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비행 Fly Away Home 영화

많은 어린이-가족 영화들이, 어린이들이 쉽게 다가갈 수 없는 분야에 어린이들이 뛰어드는 것을 소재로 하여 흥미를 자아내는 수법을 취하고 있습니다. 어린이가 도둑을 잡는 영화나, 외계인과 만나는 영화도 있고, 어린이가 대단한 갑부이거나 회사의 중역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요즘에는 말 키우기를 들먹이는 영화들이 몇몇 나오기도 하거니와, 어린이들이 무시무시한 범죄조직과의 갈등에 얽혀드는 구도를 사용하는 영화도 많았습니다. "아름다운 비행"도 "꼬마돼지 베이브" 풍의 따뜻한 색감을 강조하는 포스터를 보고, 광고 문구를 읽다보면, 이번에는 비행기 조종에 어떤 식으로 얽혀든 어린이 이야기를 하는 듯 싶습니다.

그러나 막상 "아름다운 비행"이라는 영화는 그런 정석과는 약간 다릅니다. 오페라 부파스러운 유쾌한 오케스트라 배경음악으로 아역배우들의 다양한 재롱을 화면에 잡는 것을 기대하기 쉬울진데, 이 영화는 심각한 사건이 벌어지고 차분한 배경음악과 함께 다소 울적한 주인공의 모습을 비춥니다. 주인공의 연령대 자체가 사춘기 근처의 아이로 되어 있는 점도 조금 어긋난 부분이지만, 무엇보다, 주인공과 그 가족들을 중심으로한 사소한 인물 구도 치고는 이 영화가 다루는 내용들이 굉장히 굵직굵직하다는 점이 눈에 뜨입니다.


(안나 파퀸)

우선 이 영화의 중심 소재 자체가, 두 생물 종 간의 소통을 꽤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아름다운 비행"은 "달려라 래시"처럼 스턴트 쇼나 "베토벤"처럼 동물을 인간화 하는 가벼운 잡담을 완전히 초월에서, 거의 "미지와의 조우"에 근접할만큼 핵심을 다룹니다. 이야기 전체에 깔린 과학기술의 가치와 도전에 대한 예찬도 무시할 수 없는 문명사적인 느낌이 있는데다가 거기에 동시에 환경 문제에 대한 이야기가 얽혀 들면서 이러한 소재가 다각도로 부각되는 장점도 있습니다. 인간의 청소년 시절을 돌아보는 성장담인 동시에, 모성애, 부모의 대립, 친지의 죽음, 미묘한 엘렉트라 컴플렉스 같은 무거운 이야기를 다루고 있기도 하며, 지리적 배경만 보아도, 뉴질랜드, 캐나다, 미국을 넘나드는 규모가 있는 것입니다.

"아름다운 비행"이 성취한 성과는 이런 심각하고 큰 이야기를 조금도 노골적으로 드러내지 않으면서 소소한 일상과 가벼운 갈등 구도 속에 잘 배치했다는 점입니다. 특별히 자기 선전이 강할 필요가 없는 배우들이 등장해서 평범한 대사들과 대체로 차분한 동작으로 모든 이야기를 펼칩니다. 감동적인 명대사들이나 곡예적인 어휘 사용은 거의 없고, 생활 잡음들이 많이 끼워넣는 분위기에서 따뜻한 시선이나 버릇, 행동을 보여주는 것으로 감정 상태와 의사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런 은근한 분위기는 분명하게 살아 있는 대단한 이야기가 있기에 속도감이 있게 전개되고 있습니다. 동시에 반대로 심각하기 그지 없는 여러 소재들은 이렇게 은은하게 서로 얽혀 드면서 과장이나 충돌 없이 사실적인 담담함으로 생명력을 얻고 있기도 합니다.


(어림없는 패션)

이런 이야기에 대한 태도는 두 가지 점으로 구체화 됩니다. 우선 첫번째 요소는 잘 설정된 인물들입니다.

"아름다운 비행"의 등장인물들은 기본적으로 고대 그리스 철학에서 봄직한 성선설 구도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단절과 고독을 서로에 대한 애정과 이해로 서서히 극복해가는 인물들은 그 표본이거니와, 그나마 악역에 가장 근접한 사람조차도 말이 좀 많고 약간 가벼운 면이 있어 보여서 그렇지 사실 정말로 자연을 위해 성실히 봉사하는 사람입니다. 이 영화의 자연 보호 소재에 대립을 이루는 개발업체의 기업가 역시, 악덕 거대 조직의 사악한 두목이라기보다는 평범한 사람에 지나지 않는데다가 따지고 보면 사태의 변화에 깨끗이 승복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도 합니다.

