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엠 샘 I Am Sam 영화

"아이 엠 샘"은 The Beatles의 노래들을 들을 수 있는 영상물들 중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것들 중 하나입니다. "아이 엠 샘"은 The Beatles의 오리지널 멤버들의 녹음이 단 하나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초기 록큰롤의 흥겨운 공연 실황 영상이나, 수없이 회자된 옥상 공연 실황 영상 못지 않은 대중적 반향을 일으켰다 할만합니다. 평균보다 지능이 부족한 주인공이 8살 짜리 딸의 양육권을 유지하기 위해 법원을 들락이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하는 이 영화는, 다양한 The Beatles의 노래를 배경음악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비슷하게 가족간의 정을 소재로 하고, 정신과적 문제가 있는 주인공에 대한 이야기를 했던 영화로, "레인맨"에서 The Beatles 의 대표적인 신나는 록큰롤 명곡 "I Saw Her Standing There"를 소재로 사용했던 것이 기억 납니다. "아이 엠 샘"에서는 주로 약간 애상감이 감도는 서정적인 후기 곡들을 대거 사용하고 있습니다.


(Blackbird)

The Beatles의 영향은 단지 배경음악에만 사용되는 수준을 넘어 섭니다. "아이 엠 샘"의 이야기 중에는 흔하게 사용된 바 있던 세상의 역경에 놓인 장애인 이야기의 많은 요소들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거기에 더하여 가난한 아버지와 어린 자식들이 헤어지기 싫어하는 이야기의 많은 요소들이 이리저리 조합 되어 이야기의 소재로 사용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를 펼치는 인물들 스스로가 The Beatles의 열성팬입니다. 이 영화에서, 8살짜리 아이가 존 레논과 그의 고향인 리버풀이라는 도시 철자 알파벳이 9자라는 사실이 무슨 상관이 있는지 꿰고 있을 정도입니다. 이런 사실은 우선 세상의 수많은 The Beatles 팬들에게 재미거리와 즐거운 감상의 기회로 흥미를 줍니다.

거기에 영화에는 The Beatles의 노래들을 연상시킬 수 있는 다른 많은 간접적인 힌트와 장면들을 만들어 넣었습니다. Abbey Road의 자켓 표지를 흉내낸 장면은 너무나 선명하고, 등장인물들의 이름이, 루시, 리타 등등인 것도 상징적입니다. 심지어 루시는 이상한 색깔을 칠하며 그림까지 그립니다. 여기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서 노래가사의 주요 어구나 몇몇 노래제목들을 결정적인 대사로 자주 써먹고 있기도 합니다. 노래가사가 묘사하고 있는 상황을 직접 영상화해서 이야기 흐름에 꼬이지 않게 삽입한 부분도 있습니다.

이렇게 영화 전체에 The Beatles의 다양한 심상을 깔아 놓은 결과, "아이 엠 샘"은 배경 음악 노래의 분위기와 영화 전체의 분위기가 노골적이지 않으면서도 아주 잘 엮인 느낌이 나게 됩니다. 그래서 노래가 갖고 있는 애잔하면서도 정서적인 분위기가 영화의 분위기로 한껏 살아나게 됩니다. 또한, 여러모로 머리에 꽃을 꽂은 샌프란시스코의 떠돌이 분위기가 있는 이러한 노래들이, 세상의 소외 계층 문제라 할 수 있는 이 영화의 중심 인물들을 전면적으로 부각시키는 방향으로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 캘리포니아의 햇살 가득한 따뜻한 분위기를 이들이 지니게 하는 효과도 갖고 있습니다. 가난하고 능력이 부족하지만, 항상 행복하게 살아가는 도슨 부녀를 밝게 표현하는 영화의 분위기에 잘 어울립니다.


