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The Birds 영화


(괴수 습격 영화 단골등장 대사: "그건 논리적으로 말이 안되오")

"새"는 한국에서 가장 친숙하고 유명한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영화일 겁니다. 작품의 완성도나 선호도를 떠나서, 본래 이렇게 소재가 참신한 영화는 기억에 잘 남는 법입니다. 뭔가 무시무시한 것이 사람들을 공격한다는 소재의 괴수 영화들은 참신한 것이 공격한 것이라면, 그 소재 자체로 기억에 뚜렷이 남게 됩니다.

거대한 고릴라가 공격하는 영화나, 상어가 공격하는 영화는 워낙에 유명해서 더 이상 말할 것도 없지만, B급 성향이 강한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악어가 공격하는 영화나 황무지 땅 속 괴물이 공격하는 영화만 해도 쉽게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하다 못해 TV쇼 "맥가이버"에서 사람을 공격하는 어마어마하게 많은 개미 떼들이 일대를 휩쓰는 에피소드에서 강한 인상을 받으신 분들도 많을 줄 압니다.


(새에 등장한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

따라서, 평범해 보이는 까막까치와 갈매기 같은 새들이 갑자기 단체로 연합해서, 아무 이유도 없이 사람들을 공격한다 설정 자체만으로 우선 이 영화는 절반은 성공을 거둡니다. 새장에 갖혀있는 신세인 작은 새들이 여기저기 퍼져 사람들을 습격하고, 덕분에 반대로 사람들이 집안이나 지하실 같은 곳에 숨어 있는 이야기라는 겁니다. 안이하게 생각한다면, 적당한 제작비가 주어지고 성실한 감독이 기용되기만 한다면, 누가 만들어도 충분히 B급 수준의 성공은 거둘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정말 만족스러운 영상을 만들기는 어려웠겠지만 말입니다.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새"는 이런 평범함에 몇가지 수작을 더 부려서 영화를 확실히 더 돋보이는 수작을 만들었습니다. 우선 가장 쉽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낯선 교외에 방문한 방문자를 주인공으로 설정한 수법입니다. 보통 이런식의 괴수 도시 습격 영화는 도시 주민이 자기 삶의 터전에 괴수가 쳐들어 오는 걸 경험합니다만, 새 에서는 주인공이 샌프란시스코 시내의 시민인데, 낯선 보데가 만의 교외지역에 로맨틱 코메디스러운 설정으로 들어오면서 서서히 악몽에 빠지는 형식으로 꾸미고 있습니다.

이런 수법 덕택에, 우리가 보는 낯선 마을의 광경이 주인공에게도 낯선 마을의 광경이 되므로 쉽사리 주인공에게 감정 이입을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낯선 마을이라고는 해도 평화롭고 일상적인 교외이므로, 일상을 박살내는 괴수 습격물의 무대로는 아주 적당한 곳입니다.

또 "오명"도 비슷한 수법을 쓰고 있지만, 주인공이 조용하고 예의바른 부잣집 딸이면서, 동시에 명확한 직업도 없으며, 로마에서 나체로 분수대에 뛰어든 사건으로 유명한 인물로 해둔 것도 간단하고 좋은 장치입니다. 사건전개를 밀어붙이기 위해서는 주인공이 갑자기 지나치게 적극적으로 행동하거나 사랑에 빠지거나 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주인공에 대한 몇몇 고정관념을 은연중에 이용하는 이런 점들은, 충분히 몇몇 돌발행동을 할 수 있을 만큼 자유로운 인물이라는 점을 심어주고 설득력을 키우는데 유용합니다.


(샌프란시스코의 주인공)


(산넘어 가는 주인공)


(물건너 가는 주인공)

여기에 소위 "고부간의 갈등" 비슷한 등장인물 간의 미묘한 갈등을 삽입하는 것으로 현실감을 돋구고 좀 더 몰입을 이룰 수 있게 합니다. 영화자체의 불길한 느낌도 잘 살려 강조할 수 있습니다. 영화 전체에 있어서 배경음악을 거의 사용하지 않은 것도 현장감을 강조하는데 일조 하고 있습니다.

