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트렉 3: 스폭을 찾아서 Star Trek 3: The Search For Spock 영화


(이 벌컨인 아이는 누구란 말인가?)

2편에서 1편을 뒤집고 충격을 주는데 성공한 시리즈는 3탄에서 더 큰 충격을 주어야할 숙명에 놓이게 됩니다. 그만큼 기대하게 되는 겁니다. 그래서 빽투터퓨처 3편이나, 터미네이터 3편은 정말 고생고생하면서 이야기를 짜내어 2편과 차이점을 주고 참신함을 더하려한 노력이 보입니다.

그렇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보통 3편으로 완결되는 시리즈에서는 그 시리즈가 그렇게 밝지 만은 않은 시리즈의 경우 중요 등장인물이나 악당 최고 두목이 "죽는 것"을 써먹습니다. 스타워즈 3편이나, 에일리언 3편을 생각해 보면 과연 써먹어 볼만한 수법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1984년작 "스폭을 찾아서"의 중요한 장점 중 하나는, 스타 트렉 시리즈에서 사람들이 재밌어 하는 요소들을 이해하고 있어서, 바로 이런 충격을 줄 수 있는 요소를 찾아냈다는 점입니다. 결론만 밝히면 "스폭을 찾아서"에서는 주인공 중에서는 아무도 죽지 않으면서도 충분히 강렬한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60년대에 시작된 시리즈의 20년 가까운 역사를 생각해보면, 가슴 뭉클하기까지 합니다.

2편 "칸의 분노" 이야기를 하면서, 제네시스라는 행성 변환 기계를 너무 재미없게 사용했다는 점을 지적한 바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3편, "스폭을 찾아서"는 2편의 바로 뒤에서 이어지는 이야기이면서 "제네시스"를 계속 소재로 삼아서 더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승무원1 정도 되는 인물이 이런 표정을 지으면, 엄청난 위기가 다가왔다는 뜻)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2편의 모험을 겪은 엔터프라이즈 호는 지구의 기지로 돌아옵니다. 그렇지만 너무 많이 손상되고 낡은 엔터프라이즈호는 퇴역을 맞게 됩니다. 또 제네시스의 엄청난 가치 때문에 제네시스가 가동된 행성과 그 관련자들은 통제되므로, 커크, 스콧, 슬루, 맥코이 등등은 발이 묶인 신세가 됩니다. 그런 가운데 과학 탐사 함대가 파견되어 제네시스에 대해 조사를 하고, 클링온 제국의 급진주의 함대가 제네시스를 노리고 몰래 다가 오기도 합니다.

기운이 빠진채 지구에 늘어져 있는 커크 선장 일행에게 스폭의 아버지가 나타나는 등, 갑자기 스폭의 초능력스러운 잔영이 감돌기 시작합니다. 이들은 막연한 초능력적 메세지에 따라 스폭에 관련된 매우 중요한 사실을 알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고, 재결집합니다. 그리하여 이들도 문제의 제네시스가 작동된 행성으로 떠난다는 겁니다. 물론, 떠나기 위해 이들은 퇴역예정인 우리의 엔터프라이즈호를 탈취합니다!


(만신창이가 되어 지구로 귀환한 엔터프라이즈호)

좋은 이야기 입니다. 수십년만에 옛날의 정겨운 주인공을 보여주는 것은 1편에서 써먹었고, 주인공 인물들에게 큰 신상의 변화를 주는 수법도 2편에서 써먹었습니다. 그렇다면 "오랫만에 돌아온 주인공"이라는 스타 트렉 시리즈에서 가장 울궈먹을 만한 요소를 이제는 재탕하기 어렵다는 겁니까? 그 해답으로 "스폭을 찾아서"는 좋은 아이디어를 사용 했습니다. 즉, 주인공들은 이제 시대에 뒤쳐진 인물이 되어 발이 묶이는 모습을 보여주고, 이들이 서로 힘을 모아 옛날처럼 다시 뭉치고, 다시 활약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겁니다.

이것은 경험이 풍부한 인물들이라는 설정을 살리고, 정다운 배우들의 모습을 한 번 더 보여주는 기능을 함과 동시에 팬들의 마음을 대변하기도 합니다. 즉, 유행이 지나가고 구닥다리가 되어 종결되어버린 스타트렉 오리지널 시리즈에 대해, 시리즈의 주인공들이 지금 다시 모여서 시대의 한계를 극복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은 팬들의 직접적인 항변과도 닿아있기 때문입니다.


(서부영화 열차강도 같은, 우주선 강도. 3인의 돌아온 탕아들)

이런 수법을 깔고 있으면서 이야기의 다른 구성요소도 좋습니다. 재결집하는 지구의 커크 선장, 제네시스 행성을 탐사하는 과학 탐사대, 우주 전쟁을 펼칠 클링온 제국 함대, 세 팀이 활약합니다. 제네시스를 향해 모여 드는 이상의 세 팀은. 기계로된 기지, 자연 환경인 외계 행성, 광활한 우주 공간, 전형적인 우주 SF 물의 세 요소를 동시에 펼쳐 보일 수 있게 합니다. 그러면서도 산만하지 않게 제네시스 장비라는 하나의 요소를 둘러싸고 서로 영향을 주고 받도록 짜여져 있습니다.