(Abbey Road)

거의 뮤직비디오에 가까운 이런 방식으로 이야기를 꾸민 부분이 영화의 상당부분을 차지 합니다. 그렇지만, 반대로 여러모로 이 영화는 혈연 관계의 정으로 풍성한 감동을 이끌어내려는 영화치고는 외려 현실적인 시선이 강한 영화이기도 합니다. "누나의 꿈" 뮤직비디오에 담겨 있는 만화적인 과장이나 초현실적인 명료함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이 영화의 재판 과정은 결코 주인공에게 해피엔딩을 주기위한 역전에 재역전 이야기가 아니며, 주인공이 장엄한 인간승리를 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기도 합니다. 그래서 여러모로 상황이 좋게만 진행되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중간중간에 극적인 연출을 위한 감개무량한 대사 주고 받기와 경쾌함이 서린 유머들이 있지만, 비극적인 면이 큰 편인 이야기의 흐름을 꺾을 정도는 아닙니다. 뮤직 비디오 묘사에 묘하게 양면성을 갖게 하는 이런 사실적인 비극을 위해서 주인공들의 문제가 결코 전형적인 헤피엔딩으로 해결될 수 없다는 점을, 영화는 명백히 지적하고 있습니다.

특히 영화의 인물 설정은 이런 사실감을 더 강화합니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을 괴롭히는 가장 무시무시한 인물인 리처드 쉬프의 배역은 따지고 보면 그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앞장서서 소외계층의 어린이 교육 문제에 뛰어든 사람입니다. 그러면서 이 사람은 사회문제에 대해 직업적으로 진지한 관심을 가진 사람이며, 동시에 유능한 법률인 이기도 합니다. 다시 말해서, 가장 악역에 가까운 사람조차, 누구나 인정할만한 선량하고 성실한 사람인 것입니다.

이러한 구도는 우주의 게렉터가 나타나 양민을 괴롭히는 이야기에 비해, 영화상의 비극이 보다 더 숙명적이고 아련한 느낌이 들도록 합니다. 마찬가지로 주인공에게서 아이를 빼앗아 가려고 하는 사람은 누구 못지 않게 주인공의 아이를 사랑하고 있습니다. 반대로 아이는 항상 천사 같기 보다는 주인공의 마음을 후벼파는 어린아이다운 덜떨어진 행동을 할 때도 있습니다. 주인공의 친구들이나 애니 같은 작은 역할의 인물들이 저마다 뚜렷한 개성을 갖고 있고, 그러면서도 설득력있는 숨겨진 사연이 있는 듯 설정되어 있는 것도 영화의 풍성함을 더 합니다.


(숀 펜)

인물 설정은 배우들의 위력적인 연기에 의해 더욱 더 막강해 집니다. 리처드 쉬프는 도덕적이면서 냉철한 인물을 연기해오던 자신의 인상을 다시 한 번 정통으로 활용하고 있고, 다코타 패닝은 사방에 귀엽고 똘똘해 보이는 모습을 과시하면서 뛰어다니게 되어 있습니다.

주특기를 울궈먹는 두 배우에 비해, 가장 중심에 선 주인공을 맡은 숀 펜은 조승우, 강혜정이나 왕년의 더스틴 호프만처럼 기술적인 도전이 필요한 연기를 맡았습니다. 숀 펜은 7살 정도의 지능을 가진 순박한 아버지를 맡았는데, 충분히 사실감 넘치는 연기를 하면서도 극적인 대사를 펼칠 때 충분히 그 힘을 다할 수 있도록 넘침도 부족함도 없습니다. 배우들의 이러한 좋은 연기는 서로서로 그 어울림이 매우 뛰어나기도 해서, "다시 만나 숀 펜을 때리는 다코타 패닝" 장면 같은 데서는 배우들의 연기가 그야말로 화면에 차고 넘쳐 관객들의 심금을 울립니다.

