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빈치 코드 Da Vinci Code 영화

아더왕 이야기와 바그너의 "파르지팔"과 인디아나 존스 "최후의 성전"과 맥가이버 "홀리로즈의 전설"의 고고학 모험 소재가 다시 한 번 등장했습니다. 바로 전설 속의 성배를 찾는 모험입니다. 아더왕이 신하들을 닥달해서 성배를 찾고, 바그너가 노래와 관현악으로 성배를 찾고, 인디아나 존스가 아버지의 일기장을 따라 성배를 찾고, 맥가이버가 홀리로즈의 전설을 따라 성배를 찾듯이, "다 빈치 코드"의 주인공들은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여러 작품들에 얽힌 이야기와 관련 비밀 단체를 발단으로 성배를 찾으러 나섭니다.

학자인 남자 주인공은 루브르 박물관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에 참고인으로 가게 됩니다. 사건 현장에서 여자 주인공을 만난 남자 주인공은 어쩌다보니 성배를 찾는 모험에 휘말려 파리와 런던을 주무대로 하는 모험을 벌인다는 것이 영화의 내용입니다.


(주인공들)

이 영화는 역사와 종교에 대한 음모론을 바탕으로 음침한 분위기를 흥미의 소재로 사용합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친숙하면서도 신비감을 일으키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작품들과 친숙한 역사적 사실에 호기심을 자극하며 스며들어 있는 음모론을 적절히 제시하여 재미를 줍니다. 전체적으로 활기찬 도시를 배경으로하고 있기 때문에 정말로 으시시한 음산함이 있는 영화와는 거리가 멉니다만, 대신에 파리가 나오는 만큼 에펠탑도 나오고, 런던이 나오는 만큼 타워브릿지도 나옵니다. 관광엽서의 배경도 적당히 제시하고 있으면서, 영화에 잘 들어맞는 고전적이고 육중한 음악도 괜찮은 편입니다. 그러나 아무래도 영화는 기나긴 길이에 비해서는 좀 비는 구석이 있습니다.

일단은 이 긴 이야기에 지속적으로 속도감을 주는데 사용된 추격전이 약하다는 것이 첫번째 이유입니다.

사실 추격전은 그 절정부분쯤은 꽤 멋지기도 합니다. 영화에서 살인범인 괴상한 수도승은 과학이 아니라 종교에 의해 탄생한 프랑켄슈타인의 괴물 같은 사람입니다. 이 사람은 마지막 등장에서 일찌기 영화에 자주 등장했던 프랑켄슈타인 괴물스러운 모습의 한 단면을 아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살인범은 중간중간 자주 등장했고, 가끔 폭력적인 장면에서 깜짝 놀래키기와 함께 활약해왔기 때문에 꽤 기억에 남는 인물입니다. 그런 인물의 사연이기에 좀 더 와닿게 됩니다.

그리고, 바로 이 살인범의 모습과 주인공이 겪는 모험이 서로 번갈아 가며 화면에 나타납니다. 이 때 주인공이 겪는 반전은 좀 지긋지긋한 것입니다. 그런데도 살인범의 모습이 감정을 꽤 살리는 모습과 번갈아 나오기 때문에 이 반전이 힘을 얻고, 절정부분의 진지함이 살아나게 됩니다. 반전에서 드러나는 숨겨진 의도가 바로 살인범이 그럴듯하게 보여주는 모습과 잘 부합하기 때문에 호소력을 얻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이 장면 외의 대부분의 추격전 장면들은 완성도가 높지 못합니다.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영화 "영 앤 이노센트"에서 무려 69년전에 써먹은 적도 있고, 이후에도 바닷가의 모래알처럼 반복된 "경찰의 자동차 추격을 길게 지나가는 차가 가로막기" 장면을 또다시 그대로 반복하고 있습니다. 비행장 탈출 장면은 이도저도 아닌 "주인공은 무조건 초강력 행운"이라는 억지를 그것도 비밀이라도 되는 양 보여주는데다가, 상황 자체의 긴장감과 동작의 속도감을 얻기 힘드니까 대강 소리로 사람놀래키고 마는 장면도 한 두 군데 있습니다.

