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 House 영화

"하우스"는 병원에서 병의 진단을 맡고 있는 의사 하우스 선생과 그 동료들을 주인공으로 하는 TV쇼입니다. 2004년말에 시작한 이 TV쇼는 2006년 5월말로 시즌2가 막 끝났고, OCN 한국 방송판에서는 거의 끝나가는 중입니다.

한 에피소드는 대체로 한 명의 환자와 그에 얽힌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며, 그 환자의 병을 알아내고 적절한 치료 방법을 찾아내는 것을 극의 중심으로 삼고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유쾌한 유머 감각을 잃지 않는 이야기지만, 동시에 무겁고 진지한 분위기를 자주 도입하기도 하는 이 TV쇼는 처음부터 꾸준히 인기를 끌어왔으며, 최근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는 인기 프로그램에 올라섰습니다.


(하우스)

"하우스"의 재미는 대체로 두 가지, 소재 자체의 기이함과 주인공 하우스 선생의 쉼없는 유머감각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하우스 선생의 다양한 유머 행각의 양이 워낙 풍성하기에 사실 소재가 되는 질병과 환자들의 가치는 간과되기 쉽습니다. 그렇지만, 유머를 강조하고, 흥미를 끊임없이 환기시키며 이야기의 개성적인 배경을 드러내는 환자와 질병들은 "하우스"의 기간이 됩니다.

일단 "하우스"에서 다루는 질병과 환자에 대한 태도는 공포물의 시각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괴기스럽고 무시무시한 질병과 거기에 고통받는 사람들을 보여주면서, 시청자들에게 자극적인 주의를 환기하고 강한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하우스"는 매주 죽을 병이 걸린 위태로운 해괴한 환자들을 끝도 없이 계속 등장시킵니다.

예를 들어, 시즌2의 처음 일곱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환자들을 순서를 섞어서 꼽아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앵무새에서 전염되는 앵무병, 자신의 면역체계에 자신이 공격당하게 하는 흉선에 생기는 괴상한 종양, 죽은 여우 시체에서 옮아 에이즈 환자에게 수십년 동안 잠복해 있는 이상한 벌레, 척추 이상 환자가 방사능에 오염된 경우, 어린이의 말기 암, 분노의 호르몬을 분비하게 하는 초소형 종양, 병에 걸렸는데 시위 목적으로 치료를 거부하고 죽으려는 사람 등등입니다.

여기에만 초점을 맞추면, "하우스"의 질병 소재들은 꼭 과학실험이나 외계인의 영향으로 괴물들이 나오는 50년대 SF물이나 "스타트렉"과 비슷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신비로운 일을 일으키는 무서운 어떤 것이 있는데, 나름대로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이유가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이야기들을 펼쳐나가기 위해, "하우스"는 공포물에서 이런 소재들을 펼쳐나가는 방식 그대로, 추리의 과정을 거쳐 서서히 수수께끼를 풀면서 정체를 알아가는 방법을 사용합니다. 무슨 병이 걸린지 모르고 있다가, "하우스" 일행의 활약으로 점차 정체를 알아내갑니다. 그런 과정에서 환자는 계속 증세가 악화됩니다. 그러다가 막판에 모든 것을 알아내고 병을 이겨내는 것입니다.


(조사 중인 하우스와 체이스, 포먼)

미지의 존재때문에 사람이 죽어나가며, 이를 막고자 노력하지만 중간중간에 속기도 하고 잘못 짚기도 하다가 마침내 원인을 밝혀내는 것. 이런 과정은 연쇄살인을 다루는 많은 공포물, 스릴러물의 요소와 동일합니다. 심지어 시즌2 중반 이후로는 감정의 기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정도는 약하지만 그래도 고어다운 고어 장면도 가끔씩 사용하기도 합니다. 노출장면이나 그에 대한 자극적인 대화역시 군데군데 나타납니다. 물론, "하우스"에 자주 나오는 죽음을 마주한 극한상황에서 벌어지는 인간들의 추한 모습과 숭고한 모습을 드러내 보이는 것도 여러 공포물의 곁가지 수법 중에 하나일 것입니다.

