썬데이 서울 영화

"썬데이 서울"은 환상적인 내용을 소재로 하는 단막극의 극장 영화판에 해당하는 영화입니다. 이러한 영화 중에 80년대 새 "환상특급" TV쇼가 나오기 전에 나왔던 "환상특급" 극장 영화판이나, 최근의 "기묘한 이야기" 극장 영화판 같은 것들은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기도 했습니다. 이런 소재인 즉 사실 우리나라에서 유명한 TV쇼의 이름을 딴다면 "썬데이 서울" 보다는 "테마 게임" 영화판이나, "반전 드라마" 영화판이라고 하는게 더 옳겠지만, 판권 문제 때문에 애꿎은 "썬데이 서울"을 들먹인 것으로 보입니다.

"썬데이 서울"은 실제로 30분 정도의 "테마 게임" 정도의 무게와 길이를 가진 세 가지 이야기로 되어 있습니다. 각각 늑대인간 이야기, 귀곡산장 이야기, 무협연마 이야기 입니다. 영화가 처음 시작할때 프롤로그에는 유명한 영화판 "환상특급"의 도입부와 같은 방식의 아이디어를 끼워 넣었습니다.


(늑대인간)

첫번째 이야기인 늑대인간 이야기는 학교를 배경으로한 늑대인간 이야기 입니다. 늑대인간 이야기는 보통 두 방향이 있는데, 한 가지는 깔끔한 신사에 가까운 사람이 야수가 되는 이야기고, 다른 한 가지는 순박하고 약한 착한 사람이 무시무시한 괴물이 되는 이야기 입니다. 이 이야기 역시 이 둘 중에 하나를 따라가고 있습니다.

"썬데이 서울"의 늑대인간 이야기는 여기에 개성이라면 개성으로 일본 만화스러운 과장된 연출법을 군데군데 뿌려 놓았습니다. 예를 들면 아름다운 여학생이 등장하면 정말로 컴퓨터 그래픽으로 처리된 후광이 이 여학생 뒤에서 빛을 발하는 장면 등입니다. 이런 연출은 개성이 되기는 하는데, 봉태규가 연기하는 진지하고 그럴듯한 이야기와 별로 어울리지는 못합니다.

이런 점은 억울한 듯 보이면서도 거친 느낌을 보여주에도 적절한 봉태규의 표현이 늑대인간 이야기에 꽤 그럴듯하게 어울린 점을 보면 오히려 아쉽습니다. 아마, 일본 만화식 유머를 떼어 내고, 좀 더 무거운 고딕식 이야기로 꾸민 다음에, 은근하게 흐르는 블랙 유머 정도로만 농담을 남겨 두었으면 더 재미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하면, 별다른 진전 없이 대강 보여줄 것만 보여주고 끝을 맺는 이 에피소드에서 어느 정도 결말을 궁금하게 하는 다른 극적인 이야기나 반전 같은 것을 끼워 넣을 궁리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귀곡산장)

두번째 이야기인 귀곡산장 이야기는 정말 더할 나위 없이 정석대로 진행하는 이야기입니다. 자동차가 낯선 인적 드문 곳을 지나고 있습니다. 폭풍우가 심하게 치든지, 길을 잃든지, 자동차가 고장나든지, 휘발유가 떨어지든지 해서 주인공은 보통 2,3층 정도로 되어 있는 고딕 양식이 군데 군데 들어간 집에 옵니다. 알고보니 그 집은 무시무시한 곳입니다.

이 이야기는 이런 판화 찍어 내듯 당연한 이야기에 좀 다른 재미를 주기 위해서 약간의 변태적인 취향에 따른 이야기를 곁들였습니다. 그런데, 이 요소는 사건의 발단과 결말에만 잠깐 드러날 뿐이지, 전체적으로 영향력을 드리우고 있는 것은 아니라서 별로 큰 역할을 하지 못합니다. 게다가 최후의 숨겨둔 진실 같은 것이 그 결과로 나타나서 나름대로 어느 정도의 충격이나 재미를 주어야할텐데, 그 역시 "이야기가 되는" 재미난 이야기를 맞추기에는 부족합니다.

