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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널리 알려진 서부 영화로 무엇을 꼽아야 할까 생각해 본다면 여러 가지 제안이 있을 수 있을 겁니다. 그 배경 음악이 서부 영화 음악의 대명사가 되어 누구나 온갖 경로를 통해 친숙할, "석양의 무법자 The Good, The Bad, And The Ugly"를 꼽을 수도 있을 것이고, 서부 영화식 대결 구도의 대명사로 쓰이고 있는 "OK목장의 결투"를 꼽을 수도 있을 겁니다. 비교적 후기작으로서 인기를 끈 "셰인"과 같은 영화가 시대상으로 가깝기에 좀 더 널리 알려 졌다고 볼 수도 있고, DVD 출시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다시 보게 된,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더 웨스트"를 생각해 볼 수도 있을 겁니다. 고전적인 전통을 생각해 보면, "역마차" 같은 존 포드 감독의 영화들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고, 반대로 굳이 시대배경을 과거로 한정시키지 않는다면, "데스페라도" 같은 영화도 후보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 (클린트 이스트우드) 많은 답중에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것으로 "황야의 무법자 A Fistful of Dollars"도 있습니다. 우선 "황야의 무법자"는 담배 물고 인상 쓰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인물을 시작한 영화입니다. 불법 권력을 휘두르는 악당들과 역시나 별로 착할 것 없는 비정한 주인공이 싸우는 이 구도는 나중에 "더티 해리"시리즈로 시대를 바꿔서 국물을 우려내기도 합니다. "황야의 무법자"는, 흔히 "스파게티 웨스턴"이라 불리우는 이탈리아에서 만든 서부영화가 전세계에 소개된 계기로 자리매김되고 있기도 합니다. 서부 영화의 구도를 바꿔버린 소위 "무법자 삼부작 Dollar Trilogy"의 첫 영화가 바로 "황야의 무법자"인 것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황야의 무법자"는 1980년대에 나온 최고의 모험 영화에 인용되어 줄거리상 매우 중요하게 사용되었습니다. 이를 통해 매우 많은 사람들에게 그 결정적인 장면이 굳건한 인상을 남겼던 것입니다. "황야의 무법자"의 내용은 구로사와 아키라의 재미있는 칼싸움 사극인 "요짐보"의 각색판입니다. "황야의 무법자"를 만든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을 비롯한 그 작자들은 "요짐보"의 작자들과 별 협의나 허가 없이 "황야의 무법자"를 만들었습니다. 관대하게 생각하면 "요짐보"의 갈등구도와 인물성격만 빌어왔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좀 더 냉랭하게 따지고 들자면, "요짐보"의 수많은 장면과 대사 방식들을 마구 짜집기 해 온 영화라 할 수도 있습니다. 즉, "황야의 무법자"는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이 "7인의 사무라이"를 전후하여 만들어대기 시작한 질척질척한 사극을 서부 영화로 무대를 옮겨 놓은 것입니다. ![]() (장의사) 멀끔한 귀족적인 멋을 과시하는 사극 속의 영웅들이 아니라, 미개한 중세의 더러움을 강조하고 있는 인물 구도는, 항상 정의의 사나이로 멋을 부려온 서부극에 그대로 적용 되었습니다. 비겁하고 치사한 싸움 방식들과 쓸쓸하고 어두운 주인공들은 "수호지"와 같은 고전과 미야모토 무사시 이야기에 전통을 두고 만들어졌던 것이, 서부 시대의 우울한 과거가 있는 인물들로 옮겨졌습니다. 이러한 변환은,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 스스로가 존 포드 감독이 만들었던 서부 영화의 이야기 구도와 싸움 전개 방식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는 점 때문에 더욱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줄거리를 살펴 보면 이렇습니다. 첫 눈에 암담한 인생을 살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쓸쓸한 골초 총잡이가 미국-멕시코 국경의 한 마을을 방문합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연기하는 이 총잡이는 낮은 목소리로 비장한 대사를 잠깐씩 읊어대는 것과 절대 미간의 주름을 펴지 않는 것으로 죽어라 폼을 잡습니다. 