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차 안의 낯선 자들 (의혹의 전망차) Strangers On A Train 영화

"영 앤 이노센트"가 꼭 현실의 벽때문에 좌절하는 젊은이들의 풋풋한 사랑이야기일듯한 제목이지만 좀 다른 내용인 것처럼, "열차 안의 낯선자들"도 제목만 보면, 열차 액션 중심의 스파이 영화 비슷한 모험극일 듯 합니다만 내용은 그렇지 않습니다. "열차안의 낯선자들"은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이 감독해 1951년에 나온 범죄 영화입니다.


("열차 안의 낯선 자들"에 등장한 알프레드 히치콕)

영화에 등장하는 통근열차를 비롯하여, 현대사회의 대중교통 수단이란 것은 인물들을 얽히게 하는 독특한 극적인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런 대중교통 수단은 승객들이 "같은 방향으로 간다"는 목적만을 공유할 뿐, 전혀 알지 못하고 아무 관계도 없음에도 일정 시간동안 같이 모이는 곳이 되어 줍니다. 그저 모여 있을 뿐만 아니라, 옆자리에 앉은 사람과는 어깨가 닿을 정도로 가까이 있게 되고, 급정거, 급출발 같은 버스나 지하철의 이동을 서로 같이 느끼게 됩니다.

말하자면, 대중교통 수단은 낯선사람들끼리 어쩔 수없이 잠시 동안 같이 산책을 하게하는 듯한 효과를 줍니다. 그래서 많은 이야기들에서 남녀주인공들이 버스나 비행기에서 한번씩 스쳐 지나가며 만나곤 했습니다.


(패트리샤 히치콕)

"열차 안의 낯선자들" 역시 바로 이런 방향으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서로 전혀 모르는 두 사람이 단지 같은 열차를 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서로 만나게되고 말을 하게 됩니다. 마치 "포레스트 검프"에서 하늘을 떠다니는 깃털을 비추듯이, 영화는 시작부분에서 이런 대중교통 수단이 갖는 묘한 인물 연결 효과를 화면 속에 잘 보이게 상징적으로 담아 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더더욱 멋진 것은, 범죄극인 이 영화에서 범죄자가 사용하는 범죄의 아이디어 역시 바로 이러한 인물 연결 효과를 묘하게 이용하는 것이라는 점입니다. 때문에 이 영화는 전체적으로 이러한 현대 도시의 인간관계에 대한 깊이있는 통찰이라는 느낌마저 좀 생길 정도로 발전합니다.

"열차 안의 낯선자들"이 시작하고 잠시 시간이 지나자마자 바로 이 모든 것이 제시됩니다. 이야기를 꾸미는 두 주인공은 역시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전형적인 두 형태를 보여주면서 영화 소재를 더 잘 드러냅니다. 한 사람은 조용히 혼자 생각하며 예의를 지키고 최대한 주변 사람들에게 신경쓰지 않으려는 승객이고, 다른 한 사람은 따분한 이동 시간 동안 옆에 앉아 있는 사람에게 소소한 이야기를 건네며 이런저런 친교를 시도하는 사람입니다.

더 능동적인 편인 후자쪽의 사람이 여러가지 배경 사연도 쉽게 풍성해지고 연기할 건덕지도 쉽게 많아지겠습니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도 후자 쪽을 연기한, 로버트 워커의 약간은 기괴할 정도로 들쑥날쑥한 인물 연기가 무척 재미납니다. 이 사람의 어머니가 나와서 함께 분위기를 만들어나가는 장면 같은 것은 부조리한 위태로움이 메기고 받는 느낌으로 치달으며 그 어울림이 흥미롭게 넘실거립니다. 슬쩍 미친듯한 성격의 분위기가 호기심과 유머, 공포감이 조금씩 뒤섞인 느낌을 주는 것입니다.


(열차에서 우연히 알게된 두 인간)

"열차 안의 낯선자들"은 이렇게 낯선 두 인물을 엮고, 흥미로운 아이디어를 하나 제시하고, 두 인물의 성격과 고민을 보여주는 장면 까지는 매우 흡인력이 있습니다. 이 영화의 단점은 이렇게 나온 재미난 아이디어가 실제 범죄로 연결되었을 때, 그 풀이 방법이 좀 한심하고 재미없다는 점입니다.