영화 초반에는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이 이미 "싸이코"나 "오명"에서 제대로 써먹은 적이 있는 "고부간의 갈등" 구도를 울궈먹으면서 불길하고 쉽게 이입되는 이야기지만 영화 핵심과 관련없는 이야기를 합니다. 그러면서 아주 조금씩 복선을 제시하고, 서서히 "새들의 습격" 이라는 주제의 강도를 높여 가는데, 요즘 유행과는 약간 다르긴 해도 아주 모범적인 도입부를 꾸밀 수가 있습니다.

이 시간 동안 공포사건의 희생자가 될 사람들이 우리가 감정이입할만한 성격을 보여줄 기회를 줍니다. 그리고 본론의 암시를 조금씩 던져서 기대감과 긴장감을 주는 한 편, 여러 간접적인 방식을 이용해서 불길한 분위기를 계속 유지해 나갑니다. 영화 전체에 걸쳐서 "시어머니"에 해당하는 인물은 갈등의 핵심에 서있기도 하고, 성격이 중대한 전환을 겪는 입체적인 인물이기도 하며, 무엇보다 정교한 감정과 격정적인 변화 모두 연기를 굉장히 잘 하고 있기 때문에 영화 구성에 있어서 큰 활약을 합니다.

본격적인 본론에 들어가면 영화는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 특유의 보여주기 연출을 화려하게 써먹으면서 재미나게 펼쳐집니다.


(시어머니 대사를 하는 어머니와 아들)

우선 꼽을 수 있는 것으로, 가장 단순하면서도 효과적인 방법 두 가지가 사용되고 있습니다. 첫번째는 공포물 기초 중의 기초인, 고어 표현입니다. 영화에서는 새들의 공격을 받아 죽은 사람을 잠깐 보여주는데, 좀 처참하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본격 고어 영화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만, 두어번 정도 적절히 사용되어 있는데다, 무엇보다도 지극히 평화롭게 살아온 "신문사 사장 딸"과 변호사 가족이 겪는 배후 충격이 잘 묘사되어 있어서 설득력 있습니다.

두번째는 이 영화에서 특별히 잘 살아나고 있는 것으로, 희생자들 중에 어린이 희생자들을 강조해서 관객들의 심정적인 동조를 강하게 이끌어내는 것입니다. 어린이들이 새들에게 습격당해 고통 받는 연기의 특수촬영을 해내는 것은 쉬운 일 만은 아니겠습니다만, 특수효과의 장인들은 공들여서 이 장면을 사실적으로 만들어냈고, 결과는 충분히 좋습니다. 새들을 피해 달아나고, 새들을 막기 위해 노력하는 주인공들을 관객들이 자연스레 응원하게 만듭니다.

특히, 저는 이 영화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으로 단연 학교 정글짐 장면을 꼽습니다. 정글짐이든 학교의 그네든, 이런 학교의 단순한 놀이기구는 아무것도 아닌 단순한 구조물임에도 불구하고 소중한 우리의 어린이들이 가득 몰려들어서 왁자하고 즐겁게 노는 것으로 가치를 갖는 사물입니다. 따라서, 어린이들이 없는 정글짐이나 철봉 같은 것은 그 "아무도 없음"이 아주 잘 살아나는 공허한 물체가 됩니다.

"8월의 크리스마스" 같은 영화에는 이러한 공허감이 인생을 되돌아 보게하는 아려한 추억을 자극하는 장치로 사용되기도 했습니다. 새 에서는 이 텅빈 구조물에 하나 둘 새들이 몰려오도록 해서 빈틈없이 채우는 갑갑한 위압감을 화끈하게 강조하는 용도로 사용되었습니다. 이 영화에는 영상 외적으로 추가되는 배경음악은 사용되지 않았습니다. 그렇습니다만, 이 장면에서만은 학교의 아이들이 노래를 부르고 있는 것으로 해서 배경음악의 효과를 주고 있습니다.

초조한 마음으로 담배를 피우며 기다리는 여자 주인공의 모습 표정과 건너가며 보여주는 이 장면은 단연 압권입니다. 아이들이 부르는 노래는 반복되는 어구의 합창곡이라서, 수많은 새들이 하나둘 몰려든다는 다수의 심상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습니다. 동요 특유의 뜻모를 불길함이 있는 가사도 효과가 좋고, 거기에 불길한 상황과 배치되는 멜로디가 주는 대조효과나, 아이들 목소리를 이용해서 어린이 습격의 위험성에 복선을 주는 효과도 있습니다.