먼지 묻은 망토까지 두른 사나이 입니다. 이 주인공은 이 국경 마을이 무법천지이며, 두 가문이 마을사람들을 괴롭히면서 피터지는 싸움을 벌이고 있는 곳임을 알게 됩니다. 주인공은 달러 한 뭉치 잡아보기 위해 고용 총잡이로 일하며 두 세력 사이에서 교묘히 사기를 치려고 합니다. ![]() (더럽고 치사한 악당) 우선 영화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주인공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폼 잡기는 사실 좀 위태위태 합니다. 우선 좋은 면만 본다면 보기에는 그럴듯하다는 점을 말할 수 있습니다. 기가막히게도 이 영화는 초저예산으로 제작하고 있었기 때문에 모든 인물들의 복장을 배우들이 직접 구해와야 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래서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시장과 옷가게를 뒤져서 산 망토와 모자가 영화속의 모습이라는 겁니다. 그런데 우선 그 모습 자체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표정이나 영화 분위기와 매우 잘 어울립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술담배에도 별 소질이 없었고, 얼굴도 날카로운 면이 강했기에, 영화속의 쓸쓸하고 암울한 주인공과는 어울리지 않는 면이 많았다고도 합니다. 그래서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은 일부러 수염을 많이 기르게 하고 시가를 줄창 물고 있게 했다고 합니다. 그 결과도 매우 성공적이어서, 서부 영화 속의 바로 그 클린트 이스트우드 인물을 창조해 낸 결과를 얻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후시 녹음 연기의 한계에 겹친 대사들은 밀착되어 있지 못한 부분이 많습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처음부터 끝까지 거의 한 가지 어조로 떨떠름한 세 네 단어짜리 말만 뚝뚝 끊어가면서 말을 합니다. 가끔은 멋있게 들릴 때도 있고, 가끔은 좀 한심한 헛폼잡기로 들릴 때도 있습니다. 대사를 아주 아낀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더 웨스트" 같은 영화에 비하며, 대사 자체의 문장력도 좀 부족한 면도 있고, 클린트 이스트우드 연기와 잘못 맞아 들어서, 신성일의 택시 잡기 흉내 유머랑 비슷하게 조롱당할 위험도 없잖아 있어 보입니다. 예를 들어, 남편, 자식과 생이별을 하게 된 사람을 구해주면서 읊는 대사는 동방신기 뮤직비디오에 도입되어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지나치게 쉽게만 되어 있습니다. 게다가 엔니오 모리코네의 음악도 헛점이 몇 군데 있습니다. 중남미 민요 풍을 도입하여 토속적인 호소력있는 멜로디를 내세운 점은 분명 그럴싸한 개성입니다. 특히, 단번에 귀를 사로잡는 주제 곡조들은 기억에 오랫동안 남으면서, 영화 속 주인공의 존재감을 부각시키고 홀연 나타난 주인공의 신화적인 묘미에도 도움을 줍니다. 하지만 음악이 다채롭지 못해서 좀 심심할 때가 있고, 전반부에는 음악을 좀 남용한다 싶게 지나치게 동작 하나하나, 표정 변화 하나하나에 음악이 끼어들기도 합니다. "데스페라도"처럼 애초에 딱딱하고 무거운 진지함은 적당부분 포기하고 총알을 마구 퍼부으며 난리를 치는 영화라면 사정이 다르겠습니다만, 거의 뮤지컬에 가까울 정도로 음악이 난무하고 있는 전반부는 때문에 쓸쓸하고 무거운 영화의 갈등분위기가 좀 가볍게 되어 버리는 문제점도 있습니다. ![]() (불쌍한 사람) 액션 연출과 줄거리에도 이처럼 장단점이 맞서며 같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주인공을 중심으로 한 영화의 총질 액션은 폼을 가만히 잡다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총을 집어 들어 쏘아대면 순식간에 상대편이 몰살 당하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폭발력이 있는 이런 총격전 장면은 나름대로 흥미진진하기도 하거니와, 뭔가 있어보이는 떠돌이 총잡이의 인물에도 어울립니다. 이러한 총격전은 그 전후에 주인공의 얼굴 표정을 클로즈업하고 줌인하는 방법으로 이런 충격감에 대한 감상을 더 현시적으로 펼쳐보이고 있습니다. 총을 쏘아야 할 시간을 포착하는 표정과 그 때 치솟는 긴장감을 화면 가득 들어차는 사람 얼굴 표정으로 과시해버리는 겁니다. 