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소 무성영화 Slient Movie 영화

"폭소 무성영화"는 멜 브룩스 감독이 코메디 영화 감독으로 굳건한 봉우리를 이루게 한 영화이자, 멜 브룩스 식의 코메디 개성을 다시 한 번 자리잡게한 영화로 돌아 볼 수 있습니다. 1976년작인 "폭소 무성영화"의 내용은 이제는 감각을 잃었다는 악평을 받고 있는 한 감독이 마지막으로 추진하는 야심찬 새 영화로 코메디 무성영화를 준비한다는 겁니다. 감독이 영화를 만들기 위해 배우들을 섭외하느라 겪는 일들과 돈 밖에 모르는 투자회사 일당들이 감독 일행을 방해하는 내용이 줄거리의 주축이 됩니다. 물론, "폭소 무성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실제로 이 영화자체가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무성영화라는 점입니다.


(옛날식 코메디)

"폭소 무성영화"는 이러한 줄거리로 대강 이어지는 상황을 두고 유머를 위한 몇몇 상황들을 짜맞춰서 대충 이리저리 갖다 붙이고, 슬랩스틱 중심의 짤막짤막한 코메디를 주섬주섬 이어 나가는 것을 영화의 내용으로 삼고 있습니다. 아무런 현실감 없이 흘러가는 이 과장된 "폭소 무성영화"의 코메디들은, 그러나 상당히 신선하고 흥미진진합니다.

"폭소 무성영화"에 나오는 코메디의 흥미를 자아내는 첫번째 요소는 바로 찰리 채플린과 버스터 키튼의 시대에 유행했던 무성영화 코메디들을 다시 재연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거의 옛날 수법을 그대로 가져온 장면도 꽤 많은 이런 내용들은 컬러 화면과 발전된 촬영 기술, 훨씬 더 강세있고 풍성하게 맞아드는 배경음악과 어울려서 성능 괜찮은 결과를 줍니다. 20년대 초반 무성영화식의 판토마임 표정 연기들도 옛 영화의 수법을 예찬하면서 잘 흘러들어가 있고, 코메디들이 3 스투지스와 맞먹는 개성 뚜렷한 배우들과 잘 어울리기도 합니다.

이런 점들은 베니힐 쇼의 비슷한 유머들이나, 과거 김상호가 MBC 코메디 촌극에서 성공했던 시도들과 같은 방식으로 좋은 효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유명한 횡대 정렬 병사들의 소총 일제 사격 장면은 전형적인 옛날 무성 영화식 코메디인데, 그 한 장면으로 시선을 사로잡는 헛된 웃음의 고전적인 강한 힘을 갖고 있습니다.


(일제 사격)

여기에 훗날 ZAZ 영화들이 계승하여 현란한 패러디 감각을 뽐내게 될, 멜 브룩스의 전통을 놀리는 수법이 군데 군데 잘 첨가되어 있습니다. 영화 산업의 여명기에, 무성영화 시대에 활용될 수법들과, 그런 영화들의 고정관념을 과장하고 풍자하면서 웃음을 끼워 맞추는 것입니다. 자막을 이용해서 대사를 전달하는 것이나, 과장된 무성영화식 연출 수법들로부터, 고정관념이 사실과 빚어내는 간극이 포착됩니다. 그러한 점들은 웃음의 소재가 되고, 또한 그런 웃음 속에서 이런 고전 코메디들에게 찬사를 보내는 즐거운 재미를 주고 있기도 합니다. 제작자에게 감독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비서의 모습은 전형적인 예입니다.

한편으로, "폭소 무성영화"는 반대로 전혀 어울리지 않은 옛 수법으로 영화가 나온 1970년대의 유행에 통하는 최신 유머 소재를 묘사하는 것으로 개성을 부리고 있기도 합니다. 무성영화 시대에 비해서 비할바 없을 정도로 노골적이고 자유로워진 묘사 방식과 유머의 범위는 영화의 관람등급을 이리저리 뒤흔들 정도 입니다. 옛 무성영화의 방식은 분명한 표현력을 갖고 있지만 그런 내용들을 다루어 본 적이 드물기에, 두 방식이 섞이게 되면 꽤 재미난 볼거리가 되는 것입니다. 이런식으로 시대의 유행을 타는 경박한 웃음거리들을 고전적인 수법에 담아내다보니, 영화의 재미는 독특한 성향으로 일관성을 갖고 이어지게 됩니다.


(3인의 영구들)

반면에 단점도 많습니다. 일단 유머들은 예전 무성영화의 재탕이 꽤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지라, 자칫 허무맹랑할 수 있습니다. 또 기승전결 구성의 응집성이 너무나 미약한 줄거리도 아쉬운 점이기도 합니다. 이런 식의 유머에 굳이 명확하고 극적인 이야기가 있어야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폭소 무성영화"의 설정은 충분히 흥미진진한 갈등구도를 만들 수 있는 재료가 되기에 아쉬운 면도 분명히 있습니다.

"폭소 무성영화"에는 제임스 칸에서 폴 뉴먼에 이르는 유명 영화 배우들이 마구 카메오로 등장하여 어처구니 없는 행동을 펼치며, 영화 제작에 대한 코메디에 흥을 더하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만, 영화가 개봉된 1970년대에 비해 이런 배우들의 존재감이 떨어지고 현장감이 약하게 느껴져서 재미가 덜해진 점도 매우 안타까운 점입니다.


(폴 뉴먼)

그런저런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줄거리에 필연적으로 끼어드는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에 대한 애정은 시종일관 유쾌함을 잃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소극적이지만 우화적으로 삽입되어 있는 영화산업의 몇몇 문제점들에 대한 비판의식도 영화의 재미거리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영화 중의 영화에 대한 이야기에서도 언급되듯이, 이미 유행이 지나가 버린 줄 알았던 무성영화라는 수법으로 이런저런 다양한 시도들을 해 본 것에는 기술적인 묘미가 가득합니다. 이런 향취는 많은 다른 코메디 작자들에게 영감을 줄 정도로 성공적이라는 점에서 단연 인상적입니다.


(영화 제작 관계자들)

그 밖에...

"Slient Movie"라는 원제는 현재 한국 번역제목에서 흔히 "무성 영화"라고 통용됩니다만, TV방송에서 "폭소 무성영화"라는 제목으로 방영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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