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얼 M을 돌려라 Dial M for Murder 영화

"다이얼 M을 돌려라"는 한국 관객에게 꽤 친숙한 알프레드 히치콕 영화 중 하나 입니다. 그레이스 켈리의 출연작 중에서도 꽤 친숙한 영화로 꼽힐 법한 영화이기도 합니다. "다이얼"이라는 말 때문에 긴급한 연락이나, 전기 통신의 심상이 강해서 언뜻 "미션 임파서블3" 같은 첩보 영화를 떠올리게 하기도 하는 제목입니다만, 내용은 저택에서 일어나는 전통적인 추리소설과 비슷한 이야기입니다. 즉 "다이얼 M을 돌려라"는 많은 다른 알프레드 히치콕 영화처럼 살인이 일어나고, 범인이 점차 노출되는 가운데 생기는 불안한 심리와 수수께끼의 묘미를 재미있게 펼쳐내는 1954년 작입니다.

"다이얼 M을 돌려라"는 "형사 콜롬보"의 조상뻘입니다. 감독, 작가들이 "형사 콜롬보"를 만들면서 "다이얼 M을 돌려라"를 얼마나 참조했는지 모르겠으니, 직계 자손인지, 방계 자손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렇습니다만, "형사 콜롬보" 시리즈와 "다이얼 M을 돌려라"의 쏙 빼 닮은 구도는, 영화에 등장하는 형사만, 콜롬보로 바꾸어 놓으면, 그냥 그대로 형사 콜롬보의 에피소드 하나로 사용해도 아무런 무리가 없을 정도 입니다.


(문제의 3인)

겉보기에는 그럴듯해 보이는 잘 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중에 주인공인 범인은 살인을 기획합니다. 주인공은 냉철하고 항상 예의바른 어투만 사용하는, 소위 품위라는 것을 지키려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깔끔한 트릭을 짜넣어 완전범죄를 계획합니다. 그 범죄의 모습을 내세워 관객들에게 관람시킵니다. 그리고 범죄가 일어 납니다.

그러고 나면 어딘가 부실해 보이고 좀 피곤에 찌든듯 보이는 형사가 나타납니다. 하지만 형사는 사소한 사실을 근거로 범인을 이리저리 찌르고, 범인은 점차 조금씩 겁먹고, 당황하고, 제발저립니다. 범인은 한심한 형사가 들이대는 자잘한 사실 때문에 자신의 거대한 죄악이 드러나는 꼴을 갖은 방법으로 막으려하지만, 짜증나 피가 마를 지경입니다. 결국 모든 사실이 밝혀지면 범인은 매우 순순히 사실을 자백하고 가라앉은 모습으로 잡혀갑니다. 이 모든 "형사 콜롬보"의 전형적인 이야기가 "다이얼 M을 돌려라"에서는 그대로 펼쳐집니다.


(완전범죄를 노리는 자)

이런류의 이야기들은 범죄자의 시점에서 범죄자가 죄가 드러날까 노심초사하는 모습을 보여주려는 많은 추리소설들, 일본식으로 말해서 "도서추리소설"들이 자주 활용해오던 구도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다이얼 M을 돌려라"와 "형사 콜롬보"는 단순한 그런 소설들 사이의 공통점 이상으로 더 비슷합니다. 선율의 드러남을 죽이고 다만 불안한 심리의 향취만 표현하려는 음악 사용 방법이 같은 데다가, 공격적이고 동작이 큰 범죄 장면과 대비하여 좀 건조한 분위기에서 두 세 사람이 조용하게 서서 대화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며 보여주는 수법도 비슷합니다. 특히나, "형사 콜롬보"에서 유명한, 콜롬보가 "협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하고 나서 걸어나가다가 말고, "그런데요. 잠깐만요. 한 가지만 더..." 하면서 되돌아서서 캐묻는 장면. 이 장면까지 "다이얼 M을 돌려라"에서는 그대로 볼 수 있습니다.

