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트렉 4: 귀환의 항로 Star Trek 4: The Voyage Home 영화


(지구로 출발하는 커크 일행)

스타 트렉 영화 4편은, 새로운 스타 트렉 TV 시리즈인 "스타 트렉 더 넥스트 제네레이션 Star Trek The Next Generation" 이 나오기 전에 제작된 마지막 스타 트렉 영화 입니다.

스타 트렉 오리지널 시리즈의 주인공들이 4편 이후, 5편과 6편에서도 주인공으로 등장합니다. 하지만 4편 "귀환의 항로"가 나온 바로 다음 해인 1987년에, 스타 트렉 더 넥스트 제네레이션은 공전의 히트를 하게 되고, 피카드 함장은 관객들에게 커크 함장의 아성에 도전하는 존재감을 주게 되면서 확실한 세대 교체에 성공합니다.

이런저런 의미에서 "귀환의 항로"는 60년대에 시작된 스타 트렉 오리지널 시리즈의 화려한 최후의 대단원 역할을 해줄 필요가 있는 영화가 됩니다. 아마, 대파국, 주인공들 신상의 거대한 변화 등등을 이용해서 최후를 화끈하게 장식할 필요가 있을 겁니다. 이런 과제를 두고, "귀환의 항로"는 약간은 색다른 시도지만 충분히 해볼만한 멋진 방식으로 마지막을 장식했습니다. 그것은, "귀환의 항로"를 지금껏 이어온 스타 트렉 시리즈 자체에 대한 코메디, 패러디 코메디로 만들어 버리는 것입니다.


(커크 함장 일행에 대한 처벌 회의)

이것은 성공적인 계획이었습니다. 일단 스타 트렉 시리즈에서 내려온 수많은 설정들을 돌이키게 하고 웃음의 소재로 삼으면서 스타 트렉 팬들에게 정겨운 웃음을 줄 수 있습니다. 비교적 소재들을 찾기가 쉽기도 하고 또한, 내용 자체가 팬에게 바치는 멋진 헌사가 되어 줍니다. 꼭 오리지널 시리즈 TV쇼 팬들이 아니더라도, 매우 무겁고 심각한 사건들이 벌어졌던, 1편 "활동 사진", 2편 "칸의 분노", 3편 "스폭을 찾아서"에 비해서 분위기가 완전히 전환된 코메디 4편은 대단원에 어울리는 또다른 화려함으로 느껴지게 됩니다.

무엇보다, 스타 트렉 오리지널 시리즈 자체가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도덕을 바탕에 두고 있는 이야기들이었기 때문에 이런 즐거운 코메디에 아주 어울립니다. 그래서 60년대의 TV쇼의 주제의식을 다시 한 번 제시하는 면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1편, 2편, 3편의 심각한 분위기가 4편의 코메디 분위기로 슬며시 전환되는 모습도 어색함 없이 와닿게 됩니다.

"귀환의 항로"의 이야기는 이렇게 흘러갑니다. 3편에서 의리만 좇아 우주선 강도 짓을 벌인 커크 일행은, 일이 해결되자 순순히 처벌을 받으러 지구로 돌아오는 길에 오릅니다. 그런데 때마침 엄청난 파괴력을 지닌 우주괴물이 나타나 지구의 바다를 뒤흔들어 지구에게 "노아의 대홍수"를 일으키려고 하는 듯 합니다. 우주 괴물의 능력으로 지구 근처의 모든 우주 설비는 마비되고, 지구의 사령부에서는 어쩔수 없이 커크를 비롯한 지구 밖 함대에게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살아 남아서 문명을 이어나가라는 명령을 내립니다. 물론, 이런 위기를 본 커크 일행은 지구를 구하기 위해 지구권 밖에서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강구하게 됩니다.


(지구 앞에 나타난 우주괴물)

커크가 지구를 구하기 위해 벌이는 모험의 아이디어는 관점의 전환을 즐기는 옛날 SF소설에서 여기저기 많이 등장하던 이야기 입니다. 그렇게 옛날 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나, "면세구역"에 실린 듀나의 SF단편 소설에도 등장하는 생각 입니다. 커크가 워낙 별별 짓을 다 벌이다 보니, 결국 영화는 80년대에 나온 안성기가 등장한 영화를 떠올릴 수 밖에 없는 형태로 흘러가게 됩니다.

TV쇼에서 몇 번 써먹은 배경입니다만, 어쨌거나 여전히 흥미있는 배경 행성을 무대로 삼은데다가 무리를 한 통에 우주선이 고장이 나는 등 일이 좀 꼬이기도 해서 돌파해야할 난관은 많습니다. 커크 일행 개개인이 지금껏 내려온 각자의 장기를 백분 과시하면서 여러가지 코메디가 가미된 모험을 벌입니다.


(지구 샌프란시스코의 우주 기지)

이들은 대체로 2인 1조가 되어 행성에 흩어져 원주민들에게 각자 사기를 쳐서 원주민의 물건을 빼내오도록 꾸며져 있기 때문에, 유머가 살 장면들이 많고, 주인공들간의 연대감을 강조하면서도 개인기도 과시할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또한 번갈아 가면서 팀들을 보여주어 이야기 전개를 입체적으로 하고 지루함 없이 재미있는 부분을 연속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장점도 있습니다. 이런점 때문에, 이전의 영화판들과는 달리 전개가 무척 빠른 편이고, 이것은 TV쇼의 전개방식과도 부합합니다.

특히 스폭이 현지인에게 어울려 보이기 위해 하는 위장과, 다시 근엄하기 그지 없는 우주선의 상태로 돌아왔을 때 스폭의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들은 아주 즐겁습니다. 영화 중반부터 등장하는 "엔터프라이즈호"는 미국 관객들에게는 신선한 감동을 줄 정도로 그럴듯한 설정이고, "돈"을 주제로하는 코메디도 꽤 신선합니다.


