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트렉: 활동 사진 Star Trek: The Motion Picture 영화


(지구로 다가오는 초거대 괴물체와 엔터프라이즈호)

60년대의 스타트렉 TV 시리즈는 극소수 팬층에게 인기는 끌었지만, 초인기 시리즈나 장수 시리즈는 되지 못하고 끝을 맺었습니다. 하지만 시간 때우기용 재방송 편성에서 서서히 인기몰이를 해 나가면서, 점차 전설적인 TV 쇼가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70년대 말, 80년대 초에 참으로 오랫만에 팬 서비스용 영화가 만들어지기에 이릅니다.

스타트렉 시리즈 중에서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것도, 그리고 우리나라에 널리 알려지고 방송된 것도, 스타트렉의 속편 TV 시리즈인 "스타트렉 넥스트 제네레이션" 입니다. 많은 스타트렉 영화들은 바로, 스타트렉 오리지널과 스타트렉 넥스트 제네레이션 사이의 시대를 소재로 삼고 있습니다. 대부분 영화들은 스타트렉에 대한 애정과 배경지식을 갖고 있으면 재미가 10배, 100배가 되겠습니다만, 일반 관객들도 대강은 따라갈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샌프란시스코의 우주 항구와 아직도 깨끗하게 건재하는 금문교)

그 첫번째 영화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갑자기 지구 근처를 향해 어마어마하게 거대한 괴물체가 접근합니다. 바야흐로, 절체절명의 위기. 이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엔터프라이즈 호에서 손을 털었던 전설의 커크 함장이 다시 최강 우주선 엔터프라이즈 호에 돌아와 지휘를 맡습니다. 오랫만이라서 약간 어색한 면이 있습니다만, 하여간 괴물체를 수색하러 함선을 이끌고 다가갑니다. 이 거대 괴물체는 지구에 뭔가를 이루기 위해 왔다고 하는데, 굉장히 발달한 지능을 갖추고 엄청난 힘을 보유하고 있습니다만, 또 의외로 어울리지 않는 한심한 면도 있습니다.

참으로 오랫만에 돌아온 첫 영화인 "활동 사진"은 2시간 가량의 영화지만 더도말고 덜도말고 스타트렉 특선 에피소드 하나 정도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차이가 나는 대부분의 시간은 TV쇼에 비해 훨씬 돈을 더 써서 발달된 기술을 적용한 특수효과를 자랑하면서 멋있는 음악을 깔아대는 것으로 때우고 있습니다. 그래도 모자라는 시간은 오랫만에 돌아온 커크 함장, 스폭, 슬루, 스콧 등등의 예전 출연진을 하나하나 보여주며 감개무량함에 젖는 것으로 때웁니다.


(돌아온 엔터프라이즈호)

이건 사실 할만한 일이었습니다. 모든 SF시리즈 주인공의 영원한 거두인 커크 함장과 스폭이 다시 돌아오는데 팬들에게 감격할 시간을 줄 필요가 있습니다. 더군다나, "스페이스 오디세이 2001"의 위상을 계승하고, "스타워즈"의 위대한 도약을 거친 뒤에 만들어낸 전혀 다른 세대의 특수효과는 TV쇼에서 보여주었던 장면들에 비하면 가히 환상 수준입니다. 당연히 자랑할만 합니다.

이 특수효과에, 60년대 SF물 고유의 투박하고 어처구니 없는 수수함이 없어져서 아쉽기도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예스러운 아날로그 특수효과로, TV쇼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때문에 충분히 감격하며 즐길 수도 있습니다. 게중에서 괴물체의 중심부로 나아갈 때의 연출은, 요즘의 CG특수효과로 제대로 펼치기 힘든 신화적이고 환상적인 장엄한 느낌이 잘 살아 있습니다.


(돌아온 커크 선장)

그런 의미에서 "활동 사진" 당시의 진짜 중요한 스포일러는 다른 게 아니라, 돌아온 커크 선장과 스폭의 모습, 새롭게 재구성된 엔터프라이즈호의 외관 같은 것들이라 할만합니다. 예고편도 보지 않고 극장에 온 사람들에게는 화려하게 되돌아온 이 모습들을 하나둘 확인하는 것의 묘미가 대단했을테니 말입니다.