주인공들에게 뻔하고 사소한 난관이 닥치고, 약간은 억지스러운 정공법에 의해 난관은 차근차근 해결될 뿐 입니다. 여기에, 신기한 꼬임이라든지, 괴상한 상황은 더이상 나타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결말부의 액션은 상당히 거대하고 속도감 넘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야기의 결말은 파국적이라기보다는 그냥 작은 범죄 소동이 기운빠져 가라앉는 것처럼 느껴지는데 머무르게 됩니다.


(놀이공원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는데, 사실 이 영화에서 가장 빛나는 부분은 범죄자가 범죄를 저지르는 밤의 묘사입니다. 범죄가 저질러지는 장면의 묘사는 현실감과 환상적인 느낌이 화려하게 교차된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멋집니다. 놀이공원이라는 배경의 특징을 잘 살리면서도, 범죄자와 희생자의 독특한 관계가 호기심을 잘 자극하게 살아 있습니다. 최소한의 대사만을 사용하고 인물의 미묘한 표정으로 대부분의 주요한 감정들을 표현하는 가운데, 여기에 들어맞는 음악과 음향도 놀이공원의 소음을 활용해서 완벽한 모양새를 갖추고 있습니다.

인물들의 성격이나 이중적인 모습이 거의 인물의 멋으로 보일 정도로 잘 잡혀 있고, 은근슬쩍 관객을 착각하고 넘겨짚게 해서 잠시 완급을 조정하는 수법도 과함이 없습니다. 그래서 이 장면에서는 짜증덩어리 인물 조차도, 그 성격이 약간의 개성으로 보이면서 살짝 매력적이라는 생각마저 들 정도 입니다.

앞서 영화에서 흥미로운 아이디어를 풀어나가는 방법이 재미가 없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이야기 전체에 누명, 오해, 집착, 시간이 아슬아슬한 추격전이 끊임없이 늘어서 있어서 영화의 전개는 결코 지루하거나 무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이런 중간 지루함 덜기 장면들을 표현하기 위해서 중간에 사용되는 "안경 강조하기" 장면 같은 것도 절묘한 아슬아슬함과 파괴력이 흥겹습니다. 다만, 멋지게 제시된 범죄 아이디어가 심심하게 가라앉는 것이 여전히 좀 실망스러울 뿐입니다.


그 밖에...

패트리샤 하이스미스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무려 레이몬드 챈들러가 각본에 참여했다는 화려한 집필진을 자랑하는 영화입니다. 아니나다를까 레이몬드 챈들러와 알프레드 히치콕은 사이가 나빴다고 합니다.

"의혹의 전망차"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알프레드 히치콕의 딸, 패트리샤 히치콕이 조연으로 출연합니다.

로버트 워커가 약물 알레르기로 사망하기 직전에 찍은 마지막 주연 영화입니다.

프랑수아 트뤼포의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인터뷰에 따르면, 마지막 조심스럽게 기계 밑으로 기어들어가기 스턴트 장면은, 특수효과 없이 목숨걸고 실제로 들어가는 것을 찍은 것이라고 합니다.

덧글

  • joyce 2006/08/07 13:14 # 답글

    제가 생각하는 가장 적절한 번역 제목은 <낯선 승객>입니다. <의혹의 전망차>는 개봉 당시 제목인 듯한데, 엉뚱한 듯도 하지만 볼수록 풍미가 있는 제목이네요.^^
  • 게렉터 2006/08/08 09:57 # 삭제 답글

    원작 소설이 "낯선 승객"이라는 제목으로 나왔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 joyce 2006/08/09 00:45 # 답글

    그렇죠. <낯선 승객>은 사실 일본어 개봉 제목 見知らぬ乘客의 번역인 것이지만. 80년대 절판되었다가 얼마전 다시 나왔더군요.
  • 게렉터 2006/08/13 22:09 # 답글

    일본어 개봉 제목에 대한 귀한 정보 감사드립니다. 호기심에 서점에 들를 때마다 그 새로 나온 책을 한번씩 찾아보곤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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