영화가 진행되다보면, 아버지의 애인이 욕실에서 하는 대사나, 그네를 미는 어머니의 모습처럼 전형적인 따분함에 잠깐 빠져들때가 있긴 합니다. 하지만, 반대로 흔히 범하는 유치한 과장이 없이도, 엔지니어의 유쾌한 영혼을 가벼운 웃음으로 표현하고 있는 아저씨처럼 정교하고 멋진 처리가 더 많습니다. 이처럼 전체적으로 일관된 인간에 대한 생각이 있는 관점을 유지하는 덕택에 이야기의 분위기는 통일성을 얻고 모든 인물들이 쉬운 공감과 생동감을 얻습니다. 이런 인물 덕택에 영화의 육중한 이야기들이, 전체적으로 밝은 분위기를 유지하면서 희극적인 미소가 도는 분위기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이런 점들은 영화의 재미를 더 다채롭게 합니다.

가장 비중이 큰 주인공을 맡은 안나 파퀸을 비롯하여 많은 배우들 역시 이러한 표현에 충실합니다. 제프 다니엘스는 생동감 있는 삶을 사는 주인공을 코메디 과장이 거의 없이도 재미있게 연기하면서 딸을 사랑하는 모습까지도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아저씨역의 테리 키니의 은근한 유머도 좋은 각본과 각본에 부합하는 연기입니다. 안나 파퀸의 경우에는 팝콘 통으로 직원을 때리는 장면이나 욕실에서 울먹이며 말하는 장면 같은 경우에는 거의 현실과 같은 생생한 연기를 펼치고 있습니다. 이런 장면들은 자칫 답답한 평면적인 이야기가 되기 쉬운데 이런 연기의 힘을 얻어서 인물에 애정이 생기게 할만한 감정 이입을 이끌어 냅니다. 또한, 새 모는 소리를 낼 때나 몇몇 대사의 경우에는 다른 인물들과 확연히 구분되는 말투에서 독특한 성격을 쉽게 표현하는 대본상의 장치가 있기도 합니다.


(이게 사실 수학이란게 재미있는 거거든.)

"아름다운 비행"에서 두번째 주목할 점은, 비중이 큰 풍경 묘사와 음악입니다.

관광지 홍보용 자연 다큐멘터리 방식을 많이 이용하고 있는 풍경 묘사들은 사실 그렇게 독창적인 부분은 없습니다. 영화에서 상당히 보기 좋은 장면 중 하나인 아버지와 딸의 새 몰기 전수 장면은 반대쪽에서 쏟아지는 빛을 막아서 외곽선 휘황 효과를 얻는 평범한 수법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진지하게 전개되는 영화에서 차분하게 이야기를 펼치기 위해 사이 사이에 이런 장면들은 잘 배치되어 끼어들어 있습니다.

이런 장면들은 무의미하게 그냥 멋있는 그림을 보여주고마는 것을 넘어서서, 영화가 담고 있는 그 많은 그럴듯한 요소들을 조금씩 드러낼 수 있도록 여러 모로 신경을 쓴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어미를 잃는 새들의 모습을 조용하게 잡아서 모성애 의식에 대한 분위기를 살짝 잡는다든지, 창 밖으로 아버지를 보는 딸의 모습을 아침 풍광과 함께 잡아서 단절감과 관심을 동시에 약간 느끼게 해주는 것들이 그러합니다. 할로윈 풍경을 잠깐 잡아서 계절이 가을임을 짚어주는 것도 극적으로 편리한 방법이었습니다. 이러한 풍경 묘사는 수면에 거울처럼 비치는 새들이나 많은 항공 촬영 장면처럼, 그 자체에 대단한 개성은 없더라도 노련한 촬영 실력이 돋보이는 면이 있으며, 또 해질녘, 해뜰녘 장면들처럼, 사진 예술, 미술상으로 멋진 면이 있는 장면들도 적지 않습니다.


(가을)

풍경 촬영들은 기술적인 고난과 역경을 돌파한 결과이기도 합니다. 무수한 항공 촬영, 비행 스턴트들은 영화에서 사소한 개인사로 묘사되어 있기에 언뜻 대단한 것으로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안나 파퀸의 비행장면을 위해 합성한 한 두 장면 정도는 약간 헛점이 보이는 곳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촬영 과정을 청룡열차 한 번 태우는 것으로 반 시간짜리 에피소드를 만드는 방송국에서 시도한다면, 연예인 버라이어티 TV쇼의 연예인 스턴트 체험 쇼 로 몇 달치 분량을 만들 정도가 될 겁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새에 관한 촬영 역시 결코 비행 스턴트 못지 않은 도전 과제 였을 겁니다. "아름다운 비행"에서는 그 많은 새들의 움직임이 거의 전혀 어색하지 않게 자연스럽게 포착되어 있습니다. 때문에 도리어 눈에 뜨이지 않아서 그렇지, 평가해보자면 "쥬라기 공원"에서 공룡들을 묘사한 것과 같은 급의 결과라 할만 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두 사람과 새)

자연과 생물 속에서 사람간의 애정과 성장을 이야기하는 이 영화는 이러한 자연 풍경 묘사와 잘 들어 맞습니다. 그러한 어울림을 더욱 와닿게 살아나게 해주고 있는 것은 영화 음악입니다.

