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트렉 2: 칸의 분노 Stre Trek 2: The Wrath of Khan 영화


(바뀐 엔터프라이즈 호의 함장?)

스타트렉의 첫번째 영화판인, "활동 사진" (The Motion Picture) 에 뒤이어 3년만에 나온 두번째 영화가 1982년작 "칸의 분노" 입니다. 내용은 커크 선장에게 큰 원한을 품고 있는 우주 도적 같은 "칸"이란 녀석이, 유연히 우용한 인질을 잡아 커크 선장을 노리고 급습해 온다는 겁니다. 여기에 어떤 행성이든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행성으로 바꾸어주는 "제네시스"라는 환상의 장비가 등장해 모험에 얽혀 듭니다.

이런 설정과 전체적인 전개 맥락만 놓고 보면, 이 영화는 극장영화를 만들기에 적합해 보입니다. "활동 사진"이 특수효과 보여주기 시간, 감동할 "여백의 미" 시간을 끼워넣은 것만 빼면 간단한 TV에피소드 하나 정도의 내용에 그친것을 생각해 본다면, "칸의 분노"는 확실히 풍성합니다.


(칸과 커크의 전함전)

멋진 우리편 인물들에, 만만치 않은 개성 뚜렷한 적이 있고, 역시나 개성이 강한 인질들이 있으며, 호기심을 잡아끄는 신비한 SF 아이템도 하나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을 두고 긴박한 우주전쟁이 벌어질테니, 분명 볼만하지 않겠습니까. 굿스피드-메이슨이라는 우리편에, 험멜 장군이라는 적이 있고, 중간에는 특전요원들이 끼어 있으며, VX가스가 등장하는 "더 록"과 맞먹어 나갑니다. 다른 예를 들면, 맥클레인-제우스 우리편, 사이먼 적, 금괴들이 중간에, 뉴욕의 대중교통수단과 공중전화가 등장하는 "다이하드3편"도 생각납니다.

좀 어울리지는 않는 비교였습니다만, 하여간 이런 흥미진진한 블록버스터 못지 않은 설정을 두고 시작한 "칸의 분노" 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그런 설정의 흥미로운 요소들을 많이 날려 먹었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아까운 것은 핵심 장비 "제네시스"입니다. 제네시스는 우주 배경 SF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녹화사업 장비입니다. 엄청나게 강력한 것이고 제목대로, 신화적인 의미로도 잘 써먹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영화에서는 그냥 굉장히 비싸고 귀하고 소중하고 비밀스러운것. 이라는 용도이외에 거의 아무런 활용이 없습니다.


(제네시스 프로젝트)

막판에 이르러서 사건을 마무리 지을 핑계까 없으니까 억지로 갖다 붙인 "제네시스의 부작용에는 이런것도 있지롱" 한 것은 불성실하기까지 합니다. 이 환상의 신비로운 장치를 영화중에서는 겨우, 설명도 잘 되지 않는 이상한 부작용을 일으키는 용도로만 쓰고 있었던 겁니다.

어지럽게 날아다니는 작은 우주선들을 현란하게 보여주는 "스타워즈"에 비해, 육중한 함선들이 느릿느릿 움직이면서 거포를 한 발씩 주고 받는 "스타트렉" 우주전의 개성은 잘드러납니다. 그렇습니다만 내용도 짧고, 결정타를 먹이는 공격은 설득력 없이 심심합니다. 게다가 이런 묘사에서 가장 중요한 특수효과도 제대로 살아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스타워즈" "미지와의 조우" 스텝들이 대거 참여해서 환상물의 배경을 펼쳐보였던 전편에 비하면, 특수효과는 초라합니다. 특히, 외부에 함포를 얻어 맏은 뒤에 그 충격이 전해져온 것을 내부에서 뜬금없이 연기 터지고 엑스트라들 쓰러지면서 카메라 흔들흔들 한 것으로 때운 것은 아주 아쉽습니다. 60년대 TV시리즈 시절로 그대로 돌아간 기분이 듭니다.

어떻게 좀 만회해 보려고, "칸의 분노"에서는 "에일리언"이나 "괴물" 같은 영화의 으스스함과 갑자기 튀어나와 놀래기를 아주 약간 삽입해 보고 있기도 합니다. 전편이 "미지와의 조우" 식으로 신비감을 강조했던 것에 비하면, 이번 편은 밀폐된 공간과 심지어 "사람에게 기생하는 외계 생물"까지 이용해서 서스펜스를 쥐어짭니다. 그러나, 아무래도 이런 방식은 친한 사람이 좀 많이 죽어나가야 하고, 또 우주시대의 거대함을 보여줄 수도 없기 때문에 "스타트렉"에 잘 어울리지 않습니다. 당연히 제한적으로 전반부에만 활용할 뿐입니다.


(에일리언 새끼를 들고 있는 칸)

이런저런 헛점을 때우기 위해서 "칸의 분노"가 택하는 것은 역시나 "스타트렉" 영화답게 캐릭터 울궈 먹기 입니다. 영화가 처음 시작되면, 왠 엉뚱한 젊은이가 저 유명한 함장의 항해일지를 낭독해 기록하면서 엔터프라이즈호를 조종한답시고 앉아 있습니다. 이게 무슨 일입니까? 당연히 잠시후 우리의 커크가 나타나 결국 모험을 이끌게 되긴 합니다만, 또다시 커크가 엔터프라이즈호로 돌아올 때의 멋부림은 여전히 살리고 있습니다.

