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포터와 불의 잔 영화

"해리포터와 불의 잔"의 중심내용은 거대한 축제인 마법 경연 대회를 다루는 것입니다. 세 가지 정도의 종목을 겨루는 마법 경연 대회에 얼떨결에 나아간 주인공이 주변의 반목과 개인의 역경을 돌파해서 좋은 성적을 냅니다. 여기에 주인공의 악몽과 연결된 사악한 집단의 음모와 그에 대한 대결도 곁들여 집니다.



"해리포터와 불의 잔"이 보여주는 마법 경연 대회는 그 겨루기 자체의 아슬아슬함이나 재치있는 대응 보다는 다양한 신기한 볼거리를 보여주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컴퓨터 그래픽을 퍼부어서 상상속의 장면을 화면으로 만들고 화려하게 보여주는 그 방식은 스타워즈 에피소드1 에서 부터 내려온 방식을 계승하고 있습니다. 마크로스 시리즈 같은 SF 애니메이션에서 시도된 바 있는, 공상적인 규모로 화려하고 신기한 축제 장면은, 올림픽 개막 축제가 보여주려고하는 환상적인 시각을 특수효과라는 영화만의 방법을 통해 부풀린 형태로 되어 있는 것입니다.

아쉬운 점은, 이러한 화려한 여러 연출들이 독특한 즐거움을 주지는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우선 보여 주는 대상 자체가 페가수스 같은 하늘을 나는 말과, 롤렐라이 소리를 내는 듯한 인어, 불뿜는 용 같은 매우 고전적인 대상이라서 표현이 좁아지는 면이 있습니다. 물론, 이렇게 전통적인 대상일 수록 멋진 연출과 강한 실재감을 주는 동작과 버무리면 더 그럴듯해 보일 수도 있습니다. "스플래쉬" 같은 영화는 방향은 전혀 다르지만 나름대로 괜찮은 재미거리지 않았습니까? 그렇지만, "해리포터와 불의 잔"은 "D-War"의 초기 티저 동영상에서 나타났던 심심하고 전형적인 쫓고 뒤집어지고 돌고의 연속으로 되어 있을 뿐입니다.

사실 해리포터 시리즈가 갖고 있는 분위기는 나름대로 개성이 강한 것이기도 합니다. 21세기의 사고방식과 말투를 가진 주인공들이 수십년전의 기숙학교 같은 분위기에서 생활하면서, 30,40년대 정도의 과학기술문명을 향유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다루는 주제는 지극히 중세 시대 스러운 마법과 괴물들이니,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면서 이어지고 맞물린 문화들이 혼합된 모습은 애초에 재미거리였습니다. 그리고 그 바탕에 깔려 있는 특급 부자들의 자제들이 다니는 어마어마하게 좋은 사립학교 보여주기라는 방식이 이런 것들을 담아냅니다.

"해리포터와 불의 잔"에서도 그런 모습은 여기저기에 살아 있긴 합니다. 요즘 황색 언론과 비슷한 파파라치가 20세기 중반스러운 고전적인 신문 지상을 통해서 용을 때려잡는 마법사를 다루고 있습니다. 구식 사립학교 이야기에 나오는 무도회 파트너 구하기 첫사랑 이야기에 요즘 록큰롤과 다인종 문화가 드러납니다. 이런저런 다른 소소한 장면들과 합쳐보면, 해리포터 시리즈의 하나로서 손색없는 최선을 다하고 있는 편이라고 할 수는 있을 겁니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도, 해리포터 시리즈의 장점이 완전히 살아난 듯 하지는 않습니다. "해리포터와 불의 잔"의 화려한 상상 세계가 스타워즈 에피소드1의 화려한 상상 세계와 근본적으로 다른 것은 그 세계를 겪는 주인공들입니다. 스타워즈 에피소드1의 주인공들은 그냥 심심하게 영웅1, 영웅2, 영웅3, 어색한 자자 빙크스로 되어 있을 뿐이지만, 해리포터는 해리 포터를 중심으로, 해리 포터, 로널드 위즐리 같은 개성이 강하고 재미난 친구들로 되어 있습니다. 이런 점은 해리포터 시리즈의 큰 장점입니다.

그런데 "해리포터와 불의 잔"은 이러한 친구들의 활약이 대폭 축소되어 있습니다. 나름대로 대사는 많지만, 무도회 장면 정도를 제외하고나면, 친구들이 하는 일이라고는 해리포터를 보고 "위험해" "잘한다"를 번갈아 가면서 읊는 것 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추임새는 해리 포터의 활약을 재미있게 보이는데 도움이 안되는 수준은 아닙니다만, 그래도 친구들간의 성격과 관계가 엮어 낼 수 있는 다양한 재미가 없다는 면은 아쉬운 점입니다.

또한 그 연장선상에서 마법 경연 대회와 함께 이야기의 또다른 중심인 사악한 집단과의 대결구도도 그 연결이 좀 어눌한 데가 있습니다. 마법 경연 대회의 현란함에 비해 악의 무리들은 지나치게 조용히 구석에서 1:1로 대결하는 식으로 되어 있어서 상대적으로 재미가 없어 보이는데다가, 악당이 가질 수 있는 괴기스러움이나 섬뜩함이 잘 살아나고 있지도 않습니다. "해리포터와 불의 잔"은 번갈아가면서 따로따로 두 이야기가 되는 듯 하다가, 문득 슬쩍 이어버리고 있는데, 이것도 두 이야기가 서로 관련되어 영향을 주고 받으며 펼쳐지거나 아니면 한쪽 이야기를 과감하게 축소했다면 더 흥미진진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도 듭니다.

"해리포터와 불의 잔"은 이야기가 좀 심심한데가 있고, 모두가 경악하는 대단한 비밀이라는 듯 보이는 것도 시리즈의 열성팬이 아닌다음에야 약간 "시아준수, m.net 공연 중 발목 삐끗해" 같은 면이 있긴 합니다. 그렇습니다만, "해리포터와 불의 잔"은 가벼운 상상력을 신나게 펼쳐보이는 볼거리로서는 손색 없는 즐거운 영화입니다.


그 밖에...

영화에서 "그럴듯하지?"라며 자랑하고 있는 듯한 "잠수 범선" 장면이, "캐리비언의 해적: 블랙펄의 저주"에 나오는 비슷한 장면 보다 영 가벼웠습니다. 이야기 상에서 앞뒤 소용이 없는 그냥 반짝 보여주기라는 점에서 그렇게 느껴지기도 했고, 이야기의 특수효과와 상상력이 확실히 썰렁한 데가 있다는 전체적인 선입견이 들어서기도 했습니다.

비행기안에서 작성해서 올리다보니 두서가 없습니다. 훗날 약간 수정이 가해줘도 이해해 주시길 빌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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