이토록 끝도 없이 희귀한 환자들만 몰아닥치다보니, 도대체 하우스가 근무하는 병원은 어떤 곳이길래 세상의 지독한 환자들만 골라서 몰려오는가 하는 의심이 생길 수 있을 겁니다. 이런 의심을 잘 해결하지 않으면, 자칫 쇼가 거듭될 수록 반복되는 이야기들이 지루해져버릴 수 있습니다. 추리소설 작가들이 게으름에 빠져서, "개가 짖지 않았으니 내부인 소행이다" 같은 안이한 추리를 남발하면서 이야기를 가당찮게 만드는 경우가 있는 것처럼, 하우스도 부끄러워서 거짓말하는 환자들과 관련된 전개방식, 면역체계 혼란으로 질병을 분석하기 어려웠다 같은 수법을 점차 남용하는 면도 있습니다. 병과 진단에 대해서도 지나치게 도약이 심한 사리에 맞지 않는 억지 같아 보이는 때도 없지 않습니다.

다행히 하우스는 앞서 말했던 하우스의 쉼없는 유머를 바탕으로 이런 문제들을 용케 피합니다. 그리고 지금까지는 오히려 재미의 일환으로 응용하기도 했습니다. 하우스라는 인간은 의사로서의 숭고한 의무감에는 매우 냉소적이며, 오직 질병을 찾아내고 치료하는 재미에만 관심이 있는 인물입니다. 바로 이 점을 이용합니다.

TV쇼 "하우스"는 무대가 되는 병원이 워낙 많은 환자들이 찾는 의료기관인데, 그 중에 가장 이상한 사람들만 하우스가 골라서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굳이 하우스 스스로 선택해서 이상한 사람들만 자신의 환자로 택하게 된다는 식으로 이유를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단지 그렇게 둘러댈 뿐만 아니라, 이 점을 하우스의 성격을 부풀리는 코메디로 자주 활용하고 있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도박을 하다가 쓰러진 여자에 대한 에피소드 209 Deception 의 도입부에서는, 하우스가 의사들의 소명의식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면과 질병에 대한 흥미가 많다는 점을 짧지만 강하게 섞어서 보여줍니다.

이런점은 "하우스"의 중요한 개성입니다. "Numb3rs" 같은 TV쇼도 매 에피소드마다 꽤 솔깃할만한 소재를 용케 발굴해서 늘어놓습니다. 그렇지만, 인물들은 아인슈타인에게 호들갑을 떨던 1920년대 세계 언론들과 별 다를바 없는 태도로 비춰지고 있을 뿐입니다. 그러다보니 "Numb3rs"의 말투는 종종 헛된 잘난척과 수학에 대한 기이함만을 강조하는 단절감으로 꼬입니다. 그리고 인물들은 독수리 5형제의 남박사 정도에 머물러 버릴 때가 적지 않습니다.


(하우스 일당들)

따라서 역시 "하우스"의 가장 큰 무게는 하우스라는 인물이 펼쳐내는 살짝 밝고 대체로 어두운 코메디에 있습니다. 하우스는 쇼펜하우어가 의사공부를 했다면 그 수제자가 아닌가 의심스러울 정도의 인간입니다.

그는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에 나오는 한 외계인이 떠오를 정도로, 이 우주의 모든 존재를 비아냥거립니다. 그리고 그러한 세상사람들은 모두 멍청하고 비열하다고 주장하면서 악한 농담들을 끝도 없이 떠들고 다닙니다. 항상 상대방에 대한 넘쳐나는 아픈데 건드리기와 이기적인 귀찮아서 일 안하고 도망치기로 가득찬 인물로서, 처벌이 없는 한 불법행위나 비도덕적인 행위에도 별 죄책감이 없습니다. 즉 하우스는 그 근본은 옛날 홍콩 무술영화에 많이 나오던 주정뱅이 무술 스승과 같습니다.