특히, 쓸데없이 "건드리면 터진다"라는 해괴한 부작용만 강조했던 "칸의 분노" 편에 비해서, "스폭을 찾아서"에 나오는 제네시스의 작용과 부작용들은 "단숨에 생태계 창조"라는 어마어마한 제네시스의 핵심기능을 제대로 살리고 있습니다. 애초부터 이렇게 해야 했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거창한 사건과 스케일에 어울리는, 결말 부분의 행성 배경이 종말론적인 분위기를 갖는 것도 좋은 설정입니다. 여기에 더하기, 영감이 다 된 출연진들이 그런 인상에 맞는 서로간의 정겨움과 노련함을 과시하는 사소한 여러 장면들도 재미있습니다. 특히, 엔터프라이즈호의 기술진들의 활약은 은근하지만 정말 멋지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제네시스의 여파를 조사하는 과학 탐사 함대)

하지만 결코 단점도 적지 않습니다. 일단 우주 전쟁은 아주 흥미진진하게 펼쳐 질 것처럼 분위기를 묘하게 잡긴 하는데, 결국 화끈한 함대결전을 보여주지는 않는 심심한 것입니다. 또 "칸의 분노" 못지 않게 "스폭을 찾아서"에서도 커크는 격정적인 감정을 느낄 기회가 찾아오는데 이번에도 역시 연기가 따라 주질 않습니다.

커크의 어색한 감정 표현은 배우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커크 함장이라는 오리지널 시리즈의 인물은 전체적으로 밝은 결말을 이끌어내는 멋있는 인물이기만 했습니다. 때문에 이런 복잡한 감정, 특히 진짜 절망과 좌절을 표현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설정으로 너무 굳어졌다는 겁니다.

그리하여, 감정 표현은 설득력없고, 그러다 보니, 분위기 파악 못하는 듯 끼어드는 커크의 60년대식 유머대사도 재치있다기보다는 그냥 현실감을 떨어뜨리는 역할만 합니다. 분노랍시고, 클링온 두목에게 "you bastard"니 "damn you"니 하는 것으로 표현을 대신하는 것은 경박해 보입니다. 전설적인 "쓸데 없이 앞구르기 한 번 한 뒤 총쏘기"가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액션 역시 갑갑하고 힘 없는 가짜 같은데가 많습니다.

거기다가, 클링온 함대의 면면도 참 한심하게 구성된 그냥 "나쁜놈들" 입니다. 위엄도 없고 현실감도 없어서 어딘지 바보스러워 보이기까지 합니다. 이런 나쁜놈들 두목답게, 부하가 임무를 제대로 완수하지 못하면, 버튼을 눌러서 죽여 처벌하는 장면까지 들어 있습니다.


(실패한 부하에게는 죽음뿐이다.)

그나마 이런 단점들을 좀 가리고 있는 것은, 클링온 함대와의 대결을 물리적인 우주전 치고 받기에 그치지 않고 꾀를 부리는 외교전 요소를 듬뿍 도입했다는 점입니다. 이것은 마치 도적들이나 괴물떼들과 상대하는 "아라비안 나이트"의 꾀많은 주인공처럼 우화적인데가 있습니다. 사실, 이런식의 위기돌파가 전통적으로 스타트렉 다운 것이기도 하고, 커크 함장이 맨날 하던 것이기도 해서 꽤 잘 걸맞습니다. 상대방을 속이기도 하고, 허장성세를 펼치기도 하면서, 들통날까 말까 속아넘어올까 어쩔까 협상이 될것인가 호기심이 생기게 합니다. 이런 장면 때문에 클링온 군단이 바보 같았던 것도 어느 정도 활용되어 의미를 갖게 되는 면도 있기도 합니다.

결국 3편은 스타트렉 팬들에게는 확실히 2편보다 더 재미있는 이야기가 될 겁니다. 그렇지 않은 관객들에게는 너무나 전형적인 똑똑하고 착하고 잘생긴 우리편, 멍청하고 악하고 못생긴 적 구도에 답답해하지 않는 편이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겁니다. 또한, 제임스 T. 커크표 설득력 없는 연기를 얼마나 받아들일 수 있느냐에 따라 재미가 반감될 수도, 충분히 재미있을 수도 있겠습니다. (시민)


(꾀를 부리는 신밧드들)


그 밖에...

유명한 이야기지만, 더 이상 스폭 역에 갖히기 실어했던 니모이 선생이 거부하여 2편에서 맺으려 했던 이야기가, 그의 섭외가 이루어짐에 따라 제목도 거창한 "스폭을 찾아서"가 되어 3편이 제작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직접 이 영화는 스스로 감독까지 해 버렸습니다.



덧글

  • 잠본이 2006/04/29 23:31 # 답글

    커크 앞에 스폭의 아버지가 나타난 건 스폭의 잔영이라서가 아니라 실제로 그 아버지가 커크를 만나러 '왔기' 때문입니다만... (2편에서 스폭이 죽기 전에 자기 영혼 비스무리한 존재인 '카트라'를 맥코이에게 백업해두어서 맥코이가 비몽사몽간에 스폭을 대신하여 커크에게 '집에 데려다달라'는 둥 헛소릴 해대고 하는 게 진짜 '잔영'이었죠.)

    스폭의 팬들에게는 좋은 이야기였을지 몰라도 개인적으론 2편에서 감격적으로 아버지를 찾은 커크의 아들 데이비드가 너무나 어이없게 죽어버려서 영 뒷맛이 안 좋았습니다. (클링온 쪽 두목이 백투더퓨처의 브라운 박사님이었다는 건 나름대로 개그였지만;;;)
  • 게렉터 2006/05/02 10:45 # 답글

    스폭의 잔영...이라는 말은 스폭과 관계된 여러가지 흔적이라는 뜻으로 스폭 아버지를 포함하여 스포일러 감추기를 의도해 택한 말이었습니다. 너그럽게 받아 들여 주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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