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리와 초콜릿 공장 Charlie and the Chocolate Factory 영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 이야기는 그림형제 동화집에 나오는 "한스와 그레텔" 이야기의 산업혁명 판입니다. 방종적인 풍요의 공간 속에 사실은 그 풍요를 넘어서는 무서운 대가가 숨겨져 있다는 것입니다. 방향이 좀 다르기는 하지만, 어린이들이 이런 갈등과 비밀의 모험을 겪는 과정에서, 부모의 가난에서 비롯된 가정의 위기를 극복한다는 배경도 동일합니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은 산업혁명의 변천 양상에 따라 "한스와 그레텔"의 설정을 발전 시켰습니다. 과자로 된 집은 초콜릿과 사탕으로 가득찬 거대한 공장이고, 집주인인 마녀는 괴상한 갑부 과자회사 사장으로 바뀌었습니다. "한스와 그레텔"은 형제자매와 동네 아이들이 같이 지내는 중세적인 마을에 걸맞도록, 이야기 속에 남매를 등장시키고 있습니다. 이와 달리 "찰리와 초콜릿 공장"은 낯선 남남끼리 학교에서 교육받는 산업사회의 분위기에 맞게, 서로 성격과 집안 사정이 전혀 다른 아이들이 함께 어울려 구경을 하고 있습니다.


(공장의 자재 창고인 초콜릿 동산)

"한스와 그레텔" 이야기의 멋진 요소가 무시무시한 분위기와 거기에 배치되는 신비로운 "과자의 집"의 모습인 것처럼, 결국 "찰리와 초콜릿 공장"도 환상적인 초콜릿 공장의 정경이 이야기의 핵심이 됩니다.

사실 산업사회에서 공장이라는 곳은 이러한 비일상적인 장엄한 화면을 보여주기에 좋은 구도가 됩니다. 우선 공장이라는 곳은 우리가 일상에서 가끔 접하는 어떤 물건들을 전문적으로 대량생산하는 곳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흔히 접할 때, 소규모, 소량만 볼 수 있는 것이 어마어마한 양으로 줄지어 쏟아지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입니다. 우리의 식탁에는 열개미만의 숟가락이 놓이게 되겠습니다만, 숟가락 공장에 가면 수만개, 수십만개의 숟가락이 쏟아질 겁니다. 우리의 냉장고에는 한 모금 내지는 일주일 정도 마실 맥주가 있겠습니다만, 맥주 공장에 가면 맥주가 강물이 되어 흐른다 할만큼 막대한 양이 있을 겁니다.

이렇게 대규모로 확대된 물건들은 또 이 물건들을 다루는 다양하고 비일상적인 기계들과 어울려 있습니다. 저절로 움직이는 거대한 기계들의 일사분란한 움직임들은 역시나 신기한 구경거리가 됩니다. 거기에 능숙한 일꾼들이 마치 올림픽 개막식이나 대규모 군무라도 보는냥 그 사이사이에 끼어들어 움직일 테니, 분명 공장의 정경이란 보여주기 멋진 것입니다.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학생들이 경공업 공장의 견학을 자주 가는 것은 과연 할만한 일입니다.

이러한 산업사회 공장의 흥미로운 점은 단지 정경에 머물지 않습니다. 공장제 생산이란 중앙집중으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즉 한군데의 공장이란 곳에 수많은 노동자들이 몰려 들어 일을하고, 또 거기서 생산된 물건이 세상 멀리멀리 널리 퍼져나가는 것입니다. 따라서 공장에서 생긴 사소한 변화는 이 많은 노동자들의 삶을 바꾸어 놓고, 상품을 사용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입니다. 미국 실리콘 밸리에 있는 반도체 공장에서 잠깐의 실수로 문제가 있는 반도체를 찍어내면, 중국의 로켓과 콩고의 라디오가 동시에 오작동을 하게 될 수 있다는 겁니다. 이러한 영향의 중요성과 서로 낯선 곳이 연결되는 모습은 극적인 이야기를 짜넣고, 그에 해당하는 장면을 만들기에도 좋아집니다.