다만 이 귀곡산장 이야기가 워낙 뚜렷한 이야기인 덕에 많은 옛 영화들의 모범적인 장면들을 잘 반복하고 있는 연출은 그럭저럭 괜찮습니다. 삐걱거리며 열리는 문이나, 천천히 계단을 올라가는 장면을 보고 있자면, 큰 사명감 없이 자유롭게 상상력을 펼쳐야할 "썬데이 서울"이라는 작업의 일부치고는 너무 전통적이고 답답한 면도 없잖아 느껴집니다. 집안에 있을 때 형광등 좀 켜놓고 있는게 뭐 그렇게 힘든 일이라고 꼭 그런 식으로 억지 분위기를 잡아야만 하는지 심심한 면도 있습니다. 하지만, 무리하지 않지만 적절한 음악 사용과 거기에 어울려서 말을 많이 하지 않으면서 상황을 잘 보여주는 화면들은 제 몫은 하고 있습니다.

이야기 자체가 답답한데, 인물들 역시 힘겹게 쓰인 대사의 한계에서 헤메이고 있는 점도 문제라면 문제입니다. 주인공은 결정적인 몇몇 장면등에서 제 역할은 하고 있습니다만, 전체적으로 누구하나 극적인 존재감이 강하지 않아서, 어느 누구도 인상적인 감정을 드러내는 대사, 표정, 모습은 없습니다.


(무협연마)

세번째 이야기인 무협연마 이야기는, 성실하지만 의협심 강한 주인공이 우연한 기회에 숨어 지내는 무림 고수를 만나 비장의 무예를 익히게 되고 복수를 하며 결말을 맺는 이야기 입니다. 줄거리 자체는 70년대 홍콩 무협 영화의 기본을 따르고 있습니다. 만약 아직 성룡이 출연한 "소림목인방"의 내용을 많이 기억하고 계신 분이 있다면, "소림목인방"의 성룡과 똑같은 방식으로 물통을 지고 나르며 수련을 하는 주인공을 보면서 "썬데이 서울" 무협연마 이야기의 결말을 바로 깨달을 수 있을 것입니다.

"썬데이 서울"의 무협 연마 이야기는 여러모로 삽입된 컴퓨터 그래픽들과, 배경을 21세기의 현실세계로 잡은 것으로 적당히 차별성과 유머를 집어 넣으려고 하는 점이 색다른 점으로 삼고 있습니다. 엄청나게 폼을 잡고 도를 닦으며 마음의 불꽃을 활활 태우며 무예를 연마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이청아가 연기하는 여자 주인공은 현실적인 문제를 고민하며 평범한 보통 사람의 말투를 사용하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때문에 그녀가 이 이야기의 희극적인 요소에 가장 많이 참여하는 편입니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 이리 저리 삽입된 코메디들을 배우들은 재미있게 연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너무나 가볍고 현실감각 없는 유머를 흘리고 다니는 DJ D.O.C. 멤버들은 맡은 바 역할은 잘 합니다만 겉돌기만 하고, 남자 주인공이나 조연들은 과장된 심각한 폼 잡기 연기에 헛점을 보일 때가 있습니다. 특히 이 인물들은 폼 잡기에 대조적으로 보여 주어야 할 코메디 연기에서는 더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코메디 자체의 분위기는 어느 정도 유지하고 있고, 각본상의 대사도 심한 문제가 없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연기와 연출에 걸려 버린 점은 아깝습니다. 노인을 "할배"라고 부른다는 점으로 안이하게 인물을 만드려는 면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대본은 나름대로 가능성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과장된 대사 더빙을 많이 해본 성우들을 연기자로 뽑아 썼다면 많은 부분 연기의 문제점이 해결될 수 있는 부분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한편 이야기에서, 이런 무협물의 핵심이라면 핵심일 수도 있을 무예 장면도 꽤나 엉성합니다. 어설픈 몸 동작들이 지나치게 자신감 있는 화면 연결 방법에 좀 과하게 드러나버립니다. 그리고 그 부족한 것을 기술자들을 쥐어짜서 박아 넣은 컴퓨터 그래픽으로 대강 메우려고 하고 있는데, 역동적인 느낌이라고는 거의 찾아 볼 수 없는 결과를 빚었습니다. 때문에 이 이야기는, 줄거리는 밋밋하고, 나름대로 시도하고 있는 코메디는 힘이 부족하고, 무예장면은 완성도가 떨어지기에, 전체적으로도 좀 실없는 모양새가 되어버렸습니다.

