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역사: 제1부 History of the World: Part I 영화

멜 브룩스가 주연으로 출연하고 감독한 "세계의 역사: 제1부"는 그다지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한 1981년작 영화 입니다. 내용을 살펴보면, "세계의 역사: 제1부"는 "심슨 가족"의 할로윈 특선, "Treehouse of Horror" 에피소드들의 조상뻘 되는 영화입니다. 친숙한 고정관념을 갖고 있는 자극적인 전통 소재를 극단적으로 특성을 과장하고, 현대의 현실과 교차시키는 재치를 부려서 웃음을 이끌어 내어 보는 것입니다. 마녀 사냥, 중세적 고문, 공룡, 비인간적인 사회 같은 것이 단골 소재가 될 것입니다.

무고한 사람을 마녀사냥하는 시대를 배경으로 이야기를 꾸민다면, 머리 모양이나 귀 후빌 때 어느 손가락을 쓰는가 하는 것을 기준으로 마녀를 지목하고 마구잡이 살해를 펼치는 이야기를 보여주는 겁니다. "세계의 역사:제1부"와 "Treehouse of Horror" 둘 다, 짧고 빠른 이야기로 여러 개를 만들어 차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성경 구약)

"세계의 역사:제1부"는, 석기 시대, 성경 구약, 로마 제국, 중세 종교 재판, 프랑스 대혁명의 다섯가지 이야기로 나뉘어 있습니다. 이 중에 로마 제국 이야기가 가장 길고, 프랑스 대혁명 이야기도 극적인 갈등구도와 기승전결을 갖고 있습니다. 나머지 이야기들은 짧은 농담 같은 설정을 영화의 형태로 비추는 가벼운 것들입니다. 아무래도 향락적인 인상으로 주로 그려지고 있는 로마제국이 현대 대중 문화와 통하는 점을 찾기가 쉽기에, 로마 제국의 이야기가 상당히 비중이 큽니다. 그렇습니다만, 전체를 놓고 보면, 기왕에 영화의 묘미가 흔한 소재를 다채로운 방향으로 과장하고 재조명하는데 있는만큼, 로마 제국 이야기의 비중을 줄이고, 다른 시대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더 집어 넣었어도 괜찮았겠다 하는 생각도 좀 듭니다.

구체적으로 이야기들을 요약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1. 석기시대: 문명의 여명기에, 인간이 불, 예술, 무기, 가족제도 같은 것들을 창안하던 순간을 이야기 합니다.
2. 성경구약: 모세가 신의 목소리를 듣습니다.
3. 로마제국: 노예 매매의 비인간성에 휘말린 망해가는 "스탠딩 필로소퍼"의 모험을 그리고 있습니다.
4. 중세 종교 재판: 유태인을 개종 시키는 것을 주목적으로 하는 잔인한 종교재판의 한 단면을 묘사합니다.
5. 프랑스 대혁명: 극도로 비도덕적인 왕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혁명을 일으킬 분위기입니다. 왕은 어떻게 처형의 위기를 넘길지.


(로마 제국)

"세계의 역사:제1부"의 유머 방향은 "심슨 가족"과 비슷합니다만, 몇 가지면에서 "심슨 가족"에 비해 "세계의 역사:제1부"는 부족한 면이 있습니다. "Treehouse of Horror" 에피소드의 묘미는 웃음을 주는 과장의 극단에, 만화의 특성을 백분 살려, 무제한으로 내달리는 고어 묘사가 난무하는데 상당한 무게가 있습니다. 만화로 과장하는 수법이라는 틀을 잘 사용해서, 다른 매체로는 분위기 맞춰 보여주기 힘든, 대학살과 무차별 칼질, 기괴한 살육과 비도덕적인 죽음이 철철 넘치게 하는 겁니다.

그런 강한 힘에 비하면, "세계의 역사: 제1부"는 웃음의 추진력이 부족합니다. 영화의 모양새에 어울리지 않을 피칠갑 대신에 "세계의 역사: 제1부"는 여러가지 자유분방한 표현들과 밑바닥을 긁는 소재들을 다양하게 가져와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그 방식이 진부한 데가 있습니다. 상당한 파격의 아이디어들로 치장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손쉬운 낄낄거림을 유도하던 어디서 본 듯한 따분함에 지나지 않는 부분이 있는 것입니다.


(...)

그에비해 터무니 없이 분위기를 엇갈리게 하여 각각의 매체가 가진 전형적인 수법들을 교차시키는 수법들은 모자람이 없습니다. 중세 종교 재판을 어처구니 없는 흥겨움으로 풀어내는 수법은 전형적인 "Treehouse of Horror"의 피날레 방식이거니와, 전통을 활용하고 풍자하는 언어유희들도 대체로 유쾌합니다. "10계명"이나, 영어의 감탄사를 이용하는 언어유희 계열 농담들은 가볍지만 은근한 웃음을 자아냅니다.

로마 제국 에피소드에서, 멜 브룩스는 자신을 "스탠딩 필로소퍼"라고 소개하며, 스탠딩 코메디언과 고대 철학자들을 동시에 유머 소재로 섞어 버리고 있습니다. 그가 펼치는 스탠딩 코메디에 녹록치 않은 실력이 담겨 있는 데다가, 라스베가스의 호텔을 이용하는 언어 유희 하나는 무척 실없지만 그래도 꽤나 기억에 남는 즐거운 것입니다.


(프랑스 대혁명)

전체적으로 "세계의 역사: 제1부"에는 단순한 희극 수법이 아쉽고, 영화다운 묘미가 좀 부족합니다. "세계의 역사: 제1부"는 시간에 쫓기며 레파토리가 부족한 코메디언들이 후다닥 급조하여 만들어내는 파격 코메디들과 가깝습니다. 영화사가 건설해 놓은 여러 시대의 세트들을 마음껏 빌려쓸 수 있었던 덕택에, 이런 가벼운 코메디들이 상대적으로 풍성하게 화려한 볼거리를 준다는 점은 약간의 장점으로 더해질 것입니다. 로마 제국 시대에서 재치있는 노예를 연기한 그레고리 하인스의 코메디 재주들은 전형적인 까불이 흑인 배역에 머물르고 있긴 해도, 그 자체로 찬사를 보낼만한 덤입니다.


그 밖에...

원제는 "History of the World: Part I" 입니다.

실제 영화로 만들어질 현실성도, 계획도 부족해 보이긴 합니다만, "세계의 역사: 제2부" 예고편이 붙어 있습니다.

인간의 역사의 장구한 흐름을 읊는 나래이션은 오손 웰즈가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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