(공격 받은 어린이)

전체적으로 새에서는 고립감, 폐쇄감을 통해서 공포를 자극하는 수법도 잘 사용하고 있습니다. 배경이 되는 바다로 막혀 있는 보데가만 자체가 어느 정도 고립감이 있는 곳이고, 새들의 공격을 두려워해서 창문과 문을 막고 집에 숨어 있는 모습은 대표적입니다. 자동차 안이나, 공중전화 박스 안, 식당 구석으로 숨어들어서 숨을 죽이고 요란한 새소리를 들으면서 무서워하고 있는 모습도 이어집니다. 제작비를 아끼면서 공포감을 잘 살리기로는, 2차대전 방공호 묘사에서부터 "에일리언"에 이르기까지 전통적인 수법입니다.

특히 "새"는 이런 폐쇄감 연출로, 새의 가장 큰 특징인 "자유롭게 날아다닐 수 있다"라는 것을 강조할 수 있습니다. 그리하여 희생자들의 무력함을 강조하는 장치로 쓸수 있으니 또다른 쓸모도 있습니다. 이런점에서는 "조감도"로 사고현장을 내려다 보는 장면은 노골적입니다.

영화의 결말은 강한 여운을 줍니다. 좀 뜬금없긴 합니다만, 마침 날씨까지 굳이 어두운 구름사이로 빛 몇 줄기 내려오는 날씨로 꾸며서, 묵시록적인 느낌을 살리고 있습니다. 정말 거창한 재난 영화가 되기에는 영화 전체에 비해서 새들의 난동이 일어나는 시간도 짧고, 비슷한 수법으로 공포공격 장면을 이용하면서도, 강렬한 결말의 충격을 주었던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 에 비해서는 결말이 중간이 뚝 잘린 느낌도 듭니다. 하지만, 덕분에 정말로 악몽이 현실화된 듯한 사실감을 얻었고, 착하고 예의바른 사람들이 겪는 공포를 손에 잡힐 듯 깔끔하게 묘사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는 포기할만한 점일 수 있겠습니다.

무엇보다 "새"는 새들을 다루는 기술자들과 그런 장면에 도전한 스탭들의 아이디어와 기술적 재능이 가장 효율적으로 펼쳐진 영화입니다. 수백마리의 새들을 동원하고 그처럼 여러모로 잘 다스려서 필요한 장면을 만들 수 있을 정도로 꾸며낸 것은 그야말로 도전과 실력의 화려한 결합이라 할만합니다. (황제)


그 밖에...

정글짐 장면의 노래를 녹음해서 올려 두었습니다.
링크 http://mediafile.paran.com/MEDIA_4675579/BLOG/200602/1139145672_thebirds.mp3

요즘 같은 시기라면, 당연히 주인공이 가져온 잉꼬나 주인종이 조류 독감 비슷한 전염성 공수병 같은 것을 퍼뜨려서 생긴 일이라고 생각하기 쉬울겁니다.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도 고어 장면의 아이디어는 실제로 새들에게 공격당한 사람들의 기사에서 참고했다고 합니다.

프랑수아 트뤼포의 책에 따르면, 폐쇄감을 이용하는 공격받는 집 연출은 알프레드 히치콕으로서는 드물게도 즉흥연출로 이뤄진 것이라고 합니다. 프랑수아 트뤼포는 레스토랑에서의 대화 장면이 지루하다고 밝혔습니다만, 저는 아주 좋아하는 장면입니다. 보데가만 지역 자체의 고립감을 강조할만큼, 레스토랑 사람들의 대화에 생생한 유대감이 살아있고, 사람들에게 서서히 공황의 감정이 싹트는 것도 여러각도로 잘 잡아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그건 논리적으로 말이 안되오"라고 하는 할머니는, 그 전형적인 대사 때문에 반갑기도 하면서, 그런 대사를 하는 인물의 전형에서 약간 벗어나 정말로 이성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기도 하기 때문에 어떤 의미로 멋져 보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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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력을 그려내는 연출이, 그 자체로 어떤 경지에 이른 수준을 자랑하게 되는 경우도 간혹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알프레드 히치콕이 감독을 맡았던 "새 http://gerecter.egloos.com/2176560"를 들먹여 볼만합니다. 이 영화에서는 수백 수천마리의 새 떼거리가 마을을 습격하는 느낌을 갖가지 연출로 화면에 담아냈습니다. 그래서 미묘한 여자 ...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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