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스터 하우스 Monster House 영화

"몬스터 하우스"의 기본 뼈대는 수많은 어린이용 영화와 TV만화영화 에피소드들에서 이미 동서고금에 걸쳐 끝없이 다루어 본 것입니다. 주인공들이 사는 동네에 괴기스럽게 수상쩍은 공간이 조성되는데, 호기심많은 우리 주인공들이 그 괴기스러운 것의 정체를 밝혀낸다는 것입니다. 주인공들은 그렇게 멋있다거나 어른들로부터 찬사를 받는 어린이들은 아닌 것으로 되어 있어서 충분히 관객들이 보통 어린이로 공감할 수 있을 만한 사람들입니다. 그렇지만 또 나름대로 살짝 이야기거리가 되는 개성을 지니고 있는 사람들로 설정되기 마련입니다. 물론 어린이들이 밝힌 엄청난 사실을 믿지 않는 답답한 어른들도 꼭 한번 등장해 줘야 할 것입니다.

"몬스터 하우스"에 등장한 것은 집근처에만 오면 없애버리겠다고 소리를 지르는 이상한 노인이 사는 집입니다. 할로윈을 전후로한 24시간 정도의 시간동안 어쩌다보니 우리의 주인공 어린이들은 이 집의 무시무시한 숨겨진 모습을 알게 되고, 이 낭패를 막기 위해 노력하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집에 숨겨진 사연을 알게 됩니다. 여느 영화들처럼 마지막에는 이런 어린이 영화다운 신나는 끝내기 액션과 결말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문제의 집)

이 영화가 다른 영화와 구분되는 점은 두 가지 정도 입니다. 첫째는 영화가 심한 희화화 없이 좀 심각하고 진지한데가 있다는 것입니다. 둘째는 어린이 관객들에게 감정이입을 어느 정도 포기하면서까지 복고적인 설정을 배치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첫번째면을 살펴보면, 일단 애니메이션식 과장 웃음이 거의 없다는 점을 주목할만합니다. "몬스터 하우스"에는 이래저래 웃긴 면이 충분히 많이 있습니다만, 이런 웃음들은 대체로 일반 영화의 수법들이지 애니메이션의 방법이 아닙니다. "슈렉" "몬스터 주식회사" 등에서 보아왔던 심하게 자빠지고 미끄러진다거나, 정신없이 튀든지 해괴한 표정을 지어서 웃기는 장면은 이 영화에 거의 없습니다. "몬스터 하우스"에도 애니메이션의 힘을 잘 살리는 비현실적인 액션과 파괴장면이 있고, 등장인물들이 휙휙 튀어오르는 장면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장면들은 말그대로 액션의 힘을 위해서 사용되지 웃기려고 사용될 때는 거의 없습니다.

거기다가 내용과 그 표현 방식의 심각함을 고려해 볼만도 합니다. 특히 도입부에서 사람이 갑자기 쓰러지고 갑자기 공포스런 눈동자를 한가득 화면에 보여주는 장면은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이 감독한 "싸이코" 같은 영화의 장면과 비슷할 정도입니다. 사람들의 대사 속에도 꽤 험한 말투가 많은 편이고, 어린이를 대하는 투를 보면 껄렁함의 정도가 꽤 높아보이는 청소년들의 짜증스런 짓들을 어느 정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한술 더뜨는 것은 집에 숨겨진 사연입니다. 마지막에 이르러 밝혀지는 이 모든 일의 사연은 웃어넘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깔끔한 권선징악이나 흥겨운 풍자로 여길만한 일도 아닙니다. 무거운 이 이야기에 대해 할아버지가 결말을 지으려는 방식도 분명히 끔찍한 데가 있습니다. "구니스"나 "악마군단" 같은 어린이 영화도 꽤 무거운 분위기를 많이 도입하고, 종종 추한 면이 조명될 때도 있습니다만, 그래도 중간중간 장난스런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유쾌함이 있고 결론은 깔끔하게 상쾌한 편입니다. "몬스터 하우스"는 전체적으로 즐거운 웃음들이 풍성한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부분적으로는 이런 영화들보다 더 어둡습니다.


(고스트 버스터즈 출동)

둘째로 영화에 복고적인 설정이 많다는 점은 이 심각함과 연결됩니다. 즉, 이 영화는 등장인물들의 일들을 그대로 체험한다기보다는, 관객들이 영화를 보면서 자신의 어린시절을 돌이키면서 재미의 기억을 되살리는 것을 유도하는 면이 있는 것입니다.

