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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거의 아무상관 없는 이야기들
2. 베르디, 총독, 고고학자, 감독, 오토 폰 비스마르크 3. 줄거리 4. 스펙타큘러, 스펙타큘러 5. 한국 초연과 운동장 오페라 6. 고양 공연 4. 스펙타큘러, 스펙타큘러 아이다는 오페라의 왕, 주세페 베르디의 걸작들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작품들 중 하나 입니다. 말년에 베르디가 만들고 싶은대로 꺼리길것 없이 만든 독특한 작품들을 제외하고 보면, 아이다는 베르디가 흥행과 인기를 고려하고 만든 작품 중에는 최후의 작품입니다. 그리하여 "오페라의 왕" 일생의 가장 원숙한 솜씨를 집어 넣은 작품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원래 예술가들이 과장을 잘 하는 사람들이긴 하지만, 무소르그스키는 아이다를 일컬어 "아이다는 모든 음악가, 나아가 베르디 자기자신 마저 능가한 걸작이며, 일 트로바토레도, 멘델스존도 , 바그너도, 아이다가 모두 쓰러뜨려 버렸다."고 칭송했습니다. 아이다는 프랑스 그랜드 오페라의 대규모 인원 동원의 화려함에 바그너와는 다른 각도에서 바그너에 비견할만한 신화스러운 기악적 웅장함, 그리고 이탈리아 오페라 고유의 서정적이고 인간미가 넘치는 분위기를 동시에 갖추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멜로디가 호소력있으며, 장면들이 현란하고 화려해서 오페라나 클래식 음악에 익숙치 않은 사람들에게도 쉽게 다가가는 장점도 있습니다. 그러면서 화려한 콜로라투라, 열정적인 중창 장면 역시 어느 오페라 못지 않게 요소요소에 잘 배치되어 있습니다. ![]() [엔리코 카루소의 라다메스 장군] 아이다의 화려함의 정점이자, 모든 오페라의 모든 장면들 중에서도 아마 가장 화려하게 연출되는 장면이 바로, 2막 마지막 쯤의 개선행렬 장면일 겁니다. 이집트 시민들이 승리의 기쁨으로 거리에 몰려나와 축제로 기뻐하고, 왕과 공주, 신의 사제들이 등장하고 승리한 개선 군대가 위풍당당하게 걸어들어오는 가운데, "우리의 영광 이집트, 이시스 신의 보호아래 이집트여 영광 있으라, 델타의 지배자 우리의 대왕께 영원한 신의 영광을" 이라고 합창하며 오케스트라의 모든 악기가 최고의 음량을 내뿜습니다. 물량공세의 아주 뻔번한 과시 입니다. 그리고 나면 가장 익숙한 "개선행진곡"이 금관 악기를 중심으로 울려퍼집니다. 이 멜로디는 아주 호소력있는 강렬한 것이라서, 초연 때부터 아이다를 한 번이라도 보면 단번에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세계의 많은 학교나 단체의 마칭 밴드에서 이 곡을 행진곡으로 사용하고 있기에 지금은 누구에게나 매우 친숙한 곡조입니다. ![]() [마리오 델 모나코의 라다메스 장군] 이 장면이 끝나고나면, 현란한 이국적인 발레가 이어지고, 발레가 끝나고나면, 다시 한 번 모두의 합창과 최고의 오케스트라 음량으로 이시스 신과 이집트에 대한 찬송이 울려퍼집니다. 이 장면을 얼마나 화려하게 만드느냐에 따라서 아이다는 전체적인 규모가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군대의 개선식 장면과 환호하는 시민들을 표현하기 위해서 수백명, 심지어 1천명 이상의 합창단과 무용수, 엑스트라들을 동원하는 일이 있습니다. 또한 이국적인 이집트 군대의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코끼리나 낙타를 동원하기도 합니다. 