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결혼 원정기 영화

"나의 결혼 원정기"라는 이야기 맥락의 줄기는 멜로 드라마 입니다. 그 중에서도 어리숙한 인물들을 주인공으로 해서 유머를 많이 섞은 멜로 드라마입니다. 멜로드라마의 양대 산맥이라고 할 수 있는 "만난 사람들이 엮일 수 있을까 말까" 이야기와 "불륜이 들키면 어떻게 사람들이 대응할까" 이야기 둘 중에서, 이 영화는 제목대로 앞쪽의 이야기를 택하고 있습니다. 소재를 이야기해보자면, "나의 결혼 원정기"는 우중충하게 노총각으로 나이들어가고 있는 한국 농촌 총각들이 우즈베키스탄에 결혼 여행을 와서 몰아서 여러번 선을 보고 결혼하는 풍속도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나의 결혼 원정기"는 이런 멜로 드라마의 기본을 잘 따라가고 있는 영화입니다.


(정재영)

많은 소위 "신파극"풍 영화들이 감동적인 장면에서 주인공을 안약을 이용해 눈물흘리게 하면서 긴 사설시조 대사를 읊게 하곤 합니다. 그리고 슬로모션이나 화면 흔들어 찍기 같은 기교도 부립니다. 하지만, 이런 수법은 사설시조 대사 자체가 매끄러운 문장으로 잘 쓰여지고, 동시에 비현실적인 대사를 길게 읊는 것을 배우가 잘 해낼 때에만 제대로 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슬로모션 같은 기교도, 그렇게 보여주는 화면이 미술상 볼거리를 잘 갖추고 있을 때 효과를 거둘 것입니다. 따라서 이런 수법들은 제대로 달성하기 어려운 것입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종 영화들은 그런 정도의 적당한 품질을 유지하지 못했으면서도 긴긴 대사 읊기와 징징거리는 울음소리와 함께 화면을 흔들어대서, 오히려 이야기의 진실성을 형편없이 잃어버리고 있습니다.

"나의 결혼 원정기"는 그런 점을 조심하고 있습니다. "나의 결혼 원정기"는 감동적인 요소들을 감동적인 어구를 읊게 하여 짜내기 보다는, 사건을 펼치는 동작과 화면상의 보여주기로 적당히 유지합니다. 중간에 정재영의 배역이 집에 전화하는 장면을 삽입한 것은 대표적인 보여주기 연출법입니다. 이런 장면은 "내가 우리 어머니를 얼마나 생각하는데..."라고 눈물흘리면서 기나긴 멋있는 대사를 하는 것 보다 훨씬 안전하게 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이 영화에서, 배우들의 감동적 대사 읊기는 적절한 순간에 적절한 정도로만 자제하고 있습니다. 이야기에 크게 감동한 사람은 어차피, 그 정도로만 표현해도 감동하기 마련이고, 이야기에 조금만 감동한 사람은 쓸데없이 영화가 과장하는 통에 분위기를 망치는 함정에서 벗어날 수 있으니, 이러한 묘사 방법은 좋은 수법입니다.

이렇게 멜로 드라마를 과장 없이 차분하지만 분명하게 만든 것에, "나의 결혼 원정기"는 이 영화 특유의 개성인 독특한 배경을 전체에 끼워 넣어 차별화하고 있습니다. 평범한 멜로드라마를 제외한 "나의 결혼 원정기"의 나머지 요소들은 VJ특공대의 에피소드 하나로 간단히 요약되는 농촌 총각들의 우즈베키스탄 결혼 여행, 이라는 이국적인 향취 입니다. 실제로 영화는 농촌 현실이나 국제 결혼의 문제점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면이 없진 않지만, 그런 시각이라는 것도, VJ특공대의 겉핥기식 문제 보여주기에서 별로 더 깊어지는 면은 없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그런저런 점들이 "나의 결혼 원정기"에 볼만한 배경과 사회적인 문제를 상징하는 인물에 대한 극적인 깊이를 제시해 준다는 점만은 분명합니다.


(수애)

"나의 결혼 원정기"가 펼쳐 보이는 우즈베키스탄에 온 농촌 노총각들의 모험들 역시 전통적인 데가 있습니다. 조용하고 권태롭기까지한 농촌 풍경에서 시작한 영화가 실크로드의 중심지로 번성한 우즈베키스탄의 도시로 넘어오면서, 영화는 다민족 국가의 다양한 정경과 이슬람 문명의 이국적인 정취를 깔아 놓았습니다.

이 곳을 배경으로 펼치는 농촌 총각들의 이야기는 마치 아라비안 나이트의 바그다드에 온 시골 아이의 심상과도 비슷합니다. 시가지를 뛰어다니는 정재영의 모습은 옛날 "바그다드의 도둑" 같은 영화의 장면과 여러모로 비슷한 데가 많습니다.

