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애더 시리즈 Blackadder (블랙애더 4대 계승 Blackadder Goes Forth 을 중심으로) 영화


(블랙애더 4대 계승의 주역들. 왼쪽부터, 볼드릭 이등병, 블랙애더 대위, 조지 중위)

"미스터 빈" 으로 전세계적으로 이름을 드날린 코메디언 로완 앳킨슨의 초기 걸작으로 꼽히는 시리즈가 "블랙애더" 입니다. 사극인 이 시리즈에서는 시대순서에 따라 역사적 배경을 달리하면서, 흔히 진지한 영웅상으로 가득차기 쉬운 역사적인 무대를 배경으로, 꼼수부리는 평범한 사람들과 영구들로 코메디를 펼칩니다.

시리즈 1편은 장미전쟁 직후에 활약하는 블랙애더라는 영구 캐릭터가 나오는 것이고, 2편은 1편 블랙애더의 후손이 엘리자베스1세 시대를 무대로 활약하는 이야기입니다. 3편은 프랑스 대혁명기의 영국이 배경인 블랙애더 가문의 후세 이야기를 다루고, 4편은 1차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합니다. 블랙애더의 "최저 지력 멍청 부하"인 볼드릭 역시, 가문을 이어가며 대대로 블랙애더의 부하로 출연합니다.


(첫 시리즈: 블랙 애더 The Black Adder)

사실 이런 사극 틈바구니물은 코메디에서 허구헌날 써먹는 소재이기도 합니다. 나라의 운명을 걸고 용맹히 싸워야 하는 장군과 병사들을 꾀부림과 영구짓의 대향연으로 삼은 "변방의 북소리" 같은 것도 있었고, 아부 밖에 할 줄 모르는 중신들이 속좁은 황제와 로마를 말아먹는 "네로25시" 같은 것도 있습니다. 장희빈 이야기를 차용한 연애 소재 궁중 암투극이나 일본헌병대와 독립운동가 이야기는 아주 오랫동안 한국 코메디에서 여러번 사용되기도 했습니다.

"블랙애더", 특히 "블랙애더 4대 계승"의 에피소드들은 이중에서도 비슷한 시기의 김형곤 코메디들과 비슷합니다. 김형곤은 임진왜란 중의 장군이나 춘추전국시대의 제자백가 스승을 연기하면서 멍청한 수하들과 위선으로 가득찬 우두머리를 보여 주었습니다. 코메디의 방식은 주로, "제게 좋은 생각이 있습니다" 하면서 수하가 터무니 없는 제안을 하면, 김형곤이 "김밥 옆구리 터지는 파열음과 동일한 음파를 들려주는 구나"와 같은 화려한 어구로 장식된 언어유희 비난을 돌려주는 것들이 많았습니다.


(두번재 시리즈: 블랙애더 2세 Blackadder II)

"블랙애더"에서도 비슷한 방식의 코메디를 많이 써먹습니다. 토니 로빈슨이 연기하는 볼드릭 이등병이 유명한 "I have a cunning plan"으로 시작하는 터무니 없는 계획이나 기타 멍청한 이야기를 하면, 로완 앳킨슨이 연기하는 블랙애더 대위가 화려한 수사어구를 통해서 이를 힐난하고, 한심한 부하와 한심한 상황에 놓인 자신의 좌절감을 토로합니다.

"블랙애더" 시리즈가 김형곤 사극 코메디나 "변방의 북소리"와 다른 점은 크게 두 가지 정도 입니다. 우선, 짧은 코메디쇼의 한 촌극이 아니라 모양새를 갖춘 시트콤이었고, 에피소드의 분량이 대여섯편 뿐이기 때문에 밀도있는 코메디와 이야기만 압축해 놓을 수 있었다는 점이 있습니다. 나머지 한 가지는, 실제 역사적 인물과 역사 사건의 충격적인 전개가 그대로 벌어지면서 시트콤 이야기 전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입니다.


(세번째 시리즈: 블랙애더 3세손 Blackadder the Third)

두번째 요소는 특히 재미나게 사용되었습니다. 역사상의 극적인 사건이란 비정상적인 충격을 갖는 일이 많고 이런 비정상적인 일은 의외의 위기 상황을 주는데도 좋고, 정신나간 등장인물들을 난리치게 하는데도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즉 유명한 극적인 사건일수록, 그만큼 황당한 코메디 사건을 개입시키기가 쉬워집니다. 예를 들면, 주인공이 횡령한 돈을 아무도 관심가지지 않을 쌀통에 숨겨 놓았는데, 다음날 갑자기 임금이 왕자를 쌀통 뒤주 속에 들어가라고 명령하는 황당한 일이 일어나면 얼마나 괴롭겠습니까? "쌀통 대신 김치독은 어떻겠습니까?" 라는 제안을 왕에게 할만하지 않겠습니까.