일전에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카라얀"이 지휘와 연출을 겸해 총감독으로 아이다를 공연한 적이 있었는데, 이 때는 개선장면의 연출을 위해서 오스트리아 육군 병력의 몇 개 중대를 동원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 때 전투병력의 오페라 공연에 대한 법령이 없어서 행정적으로 상당한 고초를 겪었다고도 합니다. 이렇게 볼거리에만 집중해서 생각하게 되면, 이 오페라의 개선 장면은 예술미 없이 그냥 돈을 퍼부어 자극만을 주는 것으로 전락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생기기도 합니다. 실제로 많은 프랑스 그랜드 오페라들이 비슷한 식으로 가치를 평가받지 못하여, 지금은 잊혀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아이다의 개선 행진곡 장면은 단순히 화려할 뿐만아니라, 극적으로 중요한 가치를 갖는 아이다의 갈등, 아이다의 갈등에 대한 다른 인물들의 갈등이 강렬한 중창으로 표현되어 입체적으로 어우러져 있습니다. 이 중창은 고음을 마구 뿜어내며 기교적으로 요동치는 대단한 멜로디가 배역별로 엇갈리기에 화려함으로 고조된 흥분을 십분 활용합니다. 화려함을 만들어내는 합창 그 자체에도 독특한 질감이 있습니다. 베르디는 아이다의 이 군중장면에서 자신들의 운명이 담긴 전쟁에서 승리한 그 순수하고도 강렬한 기쁨을 노래하는 군중의 마음을 꽤 감동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한 사람의 마음이 아닌, 수천 수만명의 어떤 집단이나 군중의 심리를 뭉뚱그려서 표현하되, 인간성을 죽이거나 지나치게 단순화 하지 않는 방법을 생각해 내기란 참 어렵습니다. 하지만, 음악이라면, 그래서 합창의 방법을 이용한다면, 그 다양한 음색의 조화와 차이 속에서 개개 한 사람로서의 인간과 그 사람들이 모여서 어떻게 사회를 흐르는 하나의 분위기가 되는지 잘 표현해 낼 수 있습니다. "시민들은 좋아 하고 있다"라고 글로 표현하면 단순하고 무미건조해지고, 사회를 이루는 개개인의 느낌은 묻혀버립니다. 그러나, 합창을 하는 단원들은 모두들 저마다 목소리가 조금씩 다르고, 더우기 그런 다름을 아름답게 강조하기 위해서 화음을 이루는 성부의 구분도 있습니다. 그러한 조금씩 다른 소리가 하나로 잘 어우러지는데 합창의 묘미가 있고, 이것은 조금씩 다른 개인의 정서가 모여서 한 집단의 통일된 정서를 이루는 인간사회를 보여주는 명료하고도 비할 바 없이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베르디는 자신의 첫 출세작인 "나부코"에서 히브리 포로들의 합창을 통해 그러한 표현을 완벽하게 해냈습니다. 시적이고 절절한 가사와 극적인 멜로디 구성속에, 수많은 개인들이 어떻게 모여서 사회를 이루고, 집단의 감상을 어떻게 갖게 되는지 극적으로 명확히 보여준 것입니다. 베르디는 이러한 자신의 주특기 솜씨를 다시 한 번 십분 발휘하여 바로 이 "아이다"의 개선 장면을 유려하게 만들어 내었습니다. 그래서 단순한 볼거리를 넘어서 창의적이고 감동적인 방법으로 정서를 표현해 내는 것입니다. 아까, 아이다가 오페라에 낯선 사람에게도 음악이 쉽게 다가선다고 했는데, 사실 2막이 너무 화려하기 때문에, 오히려 오페라를 처음 보는 사람과 같이 하기에는 별로 권하고 싶은 것은 아닙니다. 자칫 잘못하면, 이 개선 장면 말고 나머지 장면들은 그냥 싱겁고 지루하게 보일 수가 있습니다. 그건 또 아니지 않겠습니까? ![]() [레나타 테발디의 아이다] 아이다는 "리골레토"에 비하면, 비교적 인물들이 평면적이고 극의 이야기 구조 역시 반전이나 절묘한 이야기 전개 없이 비교적 평이한 편입니다. 