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 앤 이노센트 Young and Innocent 영화

선명하게 고전으로 자리잡은 1937년작, 알프레드 히치콕의 영국시절 후반기를 장식하는 영화입니다. 제임스 딘이 세계에 선풍을 일으킨 지도 벌써 50년이 넘은 요즘에 보면 "영 앤 이노센트"라는 제목은 젊은이들의 성장담이나 좌절담쯤 되는 제목으로 보이지만, 1937년은 제임스 딘이 일곱 살 때였고, 이 영화는 누명 쓰고 쫓기는 남자를 소재로 하는 영화로, 1990년대 식으로 말하면 "로맨틱 코메디" 입니다.

살인 누명을 쓰게 되지만, 10대 후반이나 20대 초반쯤으로 보이는 젊은 남녀가 그에 어울리는 활기찬 모습과 낙천적인 태도로 결국 진범을 찾아내고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이 줄거리입니다. 이 영화에는 만나서는 안될 청춘남녀가 몰래 "물래방앗간"에서 만나는 장면까지 있습니다.

1930년대에는 "스크루 볼 코메디" 라는 것이 인기를 끌기 시작했고, 1990년대에는 "로맨틱 코메디"라는 것이 인기를 끌기 시작했습니다. 둘 다, 티격태격 하는 남녀가 어떤 소동이나 시간의 흐름을 지나면서 사랑을 이루는 내용을 소재로 삼고 있습니다. "티격태격"이라는 단어 자체가 "스크루 볼 코메디"와 "로맨틱 코메디"의 상징과도 같은 어휘지 싶습니다.


(티격태격)

"영 앤 이노센트"는 굳이 따지자면 30년대 스크루 볼 코메디 보다는 90년대 로맨틱 코메디에 약간 더 가까워 보입니다.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액션 영화 연출 장기가 투입된 까닭에 영화는 전체적으로 이리저리 여정을 확장하는 모험극으로 되어 있고, 액션 장면이 약간 끼어들기도 합니다. 경찰에 쫓기는 여유만만한 낯선 남자와 얽혀 모험의 길을 떠나는 순진하면서도 똘똘한 여주인공에서 "프렌치 키스"의 멕 라이언이 쉽게 떠오릅니다.

"영 앤 이노센트"의 구체적인 내용은 이러 합니다. 갑자기 해변에 여인의 시체가 밀려 옵니다. 우연히 이를 발견한 남자 주인공은 구조를 요청하러 뛰어갑니다. 그런데 이것이 도망가는 모습으로 오인되어 그는 살인 용의자로 검거됩니다. 남자 주인공은 살해 흉기가 자신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여 누명을 벗으려 하고, 이 과정에서 경찰서에 왔다가는 경찰의 딸에게 잠깐 신세를 지면서 두 사람은 "도망자" 모험을 시작하게 됩니다.

이 영화는 우선 각본이 괜찮은 편입니다. 프롤로그 부분과 클라이막스 직전의 일부분을 빼면 전체적으로 영화는 낙천적인 분위기가 넘치며, 모든 등장인물들은 나름대로의 개성을 갖고 유머와 코메디를 구사합니다. 고모, 고모부나 동생들, 극빈자 등등의 잠시잠시 등장하는 인물도 각자 설득력있는 성격을 보유한 채 그에 어울리는 유머 감각을 지니고 있습니다. 심지어 가장 사악한 진짜 범인 조차도 적당히 우스꽝스러운 일을 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긴박한 추적과 도망의 이야기에 이런 이야기들은 적당히 혼합되어 있어서 즐겁게 영화를 즐기는데 좋습니다. 소란스러운 법정에서 슬쩍 빠져나오는 장면, 어린아이들과 장난치는 것을 이용하는 장면 등등, 범죄물의 도망자와 유머의 요소를 혼합한 재치있는 장면들도 모범적입니다.



(크랭크 돌려 자동차 시동 걸기)

두 주인공은 둘 다 순수한 활기로 가득찬 인물이면서, "여유만만한 미국 물 먹은 작가 남자"와 "고물 자동차의 크랭크 돌리기 시동을 걸 줄 아는 총명한 여자"로 되어 있어서 어울리기도 하면서 특징을 갖고 비교되고 있기도 합니다. 남자 주인공이 지나치게 폼 잡으며 여유를 부릴 때는 실력이 부족해서 어색하기도 합니다. 신성일, 남궁원이나 캐리 그란트가 먹고 살 밑천을 아무나 함부로 노리는게 아니니 말입니다. 하지만, 그런 장면 이외의 장면에서, 난관 속에서도 긍정적인 마음을 잃지 않는 청소년스러움을 표현할 때에는 충분히 잘 활약하고 있습니다.

각본은 추리물로서도 좋은 편입니다. 사실 각본의 중대한 맹점이 두 가지가 있는데, 그 중 하나는 누명을 벗기위에 찾는 "흉기"를 찾아낸다 해도 과연 그게 그렇게 결정적인 증거가 될지 말지 애매하다는 점입니다. 다른 하나는, 그 흉기를 찾는 결정적인 추리가 "개가 짖지 않았으니 내부에 범인이 있다"와 자웅을 겨룰만큼 진부한 수법이라는 것입니다.


