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렌지 Frenzy 영화


(존 핀치와 배리 포스터)

"프렌지"는 제목의 느낌과 같이 "싸이코"와 어느 정도 비슷한 소재를 다루고 있는 영화입니다.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이 헐리우드에서 미국을 배경으로 영화를 찍은 이후 참으로 오랫만에 다시 영국을 배경으로 찍은 영화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 영화는 영화 시작 장면에서 런던 시내의 전경을 비추고, 타워 브릿지를 강조하기도 하면서 이런 런던의 분위기를 독특한 소재로 내걸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한참 뒤에 나온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패밀리 플롯"을 제외한다면, 사실상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마지막 영화인 셈이기도 합니다.


(Mom, I'm home!)

"프렌지"의 런던은 여인들을 겁탈한 뒤 넥타이로 목을 졸라 죽이는 연쇄 살인마 소문으로 흉흉한 곳입니다. 한 번 언급되기도 하는 "잭 더 리퍼"가 떠오르는 이런 영화의 분위기는 시작 장면 자체에서, 정치인에 대한 조소어린 농담을 시작으로 출발하여, 흔히 다른 나라 사람들이 생각하는 "영국 런던"의 고정 관념도 살짝 갖다 붙이고 있습니다. 또한 적극적으로 일반적인 자연광과 야외촬영을 도입한 화면을 계속 말끔히 정돈된 신사 숙녀들의 인상으로 채우고 있는 점도 이런 영화 분위기를 돋굽니다.

"프렌지"의 내용은 처음에는 누가 연쇄 살인마인가에 대한 의문을 조금씩 따라가는 것으로 출발합니다. 그러다가 연쇄 살인마가 누구인지 보여 줍니다. 다음에는 연쇄 살인마로 오해를 받고 누명 쓴 채 쫓기는 사람이 나오고, 그 다음에는 진짜 연쇄 살인마가 자기의 죄를 감추려고 노력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일을 추리와 증거를 통해서 해결하는 유머 가득한 부부 탐정이 나옵니다.


(안나 마시)

당연히 "프렌지"는 중심이 오락가락 합니다. 이야기의 모호한 부분의 정체가 궁금해지는 반전 미스테리, 누명쓴 도망자 추적극, 범죄자의 들킬까마 노심초사하기, 유머 추리극. 등등은 하나 같이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이 다른 영화에서 여러 번 크게 흥행해 먹은 이야기들입니다. "의혹" "39계단" "다이얼 M을 돌려라" 는 그 중 한 가지를 중심으로 다루고 있는 영화들입니다. 그런데 이걸 "프렌지"에서 이런식으로 다 때려 모아 놓고, 게다가 각각의 이야기의 중심인물들을 서로 다른 인물들로 하다보니, 그 어느 인물도 특징이 살지 않습니다. 감정이입을 주거나 독특한 내면을 드러내는 인물도 없습니다. 전체적으로 이야기의 추리 아이디어나 범죄 트릭은 부실한 편이다보니, 이처럼 인물이 뚜렷하지 못한 점이 전체적인 품질도 떨어지게 합니다.

오히려, 중간 중간 약한 비중으로 등장해 단편적인 한 모습으로 모든 것을 제시해야하는 단역, 조연들이 훨씬 흥미로운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주연들의 인물들은 저마다 충분히 개성이 있고 연기도 못하는 편이 아니지만, 이렇게 많은 이야기 속에서 나뉜 덕에 누구하나 확실히 중심을 잡는 인물이 없다는 이야기 입니다. 때문에, 사실 "프렌지"는 하나의 명확한 완결성을 갖는 극이라기 보다는,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이 자신이 유명해진 이유를 한 데 모아 귀성길 고향 특집을 하나 펼치는 형태에 가깝게 느껴집니다. 방금 동남아 순회 공연을 마치고, 데뷔 클럽으로 돌아온 가수가 히트곡 메들리를 부르는 듯 합니다.


(바바라 리-헌트)

이런 이야기라면 앞서 이야기했던데로, 중심 범죄 트릭을 좀 기발한 것으로 하든지, 아니면 "친절한 금자씨" 처럼 말도 안되는 이야기라도 자기 한 몸으로 이끌고 간만한 초강력 배우를 주연으로 기용하는 것이 정석일 겁니다. "프렌지"는 그런 면이 부족한 듯 합니다.

"싸이코" 이야기를 한 바 있습니다만, "프렌지"에서 눈에 띠는 것은 살인 장면과 후반에 나오는 감자포대 장면입니다. 두 장면 다 전형적인 공포물의 방법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살인 장면의 경우에는 "싸이코" 식으로 연결되는 화면에 강한 폭력의 느낌을 온 화면으로 드러냅니다. 다리오 아르젠토 감독의 영화들과 비슷하게 느껴지는 면이 있을 정도인데,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은 철철 넘치는 피 대신, 공포를 느끼며 고통스러워 하는 인물의 표정을 드러내 내세운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이런 점은, "영 앤 이노센트" 같은 영화에서부터 매달리기 액션에서 잘 써먹은 전형적인 무성영화식 연출의 유려한 응용일 것입니다. 성격은 좀 다르지만, 마리오 바바 감독의 영화를 떠오르게 하는 천천히 위험의 방을 향해 계단을 걷는 장면도 흔한 공포영화식 연출, 음향을 그대로 써먹고 있습니다.


(추리 부부)

앞서 말했듯이, 이야기가 알프레드 히치콕 영화 비빔밥으로 되어 있기에 뚜렷하게 살아나는 주연급 인물은 부족한 편입니다. 그러나 모두 거슬림 없는 연기를 보여주고 있으며, 그나마 가장 주인공 같은 인물의 경우에는 그 불길한 다혈질 인상을 잘 살리고 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솜씨를 보여 준 것은 먹기 싫은 음식만 해주는 아내와 "부부 탐정"에 가까운 일을 하는 형사 역할입니다. 왔다갔다 하는 이야기의 중심과 작은 비중이 안타까울 정도로 표정 코메디, 한탄하는 대사 속에 유머 담는 재주를 잘 보여줍니다.


("프렌지"에 등장한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

그 밖에...

이야기들의 접붙이기라는 점도 "프렌지"를 "영국판 싸이코"라고 할만한 점일 겁니다.

핑백

  • 게렉터블로그 : 우리 동네 2007-12-02 21:08:38 #

    ... 이 영화는, 살인자 이야기를 다룬 알프레드 히치콕이 감독을 맡은 영화들과 비슷한 재미를 주는 것입니다. 꼽아 보자면, 떠오르는 영화는 "프렌지" http://gerecter.egloos.com/2285001 입니다. 세 사람 구도로 되어 있는 것도 비슷하거니와, 살인이 들킬까봐 걱정하며 조마조마해 하는 살인범의 모습을 재미거리로 삼은 것도 비슷 ... more

덧글

  • WindFish 2006/03/18 17:41 # 답글

    와아.. -_-;.. 이거 또 엄청난 블로그를 발견하게되는군요...
    정말 이글루스에는 굉장한분들이 많다는걸 다시한번 깨닫게 됩니다;..
    글 잘읽고 갑니다 ^^;
  • 게렉터 2006/03/21 13:35 # 답글

    감사합니다. 그런데, 그냥 생각나는데로 주욱 써서 올리고, 올리고 하는 식으로 블로그가 글 창고 처럼 운영되고 있어서 좀 어설픈데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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