특히 앞서 말한 살인범도 절정장면을 제외하면 활약이 약합니다. 이 사람은 프랑켄슈타인 괴물이며, 그 특성은 과묵함과 광기에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장면에서 이 사람은 자기가 "자칼의 날"에 나오는 암살자나 "엑스 파일"의 "담배 피우는 놈"처럼 냉철한 강력함과 괜한 신비감을 내뿜는 인물로 되어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어울리지 않는 때가 있는 것은 물론이고, 써먹을만한 몇안되는 밑천으로 분위기잡기 장면을 반복해서 지루해지기도 합니다.


(폴 베타니와 대대로 내려오는 썰렁한 여자주인공 역할을 수행하는 오드리 토투)

배우들을 따지자면, 톰 행크스와 이안 멕컬런은 성공적이었으며, 오드리 토투는 노력으로 영화를 충분히 끌고나가고는 있지만, 딱 어울리는 여자 주인공에서는 조금 빗나가고 있습니다.

톰 행크스는 가장 잘 자리잡은 인물입니다. 사실 이 이야기의 설정만 갖고 보면, 남자 주인공이라는 인물은 끝없이 장황한 강의만 늘어놓는 재미없는 잘난척의 화신일 뿐입니다. 하지만, 척 노리스나 키퍼 서덜랜드가 아니라 톰 행크스가 이 배역을 맡았기 때문에, "다 빈치 코드"의 남자 주인공은 정말로 억울하게 사건에 휘말려 엄청난 일을 겪게된 평범한 학자라는 느낌이 살아납니다.

톰 행크스의 말투와 모습, 지금까지의 배역이 그래 왔기 때문에 그렇기도하고, 톰 행크스가 특별한 과장이 없는 와중에도 그런 불안한 모습을 꾸준하게 잘 연기하고 있어서 그렇기도 합니다. 때문에 정말 아무런 성격도 재미도 없는 인물인 영화 설정상의 남자 주인공이 꽤 생생한 성격과 존재감을 얻게 됩니다. 이런 점은 주인공의 위기와 고생에 감정이입을 갖게 해서 이야기에 대한 몰입을 돕습니다. 같은 식으로 활약하는 이안 멕컬런은 비중이 적어서 그렇지 오히려 더욱 뛰어납니다. 몇몇 어림도 없는 자화자찬 유머와 거의 "실미도"스러운 감정 과다 표출 장면들이, 이안 멕컬렌이 잘 할 수 있는 연기로 살짝 모양을 바꾸어 표현되면서 꽤 진짜처럼 보이게 되었습니다.

반면에 오드리 토투는 약간 아깝습니다. 아마도 톰 행크스와 이안 멕컬런이 설정상 재미없었던 인물을 꽤 그럴듯하게 꾸미고 있는 것처럼, 오드리 토투도 여자 주인공의 존재감을 살리기 위해 배치 된 듯 보입니다.

그런데, 이 영화의 여자주인공의 설정은 전형적인 "주인공 말 들어주고, '정말 그렇네요'"란 말만 반복하는 말만 주인공인 조연" 으로 되어 있습니다. 주인공하고 같이 다니면서 위기를 만들기 위해 악당의 인질이 되고, 주인공이 영화관 관객을 보며 설명하는 대신에 누군가 보고 설명할 대상이 필요하니까 항상 옆에 있어주는 그런 역할에 불과합니다. 여자 주인공의 인간미에 설득력이라고는 없는 설정입니다. 그러다보니, 아무리 오드리 토투가 애를써도 여자 주인공의 존재감은 강해지지를 않습니다.