그렇지만 이러한 화려한 볼거리와 창의적인 예술성의 결합으로 아이다는 천박하지 않으면서도 휘황찬란한 긴장감이 있습니다. 이러한 화려함과 함께 아이다의 단순한 이야기 구조에 양념을 더 해주는 것은 아이다와 "암네리스" 공주의 대치입니다. 아이다는 수동적이고 비운에 빠진 나약한 여인입니다. 장군의 사랑을 얻었으나 신분은 노예이며 고국은 멸망을 맞았습니다. 이에 비해 암네리스는 모든 것을 휘두르는 권위있고 능동적으로 인물들을 휘두르려하는 공주이나,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만은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대조적인 두 인물은 음악적으로도 확연한 대구를 이루도록 구성이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아이다와 암네리스 공주 배역을 맡은 가수들이 최고의 기량을 보여주며 쟁쟁하게 서로 겨루면, 그 음악적 실력으로 두 인물의 강렬한 매력이 보색대비를 이루며 발산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여러모로, 아이다는 프랑스 그랜드 오페라를 서정적이고 엎치락 뒤치락하는 치정극 중심의 이탈리아 전통 오페라에 심은 후 대단한 제작비를 퍼부어 만든, "오페라의 왕"의 대표적인 대작입니다. 다소 위험한 표현이긴 합니다만, 아이다 이후, 비로소 이탈리아 오페라는 프랑스 오페라의 장점을 모두 흡수하여 이겼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사실 아이다는 연출에 따라서 2막에 너무 집중하는 나머지, 중창과 멜로 드라마 중심의 3막에 초점을 잃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3막은 전체적으로 지루해지기 쉽습니다. 그렇게 중심을 잃은 경우에는 3막 마지막의 강렬한 오케스트라의 음악이, 좀 값싸고 경박하게 들리는 단점이 있기도 합니다. 모두가 베르디의 계승자로 인정하는 위대한 오페라 작곡가 자코모 푸치니가 어린 시절 베르디의 "아이다"를 보고 감동한 나머지 자기도 오페라 작곡가가 되겠다고 결심한 것은 유명한 일화입니다. 또한 전설적인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와 못지 않게 전설적인 테너 마리오 델 모나코가 "아이다"에 출연했을 때 서로 인기싸움을 한 일화도 유명합니다. 최고의 거장 토스카니니가 지휘자로 데뷔할 때의 사건이야 말로 이제 신화가 되어버린 가장 유명한 "아이다"에 얽힌 일화일 것입니다. ![]() [19세기말 엠마 이어니스의 아이다] 그의 나이 19세였던 1886년, 토스카니니는 이탈리아의 한 오페라단에 첼리스트 겸 부합창 지휘자로 편입되어 브라질로 건너갔다고 합니다. 이 때 "아이다"를 공연할 때 지휘자는 브라질 태생의 레오폴드 미게츠였는데, 이 사람이 오페라단 측과 충돌을 빚어 공연을 앞두고 손을 털고 나가버렸습니다. 공연 직전에 일어난 불의의 사건이라 다급한 나머지 오페라단은 부지휘자를 지휘대에 세웠습니다. 그러나 관객들의 심한 야유를 받고 물러나고 말았고, 다시 부지휘자를 대신하여 이번엔 합창단 지휘자가 지휘봉을 잡았으나 합창단 지휘자 마저 쫓겨나고 말았습니다. 결국 단원들은 이제 모든 곡, 모든 파트를 분명히 다 알고 있는 사람은 "토스카니니" 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토스카니니가 평소에 지휘에 열정이 있는 것을 알고 있었으므로, 결국 이들은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토스카니니를 올려 보냈습니다. 어린 친구의 등장으로 모두가 불안해하고, 관객들도 웅성거리는 가운데, 19세의 토스카니니는 지휘대 앞에 섰습니다. 