(공장 방문단)

2005년 영화판 "찰리와 초콜릿 공장"은 우선 이러한 이야기를 이용한 재미는 꽤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특히, 배우들의 좋은 연기는 여기에 무척 도움이 됩니다. 네 명의 조연 아이들과 이 아이들의 네 명의 보호자들은 맡은 바 역을 잘하고 있고, 크리스토퍼 리는 수십년째 하던데로 이번에도 근엄해서 무서운 어르신 역을 맡았습니다. 좀 미치광이 같은 회사 사장을 연기하는 조니 뎁 역시 맨날 하던 장사를 또 하고 있습니다. 조니 뎁은 고유의 개성이 살기 보다는, "잭 스패로" 선장식 연기가 과해진 탓에 약간은 짐 캐리 주특기 흉내에 왔다갔다하고 있어서 사실 정말 멋진 영화의 중심인물을 해냈다고는 할 수 없겠습니다. 그렇습니다만, 그래도 보통은 하고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인물은 역시 조니 뎁과 함께 주인공을 맡은 프레디 하이모어 입니다. 이 사람의 배역은 세계 바른생활 어린이 대회 같은 것이 있으면, 냉각된 죽 섭취하듯 그랑프리를 수상할 모습을 자랑합니다. 선해 보이는 표정에 좀 불쌍해 보이는 마르고 약간 기운없는 듯한 모습, 해맑은 웃음, 똘똘하면서도 명료한 대사가 어울려서 정말 존경스러운 착한 어린이를 잘 표현합니다.

이 영화의 초반부에서는, 공장의 중앙집중적인 특징을 잘 활용하여, 이 친구의 다소 처량한 처지와 세계 각지의 다른 조연들의 이야기를 왔다갔다 오가며 보여줍니다. 그 덕분에, 이야기는 궁상맞은 상황을 전달해 주면서도, 발랄한 속도감을 잃지도 않고, 주인공의 어두운 처지를 부각하면서도 은근한 흥겨움과 밝은 분위기는 결코 떨어지지 않습니다. 덕분에 그 속도감이 주인공이 초콜릿 공장으로 들어갈 수 있는 표를 구하는 아슬아슬함으로 잘 연결됩니다. 이것이 불행하지만 간절한 염원이 있는 주인공의 모습에 투영되면, 정말로 이 주인공의 작은 희망에 대한 간절함에 공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주인공이 마침내 표를 발견하고, 그리고 초콜릿 공장 앞에 들어서기까지의 과정에서 감격한 나머지 눈물을 글썽이는 관객들도 없지는 않을 겁니다.


(주인공)

그러나 이에 비해, 막상 진정한 이야기의 핵심이 되어야할, 초콜릿 공장의 다양한 화려한 모습들은 그렇게 멋지지 않습니다. 사실 여기에는 컴퓨터 그래픽을 잘못 사용한 것이 원인인듯도 보입니다. 어마어마한 장면은 모조리 컴퓨터 그래픽으로 처리해버리니, 환상적인 질감도 잘 살지 않고, 그렇다고 현실적인 소박한 실재감이 잘 살지도 않습니다. 그리고, 컴퓨터 그래픽이 들어가지 않은 다른 정경들은 지나치게 초라하고 단촐해 보이게 되어 별다른 멋이 없는 것도 문제점입니다.

예를 들어 컴퓨터 그래픽을 남발하기 어려운 공장 초입의 "초콜릿 동산" 같은 곳은 별로 대단한 초콜릿 동산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개천이 초콜릿으로 흐르고 있는 것 이외에는 별로 초현실적인 모습이 눈에 와닿지 않는데, 이런 개천의 모습은 사실 아일랜드인들이 축제를 벌이며 개천에 초록색 물감을 풀어 놓는 것보다도 정도가 약해 보입니다. 한편 최신식 특수효과가 듬뿍들어간 배를 타고 초콜릿 강을 항해하여 거의 청룡열차처럼 통로를 질주하는 부분은 그 반대 입니다. 앞부분의 약한 묘사에 비해서는 지나치게 속도감이 심하고 비현실적인 과격함으로 가득차 있습니다. 때문에 그다지 볼거리들이 조화를 이루고 참신한 미술감각으로 와닿지가 않습니다.