이정도의 팬서비스라면 다른 것이 좀 부족해도 충분히 영화를 만들만 합니다. 하다못해 "춤추는 대수사선 2" 같은 영화는 허망하게 후반부가 무너져 내리며 헝클어지는데도 불구하고, 완간서의 등장인물들을 다시 볼 수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어마어마한 흥행을 했으니 말입니다. 그런데, 스타트렉 영화1편은 여기에 더하기 영화 자체의 내용도, 스타트렉 에피소드의 평균 이상을 가지는 재미와 짜임새를 갖고 있습니다.


(돌아온 스폭)

사실 내용 자체는 SF 소설가 중에서 성이 C로 시작하는 유명한 사람이 쓴 C로 시작하는 단어가 제목에 들어가는 소설에서 한 번 써먹었던 것을 좀 더 극적으로 재조립한 것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그 극적인 구성이라는 것도 TV쇼 오리지널 스타트렉의 시즌2 쯤에서 한 번 써먹어 본 것입니다. 그렇게 따지고 보면, "활동 사진"의 이야기는 옛날 이야기의 재탕인겁니다. 유일하게 색다른 점인 특수효과를 쓰기 위한 거대한 연출도 사실, "활동 사진"과 매우 비슷한 도입부로 출발하는 아서 클라크의 소설 "라마와의 랑데부"에서 그대로 가져 왔다고 할만합니다.

그렇지만, 이 영화가 단순히 특수효만 거창한, 따분한 옛날 재탕에 머무르지 않는 것은, 그 세부의 설정 하나가 꽤나 독특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쓸데없이 관객들에게 자기 이야기가 어마어마하게 대단하고 참신하고 충격적인 것이라고 호들갑 떨지 않고 과연 SF 쇼 터줏대감 답게 깔끔하게 이야기를 하고 그것을 마무리짓는 방법도 매끈해서 좋습니다. "활동 사진"의 독특한 마지막 설정에 제대로 감격하기 위해서는 시사 상식이 아주 약간 필요하긴 합니다. 그렇습니다만, 그와 관계 없이 독특한 미술, 특수효과 분위기와 어우러진 이 설정은 그 자체가 보기도 좋습니다.


(돌아온 엔터프라이즈호의 함교)

스타트렉 에피소드의 하나로서 꽤 재미있다는 것과 별개로, 특수효과 보여주며 생색내기, 옛날 생각 나게 하며 감동의 시간 주기 장면이 심하게 많은 것은 사실입니다. TV쇼의 짧은 에피소드를 2시간짜리 영화로 무작정 위장시킨 것입니다. 심지어 중간중간에 끊고 광고 삽입하면 딱 좋을만한 순간들이 눈에 뜨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스타트렉 오리지널 시리즈에 관심이 없는 분들에게는 억지로 분량을 늘린 듯한 지나치게 느린 전개라는 느낌이 들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활동 사진"은 "스페이스 오디세이: 2001" 보다는 팔백오십만배 정도 빠르게 진행됩니다. 그에 비해, "스타트렉 더 넥스트 제네레이션"에서 정답게 들을 수 있었던 저 유명한 주제곡이 울려퍼지면, 꼭 스타트렉 팬이 아니더라도, SF TV시리즈에 호감이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못지 않게 멋지게 들릴겁니다.


(여전히 마지막 장면은 미지의 세계로 또다시 워프해 나아가는 엔터프라이즈호)


그 밖에...

오리지널 시리즈 자체는 한국 케이블 TV에서 방영한 적이 있습니다. 그렇습니다만, 오리지널 시리즈의 DVD나 비디오를 구하기 힘든 한국에서는 그나마, 영화 시리즈들이 비디오 테입등으로 구하기 쉽습니다.

"The Motion Picture"를 "활동 사진"이라고 쓰자니 어색하기 한량없습니다. "영화판"이나, "극장판"이라고 하자니 다른 영화 시리즈와 구분이 잘 되지 않고, "더 모션 픽처"라고 하기도 억지스럽습니다. 좋은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가장 유명한 더 넥스트 제네레이션 배경음악의 원조가 되는 음악이 처음으로 울리는 것도 물론 감개무량합니다만, 약간 경쾌하고 발랄한 있는 오리지널 TV쇼의 배경음악도 확실하게 펼쳐주는 장면이 있었으면 더 정겨웠지 싶습니다.

오리지널 특수효과 장면과 디지털 특수효과가 첨가된 DVD 장면이 다른 부분이 있습니다.

이 영화는 흥행에 성공했고, 곧이어 속편이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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