주인공의 위치에서 코메디를 제대로 끌어내기 위해서 당연히 이 시리즈는 이런 역사의 거대한 소용돌이가 빚어내는 불합리한 일들과, 여기서 어쩔 수 없이 해괴한 일들을 겪어야 하는 개인의 신분을 강조하게 됩니다. 당연히 구체적인 역사적 조류나 사상, 시대적 광기를 강조하게 되기도 하고, 이런 점은 여러 역사적 사실을 떠올리게 하고, 거기에 대해 조금씩 비평할 기회를 주기도 하면서 재미를 돋구게 됩니다.

예를 들면, "허준"에서 선조 무렵의 붕당정치 세력 싸움이나 임진왜란의 전황을 끌어온 것이나, "대장금"에서 왕족인물들이나 기묘사화의 후폭풍 같은 역사적 사건을 이용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 있습니다. "대장금"의 문정왕후 인물을 이용했던 수법은 아들에 대한 집착을 강조하고, 무시무시한 절대권력자의 인상도 가져오는 등 꽤 멋지게 효율적이었기도 합니다.


(네번째 시리즈:블랙애더 4대 계승)

블랙애더 시리즈 중에서, 영국 역사에 별 관심이 없는 시청자들에게 가장 친숙할만한 것은 아마도 마지막 네번째 시리즈인 "블랙애더 4대 계승"으로 보입니다. 1차대전의 전장을 배경으로 하는 이 시리즈는 근대전의 특성상 특별한 영웅이나 위인이 별로 등장할 필요가 없는 이야기이기도 하고, 또한 시대가 가깝고 세계 대전인 까닭에 역사적으로도 좀 더 친숙하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런 류의 코메디가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관객들이 문화적 배경에 친숙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 텔레비전에서 종종 등장하곤 하는 "심청전" 패러디 코메디는 심청전이라는 원작에 대한 줄거리를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조선 시대의 충효 문화, 조선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초강대국 명나라-청나라 등등에 대한 분위기도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어느 정도 느끼고 있는 시청자들에게 효과가 큽니다. "탱자 가라사대" 같은 김형곤 코메디는 유교적 스승-제자 관계에 대해 많은 곳에서 보고 느낀 시청자들에게 더 재미있을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도 블랙애더는 1차대전을 배경으로한 네번째 시리즈가 더 유리 합니다. 영국식 선거제도나 귀족영주 같은 이야기는 낯설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나라 사람들에게 정신나간 전쟁터에서 무의미하게 죽어나가는 병사들의 심상은 쉽게 공감할 수 있는 것이 되어주기 때문입니다. 말하자니 좀 서글픕니다만, 사실 아주 많은 나라들에서 이런 역사는 꽤 가깝게 느껴집니다.


(오프닝 부분의 블랙애더 대위)

구체적인 1차대전의 정황이나, 기관총, 철조망, 참호, 쥐, 무인지대, 복엽기와 같은 1차대전의 상징과도 같은 사연 많은 역사적 사물에 대해 좀 더 알고 있어도 좋겠습니다. 하지만 이런 걸 놓친다고 해도, 아마 많은 사람들에게 세번째 시리즈에 나오는 바이런 보다는 네번째 시리즈에 나오는 찰리 채플린이 더 친숙한 소재일 겁니다.

블랙애더 4대 계승의 줄거리는 간단합니다. 멍청한 귀족 출신 젊은이로 얼떨결에 군대에 들어와서 아무생각없이 설치기만 하는 중위 조지, 그리고 영구스럽기 한량 없는 이등병인 볼드릭을 블랙애더 대위는 부하로 데리고 있습니다. 상부에서는 1차대전 답게 정신 나간 돌격명령만 계속 내려보내므로 블랙애더 대위는 허무하게 죽을 판입니다. 때문에 블랙애더는 여러가지 다양한 방법들을 동원하여 전장에서 벗어나기 위해 갖은 수작을 부린다는 겁니다.

구체적으로 블랙애더 4대 계승의 여섯개의 에피소드 전부를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각 에피소는 Plan A 부터 Plan F 까지 번호가 붙어 있고, 각각 언어유희가 포함된 제목이 붙어 있습니다.

