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원 The Big One 영화

90년대 후반에 나온 "로저와 나"에 이은 마이클 무어의 두번째 히트작쯤 되는 영화가 "빅 원" 입니다. 전체적으로 이영화는 구조조정 및 실업문제와 그에 관련된 사회관을 드러내려 합니다.

마이클 무어의 영화들은 대부분 풍성한 자료화면과 즐거운 음악으로 구성된 풍자적인 논설문 형식입니다. 그렇습니다만, "빅 원"은 이들과 달리 시간순, 사건진행순으로 연결되며 한 가지 이야기를 보여주는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다큐멘터리라고 했을 때 쉽게 떠올릴 수 있는 모양새를 갖고 있는 것입니다. "빅 원"은 마이클 무어가 "Downsize This" 라는 책을 내고, 미국 각 도시들을 돌며 그 홍보 여행을 다니는 것을 담아 보여 줍니다.


(싸인회)

마이클 무어의 홍보 여행이란 것이 많은 부분 그의 연설회로 되어 있고, 그의 연설이란 것은 역시 유머와 풍자로 가득하기 때문에, 일견 "빅 원"은 꼭 라스베가스의 스탠딩 코메디 모음집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이러한 풍자적인 내용은 책 "Downsize This"에 실려 있는 것을 그대로 반복하는 부분도 있고, 강연 상황에서 즉흥적인 것도 있습니다. 게중에 몇몇은 아주 흥겨운 비웃음의 정수를 보여 줍니다. 영화가 시작하면서 나오는 마이클 무어의 수표 유머는 단박에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며 보는 사람을 빨아들이며, 아주 웃기며, 유머의 주제가 핵심적으로 드러나 있습니다.

한편 별 풍자적인 면 없이 그냥 순수하게 만담가로서 마이클 무어의 재능을 보여주는 그야말로 스탠딩 코메디 쇼 같은 부분도 군데군데 꽤 있습니다. "록 가수가 사는 도시의 세 가지 사실" 유머나, "책 표지" 유머는 경쾌합니다. "나쁜 생각 5초" 유머는 정말로 "폭소클럽" 같은 쇼에서 한 번 본 듯 하기까지 합니다. "외계에서 온 정치인" 유머는 화면을 지켜보면서 시각적으로 사실을 표현하고 드러내 보여주는 영화 매체의 특징을 잘 살리고 있어서, "Downsize This" 라는 책과 아주 다른 묘미를 갖고 있습니다.


(책 표지)

스탠딩 코메디 중간 중간에 자료화면을 편집해 끼워넣고, 그래서 보는 재미를 배가시키는 것은 "빅 원"의 가장 신나는 재미거리입니다. 영화가 시작하면서 마이클 무어의 만담이 진행되고 그러다가 갑자기 확대되어 화면에 가득차는 "PAID" 가 인쇄된 수표는 신기한 기분을 넘쳐나게 합니다. "항공사 예약 서비스"에 관한 유머 사이사이에 회상하는 연설과 실제 과거를 촬영한 필름을 번갈아 나오게 하고, 거기에 항공사 자료 화면까지 끼워 넣으니 그 생생한 현장감이 살아나고, 먼 공간과 시간이 짧은 순간에 연결되는 영화 특유의 효과가 강해집니다.

"빅 원"은 이런 재미를 놓칠 때 재미 없어 집니다. 예를 들어 후반의 라디오 방송 장면과 그 전후의 이야기들은 그냥 마이클 무어가 옆 사람에게 자기가 쓴 책에 나오는 이야기를 한 번 반복해서 떠드는 것 뿐입니다. 책은 고전적인 겉멋을 이용하는 길고 긴 서술과 어휘와 표현의 흥미가 있는데, 이것을 그냥 읽어주기로 깔아버리니 무료하고 어색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자기가 책 쓴 이야기를 자기가 영화로 만들다 보니, 안그래도 자화자찬이 심한 편인 이 영화에서 이런 장면은 그 자화자찬이 좀 더 심해지기도 합니다.

"빅 원"에서 스탠딩 코메디 여행을 다룬 부분외에, 기타 행동들을 다룬 부분은 안이한 반복에 불과하다는 문제도 있습니다. 마이클 무어는 "빅 원"에서 실업자와 구조조정과 관련된 인터뷰를 하고, 해당 기업으로 다짜고짜 들어가서 기업 회장을 만나려 합니다. 이런 행동들은 "로저와 나"에서 한 번 해본 것을 그냥 그대로 반복하는 것일 뿐입니다. 별다른 특색도 없고, 신선한 생각도 부족하고, 가끔은 사명감만 좀 억지스럽게 드러낼 때가 있기도 합니다.


(라디오 방송)

"로저와 나"에서 마이클 무어는 고향 플린트를 조명하는 애착을 드러내고, 그러면서 플린트의 역사와 구성원에 관한 여러 관점에서 재미있는 이야기의 실마리를 잘 찾아냈습니다. 그에비하면 "빅 원"은 생전처음 와 보는 도시에서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장점들은 사라지고 그냥 뻔한 대결구도에 머무는 경우가 많습니다. 막판에 나오는 "나이키에서 비디오 틀기"의 경우에는 그나마 대결자체가 팽팽해지기 때문에 좀 원초적인 재미는 있긴 합니다만.

"빅 원"은 보다 직설적으로 주제를 제시하는 이야기입니다만, 스탠딩 코메디 라이브 영상의 요소가 강하고 그런 부분에서만 "로저와 나"보다 더 재미있어지는 영화입니다. "볼링 포 콜럼바인", "화씨 9/11"로 이어지면서, 플린트, 미국 각 도시, 미국 문화, 세계 패권까지 범위가 넓어지는 연결 선상에서 마이클 무어의 영화들을 봐도 재미있을 것입니다.


(수표)


그 밖에...

수표 장난은 보는 사람에게 한국에서도 한 번 따라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누구에게나 치솟게 할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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