시작하기 직전 그는 악보를 덮어 버렸습니다. 연습도 없이 악보를 펼쳐보지도 않고 토스카니니는 이 웅장한 오페라 "아이다"를 지휘했으며, 그 완벽한 솜씨에 관객들은 열광했습니다. 이것이 거장 토스카니니의 첫 데뷔였는데, 그는 평생에 걸쳐 200여곡의 교향곡과 100여편의 오페라의 모든 부분, 모든 음표를 완전히 다 외우고 다니는 초인적인 암기력의 소유자였음이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5. 한국 초연과 운동장 오페라 한국에서 아이다 초연은 애초에 1962년으로 기획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극장 책임자와의 스캔들로 공연은 성사되지 못했고, 이 때 극장장 및 오페라단 단장, 부단장 등이 경질당하는 등의 곡절을 겪었습니다. 그리하여, 한국의 아이다는 3년이 더 지난 1965년 11월에 이르러서야 국립 오페라단이 국립극장에서 시작했습니다. 따라서 2005년은 아이다 한국 초연 40주년이 됩니다. 1965년 당시 이 때 각급 일간지들은 "시도 여러번 만에 성취" "오페라 사상 최대의 무대" "악단의 오랜 숙원을 이룬 셈" "숙원 푼 한국 오페라 계" 등등의 제목으로 이를 기사화 하는 등, 상당한 화제를 이루었습니다. 1965년은 경부 고속도로 라는 것을 만들기 위해 첫삽을 뜨기도 3년전인 시절입니다. 당연히 아이다의 어마어마한 화려함을 최소의 제작비로 표현하는 것이 문제가 되었습니다. 당시 제작진은 좁은 국립극장 무대를 잘 활용하여, 당시로서는 충분히 대인원인 수십여명의 합창단을 가득 찬 느낌이 나도록 배치했습니다. 그리고 여러가지 미술 장치를 잘 활용하여 소박하지만 장려한 느낌을 그런대로 잘 표현했다고 전합니다. 2막의 개선 장면 연출은 항상 제작비 문제와 직결되는 것이기도 해서 김자경 오페라단의 "아이다" 공연때는 사람수를 채우기 위해 여자를 남장을 시켜 병사로 쓴 일화도 있고, 또 가끔은 기병대를 표현하기 위해 코메디쇼에 쓰이는 가짜 말을 허리에 붙인 병사들이 근엄한 분위기를 잡는등 초연 무렵의 한국에서는 웃기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한 경우도 많았습니다. 한편, 1973년 국립극장 개관 공연과 1978년 세종문화회관 개관 공연에서 공히 "아이다"가 상연되었는데, 둘 다 연습 기간에 무대에서 무대 장치 문제로 작은 화재가 생겼다는 기묘한 우연이 있기도 합니다.(* "오페라 실패담" 오현명 (1986)) ![]() [잠실 운동장의 아이다] (mansurfox님의 blog에서) 2003년 한국에는 두 개의 호화 오페라가 격돌을 벌였습니다. 서쪽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서 푸치니의 "투란도트"와 동쪽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베르디의 "아이다" 공연이 계획된 것입니다. "투란도트"가 푸치니의 마지막 작품이고, "아이다"가 베르디의 마지막 대형 오페라라면, 어떤 의미에서 이탈리아 오페라의 선후배가 격돌하는 자리라고도 할 수 있었겠습니다. "아이다"는 그전까지 한국 오페라 사상 최고가 좌석이었던 상암 월드컵 경기장의 "투란도트" 50만원석을 능가하는 60만원 VIP석을 판매하여 최고가 공연 입장권 기록을 깨뜨렸습니다. 60억원을 예산으로 했던 제작비는 83억원까지 초과되어 투입되었고, 무려 1천 5백명의 인원이 동원되었으니, 39년전인 1965년의 상황과는 천양지간입니다. 2003년 "아이다" 잠실 주경기장 공연에서는 해외에서 공수해온 코끼리, 말, 낙타등의 90여마리의 동물이 등장하였으며, 아파트 10층 높이에 달하는 오벨리스크와 실물크기에 가까운 스핑크스 세트가 동원되는 등 그 화려함이 극에 달했습니다. 