맨날 술 퍼먹는데만 관심 있고, 제자를 어떻게 부려먹을 것인가에만 관심이 있는 얼렁뚱땅 야비한 노인이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 노인은 그러면서 정말로 위대한 무술실력을 갖고 있고, 실제로 노인을 지게에 태우고 다니면서 술받으러 다니는 사이에 주인공은 서서히 체력이 증진되고 무술을 자연스레 전수 받게 된다는 겁니다. 하우스는 노인은 아닙니다만 진통제를 남용하고 다리를 절뚝거리며 지팡이를 짚고 다니고 있으며, 극중에서 누구도 범접하지 못하는 최고의 의학적 지식과 판단력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차이가 있다면 대부분의 주정뱅이 스승들은 주인공의 주변인물이고, 성실하고 의로운 주인공이 따로 나오지만, "하우스"에는 이 문제가 많아 보이는 스승 스스로가 중심에 서는 주인공이라는 것입니다.

"하우스"는 그런 의학 지식과 판단력을 자랑할 때, 소재를 엮어나가느라 주로 사용했던 추리물의 수법을 다시 가져올 때가 많습니다. 최소한의 단서로 많은 것을 알아내서 주위 사람들을 놀라게하는 것입니다. 주로 셜록 홈즈가 와트슨 박사가 건낸 시계를 보고 추리하는 방법을 쓰는데, 가끔은 오귀스트 뒤팽이 편지를 찾아낼 때 사용했던 방법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하우스 선생은 내왕한 환자가 통증에 대해서 한 마디 설명하는 것을 듣고는, 뜬금없이 환자의 결혼 생활에서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짐작해 충고합니다. 그런가 하면, 어마어마하고 심각하고 희귀해 보이는 도무지 정체를 알 수 없는 증세가 어처구니 없이 단순한 착각에서 비롯된 것임을 지적하기도 합니다.

한편, 하우스가 듀나 식으로 다양한 고전과 문화에 대한 이해를 자랑하는 장면과 이를 이용하는 조금은 알아듣기 어려운 유머도 군데군데 적지 않습니다. 이렇게 보여주는 하우스의 뛰어난 실력과 거기에서 비롯된 하우스의 심하게 위풍당당한 자신감은 캐릭터의 멋진 모습이 되어 줄 때도 많습니다.

"하우스"는 이렇게 주인공의 솜씨를 현란하게 보여주면서, 그런 주인공의 솜씨의 힘을 빌어 주인공이 다른 사람에게 퍼붓는 비아냥거림과 비웃음의 힘을 더 강렬하게 높입니다. 이로서, "하우스"의 염세주의 유머는 더더욱 힘을 얻게 됩니다. 실제로 하우스는 시트콤 "프렌즈"의 챈들러 빙 같은 농담꾼 인물 못지 않게, 항상 농담을 입에 달고 사는 인물입니다. 왠만한 에피소드를 보다보면, 하우스가 하는 대사는 거의 전부가 농담과 비웃음 뿐입니다. 하우스의 심술궂은 장난도 넘쳐납니다.

이러한 농담들의 특징 때문에, 하우스는 보통 "뛰어난 의사"에 대한 이야기를 뒤집으면서 쉽게 강한 인상을 남깁니다. 헌신적이고 진료를 좋아하고 환자에게 인간적인 애정을 갖는 것이 허준에게 유의태가 내린 가르침이었습니다. 그렇건만, 하우스는 동료직원들에게 자신의 일을 교묘하게 떠넘기고, 일하기 싫어서 숨어서 텔레비전을 보며 근무시간을 때우며, 환자들은 거짓말만 한다고 비난하면서 가능한한 환자와의 맞대면을 피하고 있습니다. 이런 점들은 인물의 개성이기도 하면서, 가끔 그 무법적인 태도가 시청자들에게 은근히 대리만족을 줄 때까지 있습니다.


(하우스와 캐머론)

이야기의 와트슨 박사 역할을 하고 하우스의 유머의 상대가 되며, 이야기를 더 짜임새 있게 만들기 위해서 하우스 곁에 배치된 하우스의 동료들도 이 TV쇼에 결코 빠져서는 안될 요소 입니다. 병원 원장인 커디 선생과 하우스의 유일한 친구이자 병원의 이사인 윌슨 선생, 그리고 하우스 팀의 팀원인 포먼, 캐머론, 체이스가 그들입니다.