이해와 정에 관한 이야기의 핵심을 노골적으로 선전하는 인물을 맡은 미셸 파이퍼 역시 모자람 없는 연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미셸 파이퍼는 이번에도 빈틈없는 도시인의 역할을 맡았는데, 적당히 위선적이고 따라서 인간적인데가 있는 모습을 그 아름다운 자태의 완벽주의에 담아 보여줍니다. 운전하며 짜증내는 미셸 파이퍼의 모습은 그런 인물이 발산하는 속도감있는 감정과 웃음의 급류로 되어 있어서 보고 있으면 매우 즐겁습니다.

다만, 미셸 파이퍼의 인물은 너무 교훈적인 표현을 많이 하는 배역으로 되어 있어서 다른 인물들 보다 감동의 중후함이 좀 부족한데가 있습니다. 아들과 남편과 자신의 완벽주의에 대해 울며 고백을 하는 장면 같은 것은 너무 뻣뻣한 설교라서 좀 아슬아슬합니다만, 이런 장면들까지도 진솔한 연기를 선보이면서 대강 넘어가고 있습니다.


(미셸 파이퍼)

The Beatles의 노래와 어울리는 많은 쓸쓸하고 애틋한 이야기를 하면서 영화는 뮤직비디오스러운 연출을 많이 합니다만 그러면서도 항상 과하지 않도록 조절하고 있습니다. "Blackbird"에 맞춘 종이 새 장면은 가볍고 경쾌하고, "She Came In Through Bathroom Window"를 정통으로 펼쳐내는 야반도주 다코타 패닝 장면은 다코타 패닝의 개인기를 한껏 과시할 수 있도록 리듬감 넘치면서도 밝은 동화처럼 잘짜여져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인정 넘치는 두 부녀가 겪는 차가운 현실을 느끼게하는 푸른빛 감도는 화면이나, 위협감을 드러내는 줌-인 연출, 불안하게 왔다갔다하며 들고 찍은 장면 같은 것들은 어색하지 않도록 적절하게 자제되어 있습니다.

벽을 쌓아 세상과 담을 쌓았다가 이를 미셸 파이퍼가 허물어 소통하게 하는 장면처럼 상징적으로 인물들의 정신교류를 나타내는 장면도 마찬가지 입니다. 이런 장면들이 노골적으로 넘쳐나면 우스꽝스럽기 쉬울텐데 꼭 필요한 장면 한 두군데에만 배치되어 있습니다. 만약 이런면에서 지나치게 영화가 과했다면, 모두가 즐거워하는 모습을 차례로 비춰주는 마지막 장면은 심하게 공상적으로 보여서 아주 억지스런 해피엔딩 만들기로 보였을 겁니다. 하지만 적당한 생략과 자제가 있는 덕분에 영화의 결말은 현실적인 체념과 모호한 이야기가 있는 가운데, 다코타 패닝 개인기로 다시 한 번 때우는 수준으로 조절되었습니다.

인정 넘치는 중후한 정통파 눈물 정서에 The Beatles의 노래가 있고, 그러면서도 처음부터 끝까지 사이사이에 조금씩 속도감있는 유머와 재치있는 대사들이 뿌려진 영화입니다. 숀 펜의 여러가지 실력이 다른 측면으로 확산된 영화이자, 다코타 패닝의 폭발적인 영화 돌풍을 시작한 영화로 확고한 위치를 갖고 있는 이야기라 할만합니다.


(다코타 패닝)


그 밖에...

오리지널 곡들의 라이센스를 얻자니 돈이 너무 들었던지, 모든 The Beatles의 노래들이 리메이크로 녹음된 것들입니다. 아쉬운 면도 있습니다만, 현대적인 느낌이 중요하기도 한 이 영화에 요즘 영화에 어울리는 말끔한 녹음이 좋은 면도 있습니다. LA라는 배경도 리메이크 녹음이 좀 더 그럴듯하게 어울리는 듯 느껴집니다. 다수의 곡들은 연주가 꽤 좋기도 합니다.

많은 광고주들이 영화에 간접광고를 넣으려면, 이 정도는 해야 화끈한 효과가 있을 거라고 스타벅스를 부러워 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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