이 정도의 화려함은 세계적으로도 자주 찾아보기 힘든 것이었습니다. 그리하여, 2막 개선장면에서는 잠실 주경기장의 트랙을 따라 개선군대가 한 바퀴 돌며 행진을 하는 장관을 연출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단순한 볼거리와 사치스런 쇼에 그치지 않고, 운동장 오페라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여러가지 음향장치와 시각상의 기술적인 연구도 충실하여, 전체적으로 공연의 질은 나쁘지 않은 수준이었습니다. 하지만, 83억원의 제작비를 들인 이 공연은 40억원 정도의 손실을 입고 참패하고 말았습니다. 첫날 공연이 비로 인해 연기되는 등의 악재가 있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고가 티켓과 저가 티켓의 이원화 정책이 실패한 것이 원인이었다고 합니다. 기획사측에서는 표의 가격대를 완전히 분리하여 고가석의 가격은 더욱 높이고, 저가석의 가격은 더욱 낮추었는데 저가석이 조기에 팔려나간 반면, 고가석은 텅텅비었습니다. 운동장 오페라의 특성상 멀리 있는 저가석에서는 무대가 너무나 작게 보여서 공연의 평가는 더욱 박해집니다. 직접 돈을 주고 저가석이라도 보려고 표를 산 "아이다 팬 관객"들을 만족시켜주지 못했으므로, 입소문/인터넷 소문마저 안좋게 돌았던 것입니다. ![]() [잠실 운동장의 아이다, 코끼리 등장!] (mansurfox님의 blog에서) 더군다나 고가석은 실제 오페라 팬들에게 팔려나가기보다는 각급 기업이나 기관에서 접대용과 선물용으로 판매된 경우가 지나치게 많아서, 실제로 공연장에 나타난 관객수는 더욱 적었습니다. 한편 현재 이집트 관광청에서는, 이집트 기자지구 피라미드 앞에서 아이다 공연을 연례 행사로 열고 있습니다. 6. 고양 공연 2003년 말에 고양시 덕양구에 어울림누리 극장이라는 공연장이 생겼습니다. 이 공연장은 개막 기념으로 호화로운 공연들을 연달아 열었는데, 지나치게 고가 정책을 고수하면서도 무료초청권을 정관계 인사들과 기업에 지나치게 남발하여 표의 실제 가치를 더욱 떨어뜨리고 말았습니다. 그러는 바람에 2004년 11월 무렵까지 거의 8억원이 넘는 손실을 입었으며, 공연장의 자리도 텅텅비어나는 처참한 꼴을 목도해야 했다고 합니다. 이를 만회하고자, 이 극장에서는 12월에 "아이다" 공연을 지원금을 부어 저가에 공연하자는 기획을 세웠습니다. 그 결과, 국립오페라단의 "아이다" 고양 공연이 이루어지게 되었습니다. 공연장에 들어서는 순간, 거의 자리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어린이 관객의 숫자에 놀랐습니다. 반면에 저렴한 가격때문에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꽤 많이 구경하러 오지 않았을까하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청소년 관객은 거의 눈에 띄지 않아서 의외였습니다. 수많은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에 뛰어다니는 통에 꽤 소란했는데, 막상 공연이 시작되자 이 아이들은 - 저 자신의 과거를 생각해 비추어 보건데 - 경이로울 정도로 예의바르게 침묵을 지켜 주었습니다. ![]() [블란쉐 테봄의 암네리스 공주] 전체적으로 가수들은 무난했습니다. 기본이 불안해 보이는 가수들을 보는 것이 이 정도 규모의 오페라에서는 드문일이 아닌데, 모두들 적어도 제몫은 충분히 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아이다는 어렵다 싶은 콜로라투라들을 실수없이 소화해 내면서 적어도 소리면에 있어서는 아주 멋졌고, 암네리스 공주는 성량에 있어서 아이다에 묻힐 때가 가끔 있긴 했으나 무난했습니다. 