1. Captain Cook: 블랙애더 대위는 선발에 우승하여 요리사 혹은 선전포스터 화가가 되어 후방으로 가려합니다.
2. Corporal Punishment: 블랙애더 대위는 돌격명령 통신을 요리조리 피하다가 군법 회의에 회부됩니다.
3. Major Star: 블랙애더 대위는 위문공연단이 되어 후방으로 가려합니다.
4. Private Plane: 블랙애더 대위는 전사자비율이 낮아 보이는 비행단에 지원합니다.
5. General Hospital: 블랙애더 대위는 스파이전 담당관이 되어 후방으로 가기 위해 병원의 스파이를 색출하려 합니다.
6. Goodbyeee: 블랙애더 대위는 최후의 돌격명령을 앞두고, 미친척 하기, 옛날에 신세진 총사령관에 전화하기 등등의 전선이탈시도를 합니다.


(군사재판에 회부된 블랙애더)

등장하는 코메디들은 언어유희와 영구유머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정신나간 소리들이 1차대전 전쟁 상황의 비정상적인 현실에 연결되어 있고, 앞서 말씀드린 대로 이것은 전쟁터에서 무의미하게 죽어나가는 병사들에게 공감하는 시청자들에게 아주 효과적인 감상을 이끌어 냅니다. 블랙애더는 별별 꼼수를 다 궁리하며 전쟁터에서 벗어나려고 하지만, 그 때마다 어림없는 불합리로 이런 시도들은 저지 됩니다. 그 전도된 상황은 역사와 권력의 싸움에서 휘둘리는 한 사람을 조명하면서 동정과 공감을 이끌어내기도 하고, 동시에 그 황당무계한 극적인 전개는 웃음의 핵심이 되는 간편한 방법도 됩니다.

한편 이런류의 언어유희 유머에서 아주 중요한 것은 똑똑하게 단어들을 발음하면서 표정을 조절하고, 어조의 강세, 말하는 속도를 이용해서 긴장감있게 농담을 이끌어 내는 대사 솜씨입니다. 발성에서부터 표정까지, 로완 앳킨슨은 매우 훌륭하고도 모범적으로 이런 코메디 대사들을 구사합니다.

이 때까지만 해도 영구 연기 전문가 비슷한 이미지였던 휴 로리는 요즘 "하우스 House M.D." 에서 맡은 역을 살펴 본다면 이 때 로완 앳킨슨에게 제대로 배운 것이 아닌가 하는 상상이 될 정도 입니다. 환자들이나 다른 의사들의 행동을 장황한 언어로 비아냥 거리는 그 모습을, "블랙애더 4대 계승"에서는 로완 앳킨슨이 바로 휴 로리를 상대로 펼쳐 보이기 때문입니다. 블랙애더 시리즈를 자막이나 더빙으로 방영한다면 이런 언어 농담의 묘미가 많이 줄어드는 이유 때문에 아마 국내 방영이 어렵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미친척 하는 블랙애더)

유머의 소재와 주제를 일관해 나가면서 역사적인 사건 전개를 따라 여섯 편의 에피소드를 펼친 방식은 상당히 흥미진진합니다. 따라서 선명하게 시청자들에게 전달하는 내용도 있습니다. 또한 수년을 끌어온 시리즈의 종막 답게 마지막 엔딩은 무리 없이 일관되게 흘러가면서도 충분히 중후한 멋이 살아 있습니다. 뿐만아니라, 역사를 배경으로 시청자가 직접 동일시할만한 인물상을 출연시켜서 돌이켜볼만한 소재로 신나는 웃음을 주는 "블랙애더"의 내용들은, 사실 민족주의에도 좋은 영향을 줄 겁니다. 힘겹게 감정을 고양하려하는 고리타분한 영웅담보다 오히려 더 효과적인 듯 보입니다. 역사의 면면이, 참여자인 개인으로서의 관심과 자각으로 쉽게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황제)


그 밖에...

IMDB Trivia에 따르면 블랙애더의 마지막은 2004년 영국에서 TV show 사상 가장 기억에 남는 마지막 장면으로 뽑힌 적이 있다고 합니다.

사실 전편을 볼 기회가 마땅찮아, 제가 처음부터 끝까지 에피소드를 다 본 시리즈 자체가 네번째 시리즈 밖에 없습니다. 특별단만극들은 평범한 코메디였습니다만, 블랙애더 시트콤 시리즈의 두번째 시리즈나 세번째 시리즈 에피소드들도 재미있었습니다.

블랙애더 4대 계승 각 에피소드에서 농담 한편 씩만 발췌해 보았습니다.

