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윙 걸즈 スウィングガールズ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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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윙 걸즈"에 대한 7가지 이야기 (상)
"스윙 걸즈"에 대한 7가지 이야기 (하)

아마추어 오케스트라 공연을 상당히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클래식 연주라는 것은 대체로 수백년전에 유행했던 곡을 수많은 사람들이 수백번씩 반복하는 것이고, 그 녹음들은 원음을 보다 깔끔하게 들리게 담아내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때문에 큰 반항심 없이 연주를 잘 한다는 평을 듣는 사람들이 연주하는 음악회에 가보면, 그래서 정숙하게 그 곡을 들어보면, 그냥 괜찮은 CD 녹음을 듣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쉽습니다.

그에 비해 아마추어 오케스트라 공연은 실력이 CD 녹음과는 꽤 차이가 나는 것이 보통인데다가, 음정 박자를 틀릴까말까 불안한 연주자들이 하나 둘 끼어 들어가는 경우도 많습니다. 공연장은 소리를 좀 잡아먹는 학교 강당이나 무슨 식당 같은 곳이기 마련이며, 그나마 주변에서 이런저런 소음도 꽤 많이 들려 옵니다. 이런 점들은, 그 연주가 녹음과는 다른 색다른 생동감을 느끼게 합니다. 연주 실력이 어느 정도 된다면, 어느새 몰입해서 연주자들이 틀리지 않고 잘 해낼까, 어려운 부분은 어떻게 소화해 내며 넘어갈까 하는 감정이입을 하게 되기도 합니다. 덕분에, 어느 정도 만족스럽게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전달 받기 쉽고, 그런 느낌 때문에 연주 자체와는 또다른 즐거움을 맛볼 수 있습니다.


(Swing Girls...)

비슷한 분위기를 어느 정도 써먹고 있는, 학창 시절 아마추어 음악팀에 대한 영화들은 대대로 이어져 내려왔습니다. 이런 이야기들은 보통 이런 음악 공연의 완성도를 높이며 "결말장면용 연주 대회"를 준비해 가는 과정과 다른 극적인 요소들을 결합해 놓은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어울리지 못하는 친구들이 뭉친다거나, 망해가는 학교를 살린다거나, 인간적으로 성숙한다거나, 사회의 억압을 떨쳐낸다거나, 아니면 짝사랑하던 아이에게 잘 보이게 된다거나 하는 이야기의 극적인 중심이 있는 것입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어느 정도는 학생들이 아니라 지도하는 교사로 각도를 바꾸기도 합니다. 기운 빠진 교사가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다시 거듭난다거나, 아니면 어떠한 교육도 이루어낼 수 없을 듯한 학생들을 상대로 교육이란 것을 일구어내는 교사의 놀라운 능력을 비추어 내는 영화들도 있습니다.

"스윙걸즈"의 큰 특징은 이런 교훈적이고 극적인 이야기를 날려 버렸다는데 있습니다. 다만, 그 음악을 즐기는 즐거움 자체를 유머로 표현하는데 집중합니다. 이 영화의 내용은 우연히 학교 행사 대타를 뛰느라 옛날 스윙 재즈 연주를 접하게 된 학생들이, 그 음악을 아주 좋아하게 된다는 것으로 충분히 요약됩니다.


(... and a Boy)

이런 점은 영화에 개성을 설정해 줍니다. 그리고 또 한 번 해 볼만한 일이기도 합니다. "꽃 피는 봄이 오면"에서 탄광 연주 장면 같은 것은 멋진 아이디어 였습니다. 고단한 삶과 가계를 꾸려나가는 책임감을 짊어지고 있는 광부들이 어두운 탄광에서 무거운 궤도 차량을 타고 나옵니다. 마침 떨어지는 빗줄기를 맞고 있는 안전모를 쓴 검댕이 묻은 이 사람들의 중량감은 "패튼 대전차 군단"의 진군 장면을 넘어설 정도 입니다. 여기에 이런식의 묵직함을 제대로 발휘하게 하는 "위풍당당 행진곡"의 금관악기 연주가 울려퍼집니다.

