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 Rear Window 영화


(아파트)

"이창"은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종종 2위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 영화로 꼽곤 하는 영화입니다. 각자의 취향에 따라, "현기증"이나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 혹은 "오명"이나 "싸이코", "새"를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영화 중에 최고로 꼽고, 바로 그 다음으로 "이창"을 꼽는 것입니다.

"현기증", "싸이코"와 함께 "엿보기 3부작"이자 가장 적극적인 엿보기 소재 영화라고 할만한 "이창"은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이 전에 만든 "로프"와 흡사하게 독특한 형식으로 영화의 재미를 담아내려고 한 영화입니다. "이창"은 범죄를 발견하고 추측하며 증거를 잡고 무시무시한 덩치 큰 범인이 나타나는 영화입니다만, 주인공은 처음부터 끝까지 방안에만 있고, 그나마 다리를 다쳐 걷지도 못하며, 화면도 주인공의 방과 그 방 밖에 펼쳐지는 풍경에서 벗어나지 않습니다. 방백식의 나래이션이 없으니, 주인공은 대체로 표정으로 모든 감정을 표현하고, 조연들과 대화를 좀 곁들일 뿐입니다.

덕분에 사건의 핵심은 창밖으로 엿보이는 이웃집 사람들의 모습으로 드러납니다. 이 영화는 그렇게 멀리서 몸짓과 동작으로 사건과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여러 이야기들을 몇몇 집의 사연들에 뭉쳐 넣어 놓았고, 주인공의 시각에 따라 이들을 돌아가며 보여주면서 전체를 만들어갑니다. 눈으로 보여주는 것이라는 영화의 특징 덕분에, 보기 곤란하지만 매우 공감가는 일상을 살핀다는 "엿보기"라는 것은 호기심을 자극하며 사용하기에 매우 적당한 소재입니다. "이창"은 그런 소재의 위력을 잘 살린 영화로 "피핑 톰"같은 영화와 함께 유명합니다.


("이창"에 등장한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

영화의 주인공은 다리를 다쳐서 무료하게 앉아 지내는 사람입니다. 유일한 소일거리는 창밖으로 보이는 이웃 아파트의 사람들을 관찰하는 것 뿐입니다. 주인공은 그냥 시간을 보내느라 사람들을 보다가 점차 그 보는 일에 재미를 느끼고, 점점 빠져들고 그러는 사이에 심각한 비밀을 알게 됩니다.

이 영화는 시작하자마자 더운 날씨에 발코니에서 잠을 자는 부부와 속옷을 벗는 무용수를 훔쳐봅니다. 단번에 영화의 핵심적인 호기심을 퍼부은 뒤, 점차로 이러한 행동의 각각의 양상을 전해줍니다. 아파트 생활로 요약되는 현대 도시의 밀집된 인간의 공간과, 대조적으로 이웃들과 담 쌓은 관계를 여러가지로 표현합니다. 그리고 이것들을 영화의 재미로서 활용합니다. 그러면서, 주인공이 기괴할 정도로 엿보는 일에 빠져드는 모습과 여기에서 엮여지는 곁가지 이야기들을 하나 둘 펼쳐나갑니다.

당연히 동작으로 사연을 보여줄 수 있는 많은 판토마임스러운 장면들이 화면에 보이고, 그 재미를 잘 느낄 수 있도록, 주인공은 대사로 "저 사람이 문제가 있나본데." "윗층 여자가 어딘가 나가려고 하는가보군" 하는 추임새를 넣어 줍니다. 이런 과정에서 화면에서 보여주기에 재미가 있는 엿보기 소재가 외로움, 호기심, 일탈 심리 같은 원초적인 감정의 도구로도 일면 활용됩니다. 그 중에서도 포도주 한 잔 마시기 장면이나, 마지막에 나타나는 군인 애인 같은 장면들은 작은 아이디어이지만 재치있게 성격의 단면을 제시하는 장면이라서 멋지게 보입니다.


(포도주 한 잔)

제임스 스튜어트의 연기는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연출과 어울려 뛰어난 효과를 거둡니다. 수많은 장면에서 제임스 스튜어트는 단 맛 60% 떫은 맛 40% 정도의 감을 먹는 듯, 눈쌀 찌푸린 표정을 남발합니다. 하지만, 그런 표정들은 연출에 의해 적재적소에 나뉘어 활용되고 있습니다. 제임스 스튜어트는 처음에는 그냥 심심해서 멍하니 바깥 보는 상황에서 점차 집착해가고 깊게 주의를 기울이게 되는 점층적인 태도를 표정을 통해 현실감과 과장을 뒤섞어 잘 연기합니다. 특히 제임스 스튜어트의 발가락 긁기 장면등은, 그냥 잘라다가 무슨 무좀약 광고 같은 데 활용하면, 아마 무좀 환자들의 영원한 경배를 받을만한 개인기입니다.