Plan A.
블랙애더: 자네는 세계 최악의 요리사일쎄.
볼드릭: 예, 맞아요.
블랙애더: 자네보다 계란을 잘 삶는 아메바들이 토성에 살고 있을 걸세.
블랙애더: 자네가 만든 소스를 곁들인 쇠고기 스테이크는 풀바른 개 배설물 같다네.
볼드릭: 왜냐하면, 사실이 그렇거든요.
블랙애더: 건포도 푸딩은 두더지 집에 토끼 배설물 굴러다니는 거 같은 맛이 나네.
볼드릭: 저는 대위님이 그건 모르실줄 알았는데...
블랙애더: 그리고 자네 크림 카스타드를 먹을 때는 고양이 구토물 씹히는 느낌이 난다네.
볼드릭: 그것도...
CAPT. BLACKADDER (to Baldrick): You're the worst cook in the entire world.
BALDRICK: Oh yeah, that's right.
BLACKADDER: There are amoeba on Saturn that can boil a better egg than you.
BLACKADDER: Your filet mignon in sauce Bearnaise look like dog turds in glue.
BALDRICK: That's because they are.
BLACKADDER: Your plum duff tastes like it's a mole hill decorated with rabbit droppings,…
BALDRICK: I thought you wouldn't notice.
BLACKADDER: And your cream custard has the texture of cat's vomit.
BALDRICK: Again, it's…

Plan B.
조지: 대위님, 우리가 만약 지뢰위를 보행하게 되면, 어쩝니까?
블랙애더: 글쎄, 일반적인 순서에 따르면, 중위, 60미터 상공으로 치솟아 올라간 뒤 온몸의 파편을 사방에 산산히 뿌리면 된다네.
George: Oh, sir, if we should happen to tread on a mine, what do we do?
Blackadder: Well, normal procedure, Lieutenant, is to jump up 200 feet into the air and scatter yourself over a wide area. (Edit)

Plan C.
블랙애더: 우리는 찐득한 찐드기가 찐득한 엉덩이에 찐득하게 찐득거리는 지독하게 찐득찐득한 상황에 놓여있단 말이다.
Blackadder: We're in the stickiest situation since Sticky the stick insect got stuck on a sticky bun.

Plan D.
블랙애더: 조지, 자네 이번에는 자네 뇌세포를 어느 가족에게 임대해 준겐가?
Blackadder: George, who is using the family brain cell at the moment?

Plan E.
(달링에게 철저한 몸수색을 당한 뒤)
블랙애더: 그래 보안강화라는 명목으로, 장군님, 방에 들어오는 모든 사람의 가랑이를 저 침흘리는 변태에에게 쓰다듬게 해야 한다는 말씀이십니까?
(침흘리는 변태라고 지목당한)달링: 나는 그냥 내 일을 수행하고 있을 뿐이네, 블랙애더.
블랙애더: 글쎄 그럼, 일이 취미고 취미가 일이라니 자네는 얼마나 행운인가.
Blackadder: So in the name of security, sir, everyone who enters the room has to have his bottom fondled by this drooling pervert?
Darling: I'm only doing my job, Blackadder.
Blackadder: Well, how lucky you are then that your job is also your hobby.

Plan F.
(1차 대전의 기원에 대해 묻고 답하다가)
볼드릭: 배가고파서 타조(ostrich, hungry)를 고사포로 때려맞추니 (archie duke) 어쩌니 하는 이야기 때문에 전쟁이 시작되었다고 들은거 같아요.
블랙애더: 내 생각에는 오스트리아 헝가리 제국 (Austro-Hungary)의 대공(Arch Duke)이 총격을 받은 이야기인거 같네만.
볼드릭: 아녜요, 분명히 타조 이야기는 있었다고요.
Private Baldrick: I heard it started when some fella called archie duke shot an ostrich 'cos he was hungry.
Captain Blackadder: I think you mean that it started when the Arch Duke of Austro-Hungary got shot.
Private Baldrick: No, there was definitely an ostrich involved.

덧글

  • euphemia 2007/02/12 12:17 # 답글

    안녕하세요.
    전에 듀나게시판에서 이 리뷰를 참 즐겁게 읽고 링크한 적이 있는데, 이글루스 블로그가 있으시니 이쪽에 링크하고 트랙백을 드려도 될 것 같아서(^^;) 덧글을 남깁니다. 전 일단은 전편 감상을 다 쓸 생각으로 블랙애더 카테고리를 두고 있습니다만 아직 별로 채운 게 없습니다. ^^;;;
  • 게렉터 2007/02/13 13:06 # 답글

    euphemia/ 오랫만에 euphemia 님때문에 이 글을 보니 그림이 다 날아가버렸습니다. 조만간 다시 채워 넣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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