따라서 오히려 이야기의 속도감이나 여자 주인공으로서의 역할을 떠올리기 위해서는 좀 더 신비스러운 모습을 잘 표현할 수 있거나 단순한 호소력에 능할 다른 배우가 여자 주인공을 맡는 것이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따지고보면, 이야기의 편집도 오드리 토투에 반하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이야기에 그 어떤 소재도 되지 않는 남자 주인공의 폐소공포증을 여러번 반복해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에 비해, 꽤 중요한 비중을 갖는 여자 주인공의 어린 시절 이야기는 좀 약은 수법과 함께 성의 없이 다뤄지고 있습니다. 에필로그 부분에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요점도 별로 분명하지 않은 톰 행크스의 교훈적인 설교 같은 것을 좀 줄이고, 대신 중간중간 복선으로 여자 주인공의 환상적인 기억을 강조하는 것도 한 방법이었을 겁니다. 여자 주인공의 아역에게 대사를 준다거나 과거 회상 장면을 왜곡 없이 보여주는 장면을 끼워 넣는 것도 해볼만한 시도 입니다.


(암호 해독)

이 영화에서 더욱 아쉬운 점이 있다면 영화의 핵심인 음모론과 역사적인 분위기에 좀 더 비중을 실었으면 더 좋았지 않았겠는가 하는 점입니다. 영화에서 보여주는 로마 카톨릭 창립 전후의 이야기들이나 중세시대의 뒷이야기 같은 부분들은 이 영화의 소재에 가장 중요한 재미거리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영화 속에서 꽤 재미있게 표현되고 있기도 합니다. 그래서 조금만 더 분량이 많았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쓸데 없이 다른 많은 영화를 베껴댈 뿐인 액션장면이나 괜히 진지한 척 하는 느린 장면 대신, 천수백년전에 일어났다고 하는 강렬한 사건 그 자체를 보여주는 겁니다. 그러면 그것으로 더 힘있고 심각한 면을 보여줄 수 있을 겁니다. 특히 니케아 공회 장면 같은 것은 극히 짧아도, 왠만한 영화에서는 보기 힘들만큼 신선한 재미를 주기도 해서 좀 더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면 모양새가 UFO 다큐멘터리 같아 질 위험도 있겠지만, 톰 행크스나 오드리 토투의 목소리와 힌트가 되는 옛날 미술품과 장면들을 잘 연결하면 충분히 극적인 흐름속에 내용을 연결할 수 있을 것입니다.

비슷한 면에서 루브르 박물관이나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미술품들을 감상할 시간을 조금만 더 주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루브르 박물관의 멋은 영화의 중요한 핵심이 될만합니다만, 어두컴컴한 밤을 배경으로 잘 보이지도 않게 조망될 뿐입니다. 이래서는 TV쇼 "서프라이즈"의 재연팀도 조금만 돈을 들이면 만들어낼 장면에 지나지 않게 됩니다. 디지털 특수효과로 빛을 보정하는 한이 있었더라도 루브르 박물관은 좀 더 선명하고 장중하게 보여주고, 그 건물과 공간의 특징 자체도 여러모로 활용했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작품들도 꼭 필요한 특징만 툭툭 잡아 넘길게 아니라, 그 전체로 보고 즐길 재미가 있는 것들인 만큼 조금만 더 그림을 보고 설명하는 내용이 있어도 재미있었을 겁니다. 이 영화는 제목만 "다 빈치 코드"지 사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비중은 정말 작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후다닥 넘어가는 느낌이 있습니다.

다만 파리와 루브르의 존재감이 약한 대신, 런던과 웨스트 민스터 사원은 그런대로 잘 응용되는 편이라는 점에서 그런대로 잘 넘어간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덕분에 마지막 암호 풀이 같은 것은 썰렁한 배경에도 불구하고 꽤 그 효과가 잘 살아나기도 했습니다. 남자 주인공과 두 조연을 잘 활약할 수 있도록 꾸민 점, 흥미로운 소재를 제시하는 발빠른 수법이라는 이 영화의 전체적인 장점과도 잘 어울리고 있습니다.


(영국에서)


그 밖에...