이 장면은, 앞뒤에 가득찬 평범한 "현실 극복 한계 저항" 개인사가 붙어버리면서 더 진지함을 잃었습니다. 이 장면을 그저 광부들을 응원하는 최민식 악단의 성공적이고 열광적인 데뷔 무대 쯤으로 처리하면서, 오히려 그 국민악파식 감흥을 더 잘 전달할 수도 있었을 겁니다.

물론, 반대로 "스윙걸즈"에서도, 심심한 하루의 반복으로 삶을 살던 학생들이 어떤 대상에 열심히 건강한 노력을 기울이게 된다는 의의에 집중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소위 "성장 드라마"로 받아들일 내용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런 점 역시 이야기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는 것이 아니라, 다만 은은하게 베어져 나오는 효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반례를 들어 설명하자면, 음악을 통해 "정직의 미덕"을 발견하는 한 교사의 비교적 드러나게 교훈적인 이야기는, 다른 부분에 대해 좀 설득력 없고 약하게 보인다는 점을 꼽고 싶습니다.


(우에노 주리)

교훈적인 이야기를 없애 버린 빈 영역을 "스윙걸즈"는 그냥 비워 두는 대신에, 야구치 시노부 감독이 전에 한 번 성공해 본 것으로 때우고 있습니다. "스윙걸즈"는 교훈적인 이야기를 꾸며댈 시간에, 청소년 배우들의 매력을 잘 살릴 수 있는 설정들과 추억을 자극할 수 있는 소도시 학교의 여러 풍경들을 퍼붓습니다. 푸른 논밭, 기찻길, 뒷산, 등하교길 같이 누구나 하나 둘 갖고 있을 만한 학창시절의 이야기와 얽혀드는 장면 장면들을 잘 꾸며 놓은 것입니다. 배경과 소재, 배우들을 버무려 만든 이런 장면들은 청소년 시기를 좋은 즐길거리로 만들 수 있는 수법입니다. 거기에, 중심 소재인 스윙재즈에 대한 아마추어 도전 자체도, "학교 때 겪는 추억"이라는 점과 어울려서 더욱 효과를 키워 줍니다.

이런 점들은 배우들의 연기력과 제대로 발맞춰 가면서 더욱 좋은 성과를 거둡니다. 히라오카 유타는 자기가 잘 할 수 있는 코메디 연기를 맡아서 충분히 공감할만한 웃음을 주면서 성공하고 있고, 우에노 주리 같은 배우도 영화 분위기를 살릴 수 있는 분위기로 제대로 꾸며져 있습니다. 멋모르고 좀 덜떨어진데가 있는 듯한 순박한 아이들이라는 고정관념을 영구스런 행동과 표정을 이용하는 희극과 쉽게 연결해 붙이고 있는 것입니다.


(연습하러 가는 중)

특히, 아주 멋진 장면 중의 하나인 늦은 오후 천변에서 연습하는 장면은 자칫 잘못하면 현실감 제로의 나락으로 떨어질 위험성이 있는 장면이었습니다. 그러나, 소리와 인물을 일치시키고 풍경을 맞춰서 조화시킨 화면에 충분히 이 장면을 그럴듯하게 소화해 나가는 우에노 주리의 "두리번 거리기" 연기에 힘입어 꽤나 그럴듯 해 집니다. 이런 장면들은 음악 영화의 장점을 가장 잘 살리고 있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영화 전반에 등장하는 서서 우는 장면 같은 것도 배우들의 연기를 잘 보고 조화시켜서 맞아 떨어지는 화면으로 잡아냈기에 은근한 웃음을 주는 성공을 거둔 것이지, 약간만 어긋나면 말도 안되는 억지 장면으로 뒤집힐 장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멧돼지 장면이나, 이불 터는 아파트 베란다 장면 같은 것들도 제 위치에 잘 잡혀 있습니다. 멧돼지 장면 같은 것은 보고나서 그 장면만을 "그럭저럭 웃기군" 하고 평하기는 쉽지만, 제작 전체를 놓고 보면 탁월한 아이디어 입니다. "What A Wonderful World"라는 정경 풍의 노래와 어울리기도 하고, 공상적인 회상조로 펼쳐져 이야기의 분위기를 거스르지 않고 다시 한 번 다지는 것도 좋은 효과 입니다. 무엇보다 이 영화에다 가장 비현실적인 황당한 유머 하나를 끼워 넣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거의 가장 좋은 시점에 삽입된 것이기도 합니다.