라다메스 장군도 맡은 호흡을 잘 지켜 주었습니다. 화려한 파티 장면으로 단번에 관객들을 사로잡는 "리골레토"나 "라 트라비아타"와는 달리, "아이다"는 시작 장면이 조용한 편입니다. 대신에 베르디는 초장에 관객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아름다운 필살기 아리아 "청아한 아이다"를 배치해 두었습니다. 말하자면, 주인공 테너가 "청아한 아이다"를 기막히게 부르는 것으로 혼자서 "라 트라비아타"의 대연회 장면 만큼의 효과를 내줘야 하는 것입니다. 고양 공연에서는 그 정도의 충격을 이루어내기에는 라다메스 장군이 좀 부족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어쩌면, 안전하게 노래를 소화해 내기 위해 무리를 피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는지도 모릅니다. 감탄할만했던 것은 경제적이면서도 효과적인 무대 미술이었습니다. 2막 초반의 궁전 속 공주의 방을 표현할 때, 공주를 중심으로, 양쪽에 시녀 역할을 하는 여자 합창단을 대칭적으로 배치했습니다. 이 때, 세트를 원근법적으로 배치하여, 좀 더 화려한 느낌을 강화시키는 트릭을 사용했습니다. 이런 배치에서 밀도높게 합창단을 복잡하게 앉혀놓고 각자 움직이게 하는 것도 시각을 교란시켜 현란함을 주는 등 아이디어가 좋았습니다. 이러한 방법은 2막 마지막의 개선 장면에서도 잘 사용되었습니다. 황금 깃발을 가로지르게 하는 것은 좀 속보이는 수법이었지만, 좌우로 끌고 오는 석상과 병사들을 차례차례 벌여 놓는 방식으로, 무대가 천천히 가득차게 하면서 근엄한 행진을 연출하는 것은 썩 좋았습니다. 이 수법은 무대가 가득찬다는 느낌을 과장되게 전달하면서 원근법 트릭도 잘 울궈먹고 있었서 최소의 인원과 장치로 최대의 효과를 거두는 성공적인 연출이었습니다. 특히 마지막에 위풍 당당하면서도 속도감있게 라다메스 장군이 달려나오는 박자감각은 탁월했습니다. "스타는 항상 맨 마지막에 나온다"라는 타이밍은 딱 그런 것입니다. 유명한 행진곡의 행진장면을 알 수없는 발레로 대체 해버린 몇 년전의 공연이나, 이제는 좀 돈을 들이기만 하면 진부한 관례처럼 요란한 장식의 수레 위에 라다메스가 서 있게 하는 연출보다 오히려 월등했습니다. ![]() [서울 오페라단의 아이다] 다만 2막의 맨 마지막에서 모든 단원들이 최고 성량을 내뿜는 절정부분에서, 오케스트라의 소리에, 가수들과 합창단의 목소리가 부분적으로 묻혀버렸던 것이 옥의 티였습니다. 경제적인 훌륭함을 보여주었던 장면 연출과 무난했던 가수들의 가창 솜씨에 비해 부족했던 것은 발레 장면이었습니다. 발레장면은 안무가 좀 낯선 것이었기 때문인지 무용수들이 적응하지 못한 기색이 역력했고 군데군데 노골적인 실수도 눈에 띄었습니다. 특히 2막 개선식 장면의 발레장면에서는 힘들게 복잡하고 특이한 안무를 하는 대신 그냥 흔하고 익숙한 형식의 빠르고 역동적인 발레로 대체하는 것이 나을 뻔 했습니다. 다른 이야기입니다만, 2막 개선식 장면 중간에 들어있는 현악 멜로디 부분에서 무용수들을 한 번 바꾸며 전환을 주는 고전적인 연출이, 요즘에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 것 같은데, 그걸 좋아하는 저로서는 "이번에는..." 하고 기대했다가 좀 아쉬웠습니다. 전체적으로 2막 개선식 장면은 주어진 범위 내에서 충분히 그 화려함과 장려함을 잘 살리는 썩 괜찮은 연출이었습니다. 비슷한 규모로 "아이다"를 구상하는 다른 연출자들이 본 받을 만합니다. 3막과 4막에서는, 라다메스 장군을 제외한 나머지 배우들의 연기가 절제된 느낌 없이 좀 과장되게 연출된 듯 했습니다. 