과자로 지어진 집은, 현실에서 보기 힙든 과자로 된 집의 모양과, 그 과자가 실제 우리가 경험할 수 있는 현실적인 과자의 모양과 맛을 갖고 있다는 점의 어울림 때문에 재미가 있습니다. 터무니 없는 내용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감상에 걸쳐져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이런 면에서 "찰리와 초콜릿 공장"은 부족한 면이 있습니다. 때문에 팀 버튼 감독 특유의 아기자기한 장난감 같은 것으로 그로테스크하고 심각한 활동을 펼치게할 좋은 배경이 됨에도 불구하고, 미술상의 개성이 잘 살아 있다고 하기는 힘이 듭니다.


(공장과 사장)

초콜릿 공장 일꾼들인 난쟁이들도 단조롭기는 마찬가지 입니다. 이들은 단계별로 상황이 변할 때마다, 단체로 춤추고 노래하며 뮤지컬 쇼를 하나씩 보여줍니다, 그런데 이것이 워낙에 비슷한 사람들이, 비슷한 행동을 하는 점이 강하기 때문에, 뮤지컬 쇼의 음악 장르가 록큰롤에서부터 전통적인 엑스타라바간다 쇼까지 변화함에도 불구하고 각각이 별로 특징적으로 와닿지 않습니다. 이 뮤지컬 쇼의 시각적인 힘이 이처럼 단조로운데, 분명 제작에는 꽤 힘이 들었을 것이 분명하기에, 어쩌면 여기에 신경을 쓰고 돈을 들이다가, 정작 중요한 공장 정경의 묘사가 약해진 것은 아닌가 하고 추측하게될 정도 였습니다. 차라리, 이 뮤지컬 쇼는 고단한 특수효과식 표현은 줄이고, 대신에 매번 카메오 가수들을 등장시켜 자신의 히트곡들 쇼를 펼치게 하면 어땠을까하는 생각도 한 번 해 봤습니다.

공장 정경 표현이 정성스러움에도 불구하고, 이렇듯 개성도 현장감도 약하기 때문에 영화에 끼어든 다른 멋진 영화들의 인용장면도 죽어 버렸습니다. 그런 장면들은 재치있는 패러디나 영화의 전개 박자에 탄력을 준다기보다는, 그냥 넣을 장면이 부족하고 시간을 채우려고 떼워 넣는 힘겨운 방어로 보였습니다.


(표가 들어 있을까?)

때문에 "찰리와 초콜릿 공장"은 더욱 초반의 도입부가 더 기억에 남습니다. 초콜릿 공장의 화려한 장관보다는, 도리어 견과류 공장을 운영하여 딸을 위해 표를 찾는 공장직원들의 모습이 더 공장의 특징을 잘 살리는 모습이었습니다. 초콜릿 공장의 깊숙한 곳을 지나 굴뚝을 돌파할 때의 신나는 느낌과 괴짜 사장과의 대화보다, 오히려 초콜릿 가게 주인 아저씨의 진심어린 충고 한 마디가 더 기억에 남습니다.


그 밖에...

수많은 "찰리와 초콜릿 공장" 재해석, 패러디가 있겠습니다만, 뮤지컬 쇼 장면을 보게 되니, "퓨처라마" 초기 에피소드의 패러디가 생각이 납니다. 그렇게 좋은 "찰리와 초콜릿 공장" 영상화라고는 할 수 없겠습니다만, "퓨처라마" 특유의 강렬하고 우스운 사회 풍자가 핵심에 자리잡고 있고, 뮤지컬 쇼에 해당하는 부분이 짤막하니 개성이 잘 살아 있었습니다.

그림형제 동화집에 실린 "한스와 그레텔"의 말미에는 한 문단으로된 짤막한 후기라면 후기가 붙어 있는데, 그 수수께끼 같은 말이 무슨 뜻인지 궁금합니다.

원작은, 흔히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비밀"이라는 제목으로 한국에서 널리 알려진 동화인데, 영화 제목은 "찰리와 초콜릿 공장"이라서 매체와 관객들에게 약간의 혼동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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