언뜻 예의와 도덕을 잘 갖춘 듯 보이는 그의 인상은 "이창"의 난무하는 엿보기가 청소년 성장 코메디스러운 가벼움으로 치닫는 것을 막아 줍니다. 각본상에서 주인공이 "참전용사"이기도 하다는 설정을 언급하는 짧은 대사 몇마디로 인물의 도덕성은 간단히 더 강화됩니다. 그런 점들이 괴상한 엿보기 취미에 오히려 더 심리에 대해 진지한 느낌을 전달하게 만듭니다. 잘못하면 그냥 변태짓에 빠진 이상한 놈의 느낌만 온통 가득차기 쉬운데 이러한 적절한 조절로 그는 여전히 제대로 된 인생을 가진 인물, 사명감마저 느끼는 인물로 표현됩니다. 이런 점 덕분에 그레이스 켈리의 역할과 명백한 대조를 이루며 인물의 성격을 분명하게 할 수 있습니다.

"가족오락관" 게임에서 많이 사용된 바 있는 "동작으로 이야기 알려주기"를 복합적으로 보여주는 점은 영화로 만들기에 탁월한 요소입니다. 말로 설명하는 "스피드 게임"이야 라디오 애청자 전화 참여에서도 시도할 수 있지만, "말 하시면 안되고, 제스쳐로만 설명하셔야 됩니다~ 여성팀, 시이이이-작!" 하며 벌어지는 이런 게임은 텔레비전이 아닌 다음에야 의미도 없고 재미도 없습니다. 화면을 제대로 써먹는 게임인 것입니다.

이런 것들을 보여 주면서 그 불순한 호기심을 점차 부풀려가다가 마지막에 화려한 액션으로 마무리 짓는 내용은 유려 합니다. 순조롭게 각도를 기울여가던 범인 밝히기가 한 번 꼬이고 꼬인 뒤로 빠른 속도로 휘말려 버리는 것도 몰입감을 더합니다. 도시 아파트의 특성과 독특한 군상들을 설정한 인물과 그런 인물들의 주요 특성을 자연스럽게 이야기에 배합하여 이야기에 양념을 더한 것도 좋은 생각이었습니다.


(제임스 스튜어트)

"이창"에는 물론 단점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은 음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려 했던 몇 장면입니다. 이 장면들에서는 이웃집에 들려오는 음악이 감정을 돋구고 영화의 전개 속도와 빠르기를 맞추어 내용을 뒤흔들어야 합니다. 비슷한 것을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은 "나는 비밀을 안다"나 "영 앤 이노센트"등에서 써먹은 적이 있습니다. "스펠바운드 (망각의 여로)" 같은 영화만 해도 완벽히 활용되었다고는 볼 수 없지만, 멋드러진 주제곡이 한몫 단단히 합니다.

그러나, "이창"에서 음악이 위력을 발휘해야 하는 장면은 실패에 가깝습니다. 이런 장면들의 아이디어는 괜찮지만 이런 것을 정말 멋지게 영화화 하는 것은 힘듭니다.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이 여기에 대해 음악 담당자에게 실망을 했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음악 담당자의 문제가 아니라, 애초에 그런 시도 자체에 좀 더 고민을 해야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영화 음악가가 갑자기 "더 비틀즈 앤솔로지" 앨범에 들어 있는 폴 맥카트니 솔로 "Yesterday" 같은 것을 만들어 오지 않는 이상 그런 장면 자체가 잘 만들기란 불가능에 가까운 것입니다. 알퐁스 도데의 "별"은 읽기 좋은 내용이지만 이걸 영화화 한다면 좋은점을 전달하기 어렵고, 중반부의 폭발하는 시각적 심상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황순원의 "소나기"를 영화화 했지만 소설 마지막의 여운을 영화로 제대로 살리기란 힘든 일입니다. "이창"의 음악 역시 처음부터, 소설이나 시나리오 상에서 표시해놓으면 그럴듯한 아이디어로 보이되, 실제 시각과 청각으로 표현해 보면 추상적인 상상에 해당하는 것만큼 효과를 거두기 어려운 것입니다. 이것에 너무 안이하게 도전한 면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레이스 켈리)

또 한가지 단점은 그레이스 켈리의 인물입니다. 우선 그레이스 켈리의 인물은 대사 연기가 강약 없이 그냥 애교 있는 듯 들리는 한 목소리로 일관하는 편이라 심심합니다. 게다가, 다른 요소들을 포함해도 복합적인 인물의 심리를 잘 살리는데도 실패합니다. 예를 들면, 그레이스 켈리의 인물이 갑자기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부분은 이 인물이 적극적인 성격이라서이기도 하겠지만, 또한 제임스 스튜어트의 인물에게 과시하고 시위하는 설득의 의도도 있는 것임이 분명합니다. 즉 "나도 당신이 얕보는 이상으로 다른 면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과하게 나서고 있는 행동을 표현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런 복잡한 심정의 인물이라는 점은 쓰여 있는 대사에서도 충분히 뒷받침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그레이스 켈리는 그냥 호기심 많은 말 잘 안듣는 10대 여학생 처럼 여기저기 들여다보고 다니는 것처럼 행동할 뿐입니다. 때문에 시선은 더욱 더 제임스 스튜어트의 인물에 고정되고, 도리어 그레이스 켈리의 인물은 정말로 제임스 스튜어트가 생각한 데로 철없는 좀 단순한 인물 그 자체에 불과한 것처럼 비치기도 합니다.