특히 암네리스 공주와 아이다의 어울림은 극전체적으로 문제였습니다. 두 배역의 대비 구조를 만들어 가기 위해 두 사람의 연기를 적극적으로 붙여놓는 방식으로 연출한다는 애초의 생각은 좋았는데, 실제로 본 것은 그 생각에 못 미치는 너무 달려나가는 연기였습니다. 여러 가지를 고려하건데, 차라리 좀 더 담담하고 방백적인 것으로 연출하는 것이 좋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공연은 전반적으로 대학의 아마추어 오페라 공연 보다는 훨씬 낫고, 뛰어난 프로들의 공연에 비해서는 대학의 아마추어 오페라 공연 같은 느낌이 살짝 드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저렴한 가격을 생각해보면, 매우 훌륭한 공연이었습니다. 잘 홍보해서 오페라 팬이면서, 평소 고가의 공연에 부담을 느꼈던, 중고생, 대학생들에게 잘 알려졌다면, 아주 가치있는 공연이 되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저렴한 가격의 아마추어 분위기가 나는 공연에 대단히 호의적인 편입니다. 극의 인물에 대한 몰입도가 떨어지는 대신에, "틀리면 어쩌나..." "이 부분을 어떻게 소화할까..."하는 조마조마한 느낌이 제작자와 가수들에게 감정이입이 되어버립니다. 유명하지만 어려운 교향곡 연주 같은 것을 아마추어 오케스트라가 시도한다고 하면, 일부러라도 그걸 찾아가서 듣곤 합니다. 그런 제 취향에는 무척 즐거운 저녁이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차안의 라디오에서 이집트에서 황금 미라가 발견되었다는 뉴스가 마침 공교롭게 나왔습니다. 아이다의 인물들이 생생히 떠오르는 여운의 순간이었습니다. (*) 옛 가수들의 사진은 Sandy's Opera Gallery ( http://www.cs.princeton.edu/~san/ ) 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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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
by 게렉터 at 08:42 Film 2.0 07년 2월호(321.. by 볕뉘 at 07/22 http://www.dvdprime.. by miziwang at 07/21 어제나 저제나 하고 기.. by shuha at 07/21 음 별로 공감은 가지 않지.. by 곰돌군 at 07/21 잘 읽었습니다~ by kisnelis at 07/21 으아 제가 읽은 것중 가장.. by 살모넬라 at 07/21 다행히도(?) 스토리는.. by 잠본이 at 07/20 조무래기 처리하는 부분.. by 타누키 at 07/20 감상문 잘 읽었습니다. .. by 예영 at 07/20 창이: 정체를 드러내보.. by 동사서독 at 07/20 기대했던 리뷰 감사합니다. by 뚱띠이 at 07/20 이걸 보고 나니 [다찌마.. by marlowe at 07/20 멋진 리뷰 항상 감사드.. by 더카니지 at 07/20 학창시절에 가장 흥미롭.. by 냐옹쟁이 at 07/19 브이에 관한 글을 살펴.. by 짱깨 at 07/18 이거 낚시할때 팁 있습니.. by 요하니 at 07/18 아롱쿠스/ 정말 박동룡 .. by 게렉터 at 07/18 너무 소심하신 것 같습니.. by ydhoney at 07/17 31-2 애피소드는 환상여.. by 냐옹쟁이 at 07/15 최근 등록된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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