(물레방앗간에서)

각본은 두 가지 수법으로 추리의 헛점을 극복합니다. 우선 흉기 찾기 작업 자체에 의외성 있는 굴곡을 삽입하여 "흉기를 찾아 봤자 뭐 어쩌겠다고..." 하는 관객의 의심을 "흉기 찾기가 왜 이렇게 힘드냐..."로 잠시 돌립니다. 그리고, 주인공의 추리와 "수수께끼는 모두 풀렸다" 이 후에 이어지는 일장 연설로 범인을 밝히는 것을 포기했습니다. 대신에, 주인공이 대강 범인 근처에 다가왔을 때, 범인이 "도둑이 제발저리는 것"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도록 했습니다. 그리하여, 증거가 부실하고 추리가 누추해도, 이러한 범인의 자충수 때문에 충분히 설득력 있게 범인을 잡아 버린 것입니다.

특히 이러한 마지막 해결법은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휘몰아치는 연출 덕분에 더더욱 힘을 발휘합니다. "도둑이 제발 저리는" 묘사를 위해서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은 범인을 우선 밝혀서 확실히 보여주고, 범인의 시점에서 초조한 감정을 비추게 합니다. 그렇게 해서 해결이 막막해지고 호흡이 느려진 영화 뒷부분에서 마지막으로 다시 신선한 긴장감을 불어 넣습니다.

이 부분에서 신나는 빅밴드 재즈 배경음악을 능동적으로 활용하고 여기에 완벽한 박자 감각을 이루어 펼쳐지는 그 흥미롭고 화려한 화면 연출은 단연 백미입니다. 거기에 약간 관점을 달리한 이 부분에다가 설득력있는 수미쌍관을 집어넣어서 다시 확실한 이야기의 응집성을 굳히는 방법도 좋습니다. 이런 수법들은 알프레드 히치콕의 다른 영화에서도 응용될 뿐 아니라, 시간상으로 짤막해서 그렇지, 21세기에 활약 중인 로버트 로드리게즈나 스티븐 스필버그, 마이클 베이 감독이 음악에 어우러지는 액션 장면을 연출할 때를 떠오르게도 합니다.


("영 앤 이노센트"에 등장한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

그 외에도 화려한 액션 배경을 끼워 넣는 전형적인 수법도 잘 드러나는 영화입니다. 평범한 보통 사람이 액션을 펼치는 장면에서 신기한 느낌이나 장중한 느낌을 잘 살리는 전형적인 방법 중 하나는 극장이나 박물관 같은 거대한 공공 장소를 배경으로 하는 것입니다.

거기에 여행을 다니면서 혹은 모험을 겪으면서 벌어지는 일이라는 낯선 느낌을 잘 살리려면 액션의 배경은 여행의 심상을 강하게 갖고 있는 열차, 비행기, 역, 공항, 배, 호텔로 하는 것도 꽤 괜찮은 방법일 수 있습니다. "영 앤 이노센트"는 적절한 위치에 역과 호텔 배경의 장면을 제대로 배치해 두었습니다. 이와는 약간 구분되지만, 꽤 큰 규모의 특수효과 액션 장면 하나도 제대로 살아있고, 그 연출은 무성영화식 얼굴표정 보여주기 - 액션의 핵심 보여주기 교차 편집이 선명하게 표현되어 있어서 예스러운 박진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마지막 액션은 호텔에서)

영화 촬영 당시의 상황 때문에 등장한 배경이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 역사적 가치를 가져서 재미나게 보이게 된, 그야말로 고전다운 부분도 꽤 있습니다. 우선, 배트맨 영화에서 배트모빌 못지 않게 활약하는 주인공의 자동차가 대표적입니다. 이 자동차는 그냥 옛날 차의 수준을 넘어서서 크랭크를 돌려 시동을 거는 방식으로 된, "다른 시대의 탈 것" 입니다. 그래서 그냥 등장하는 것만으로 약간 관심을 끕니다.

더군다나 이 자동차로 자동차 추격전을 벌이는 장면은 더 흥미진진합니다. 주인공의 차보다 더 좋은 차가 쫓아오고 있습니다. 영화의 세계에서 어떻게 해결해야 합니까? 수십년간 수만번 세계 각지에서 사용된 방법은, 주인공의 차가 지나간 바로 다음에 큰 트레일러 차나 기차를 지나가게 해서 추적자의 차를 가로막는 것입니다. 이 닳고 닳은 수법이 "영 앤 이노센트"에서도 그대로 나옵니다. 하지만, 이게 초기 시대 옛 자동차와 "증기기관차"로 펼쳐지면 꽤 신기해 보입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30년대 빅밴드 재즈 연주자들도 재미나게 시대상을 보여주는 볼 거리입니다.

짤막한 이야기에 담긴 전개는 거창함과는 거리가 멀고, 그 때문인지 두 주인공의 감정 교류는 약간은 갑작스러운데도 조금은 있습니다. 하지만, 시종일관 펼쳐지는 작은 유머들는 오래된 맛이 있으면서도 풋풋하게 즐겁고, 호기심을 계속 생기게 하는 여행, 추적 구도에 섞여 드는 액션, 멋진 대미는 흥행사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명함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도대체 이 놈의 기차들은 무슨 시간간격으로 다니길래 허구헌날 경찰차 앞으로만 다니는거냐.)



그 밖에...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은 말은 하지 않지만, 일종의 대사도 있는 역으로 등장합니다. 그는 "Oooh oh-" 하는 소리를 한 번 내도록 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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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렉터블로그 : 연애도적(鑽石艷盜, Venus' Tear Diamond, 1970) 2007-11-19 12:58:48 #

    ... ter.egloos.com/2987678 처럼 노래에 어떤 암호가 숨겨져 있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고, 알프레드 히치콕이 감독을 맡은 "영 앤 이노센트" http://gerecter.egloos.com/2259889 나 "나는 비밀을 안다" 같은 영화처럼, 노래 연주의 순간이 어떤 범죄와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것도 흥미있을 것입니다. 혹은, 노 ...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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