의외로 마지막 연주는 갈 수록 지나치게 매끄럽기만 해서 전체를 끌어오던 아마추어 연주의 묘미를 약간 떨어뜨리긴 합니다. 그리고 역시 이 장면에서 관객들의 박수가 좀 어색한 면도 있습니다. 하지만, 스윙 재즈 음악 자체에 대한 매력을 중심에 두고, 이리저리 향수어린 추억의 느낌와 10대 배우들의 멋을 담아낸다는 요점에 흠을 줄 정도는 아닙니다.


(연습중)

"스쿨 오브 락" 같은 영화 역시, 록음악 자체에 대한 예찬에 굉장한 열의를 담은 영화였습니다. "스쿨 오브 락"에 나오는 어린이들이 개성과 자신감을 찾아가면서 성장하는 이야기는 크게 진정함이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그에 비해, 잭 블랙과 "스쿨 오브 락" 밴드의 록큰롤은 모두를 감격시키지 않았습니까? "스윙 걸즈"는 개성을 유지하면서, 이런 점들을 더 잘 살린 영화로 보입니다. "벤허"나 "쥬라기 공원"은 위대한 영화이겠습니다만, 못지 않게 "스윙 걸즈"도 인정 받을 점이 있다고 느꼈습니다.



그 밖에....

이런저런 경로로 꽤 널리 소개 된 뒤에, 너무 늦게 정식 개봉이 이루어진 영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다른 영화들과 상영관 싸움을 피하느라 차일피일 미루어졌기 때문일지?

덧글

  • 도로시 2006/03/23 19:35 # 답글

    지금은 상영관도 많지 않고 그나마 교차 상영을 하지만 영화를 본 사람들의 만족도가 높은 편이니 잘하면 입소문을 탈 수도 있을 거 같아요..
  • 게렉터 2006/03/23 23:37 # 답글

    상영관 수가 심하게 적은 편입니까? 안타깝습니다.

    사실 이런 영화가 평론가들이나 영화 "작가"들 눈에는 고마고만하게 만든 작고 재미난 장난감 비슷하게 보일지 몰라도, "태풍" 같은 영화보다 "스윙걸즈"가 "작품성, 흥행성, 오락성, 예술성", 심지어 사회적 교화의 기능까지 온갖 과목에서 더 높은 점수에 해당하리라 생각합니다. "유치하고 단순하지만 재미있다"고 볼 수도 있지만, 따지고보면, 인생살이 이 정도면 진지한 감동을 전해주는 거 아닙니까? (갑자기 어울리지 않는 열변 분위기에 스스로 젖어버렸습니다...)
  • 펠로우 2006/03/24 10:41 # 답글

    상영관은 그럭저럭 되는데,각 영화관에서 Full상영을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역시 전체적으론 상영회수가 적다는 결론에...영화리뷰 매우 잘 쓰셨네요^^
  • 게렉터 2006/03/24 12:25 # 답글

    오늘 내일 중으로 정식 개봉한 극장에 가서 다시 봐야겠습니다. 자막이라든가 하는 면에서 다른 상영들과 차이도 있을테니.
  • 페니웨이™ 2007/08/27 17:30 # 삭제 답글

    글 잘 읽었습니다. 아울러 트랙백 남기고 갑니다~
  • 게렉터 2007/08/31 13:07 # 답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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