하우스와 가장 대조적인 인물로는 전형적인 "장금이"형 천사 의사인 캐머론이 있습니다. 캐머론은 비교적 신참이고 하는 일에 비해 대우도 좋지 않습니다. 그렇습니다만, 의사로서의 사명감과 인간적인 아름다움에 대한 믿음이 많은 인물입니다. 당연히 하우스가 가장 많은 비웃음을 퍼붓는 상대이기도 합니다. TV쇼 "하우스"의 이야기 구조가 잘 짜여진 점 중에 하나는, 이처럼 "하우스"와 가장 대조적인 인물인 캐머론이 하우스를 가장 따르고 진심으로 존경한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하우스도 캐머론에게 짖궂게 굴 때가 많지만 동시에 그 장점을 여러모로 인정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러한 점은 두 사람이 인간적으로 성숙함을 보이는 모습을 비추기에 좋습니다. 때문에 그런 입체적인 구도가 여러모로 자주 활용되는 재미거리가 됩니다.

캐머론을 능가하는 진정한 초보 취급을 받는 의사는 체이스 입니다. 체이스는 인간적인 약점을 드러낼때도 많고, 실수하는 모습을 보여줄 때도 있습니다. 의사로서의 위세부리기나 잘난척에 빠질 때도 많고, 성격도 지나치게 온순한 편은 결코 아니지만 나름대로 뚜렷한 희로애락이 있는 인물입니다. 하우스가 가장 무시하는 의사이기도 하며, 주요 인물 중에 하우스와 가장 거리가 먼 인물이기도 합니다. 그런만큼 체이스는 가장 평범하고 인간적인 인물로 설정되어서 시청자들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때문에 체이스는 환자와의 관계나 가족과의 관계, 동료와의 관계에 대한 일상적인 감정들을 드러내는 이야기를 다룰 때 좋은 활약을 보여줍니다.

캐머론에 대척점에 서서, 가장 실력을 인정 받고 있으면서 동시에 "하우스"와 가장 흡사한 인물은 포먼입니다. 포먼은 냉정하게 사태를 판단하는 능력과 신경학을 중심으로한 의학의 솜씨에 있어서 하우스에 가장 근접한 인물입니다. 다만 포먼은 좀 더 인간답게 예의를 갖추고 살며, 법과 도덕을 무조건 냉소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는 점에서 하우스와 극명한 대조를 이루고 있습니다. "하우스"의 이야기에서 하우스와 가장 다른 캐머론이 하우스를 가장 따르는 것처럼, 반대로 포먼은 하우스와 가장 비슷하지만 하우스와 가장 많이 대립하는 인물입니다. 포먼은 거침없이 하우스의 의견에 반대의견을 제기하며, 여간해서는 그 주장을 굽히지도 않습니다. 이렇게 "하우스"와 비슷한 인물이 하우스를 가장 싫어하는 쪽에 가까운 것도 역시 다각적인 인물 성격을 꾸려나가는데 좋은 바탕이 됩니다.

윌슨과 커디는 하우스의 여러 특성을 이미 간파하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하우스의 신랄한 농담들에 대해 다양한 맞 농담과 대답, 흥겨운 추임새를 가장 잘 넣어주는 인물입니다. 하우스의 유일무이한 친구로 설정되어 있는 윌슨은 비교적 하우스 편에 서서 이러한 농담상대가 되며, 법과 질서를 유지해야하는 원장인 커디는 비교적 하우스를 말리는 편에 서서 이러한 농담의 상대가 됩니다. 그러나 하우스에 대해 가장 많이 알고지낸 인물들인 만큼, 둘 다 하우스에 대해 깊은 인간적인 정을 느끼고 있어서, 가끔 극적인 감정 전개에 기여하곤 합니다. TV쇼에서 가장 웃긴 유머들은 커디, 윌슨과 하우스가 나누는 것들이곤 합니다.