"썬데이 서울"은 언제나 호기심을 끌 수 있는 재료들을 가지고 요즘 배우들과 요즘 보편화된 기술로 다시 만든 이야기이기에 심하게 지루한 영화는 아닙니다. 하지만, 이 짧은 이야기들은 오리지널 "환상특급"의 "I Shot An Arrow Into The Air"나 80년대 "환상특급"의 "A Little Peace and Quiet" 처럼 괴력의 아이디어를 자랑하는 재미난 것들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해서, "기묘한 이야기" 극장판처럼 재기발랄한 코메디 연기나 으시시한 분위기를 멋지게 보여주는 영화 매체를 잘 살리는 연출의 화려함을 갖춘다고 하기에도 부족한 면이 많습니다. 전체적으로 이야기들은 모양새는 갖추었지만 인기 없는 "환상특급" 에피소드들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이 영화를 보고, SF, 환상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지나치게 코메디에 경도되기 이전의 "테마 게임", "테마 극장" 같은 이야기들이 다시 방영되는 것을 상상하게 될 법도 합니다. 최근 반전 드라마의 팬픽션식 시도가 그 대안이 될 수 있을지도 궁금합니다.


(Hey...you wanna see something really scary?)

그 밖에...

같은 소재로, 제가 방금 생각해 본 이야기는 다음과 같습니다........

늑대인간 이야기: 주인공은 굉장히 총명한 학생이나 자신이 늑대인간임을 알고, 정상적인 생활에 대한 기대를 접은 사람입니다. 그래서 학교생활도 엉망으로 하고 있으며, 유일하게 신경쓰는 것은 늑대인간이라는 사실을 들키지 않는 것입니다. 이런 주인공을 좋아하는 한 여학생은 주인공의 방탕함에 대해 안타까워 하고 있습니다. 여학생은 주인공에게 나름대로 인간다운 삶을 살게 하려고 노력하고, 주인공은 사랑에 빠져 대강 여학생의 요청대로 최소한의 삶에 대한 성실성을 지키게 됩니다.

그러다가 보름달이 뜨는 날이 오고, 주인공은 정체를 숨기기 위해 달이 뜨기 전에 야간 자율학습을 빼먹고 도망가려고 합니다. 야간 자율 학습 도망을 막으려는 무시무시한 교사, 도망가는 주인공에게 실망하는 여학생이 갈등의 축이 됩니다. 물론, 중간중간에 늑대인간으로 변신한 주인공이 벌이는 살육장면도 끼워 넣어야 할 겁니다. 결말은 교사는 알고보니 흡혈귀였다는 정도로 맺어도 될 듯 합니다.


귀곡산장 이야기: 지옥이 지상으로 잘못 돌출된 곳이라는 소문이 도는 데가 있습니다. 이곳이 문제의 귀곡산장인데 누구도 접근하지 말라는 경고가 있습니다만, 연말을 맞아 괜히 도로 갈아 엎는 공사를 시 당국에서 하는 통에 가려져 버렸습니다. 한 남자가 차가 고장나 귀곡산장에 오게되고, 귀곡산장에 있던 여자에게 변태적인 욕정을 느낀 나머지 그녀를 죽이면서 즐거워합니다. 그런데 또 다른 길가던 여자가 폭풍우에 고립되어 이 집에 찾아오고, 이 남자는 자신의 살인을 감추기 위해 애를 쓰다가, 갑자기 이 남자에게 변태적인 욕정을 느낀 찾아온 여자에게 살해 당합니다.

