분히 깊이 있을 수 있는 소재와 주제에서, 정말로 참신한 이야기를 해내지 못한 한계가 있기는 하고, 결말이 약간 힘 없긴 하다. 하지만, 편안한 연기를 펼치는 배우들이 재미 없지 않은 이야기를 풀어가는 이 영화는, 블랙코메디 아니면 코메디의 탈을 쓴 어처구니 없는 잡탕극이 넘치는 요즘 한국 코메디 영화들 중에서 충분한 가치를 갖고 있다.


그밖에...
어쩌다 영문 자막이 달린 판을 봤는데, "아빠 짱이야!" "다나 짱!"을, "Daddy rocks!" "Da-na rocks!" 로 번역했드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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