결국, "다이얼 M을 돌려라"는 전형적인 한 형식을 이루어내는 영화일 겁니다. 살인범이지만, 멸시 받지 않을 만큼의 노력과 사고를 하고 있고 항상 예의범절을 지킵니다. 이 인물에 관객은 알게 모르게 감정 이입됩니다. 사악한 인물에 동화된다는 간접 경험 자체의 분위기가 살아 있습니다. 그래서 사건이 조금씩 파헤치려 할 때 느껴지는 "나쁜짓 들킬까봐" 두려움에 대한 감정의 동요가 더 크게 느껴집니다. 마찬가지로 사건에 구멍이 나게하는 시도들의 파괴력도 강하게 느껴집니다.


(운명의 순간)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연출은 이런 장면들을 모범적으로 구성하고 있어서, 조금씩 범죄가 계획한 것에서 흐트러질 때 안타까워지는 범인의 심리에 관객이 동조하게 만듭니다. 그러면서도 긴박하고 힘있게 속도를 줄 때는 강세를 확실히 주기도 합니다. 참혹함은 없지만 살육의 힘이 명백하게 펼쳐지는 살인장면이 그러하고, 훗날 "포 룸"에서 로버트 로드리게즈가 매우 창의적인 방법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키는 "다이얼 M" 장면도 그러합니다.

속도감을 조절하는 연출과 전형을 잘 창출해 내는 감정 묘사에 비해서, 사실 이야기가 충격감을 갖기에는 범죄 자체가 약간 약한 편입니다. 처음 주인공이 꾸미는 계략도 그렇게 기발한 완전범죄 수법도 아니고, 그것을 찾아내는 형사의 추리솜씨도 그렇게 대단하지도 않습니다. 별순검 출연진들이 나타나기만했어도 심심한 오후 근무 일과로 금새 마무리 지어졌을지 모릅니다.

그렇다면, 흥미진진한 인물이 독특한 개성을 드러내는 것으로 영화의 묘미를 높일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다이얼 M을 돌려라"의 출연 인물들도 적당히 활약할 정도에서 그칠 뿐 성격의 특성을 확실히 살리지는 못합니다. 레이 밀런드의 인물이 전형적인 형사 콜롬보 악당으로서 맡은 바 임무를 충실히 잘 발휘하고 있긴 합니다만, 그레이스 켈리의 인물은 그냥 아름다운 자태로 우리편이라는 고정 관념에 호소하고 있는 콩쥐 인물 정도 입니다. 주요한 조연인 로버트 커밍스의 인물과 형사는 마지막 쯤에 재미난 역할을 하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성격이 드러날만한 비중을 가지고 있지 못하고, 정말로 대 활약을 펼치는 장면도 없습니다.


("다이얼 M을 돌려라"에 등장한 알프레드 히치콕)

이 영화에서 중요한 요소가 되는 "전화"라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 소리만 감지하는 장치"의 효과는 독특한 가능성을 갖고 있는 장치입니다. 하지만 "보여주어 드러내는 연출" 때문에 한계가 생겼고 그래서 전화가 아주 특이하게 활용되지 못한 것도 제목을 생각해 보면 아쉽습니다.

만원 버스에서 승객들 사이를 파고 들어 나가 듯하는 느낌이 들도록, 겨우겨우 범죄를 숨길 핑계거리를 만들어가는 범인의 모습. 그러면서도 태연한척 하는, 그 힘겨운 기분의 모습을 보여주는 솜씨는 노련하고 자연스럽게 잘 표출되어 있습니다.다른 사람은 보지 못하지만 카메라는 볼 수 있는 곳을 카메라가 비추고 그곳을 숨기는 범인의 표정과 그것을 눈치 챌 듯 말듯 하는 다른 사람들의 모습, 그리고 그런 모습들을 동시에 담고 있는 장면을 번갈아 배치하고 연결하는 솜씨는 비슷한 연출의 "오명" 때 부터 교과서로 활용되어 왔습니다.

기왕 그게 재미인 영화이니, 좀 더 일을 빨리 벌어지게 하고 주인공 범죄자가 더욱더 많은 고생으로 여러가지로 둘러대며 타넘어 간다면, 혹은 그레이스 켈리의 인물 역시 자신의 비밀 때문에 "맞범죄-맞은폐"의 구도로 가면서 꼬인다면. 혹시 그러다가 화끈한 파국이라도 있었다면. 여러가지 다른 가능성들이 떠오르는 영화입니다.


(그레이스 켈리)

그 밖에...

연극을 원작으로 하였으며, 입체영화로 만들어진 장면이 있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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