"나의 결혼 원정기"의 추가적인 장점은, 이러한 이국적인 정경들을 잡아내면서도, 결코 이국적인 요소를 보여주는 데 휩쓸리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이국적인 요소나 다른 나라의 풍습을 굳이 신기하게 보여줘야 겠다고 억지로 이야기를 비트는 대신에, "나의 결혼 원정기"는 인물들과 사건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만 그런 요소들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결국, 좋은 배치로, 우즈베키스탄 도시 시내의 여러 재미난 모습들을 이것저것 잘 잡아내고, 그런 모습들 속에 자연스럽게 인물들의 활동이 더욱 눈에 띠게 잡아 주고 있습니다.


(왕궁의 불꽃 놀이)

배우들은 적절한 배역 선정에 힘입어 모두 잘 활약하고 있습니다. 발음의 선명함부터가 확실하게 대조되는 정재영과 유준상은, 친구 두 명이 나오는 영화의 본령 그대로, 우직한 친구와 뺀질뺀질한 친구 구도를 잘 살리고 있습니다. 특히 두 사람은, 대단할 것 없는 평범한 사람들이 느끼는 희로애락을 표정과 어조속에 과장없는 듯 보이게 과장해서 쉽게 표현하는 데 뛰어난 재주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 결과, 두 사람의 사투리 연기는 정확한 사투리라고 하기에는 꽤 거리가 있으면서도, 결코 사투리 연기에 휘둘려 감정 표현을 놓쳐버리는 일이 없습니다. 덕분에, 그 틀린 사투리가 마치 제3의 사투리인 듯, 사투리 연기가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토속적인 느낌과 사실적인 느낌이 동시에 살아 있습니다.

이 영화의 많은 코메디들은 상당부분 정재영의 억울한 표정과 영구연기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정재영은 순박함이 도가 지나쳐 바보스러운 인물이지만, 그래도 여러가지 감정이 교차하는 현실적인 인물을 잘 보여줍니다. 심지어 달리기 잘하는 장면까지 끼어 있기에 더욱 포레스트 검프를 연상케 하는 이러한 인물 구도는 정재영이 과장해서 표현하지만 결코 어색하지 않은 감정선에 어울려 포레스트 검프 수준을 넘어서는 설득력있는 웃음과 눈물을 줍니다. 단적으로 그냥 무심히 잠시 삽입되는 술 덜깬 채 일어나서는 죽을 먹으며 "간장 없나?" 라며 두리번거리는 모습은, 한 번 술에 쩔어 본 사람의 영혼을 제대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우즈베키스탄의 두 친구)

수애는 대사 연기를 하기에 가장 난해한 방언과 외국어 연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긴 하지만, 표정과 몸짓을 이용하는 연기는 역시 부족함이 없습니다. 특히, 아름다운 외모이지만, 요즘 한국 여배우의 전형적인 미인상과는 다른 그녀의 모습은, 이국적인 환경에서 주인공들을 이끌어 주는 믿음직한 인물을 연기하는 데 더 없이 어울립니다. 그녀의 이런 강한 모습 연기는 비교적 낯선 해외를 무대로 하는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여권, 외국 경찰, 대사관이 얽혀드는 스파이 모험담을 방불케하는 소재를 다룰 때에도 성공적입니다.

"나의 결혼 원정기"라는 영화의 단점은 이야기자체가 잘 흘러가는 멜로 드라마에서 특별한 벗어남이 없다는 점 그 자체일 것입니다. 설득력 있지만 가벼운 복선들과 배우들의 힘에 의존하고 있는 보통 수준의 유머들은 이야기를 그렇게 신기하고 독특하게 만드는 수준은 아닙니다. 하지만, 신파극을 대놓고 표방하면서도 기본 수준 조차 달성하지 못하는 많은 영화들에 비해서, "나의 결혼 원정기"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으며, 그러는 동안 이국적인 풍광도 적당히 즐길 수 있는 영화로 손색이 없습니다.


그 밖에...

2002년 1월 KBS에서 방송된 인간극장 "노총각, 우즈벡 가다" 편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이 영화는, 실제로 감독이 우즈베키스탄 결혼 여행을 동행 취재 하면서 제작이 시작되었습니다.

우즈베키스탄이란, "우즈벡"인의 땅이라는 뜻으로, 우즈벡 이란, 투르크 계열 언어에서 "진짜, 정통, 핵심, 진수"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2004년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결혼의 10%가 국제결혼, 농촌 총각 결혼은 1/4이 국제결혼이라고 합니다. 이런 수치를 생각해 본다면, 단순한 멜로드라마를 넘어서서 다른 여러가지 시각으로 국제 결혼이라는 소재를 다루는 영화들을 기대해 볼만도 합니다.

영화의 도입부에 해당하는 농촌 풍경도 여러 면에서 결코 군더더기 장면이 아닙니다. 그냥 단순한 도입부를 넘어서는 비중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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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mummy 2006/04/06 13:23 # 답글

    음..이 영화 못봤는데, 빌려볼까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네요..
  • 게렉터 2006/04/07 23:59 # 답글

    정재영의 표정, 연기 코메디에 적당히 공감하신다면, 적당히 재미있게 보실 수 있을 영화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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