비슷한 방식으로 이 영화에서는 주요 인물들에게 신변의 중요한 충격이 아주 많이 생깁니다. 스타트렉 오리지널 시리즈 멤버들의 일대기를 살펴볼 때 그 무엇보다 중요한 충격적인 사건도 한 건 일어나고 말입니다. TV 드라마에서 갑자기 불치병 걸리는 시나리오 비슷하게 좀 안이한 수법이긴 해도 그래도 시선을 잡아 끕니다.

여기에는 나쁜 점과 좋은 점이 동시에 있습니다. 나쁜점은 그런 덕분에 격정적인 감정묘사가 매우 중요한 영화가 되어버렸는데, 많은 배우들이 잘 따라오지 못한다는 겁니다. 대표적으로 커크는 이런 저런 표현을 꽤 잘할 때도 있고, 마지막의 진지함도 나쁘지는 않습니다만, 분노하는 장면이라든가 놀라는 장면에서는 연기의 한계가 드러납니다.

좋은점은, 그 연장선상에서 오랫만에 만난 인물들이 서로 호흡과 박자가 척척들어맞는 멋을 과시하는 장면을 잘 이용하고 있다는 겁니다. 특히, 양대 산맥 캐릭터인 커크와 스폭이 서로 최고 솜씨의 복식조가 되어 척척 지시를 주고 받으면서 위기를 극복해 나가는 모습은 굉장합니다.


(호흡이 척척 맞아드는 커크와 스폭)

이런 모습을 보고 감탄하는 우리편 신출내기 승무원을 배치하여 그 멋을 더 부각시킨것도 좋은 수법이었습니다. 그들은 "역시 명성답게 잘한단 말이야-" 같은 식으로 반응하는데, 사실 그것이 오랫동안 그들을 봐오며 동경하던 TV쇼 팬들의 마음 한 구석이기도 한 겁니다. 때문에 감흥을 배가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여기에서는 커크 함장의 30년이 넘어가는 세월이 그대로 살아 날 수 있도록, 옛날 요소와 그동안 자연스럽게 변해온 모습을 일부러 강조하고 있기도 해서 그 효과는 더 좋습니다.

"칸의 분노"는 잠시 동안 우주전 장면이 좀 더 보편성을 얻을 수 있을 법했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전편인 "활동 사진" 보다, 훨씬더 "스타트렉 팬 만을 위한 영화"쪽에 기울어진 모습입니다.

제목도 "칸의 분노"인데, 적이 조금만 정말로 무서워 보일만큼 행패를 심하게 부리기만 했어도 더 좋을 겁니다. 지금은 그저 술취해서 잠자려고 하는데 길에서 좀 시끄럽게 하는 건달 정도와 다를바 없습니다. 정말 중요하고 누구나 그럴듯해 보이는 시설을 간단히 헤집는다거나, 주인공을 속이고 휘두르는 강한 모습을 좀 더 보여줬다면, 더 팽팽한 전투가 되었을 겁니다. (시민)


(역시나 마지막 장면은 우주를 향해 나아가는 엔터프라이즈호로.)


그 밖에...

콩고물 처럼 묻어 있는 겉장식 감상으로 이야기 해 본다면, 전편 "활동 사진"은 "과학기술 예찬" 입니다. 즉, 지금 우리가 열심히 연구하고 노력하고 있는 과학이 사실은 정말 기막히고 멋진 철학적인 고상함의 단초가 되어준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한편, "칸의 분노"는 일종의 노인 문제 이야기 비슷합니다. 장년기, 은퇴시기를 맞아서 느끼는 일종의 공허함, 허망감, 그러나 여전히 노련한 경험과 위엄을 가질만한 관록은 무시되어서는 안된다는 사실까지 과시 합니다.

"제국의 역습"과 비슷한 어감을 주기 위해서 인지, 한국에서는 "칸의 역습"이라는 제목으로 출신된 적이 있습니다.

덧글

  • 아크몬드 2006/02/06 00:49 # 삭제 답글

    오.. 제가 알던 게렉터님이신지 ㅋㅋ
    http://archmond.blogspot.com/2006/01/blog-post.html
    게렉터님 이글루스에 있으셨군요?
  • 게렉터 2006/02/06 14:18 # 답글

    반갑습니다. 재작년 쯤 부터 돌리고 있는 사이트이고, 영화, 공연, 책 그런 비기술적인 내용만 다루는 블로그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요즘도 항상 아크몬드님 비스타 블로그는 정기적으로 들르고 있습니다!
  • asdf 2010/11/06 21:38 # 삭제 답글

    mbc 에서 틀어줬던 기억이 있는데요,... 스팍을 찾아서 3편도 다음주에 했었고.
    음악이 참 좋았었습니다. 쓰신 글 읽어보니 허점도 많이 있었던 것 같군요.
    잘 보고 갑니다.
  • 게렉터 2010/11/07 23:46 #

    저도 MBC에서 1,2,3편 연속으로 틀어줄 때 처음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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