(하우스와 커디)

이런 인물들을 구체화하는 것은 당연히 솜씨 좋은 배우들입니다. 우선 주인공인 하우스 선생을 맡고 있는 휴 로리는 수십년째 연마해 온 코메디 대사에 힘입어 이야기의 굳건한 중심이 되어 줍니다. 끝도 없이 쏟아지는 하우스의 농담들은 최고 수준의 코메디 전문가인 휴 로리에 의해 멋드러지게 살아납니다. 수없이 많은 의학용어들을 읊어야 하는 휴 로리는 흔히 빠지기 쉬운 "전문가인척 연기하기"의 함정에 걸려들어 겉멋만 들어버릴 위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워낙에 모든 대사가 쓴웃음 짓게하기로 되어 있는데다가, 휴 로리가 유머감각에 정통하고 있기에 의학에 대한 서술도 농담속에서 쉽게 자연스러워진 이득을 보고 있습니다.

하우스는 가장 많은 농담을 펼치지만, 인물 자체가 좀 어두운 인물이기에, 이런 코메디 연기를 하면서도 냉철한 아집과 위엄을 계속 유지할 필요도 있습니다. 이런 이중적인 면을 표현하기에는 휴 로리 연기의 기본기와, 적당히 늙수레해 보이고 콰이강의 다리를 건설하는 영국군 장교같아 보이는 외모도 큰 도움이 됩니다.

커디를 맡은 리사 에델스타인과 윌슨을 맡은 로버트 숀 레오나드는 감정 표출에 능숙한 배우들이 가끔 코메디에 동참해서 효과를 높이는 힘을 갖고 있습니다. 캐머론을 연기하는 제니퍼 모리슨은 아주 가끔 전문용어를 읊을 때는 조금 어색해 질 때가 있긴 합니다. 그렇지만, 그러나 반대로 하우스와의 여러 감정교류를 묘사할 때는 짤막한 것부터 장황한 것 까지 제 역할을 완수하고 있습니다.

포먼을 연기하는 오마 엡스는 모든 대사에 노련하며, 체이스를 연기하는 제시 스펜서도 비중이 작아서 그렇지, 의외로 다양한 감정과 복잡한 대사 연기를 누구 못지않게 자연스럽게 잘 헤쳐나가고 있는 배우입니다. 아버지와의 관계를 이용하는 두 편의 에피소드에서는 체이스의 소시민적인 인물과 제시 스펜서의 연기력이 어울어져서 TV연속극 정통의 감동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이러한 배우들의 연기는 속도감 넘치게 움직이는 화면과 그 사이사이에 빠르게 끼워져서 감정을 넘치게 퍼붓는 사람 얼굴 클로즈업으로 잡힙니다. 그래서 이야기의 다양한 추리물, 공포물의 요소들을 잘 잡아냅니다. 에피소드 마다 과하지 않지만 존재감은 선명하게 끼어드는 소울과 록 계통의 음악들도 분명한 들을 거리입니다.


(병원에서)

TV쇼 "하우스"가 겪는 문제가 있다면 그것은 이 이야기가 워낙에 하우스의 농담과 에피소드 마다 펼쳐지는 독특한 소재에 뿌리를 깊게 내리고 있기에, 이야기 전체를 이끄는 큰 흐름의 줄거리나, 에피소드 여러 개가 엮이는 커다란 갈등구도가 자리잡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위기의 주부들"에 부부간의 권태기, 애보기와 일하기, 외도 숨기기, 새 남자 꼬드기기의 장구한 흐름이 있고, "앨리 맥빌" 초기 에피소드에 앨리 - 빌리 구도가 있었던 것과 같은 진지한 격변이 "하우스"에는 부족합니다. "프렌즈" 10년간을 관통했던 레이챌 - 로스 구도 같은 것이 "하우스"에는 없습니다.

사실 "하우스"는 그런 것을 시도하기도 했습니다. 가장 먼저 시도한 것은 캐머론을 이용한 것인데, 사실 이것은 캐머론의 극중 성격에 부합하기도 하고 또 흔히 써먹을 수 있는 쉬운 것이었기 때문에 꽤 잘 흘러가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 소재는 하우스의 세 의사들인 포먼, 캐머론, 체이스, 삼총사 중에서 별 이유없이 캐머론만 너무 강조하게 되기 때문에 전체 이야기의 균형을 깨뜨리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때문에 시즌1 중반에서 대충 때워졌습니다.