(노아의 대홍수를 맞아 지구의 운명에 대해 논하는 지구인과 벌컨인)

2편, 3편 이야기를 하면서, 커크 선장의 연기가 심각하거나 슬픈 장면에서 죽어버린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리고 "귀환의 항로"는 이런 문제점도 잘 피해가고 있습니다. 긍정적인 사고 방식이 중심에선 이야기가 소재입니다. 여기서 유머를 띄우면서, 낯선 행성의 주민들에 맞서 여러 꾀를 부리는 모습은 커크 선장 캐릭터의 장기이며, 이를 십수년간 연기 해 온 배우 윌리엄 섀트너의 장기이기도 합니다.

2편과 3편을 장식했던 우주 함대전도 없고, 지구의 멸망을 초래하려는 우주괴물에 대한 설명도 부족하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또 스타트렉 시리즈의 전통을 백분 활용하며 신나는 코메디를 펼치는 것을 빼면, 이야기의 핵심 자체는 극장 영화판 다운 거창한 느낌 없이 그냥 독특한 TV 에피소드 같은 작은 영화라는 점도 문제라면 문제입니다. 화려하고 큰 특수효과를 잘 살리는 장면이 없다는 점도 아쉽습니다. 원주민의 작은 사냥배와 대결하는 우주선 같은 후반부 장면을 비롯하여, 많은 장면들은 연출을 좀 더 잘 하면 충분히 시적으로 더 멋지게 꾸밀 수 있어 보입니다.


(엔터프라이즈호 승무원들의 면면, 왼쪽부터, 스폭, 맥코이, 슬루, 우후라, 스콧, 체코프, 커크)

그래서, 전체적으로 4편 "귀환의 항로"는 위대한 SF 서사시라기 보다는 인기 TV쇼의 피날레로 만들어지는 2시간짜리 특선 에피소드와 비슷한 분위기를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영화로서, 스타 트렉 시리즈가 잘할 수 있는 소재를 가지고 좋은 코메디들을 듬뿍 만들어냈으며, 여기에 이야기 전개와 완전히 부합하는 좋은 결말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충분히 뛰어납니다.

"귀환의 항로"의 결말은 지구의 자연과 환경에 대한 예찬으로 되어 있습니다. 온 우주를 떠돌며 갖은 모험을 펼친 커크 일행이 지구로 귀환하여 마지막을 장식하는 만큼, 이러한 결말은 전형적이지만 효과적인 것입니다. 또한 "악덕 공장주 두들겨 패기" 같은 노골적이고 대립적인 환경보호 이야기가 아니라, 은근히 자연의 아름다움을 펼쳐내는 잔잔한 수법도 좋습니다. 무엇보다 이 영화의 맨 마지막 장면은 스타 트렉 팬들을 감격하게 하는 정석을 견지하여 보여 줍니다. (황제)


그 밖에...

1986년 우주왕복선 챌린저호 사고를 추모하여, 이 영화는 다음과 같은 자막을 도입부에 보여 줍니다. "스타트렉 제작진은 이 영화를 우주선 챌린저 호의 사람들에게 헌정합니다. 그들의 용감한 정신은 23세기 이후로도 살아 있을 것입니다. The cast and crew of Star Trek wish to dedicate this film to the men and women of the spaceship Challenger whose courageous spirit shall live to the 23rd century and beyond..." NASA의 많은 스타트렉 오리지널 TV쇼의 팬들을 생각해 보면, 이 자막은 보다 직접적인 의미를 갖고 있을 겁니다.

역시 스폭역의 니모이 선생의 감독작입니다. 한국에서는 중심소재를 그대로 드러내는 제목으로 출시된 적이 있습니다.

보시지 않은 분들께: 스타 트렉 시리즈에 약간의 지식만 있다면, 영화 자체에 대한 스포일러나 사전지식, 예고편 없이 보는 편이 보고 감탄할 장면들을 훨씬 더 즐길 수 있습니다.

덧글

  • 잠본이 2006/04/29 23:25 # 답글

    본문에서는 마치 커크일당이 딴 행성으로 가서 모험을 벌이는 것처럼 적혀 있는데, 사실은 과거의 지구로 시간여행을 가서 그 우주생물을 꼬여낼 수 있는 유일한 동물(향유고래)을 잡아오는 얘기가 아니었던가요?;;; (스포일러가 될까봐 일부러 감춰두신 건지...) 코미디일 뿐만 아니라 현대 지구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 오히려 일반 관객에게도 먹힐만큼 재미있었다는 점이 세일즈 포인트였죠.

    시간상으로는 확실히 TNG 직전이긴 하지만 제작진이 특별히 '대단원'을 염두에 두고 만들었는지는 좀 의문이 남더군요. 마지막에 결국 3편에서 파괴된 엔터프라이즈를 대신하여 엔터프라이즈-A가 등장하는 걸 보면 속편을 계속 이어갈 생각으로 기획했던 게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듭니다만... (오히려 기획단계부터 명백히 '대단원'을 의도한 극장판은 6편 '미지의 세계' 쪽이 더 가깝지 않을까요)
  • 게렉터 2006/05/02 10:43 # 답글

    그렇습니다... 스포일러 숨기기. 엔터프라이즈-A 이야기 포함해서 말입니다.

    오리지널 시리즈가 수십년전에 끝난 시리즈의 극장 영화판이니 한 편 한 편이 모두 어떤 의미에서 대단원이라는 느낌이 드는 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저 역시 진정한 대단원으로 제작된 6편에 대한 말씀에 동의합니다.
  • Freddy 2006/11/27 18:18 # 삭제 답글

    It%20is%20a%20paradoxi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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