주인공이 아닌 인물들에게도 기관총 학살 장면 같은 곳에서 같은 방식으로 잘 어울리고 있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총만 뽑으면 무적으로 다죽일 수 있다"는 구도는 악당들을 재미없게 만드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사실 "황야의 무법자"는 주인공 인물 외의 인물이 재미없는 영화는 아닙니다. 술집주인과 장의사라는 인물들은 수많은 서부 영화에 단골로 나오는 인물들인데, "황야의 무법자"는 이 두 인물들을 아주 잘 살리고 있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이런 인물들은 소시민적인 비겁함과 역시 소시민적인 도덕적 울분을 동시에 가지고 있으면서, 좋은 유머감각을 갖고 있는 인물이라서 극전개의 묘미를 더합니다. 이런 인물들은 자칫 주인공 옆에 붙어 있는 디즈니 만화영화속의 까불이들처럼 가벼워 지기 쉬울 겁니다. 그런데 늙수레한 배우들이 노련하게 그 추레한 행색을 연기하고 있기에 현실감과 조연들과의 인간관계의 묘를 보여주기에 좋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이들을 제외한 악당 인물들은 그냥 다 무슨 사람목숨을 패스트 푸드 점 공짜 음료수 쿠폰 정도로 생각하는 거지 같은 인간들로, 비슷비슷한 추잡한 인간들에 불과합니다. 비도덕적인 악당들의 일탈적인 총질은 흥미의 요소가 되긴 합니다만, 너무 다들 비슷해서 그냥 평면적인 폭력배에 머무는 것은 좀 부족한 점으로 보입니다. ![]() (술집 주인) 줄거리 전개 방식도, 몇몇 작은 인물들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복선이 되어 돌아 오는 것이나, 시작 장면에서 뜻모를 울음을 울고 있는 어린이를 보여주면서 호기심을 환기하는 방법 같은 것은 잘 쓰이고 있습니다. 안그래도 황야의 이리 같이 신비로운 데가 있는 주인공을 무슨 지옥에서 돌아온 사신처럼 결코 쓰러지지 않는 괴물로 묘사하는 총싸움 장면도 강한 힘을 갖고 있기도 합니다. 그러나, 갈등의 핵심이 되는 인질의 행방이나, 미군-멕시코군의 성향에 대한 설명은 좀 부실한데가 있습니다. 그래서, 이야기의 설득력과 인과관계에 약간 구멍이 있는 듯 느껴지는 면도 있습니다. 숨어들기 장면처럼 재미있는 모순과 주인공의 어둡고 추레한 면을 잘 이용하는 장면도 있지만, 총싸움 방식은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첫 총뽑이 장면을 제외하면 거의 같아서 아이디어가 부족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 (황야의 마을을 발견한 떠돌이 주인공 무법자) "황야의 무법자"는 그 인기와 영향력에 비해서는 여러모로 허술한 점이 눈에 들어오는 면이 있는 영화입니다. 전체적으로도 황량함을 강조할 수 있는 외딴 국경마을은, 명도와 채도가 잘 살아나지 않는 영화 화면 때문에 방해를 받고 있기도 합니다. 조명, 필름의 기술과 자본 문제의 결과로 나온 이런 질감은 우중충한 도시의 뒷골목이나 독특한 색깔이 터져나올 수 있는 공포영화등에서는 더 효율적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주로 한 낮에 시원한 동작을 펼쳐야 하는 이 영화에는 약간 모자라 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법자들이 득실거리는 서부 영화에서 응당 어울릴 만한 여러 소재를 제안한 그 아이디어들과, 그런 아이디어들이 묻히지 않도록 단촐하게 구성한 덕분에, 재미난 이야기를 꾸민 듯 싶습니다. 그 밖에... 출시제목, 방영제목이 엇갈린 덕에 한국어 번역 제목이 어지러운 영화입니다. 흔히 "Dollar Trilogy" 라 불리우는, "A Fistful of Dollars", "A Few Dollars More", "The Good The Bad and The Ugly" 세 편은 최근에는 DVD출시제목이 기준이 되어, "황야의 무법자", "속 황야의 무법자", "석양의 무법자"로 정리되고 있습니다. 이탈리아 개봉 당시 진짜 미국 서부영화인 듯한 느낌을 주기 위해, 스탭들이 미국식 가명을 사용한 일화도 있습니다. 한국 영화 중에 장동휘 주연 "황야의 독수리"의 속편 격이라 할만한 "황야의 외팔이"는 국경 마을을 활량한 광산촌으로 바꾼, 또다른 "황야의 무법자" 재탕 영화입니다. 거슬러 올라가면, 이는 또다른 "요짐보" 재탕 영화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요짐보" - "황야의 무법자"는 브루스 윌리스 주연, 월터 힐 감독의 "라스트맨 스탠딩"으로 다시 리메이크 되기도 했습니다. 많은 팬들이 본 영화이기는 합니다만, 약간 안어울리는 구식 폼잡기가 많고 유행이 어긋난 덕택에 그렇게 큰 인기를 끌지는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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