"10000 Miles" 같은 곡이 쓰이는 몇 장면의 경우에 좀 심심하다 싶을 때가 있긴 합니다만, 현악의 단선율을 강조하는 음악은 무척 듣기 좋습니다. 현악기 하나의 소리가 강조되는 덕택에 차분한 이야기에 어울리면서도, 동시에 흐름이 큰 힘있는 감정을 호소하는 울리는 소리가 드러나기도 합니다. 때문에, 몇 사람의 개인적인 이야기 속에 큰 소재를 담고 있는 영화 분위기와도 어울리며, 잔잔하게 펼치는 이야기에서 인물들의 감정을 격정적인 연기 대신에 음악으로 대신하는 데에도 과함이 없이 좋은 힘을 갖고 있습니다.


(아깝지만...)

"아름다운 비행"은 사람 사이의 평범하지만 깊이 있는 애정과 자연, 과학에 대해 잘 살펴보고 있는 이야기를 흥미진진한 호기심이 생기게 하는 "비행"이라는 소재에 담아내는 솜씨가 멋진 영화입니다. 한 쪽 이야기에는 그럴듯한 관찰이 있고, 다른 쪽 이야기에는 신나는 모험이 있습니다. 덕분에 항상 흥미롭게 이야기가 흘러가고, TV뉴스의 화제만들기, 병사들의 경례, 도시 빌딩에서 창밖 보기 같은 헐리우드식 무용담이 사이사이에 끼어들면서도 진지함을 잃지 않습니다. 오히려, 2회에 걸친 초경량 비행기 사고 장면은, 아버지가 딸에게 사랑을 줄 뿐 아니라, 그런 관계에서 스스로도 딸로부터 진정한 행복감과 인간적인 안정을 얻을 수 있다는 인정에 대한 한 가지 깨달음을 보여주고 있기도 합니다.

게다가, 과학, 기술이 자연과 어떻게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그것이 왜 사람에게 즐거운 호기심과 성취감을 주는지, 사람이 쉽게 누릴 수 있는 우리 주변의 자연의 멋이란 무엇인지 이야기 하는 여유가 있습니다. 그리고 어떻게 사람이 외로움과 싸우고 또 다른 존재를 사랑하며 다시 힘을 얻을 수에 있는지에 대해서도 유쾌한 제안을 해주고 있는 것이 "아름다운 비행"의 좋은 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게 이렇게 하면 그게 그렇게 되지 않을까... 그러면 그걸 말이지 어떻게 하냐면...)

그 밖에...

1996년에 나온 이 영화는 어느새 나온지 10년이 되었습니다. 1997년 5월 5일 극장 개봉 당시에 본 이후로, 매년 5월 5일에 이 영화를 한 번씩 보아 오고 있습니다. 처음 이 영화를 보았을 때, 조금도 기대하고 있지 않은채 영화를 보았다가, 느낀 깊은 감상은 사실 저에게는 여러모로 인생에 많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마침 "영 프랑켄슈타인"을 보고는 바로 다음으로 이 영화를 보는데, 공교롭게도 이 영화에서도 프랑켄슈타인과 등장인물인 이고르가 꽤 중요하게 언급됩니다.

"아름다운 비행"은 번역 제목으로서 충분히 괜찮은 제목입니다. 하지만, "Fly Away Home"이라는 제목은, 소재 만큼이나, 이야기 속의 인간적인 심정에 관한 면을 강하게 부각시키고 있는 점에서 좀 더 맛이 있습니다.

"아름다운 비행"은 단 한 번의 공중전 장면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정오의 출격"이나 "탑건"에 비해 결코 사람들에게 끼친 영향이 적지 않은 멋진 항공영화로 볼만합니다. 널리 알려졌듯이 철새와 비행에 얽힌 중심소재는 실화에서 따온 것입니다.

덧글

  • 김우림 2007/03/25 00:38 # 삭제 답글

    이분 말씀에 적극 동감합니다.
    저도 이 영화 너무 좋아하거든요.. [벌써 20번재 보는....]
    삶이 녹록하거나 해이해진것 같을때, 그럴 때 한 번씩 보다 보니.......
    영화 자체도 아름답고... 음악, 배우들의 연기력, 등등
    여러모로 박자가 잘 맞는 듯..
    그리고....
    분위기는 안 맞는다만 이 영화 덕분에 제가 초경량항공기 조종사 자격증도 따게 되었죠..ㅎㅎㅎ
    새들은 없지만 나도 해안선 따라 전국 일주 비행이나 해야겠다!
  • 게렉터 2007/03/26 12:53 # 답글

    김우림/ 초경량항공기 계에 이 영화가 끼친 영향이 세계적으로도 상당히 막강하다고 합니다. 심지어 이 영화 제작진 중에도 스스로 감동 받아 초경량항공기 면허에 도전한 사람들이 많다고 합니다.
  • ???? 2007/09/16 21:49 # 삭제 답글

    숙제되

    배우의연기와

    내용 전개의 흐름이 어떻게 되지는 좀 가르쳐 주시면 안될까요?
  • 바나나맛 2008/01/15 08:25 # 삭제 답글

    이 영화와 10000마일이란 음악..참 좋아라 했었죠...엑스멘3 블로그보고 로그가 이 아이였다는 걸 알았습니다.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