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스군 사랑에 빠지다 Rushmore 영화

"맥스군 사랑에 빠지다"은 별난 아이가 학교라는 정형화된 사회화 과정에서 나타내는 특이함을 보여주는 영화에서 출발합니다. 학교에서 가장 인기 있는 아이의 이야기라든가, 대통령의 딸이라든가, 혹은 엄청난 솜씨의 글 솜씨나 노래 솜씨를 가진 학생들을 다루던 많은 이야기들과 그 소재면에서는 비슷한 점이 있습니다. "맥스군 사랑에 빠지다"의 주인공 맥스 피셔는 문어발 식으로 과외활동을 확장해 나가는 폭발적인 아이디어 넘치는 경영자이면서, 학교에서 다룰 만한 범위를 훌쩍 넘어서는 블록버스터 극작가입니다.


(제이슨 슈월츠만)

"맥스군 사랑에 빠지다"의 주인공 맥스 피셔는 학교 꿀벌 키우기 클럽의 회장이면서, 동시에 학교에 식인어 피라니아 어항을 건설하는 작업을 진지하게 추진하는 등, 엄청나게 많은 관심분야를 가지고 정력적으로 설치는 사람입니다. 평범한 의미로서의 친구는 거의 없는 편이고, 학과 과정은 잘하고 싶은 욕심이 있긴하지만 흥미가 없어서 형편 없는 수준입니다. 이 영화에서 우선 선명하게 나타나는 재미있는 점은, 이 개성적인 인물을 중심에 두고, 끝없이 이어지는 유머의 소재로 활용하고 있으면서도, 여러모로 현실적인 듯 보일 시각을 많이 개입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영화의 중요한 전환점이 되는 사건들이, 맥스 피셔의 특이한 행동들과는 다소 떨어져 있다는 점은 그 한 단면입니다. 비교해 보자면, "금발이 너무해" 같은 영화에서 주인공이 자신감을 얻는 장면이나, 재판에서 결판을 내는 장면은 주인공이 가진 영화상의 개성을 드러내놓고 써먹는 장면입니다. 하지만 "맥스군 사랑에 빠지다"에서 주인공이 사랑에 빠지는 대상은 처음부터 끝까지 기복은 있으되 계속 냉정한 시각으로 흘러가고 있을 뿐이며, 사이가 나빠진 옛 친구와 다시 화해하는 장면도 그저 아버지 일을 돕다가 마주치면서 나타납니다.

이렇게 줄거리의 핵심들이 맥스 피셔라는 인물의 독특함과 노골적으로 연결되지 않고 있다는 점은 잘못하면 영화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재미를 놓쳐버리는 이유가 될 지 모릅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그런 식의 과장된 유머를 일부분 포기하는 대신, 오히려 그러한 포기를 드러내놓고 살립니다. 이런 영화에서 곧잘 쓰이기 마련인 요란한 오케스트라 배경음악 대신, 영화는 배경 음악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있고, 오히려 담담하고 진지한 성장영화에서 쓰이곤 했던 포크 멜로디나 조용한 기타 연주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빌 머레이)

이런 식으로 주인공에게 적절한 좌절과 시련을 주고, 말끔한 해결 구도로 이끌지 않은 이야기는 외려 맥스 피셔를 더욱 인간 답게 보이게 합니다. 심각한 좌절 비극으로 치닫지 않고 전체적으로 희극적인 분위기를 유지하면서도 이렇게 "괴상한 청소년"의 현실적이고 인간다운 면이 나타나는 것은 이 영화의 단적인 장점입니다. 주인공인 맥스 피셔는 우스꽝스러운 초인이나 괴물이 아니라 실체감을 가진 주체로, 독특한 관찰 대상이기도 하지만, 또한 많은 부분 관객이 이입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 현실적인 면이 있다고는 하지만, 이 영화가 사람들이 느끼는 진지한 감정이나 교육 문제의 핵심을 다룬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이미 사회생활을 하며 세상에서 중요한 일을 할 수 있는 성숙한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믿고 있는 맥스 피셔를 통해, 의욕과 꿈이 넘치는 청소년 시절의 한 보편적인 단면을 강조해 줍니다.

그리고 그런 어설픈 온갖 일을 건드리고 다니기만 하는 호기심 왕성한 성향이 한계에 부딪히고 좌절당하는 면도 보여 줍니다. 그런 강조된 특징들이, 거짓말도 하고, 허세도 부리고, 좌절도 하고, 부끄러움도 겪는 공감의 요소가 풍부한 현실감이 있는 인물에 비쳐서, 적당히 진정성을 갖는 듯 보이는 겁니다. 이런 점들은 이 영화가 십대 청소년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인생을 사는 태도나 사회와 사회적 지위에 붙어 살아가는 사람들의 사회관, 관계관에 대한, 일반적인 이야기의 한 면을 갖고 있는 듯 보이게도 합니다.