교황청이 로마 황제의 건립 이후로 줄기차게 엄청나게 권위있었고 권력에 대한 태도가 매우 막강한 집단이라는 바탕이 있어야 설득력이 강해지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교황청의 권위라는 것은 벌써 수백년 전에 부동산 개발 자금을 조달한다고 면죄부 팔아먹을 때 훨씬 더 심각하게 망가졌다가 헤쳐 나온 만큼, 약간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향을 바꿔도 됐을 겁니다.

한 아는 사람은 런던장면에서 그냥 이야기를 끝내면 어땠을까 하는 의견을 내어 놓았습니다. "더 록"의 마지막 장면하고 똑같이 적당히 암시만 하고, 진짜 비밀을 밝히지는 않아버리는 겁니다. 어차피 마땅한 상대도 없는 뒤의 이야기는 없애 버리고, 대신 앞의 이야기를 더 재미있게 하고 전체적으로 상영시간도 줄이자는 겁니다. 해볼만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문제의 암호 장치 말인데, 주인공 일행이야 쫓기는 처지니까 어쩔 수 없다칩시다. 하지만 시간 넉넉한 악당들은 그냥 빼앗은 다음에 암호 풀지 말고 정교한 공구로 조금씩 해체 하면 되는 거 아닙니까? 그리고 주인공도, 암호 장치가 겨우 식초 때문에 문제되는 거라면, 냉장고에 넣어서 꽁꽁 얼린다음에 망치로 그냥 막 두들겨 깨어버리면 되지 않겠습니까? 혹시 굉장히 특수한 용액을 사용한거라면, 인근 병원이나 학교에서 액체 질소를 조금 얻어다 쓰는 방법도 있을겁니다.

저는 원작보다 영화를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비중이 줄어들어버린 것은 안타까웠습니다. 그렇지만, 위의 글에서 언급한 영화의 장점 이외에도, 어림없는 주인공의 명강의 회상 장면을 다 없애버린 것이라든가, 별 짜임새 없는 애너그램 풀이를 간결하게 한 것은 잘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톰 행크스의 나이와 그 탈모의 진행상황에 대해서 아련한 마음을 느낄 수 있는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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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나비효과 2006/06/11 20:45 # 답글

    곽재식님이신가요?
    Podcast를 찾아왔다 어디선가 많이 본 리뷰글을 읽고 깜짝 놀랐습니다 ^^;;;
  • 달과자 2006/06/12 00:52 # 답글

    곽재식님, 잘 읽고 갑니다. 덧붙여 링크신고도 하고 가요`_`)/
  • adamsite 2006/06/12 01:08 # 답글

    저도 링크신고하고 갑니다. :) -adamsite AKA scholly
  • 오기렌 2006/06/12 12:24 # 답글

    전에 비해서 글이 약간 뜸해진다고 생각했는데 퀄리티는 고단백이네요. :-) 제가 생각했던 바와 거의 일치해서 편안하게 읽었습니다. 특히 마지막에 '아련한' 마음은 어찌나...ㅎㅎㅎ. 음, 밑에 '하우스' 리뷰를 읽고 생각을 했는데 혹시 '프리즌 브레이크' 리뷰를 할 생각이 없으신지요? 케이블이나 지상파에서 하는 건만 보신다고 그러면....(다운받아 즐긴 저로써는)....할 말이 없지만은요.
  • 게렉터 2006/06/14 20:27 # 답글

    나비효과/ 이곳 자체를 처음에 리뷰 백업 블로그로 출발했습니다. 반갑습니다.

    달과자, admsite/ 링크 감사합니다.

    오기렌/ 일기장처럼 쓰는 블로그라기보다는, 보고 듣고 읽는 것이 있을 때만 기록하는 일지 내지는 자료집형 블로그로 성격이 굳어져 가는 듯합니다. 그러다보니 글도 좀 뜸해지는 듯 합니다. "프리진 브레이크"는 아직 보지를 못했습니다만 혹 보게 되면 꼭 리뷰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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