뒤이어 등장한 것은 스테이시라는 인물을 끼워 넣은 것입니다. 그러나 스테이시는 "하우스"의 든든한 기반이 되어주는 의학의 추리물, 공포물 구도에 너무나 개입할 여지가 적었습니다. 게다가 이미 하우스와 대조적인 인물의 개성을 커디, 윌슨, 포먼, 캐머론, 체이스가 다 나누어 갖고 있었기 때문에, 뒤늦게 나타난 스테이시는 별 특징없는 그냥 잘난척만 많이 하는 인물이 되어버렸습니다. 덕분에 스테이시의 활약은 시즌2 초반 정도이며, 이부분은 비교적 재미 없기도 합니다.

시즌2 후반이 되어 잠시 등장시킨 것은 포먼과 캐머론의 갈등구도 입니다. 사실 포먼과 캐머론은 성격상 대립되는 면이 있기 때문에 갈등 구도를 만들기가 꽤 괜찮습니다. 그런데, 하우스의 비중이 워낙 큰 이야기에서 포먼-캐머론 갈등 구도는 하우스를 빼놓은 것이기 때문에 이야기가 핵심 줄기가 아닌 부차적인 것에 머물게 됩니다. 그러다보니, 이야기를 억지로 만들기 위해서 제도와 예의에 대해 충실한 것이 하우스와 중요한 차이점이었던 포먼의 성격을 갑자기 난데 없이 비틀어버려야 했습니다. 게다가 포먼에게 괴로운 사건을 마구 일으키게 짜맞추기도 해야 했습니다. 때문에 이야기는 좀 설득력이 약해져 버렸습니다.

대안으로 여러가지 중요한 시도들이 군데군데 끼워져서 장차 가능성을 엿보고 있는 부분도 있습니다. 하우스에 대해 가장 친밀하다면 친밀한 커디와 윌슨과 관련된 이야기가 그것입니다. 윌슨은 비중이 작아서 그렇지, 시즌1부터 꾸준히 심각한 인생사를 하우스와 친구로서 연결해 왔고, 시즌2 중반에서는 좀 더 본격화해서 꽤 재미있는 이야기를 꾸미기도 했습니다. 커디 역시 병원에서 하우스의 이중적인 위상을 표현하기에 시즌1부터 중요한 인물이었는데, 시즌2 후반부터는 약간의 변화를 일으키며 좀 더 진지하게 참여하게 될 듯도 보입니다.

"하우스" 전체를 흐르는 인종차별적인 태도와 사람에 대한 편견도 가끔 위험해 질 때도 있습니다. 워낙에 하우스가 마음에 담아두면 속터질 농담만 떠들고 다니는 인물이기에, 대부분 웃어넘길만한 농담거리긴 합니다. 그리고, 그런 이야기들이 반대로 인종차별이나 편견에 대해 풍자적으로 현실을 지적하는 기능도 있습니다. 하지만 반복되는 이야기속에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몇몇 편견들은 예리한 풍자라고 하기에는 실패하는 듯 하기도 해서, 장차 이야기의 향방이 좀 두려워지는 데가 있기도 합니다.


(턱시도를 입고 포커를 하는 하우스와 윌슨)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각의 에피소드 하나하나에는 충직한 힘이 살아 있습니다. "하우스"는 주인공의 지극히 뚜렷한 염세적 현실주의의 기초위에서 윤리학적인 세계관이 잘 살아 있는 이야기입니다. 칸트에서부터 니힐리즘까지 오가고 있는 하우스의 사상을 바탕으로 "하우스"의 에피소드들은 항상 수많은 윤리학의 소재들을 도입합니다. 이런 점은 꽤 진지한 볼거리가 됩니다. 당연히 하우스의 농담속에 파묻혀 인생의 지혜와 삶에 대한 통찰이 희화화 되어 농담거리로 우수수 떨어집니다.

그런가 하면, 반대로 그런 하우스의 태도를 이용하고, 차분하게 관조하면서 반어적으로 인생에 대한 따뜻한 애정을 보여주는 면도 있습니다. 시즌1 크리스마스 에피소드의 마지막 장면이나, 어린이 환자를 다루는 평범하기 그지 없는 에피소드의 말미에 오토바이 질주 장면을 덧붙인 것은, 그러한 반어적인 애정 표현이 잘 살아난 예일 것입니다.