(두 친구)

이런 구분되는 특징을 살리고 있으면서도, 이런 영화의 당연한 볼거리 중 하나인 특이한 일도 적당히 잘 진행하고 있습니다. 누구나 경험하는 학교를 배경으로 쉽게 겪지 못할 일이 끼어드는 것은 설정 자체의 재미거리니, 기본에 충실하기도 하다는 이야기 입니다.

여기에 가장 큰 공을 세우고 있는 사람은 빌 머레이가 연기한 학교 이사장입니다. 이 이사장에게 자식인 쌍둥이는 맨날 사고만 치고 다니고 속만 썩일 뿐 사람같지 않아 보이고, 그의 아내는 다른 남자와 바람이 난 것 같습니다. 뼈빠지게 일해서 백만장자가 되었지만 이제 딱히 목표도 없고 나이만 들어버린 지금 허무감과 심심함, 무력감과 외로움에 푹 빠져 있는 인물입니다.

이 사람과 주인공 맥스 피셔는 영화상에서 거의 가장 친한 친구로 되어 있습니다. 영화의 분위기상 두 사람이 무슨 관중과 포숙아 같은 관계인 것은 아닙니다. 가장 친한 친구라고 하지만, 여전히 두 사람은 서로 서로를 진지하게 이해하고 있는 것도 아니며, 갑자기 닥친 문제에 대해서는 그렇게 의리 있는 모습을 보이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두 사람은 독특한 자신들의 중심 사상에서 서로 일치하고 있으며, 연애관도 일치하며, 여러모로 비슷한 취향입니다. 결국 외로울 때면 그래도 친구로 보일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이것이 블록버스터의 진수)

인생에 의욕을 잃어버린 채 대강 때우면서 사는 사람을 희화화 해서 보여주기에, 기운 빠진 빌 머레이의 표정과 대사들은 완벽합니다. 이 영화에 과하게 언어유희와 극적인 유머를 과장하는 면이 거의 없기 때문에 그의 코메디 주특기를 마음껏 살리지 못하고 있을 뿐이지, 영화가 필요로 하는 가라앉은 관찰자의 시각과 그것을 이용하는 줄기차게 이어지는 볼거리를 엮어가기에 빌 머레이라는 배우는 더할 나위 없습니다.

예를 들면, 별의별 클럽 활동을 다 이끌고 다니는 맥스 피셔가 덩치큰 힘센 학생들과 레슬링 시합까지 하겠다고 나서는 장면이 있습니다. 우스꽝스러운 음악을 이용하거나, 맥스 피셔가 심한 슬랩스틱 코메디라도 펼치지 않는 다음에야 그냥 심심하고 재미 없을 장면입니다. 하지만, 시청자가 쉽게 동조할 수 있는 빌 머레이가 찌푸린 표정을 조금도 풀지 않은 채 놀랍다는 표정과 "너 레슬링도 하냐?"라는 대사를 잘 연결해 붙입니다. 이렇게 하면, 특별한 과장 없이도 맥스 피셔가 온갖 과외 활동에 다 나선다는 점을 내세우며 웃음의 요소로 자리잡게 할 수 있습니다.


(살짝 끼어드는 모성애 컴플렉스)

영화 전체에 풍성한, 옛 영화들의 좋은 장면과 구도를 가져와 만든 보기 좋은 화면들도, 전체적으로 느릿느릿한 편인 영화를 즐기는 데 도움을 줍니다. 당연히, 이런 영화에서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주인공 배우, 제이슨 슈월츠만의 쉽게 눈에 들어오면서도 자연스러운 연기는 칭송할만 합니다.


그 밖에....

"빌 머레이의 맥스군 사랑에 빠지다"라는 제목보다는 "러쉬모어"가 좀 더 어울리는 제목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빌 머레이"를 강조하고는 싶은데, 그러자니 주인공이 너무 무시당하는 것 같아서, 억지로 "맥스군"을 뽑아내 만든 제목 같아 보입니다.


덧글

  • ArborDay 2006/03/31 10:44 # 답글

    아. 못 본 영화인데 이렇게 읽으니까 보고 싶어지네요. 잘 읽었습니다.
  • 게렉터 2006/04/01 00:28 # 답글

    "판타스틱 소녀백서"와도 꽤 비슷한 분위기를 즐길 수 있을 법한 영화입니다. ArborDay 님 블로그를 정말 존경하며 봐았는데, 들러 주셔서 무척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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