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프레드 히치콕 대사하다: 여러분, 저는 지금까지 많은 서스펜스 영화들을 찍어 왔습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누명 쓴 사나이"는 줄거리, 화면 구성, 반전, 주인공, 배우 대신 영화의 본 내용과 별로 관계 없는 사실로 유명합니다. 이 1956년의 영화는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이 영화 시작 장면에 등장해서 육성으로 한 마디 하면서 시작한다는 점으로 유명한 것입니다.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은 모든 영화에서 항상 카메오 출연을 하지만, 영화 중에서 그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은 "누명 쓴 사나이" 가 유일무이 합니다. 목소리도, 발음도 별로 좋지 않은 그 말투지만, 스릴러의 황제 거장이라는 명성 하나로 괜히 무거운 "환상특급" 로드 설링 분위기를 조성하는 그 권위는 나름대로 구경거리 입니다. 물론 TV쇼 "알프레드 히치콕 극장"에서 매회 여러번 그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만, 이것은 한국 관객들에게는 드문 기회일테니, "누명 쓴 사나이"의 시작 장면은 나름대로 진귀한 가치는 있는 셈입니다. 이 시작 장면에서, 알프레드 히치콕은 자기 입으로 이 이야기는 지금까지 자신의 영화와는 아주 다르고, 또 실화에 기초한 영화라고 강조합니다. 그리고 그 말은 꽤 맞습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성실하게 인생을 살고 있는 주인공은 클럽의 베이스 연주자 입니다. 이렇게 설명하면 요즘에는 당연히 록밴드의 혈기왕성한 소년을 떠올리겠습니다만, 주인공은 처자식이 있고 꽤 지긋하게 나이가 든 재즈 주자입니다. 어느날 갑자기 강도사건의 목격자가 주인공을 강도라고 지목하며 경찰에 신고를 합니다. 주인공은 퇴근 길에 영문도 모른채 집 앞에서 검거됩니다. 주인공은 무죄를 증명하려 하지만 쉽지 않습니다. 그러는 가운데 보석금과 변호사 비용, 정신적 스트레스로 점차 삶은 피폐해져 갑니다. ![]() (평화로운 가정의 부부) 흔히, 대표적인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영화인, "새", "현기증", "오명", "스펠바운드" 같은 영화들이 알프레드 히치콕 영화의 전형에서 조금씩 다르다고들 합니다. 그렇지만 영화의 줄거리와 내용만 놓고 보면 이 영화, "누명 쓴 사나이"야 말로 가장 다른 영화 중 하나 입니다. 첫째, 이 영화에서 주인공은 오인된 남자이며 경찰에게 억울한 쫓김을 당하며, 금발 미녀도 등장합니다. 하지만 소위 "액션"이 없습니다. 격투나 스턴트가 없을 뿐만 아니라, 살인도 없고, 무시무시한 적의 위협과 맞서는 날카로운 긴장도 없습니다. 추적도 없고, 대결도 없습니다. 그런즉, 알프레드 히치콕의 진가나 주특기가 제대로 드러나는 부분은 적습니다. 둘째, 이 영화를 보시겠다는 분은 아마 이 점은 약한 스포일러가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습니다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영화의 또 다른 특징은, 반전이나, 극적인 결말이 없다는 점입니다. 갈등은 해소되지만, 무덤덤하게 그냥 "갑자기 저절로 문제가 해결되었다" 이런 식입니다. 아마, 많은 관객들은 의외의 결론, 혹은 주인공이 어떻게 난국을 타개할 것인가를 기다리며 끝까지 끝까지 영화를 참고 볼텐데, "반전이 없다"라는 반전아닌 반전이 미리 공개되면, 영화보는 것이 꽤나 맥빠질 겁니다. 그런즉 이것도 스포일러가 될 것이라는게 제 생각입니다. 무슨 말인고 하니, 이 영화가 결국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몇해전에 강남길이 주연했던 제헌절 특집 TV 단만극과 같은 겁니다. 즉, 사람을 지켜주는 법과 제도, 재판과 공권력이라는 것에, 한 번 걸리기 시작하면 아무리 무고하고 착한 사람일 지언정 도리어 엄청 고생한다는 겁니다. 이는 관료제 비판, 물량화 비판, 혹은 실제로 사법제도와 인권현실이라는 구체적인 사회 상황의 비판일 수 있습니다. 카프카의 "심판"과 같은 이야기를 하는 겁니다. ![]() (저희들과 함께 가주셔야 겠습니다.) 영화에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기본기는 그럭저럭 살아 있습니다. 헨리 폰다의 주인공 연기도 적당히 부합해서, 지극히 성실한 삶을 사는 남자가 차근차근 강도로 몰려 감옥 깊숙한 곳에 갇히기 까지 겪는 절망감을 잘 보여줍니다. 날벼락 처럼 주인공의 인생이 망가지는데, 이 모든 것이 그저 일상일 뿐인 관료제 하의 경찰관들, 검사들, 변호사들, 간수들은 그냥 무덤덤하게 복잡해 보이는 절차에 따라 움직일 뿐입니다. 이런 점이 주인공의 눈에 두렵게 비쳐지는 것도 그럭저럭 잘 잡아 냅니다. 비슷한 소재를 훨씬 더 강렬하게 잡아낸 영화 "심판" 이나, "브라질(여인의 음모)"에 비해서, 사실 누명 쓴 사나이는 재미없는 영화 입니다. 그나마 영화의 장점은 실제 뉴욕을 배경으로 하고, 따라서 좀 더 현실적인 느낌을 잘 살려냈다는 점입니다. 때문에, "실화극장 죄와 벌" 같은 분위기도 좀 납니다. 헨리 폰다가 가난하고도 성실한 클럽 연주자가 되어 뉴욕의 지하철을 타고 올빼미 출퇴근을 하는 모습은, 나름대로 4,50년대 뉴욕 풍광을 형상화하고 있는 느낌이라서 잔재미가 있기는 합니다. ![]() (뉴욕 지하철의 재즈 주자, 헨리 폰다) 재즈 베이스 주자라는 주인공의 직업이나, 다채로운 연기를 펼칠 수 있을 여자 주인공 베라 마일즈의 역할이 그냥 배경정도에 머무르고 마는 점도 아쉬운 한계입니다. 또 흥미진진한 극적인 재미 없는 썰렁한 이야기에, 강렬한 연출도 없는 기본기만으로 찍은 것에 그친 영화라는 점도 덤덤합니다. 특히 음악을 전면에 내세웠떤 "나는 비밀을 안다(The Man Who Knew Too Much)" 직후에 찍은 영화라는 점을 생각해 보면, 주인공의 직업을 간접적인 방식으로도 전혀 활용하고 있지 않은 점은 아쉽습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여러모로,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이 첫장면에 나와 목소리 들려주는 영화로 기억될만한 영화입니다. 정신나간 유령 이야기 같은 혼란스러운 이야기와 대통령 얼굴 조각에서 스턴트하는 영화를 만들기 직전에, 만든 것 치고는, 꽤 사회적인 중심소재를 그럭저럭 방어해 냈다고 봅니다. 아예 정말 간소한 단만극이나 "실화극장"처럼 만들고, 영화 첫 장면처럼, "알프레드 히치콕 극장"의 한 에피소드로 했으면 더 어울렸을 겁니다. ![]() (구치소에 갖힌 헨리 폰다) 그 밖에... 전형적인 알프레드 히치콕 영화 등장인물 인상의 배우들이 줄기차게 나오는 통에 자꾸 의심스럽습니다만, 정말로 실화를 영화화한 이야기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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