끝으로 추천할만하다고 생각하는 에피소드들을 나열해 볼까 합니다.

시즌1에서는, 첫번째 에피소드인 101 Pilot, 전통적인 추리물의 재미를 만끽할만한 103 Occam's Razor, 크리스마스 에피소드인 105 Damned If You Do, 전형적인 주정뱅이 괴짜 무술스승 이야기인 106 Socratic Method, 인생에 대한 성찰과 Three Stories의 전조가 드러나는 110 Histories, 하우스의 흥겨운 가짜 록 음악 연주를 들을 수 있는 114 Control, 모두가 최고의 에피소드로 꼽는 하우스의 강의 에피소드인 121 Three Stories 가 볼만합니다.

시즌2에서는, 정통적인 병원 이야기에 흥겨운 5,6,7,8 박자감각이 살아있는 202 Autopsy, 하우스 없는 병원의 특수상황을 다루는 210 Failure To Communicate, 룸메이트가 된 하우스와 윌슨을 볼 수 있는 216 Safe, 턱시도와 드레스를 입은 인물들과 윌슨과 하우스의 환상의 콤비플레이를 볼 수 있는 217 All In 이 볼만합니다.


그 밖에...

시즌3가 끝나고 나면 또 글을 올려 보겠습니다. 혹 가능하다면 몇몇 에피소드에 대한 글도 따로 써 보고 싶기도 합니다.

휴 로리의 영구 코메디 연기가 어떻게 하우스의 악마적인 코메디로 승화되는지 잘 납득이 가지 않을 때는 흔히 "런던 에피소드"라고 불리우는, "프렌즈"의 "423 The One With The Ross's Wedding"을 볼 만합니다. 이 에피소드에서 휴 로리는 레이챌 옆에 앉아서 "we're on a break"에 대해 레이챌을 비난하고 비행기 안에서 좀 조용히 좀 하자고 면박을 주는 짤막한 역할을 합니다. 그 코메디 연기는 비할바 없이 멋집니다.

"하우스"와 셜록 홈즈 이야기와의 관계가 널리 알려져 있기도 합니다.

하우스를 맡은 휴 로리 다음으로 탄탄한 코메디 연기를 보여주는 윌슨을 맡은 로버트 숀 레오나드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닐 페리 역으로 유명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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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렉터블로그 : 우리 동네 2007-12-02 21:08:43 #

    ... 시공간을 초월하는 환상적인 연출이 군데군데 들어 있습니다. 그러나 양이나 질이 좀 미진합니다. 이런 연출을 기막히게 멋지게 표현한 TV쇼 "하우스" http://gerecter.egloos.com/2470600 의 유명한 121. Three Stories 같은 에피소드에 비하면 확연히 부족합니다. 저는, 기왕 지사 이런 기교를 사용한 만큼, 좀 더 ... more

덧글

  • 원더고양이 2006/06/05 18:46 # 답글

    재밌게 잘 읽고 갑니다.^^
  • 게렉터 2006/06/05 18:50 # 답글

    감사합니다.
  • 가이우스 2006/06/05 19:16 # 답글

    요즘 재밌게 보고 있는 드라마입니다. 다만 하우스는 진짜 주인공 원맨쇼의 성격에 가까우며
    생각보다 꽤 무게감을 가지고 있는 것이 마음에 듭니다만, 여기 글에서도 나왔지만 눈을 찌푸리게
    하는 인종차별적 요소가 다소 포함되어 있는 것이 옥에 티네요.. 특히 피임약 얻으러 오는 중국여자애는
    진짜 에러였습니다...
  • 게렉터 2006/06/05 21:21 # 답글

    최고로 꼽히는 "Three Stories"에서 학생들의 성향을 내비치는 것을 보면 거의 80년대 "구니스"식 인종 고정관념을 이용하고 있기도 합니다. 가끔 위험한 편견을 빠질때도 있고, 또 가끔은 덕분에 쉽게 이야기가 꾸며지기도 하고 그런듯 싶습니다. 말씀하신 예도 있고, 반대로, 시즌2 후반에 잠시 나오는 칠판과 마커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농담은 거의 "48시간" 시절의 인종간 유머를 재연하는 듯한 고전적인 면이 있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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