폭풍우 때문에 또 한 명의 남자가 찾아오고, 이번에는 여자가 두 구의 시체를 숨기기 위해 애쓰다가 변태적인 욕정을 느낀 남자에게 살해당합니다. 같은 방식으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밤새 살인이 일어납니다. 새벽녘이 되어, 한 어린아이가 찾아오는데, 이 어린아이는 성적으로 미숙하여 살인극에 말려 들지 않습니다. 대신 라면을 끓여 먹으려고 하다가, 살인극의 마지막 생존자인 여자가 시체를 소각하기 위해 휘발유를 뿌려 놓은 곳에 옮겨 붙어, 집 전체가 불타 없어져 버리게 됩니다. 에필로그로, 빈 땅이 된 이 귀곡산장 부지에, 시 당국은 가정 법원을 건설할 계획을 발표합니다.


무협연마 이야기: 주인공은 좀 한심한 사람인데, 땅값 폭등으로 벼락부자가 되고, 그 재력을 바탕으로 국회의원이 된 사람입니다. 국회 개회 첫날에 주인공은 정치인간의 몸싸움에 휘말려 아무 죄도 없이 욕설을 들어 먹고 엄청나게 두들겨 맞고 널브러지게 됩니다. 주인공은 보좌관들에게 좀 의원으로서 제대로 폼을 잡을 수 있는 방법이 없겠냐고 한탄하고, 한 보좌관은 정치계의 거물로 명망 높았던 은퇴한 한 인사에게 국회의원으로서의 비법을 배울 것을 주선해 줍니다.

주인공은 정치계의 거물을 찾아가는데, 이 사람은 국회의 몸싸움에 필요한 실전 격투 기술들을 가르쳐 주고, 주인공은 피나는 연마를 통해 눈에 띄지 않게 빠른 동작으로 뇌물을 주고 받는 비법이라든가, 숨겨놓은 돈을 들고 뛰기 위해 엄청나게 무거운 무게를 들고 빌딩에서 비상 낙하하는 비법 등등을 전수 받습니다. 주인공은 하산하여 이듬해 국회에 나타나, 배운 무공을 총동원하여, 국회의 몸싸움, 청문회, 뇌물 수수 관련 공판 등등의 과정에서 차례로 정적들을 격파합니다.

그러다 주인공의 반대 당파가 비장의 카드로 내보낸 최후의 적인, 취권의 고수를 만나게 됩니다. 취권의 고수는 음란한 공격과 성희롱으로 악명 높은자인데, 주인공은 이자를 기자들과의 술자리에서 만나 가장 큰 고난을 겪게 됩니다. 뿐만 아니라, 주인공을 항상 묵묵히 도와주던 보좌관들마저 위기에 처합니다. 절체절명의 순간, 주인공은 보좌관들을 구하기 위해, 스승이 전수해진 최후의 비법을 사용하게 됩니다. 주인공은 TV케이블과 컴퓨터 LAN선을 부여잡고, 사람들이 내뿜는 들끓는 여론 몰이의 온갖 기운을 조금씩 뽑아서 최후의 일격을 날립니다. 주인공은 승리를 거두지만, 너무나 많은 힘을 소모해 더 이상 무공을 사용할 수 없게 되고, 다음 선거에서는 불출마를 선언한 후, 다시 편한 마음으로 땅투기에 집중하는 평범한 삶으로 돌아갑니다.

덧글

  • 다미친코드 2006/04/06 18:42 # 답글

    저 나름대로 볼만한(특히 세번째 에피소드) 영화였던거 같습니다. 인터넷 여론은 거의 '쓰레기' 취급이더군요. 역시 영화적취향이란...ㅎㅎ
  • 게렉터 2006/04/06 22:02 # 답글

    아무래도 영화 포스터라든가 선전 방향이 워낙 어긋나서 그런것 아닌가 싶습니다. 영화 포스터만 보면, 만화적인 코메디와 노골적인 표현을 많이 하는 젊은이들의 빠른 이야기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실제 영화는 "환상특급" 영화판 같은 것이었으니, 많이들 기대가 무너졌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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