사실, 단점이라고 말하긴 했지만, 이런 점은 그냥 그대로 인물의 넘치는 매력이 되어 이야기의 전개에 오히려 도움이 되는 면도 있습니다. 그레이스 켈리의 발랄한 느낌이 단정한 모습에 더해져서 더 관객을 끄는 것입니다. 하지만 각본자체를 애초에 그런 의도로 썼다기 보다는, 그레이스 켈리의 한계 때문에 그런 식으로 정리할 수 밖에 없었다는, 타협책처럼 보입니다. 이 점은 영화를 단순화하고 집중하게하는 면도 있긴 하지만, 어쨌거나 충분히 자리잡은 두 인물의 특성에 관한 재미있는 이야기거리 하나를 날려먹은 듯 합니다.

그러나, 그게 대체 대관절 다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그레이스 켈리는 그 어떤 영화 못지않게 "이창"에서 최고의 매력을 구상 성단처럼 내뿜습니다. 도시의 빽빽한 아파트 촌, 그 좁은 방에 들어서기에는 도저히 어울리지 않지만, 그녀는 의상 담당이 시사회에서 자랑하는 모습이 절로 상상되는 어울린다는 단어만으로는 부족한 옷을 입고 나타납니다. (정말로 이 글을 타이핑 하는 지금, 어울린다라는 단어가 부족해서 애가 탑니다.) 그녀는 그런 모습에 기막히게 어울리는 표정과 걸음걸이로 돌아다닙니다. 그리고 이런 모습들은 갑작스레 하늘에서 천사가 나타난 것처럼 화면에 등장하도록 되어 있고, 그래서 말그대로 갑작스레 하늘에서 천사가 나타난 듯 합니다.

그레이스 켈리가 그녀의 뜨거운 숨결과 함께, 긴 시간 속삭이는 목소리로 말하면서 계속 입맞춤을 퍼부을 때. 그 때 화면속으로 무슨 수로든 뛰어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 지난 수십년간의 남자 관객들을 모아 놓으면, 아마 고구려를 침공한 수나라 양제의 군사 따위는 의료지원단 역할도 못할 숫자일 것입니다. 그 장면의 열정을 선명하게 부각시키는, 반대로 약간은 정신나간 무덤덤한 반응은 연출상의 효과를 더합니다.


(제임스 스튜어트와 그레이스 켈리)

"이창"의 가치는 현대 도시와 아파트의 정서, 영화가 보여줄 수 있는 흥미를 활용한 시도에서 일단은 출발했습니다. 때문에, "이창"식의 아이디어는 이후 많은 글, 광고, 영화에서 활용되었습니다. 2006년 제작중인 영화 "아파트"와 그 원작인 강풀의 만화는 그 재미의 절반 이상을 "이창" 리메이크에서 시작하고 있습니다. "이창"은 이런 식으로 형식과 기술적인 도전의 재미로 출발한 영화가, 제임스 스튜어트와 그레이스 켈리의 재주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는데서 그 이상의 단계로 뛰어 올라 갑니다. 두 인기 배우의 힘과 매력을 정면으로 드러내면서도 오히려 그것이 감독과 기술진의 괴팍한 시도들을 더 빛나게 하는 조화가 "이창"의 멋으로 느껴집니다. 이야기 전체를 항상 재미있게 유지해주는 유머도 빼놓을 수 없을 겁니다. 그 중심에선 간호사 아주머니 역은 제임스 스튜어트와 함께 가벼운 코메디 대사를 빼어난 솜씨로 엮어나갑니다.



그 밖에...

영화에서 그레이스 켈리의 인물이 옷 가격을 말하는 장면이 있는데, 그냥 들어도 가볍지는 않지만, 물가를 고려해서 계산해보면 "이 사람이 모나코로 가는 것은 아직 꽤 나중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 마련입니다.

IMDB Trivia에 따르면,

모든 아파트들은 실내에 지어진 세트이며, 이들은 한 덩어리로 수도와 전기가 설치된 초 거대 실내 세트 였습니다. 춤추는 여인을 연기한 조진 다시는 자연스러운 연기를 위해서 실제로 그 세트를 집삼아 어느 정도 살았다고 합니다.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은 옛날 자기 영화에 참견을 많이하던 제작자 데이비드 오 셀즈닉과 닮은 배우인 레이몬드 버를 기용해다가 범죄자 악당 역할을 맡게 했다고 합니다.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은 영화 촬영을 실제로 주인공의 아파트에 해당하는 장소에서 항상 다른 곳들을 엿보며 진행했다고 합니다. 다른 곳에 있는 배우와 스탭들에게는 인터폰이나 무전기 같은 장비를 써서 지시를 내렸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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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렉터블로그 : 모던 보이 2008-10-06 14:10: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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