"몬스터 하우스"의 등장인물들의 복장이나 취향도 80년대스럽고, 자동차나 건물들도 한 십몇년이 훨씬 넘는 모양새입니다. 아이들은 집에서 아타리 같은 기계로 돌리는 원시적인 탁구 비디오 게임을 하는 시대이며, 아케이드 게임에 푹빠진 비디오게임 중독자가 나오는 모습과 그 게임의 고전적인 화면은 "최후의 스타파이터"나 "빽 투 더 퓨처"에 등장하는 아케이드 게임들을 떠올리게 합니다.

그런 덕분으로 "몬스터 하우스"가 보여주는 이런 이야기의 모험담 이외에 다른 느낌이 살짝 가미됩니다. 어린시절이라고 꼭 "인어공주"나 "인크레더블"과 같은 세상에서만 사는 것은 아닙니다. 어릴 때 보고 겪는 것들도 어둡고 심각한 것들이 있으며, 그런 점들과 동심이 이리저리 교차되는 과정이 사람이 자라나는 기억일 것입니다. 날아다니는 모험담과 심각한 이야기를 이제 막 사춘기가 될랑 말랑한 어린이들이 동시에 경험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 할로윈의 밤에 우리의 주인공들이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의기투합하는 모습은, 바로 그런 자라나는 과정을 스스로 깨닫는 모습입니다. 또한, 그 때 깨닫게 되는 아무 걱정 없던 어린시절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동시에 보여주는 장면일 수 있을 겁니다.

이 영화를 보면서 가장 즐거운 것은 차우더가 보여주는 다양한 웃음들입니다. 이 사람은 본심은 착하지만 약간 비겁하고 약았으며 괜히 멋있는 척 하려는 친구입니다. 그런데, 그 표현이 심한 과장이나 큰 풍자 없이 사실적인 느낌을 풍성하게 나타내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렇게 터무니 없는 떠벌이 인물이 아니면서도 많은 장면에서 웃음을 이끌어 냅니다. 영화 분위기와 어울려, 어릴적에 동네에 있었던 저런 친구 한 명이 떠오르며 정겨운 느낌이 듭니다. 희화화된 인물을 보여주면서도, 이처럼 사실적인 느낌을 보여주는 차우더는 목소리 연기가 대단히 좋기도하고, 미묘하게 잡혀 움직이는 화면상의 움직임이 좋기도 합니다.


(차우더)

"몬스터 하우스"는 이야기 방식 자체가 너무나 많이 보아온 것이라는 데에 그 한계가 있습니다. 중심 줄거리에서 특별히 특징을 잡아주고 있지 않기 때문에, 주인공들이 괴기스런 집을 접하고, 집이 주인공들을 공격하고, 주인공들이 겨우겨우 벗어나고, 어른들이 나타는데 안 믿어주고 하는 오래된 이야기들이 그냥 계단 올라가듯 한 발자국 한 발자국 진행될 뿐입니다. 중간중간에 포착되는 향수어린 요소들은 그저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도움이 될 뿐, 줄거리 자체에 신선한 내용을 주고 있지는 못합니다. 이런 면에서는 차라리 "윌리 비미쉬의 모험" 같은 옛 컴퓨터 게임의 내용이 더 독특할 것입니다.

숨겨진 사연 역시, 주인공들이 겪는 사건들에 별로 활용되고 있지 않습니다. 숨겨진 사연은 막판에 갑자기 등장한 한 인물이 "사실은 이리저리 되었던 거란다..."하면서 길게 이야기를 들려줄 때 몰려서 소개될 뿐입니다. 이 사연은 꽤 특징이 있는 것이기에, 주인공들이 겪는 모험의 여러가지 상황들에서 미리 이야기가 맞아들도록 단서를 주거나, 집이 공격하는 방식을 더 특징적으로 설정해서 재미를 줄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 독특함이 거의 보이지 않는 다는 점 때문에 이야기는 좀 밋밋해 집니다.

"괴기스러운 집"이 나오는 이야기이면서도 많은 모험이 집 밖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은 나름대로의 특징입니다. 하지만 애초에 이 영화는 제목 이외에는 "밀랍인형의 집"이나 "폴터가이스트" 같은 영화의 전개와 비슷한 점은 없었으며, 때문에 "몬스터 하우스"의 이야기가 굳이 이런 "괴기스러운 집에서 겪는 모험"으로서 개성을 드러내고 있다고 하기도 어렵습니다.


(두 친구)

결국 끝까지 남는 것은 내용에 비해 의외로 심각한 분위기와, 거기에 어울린 어린시절을 다시 떠올리게 하는 차우더의 정다운 유머들입니다. 아버지에게 온 전화를 끊고나서의 그 모습은 많은 시트콤들이 여러번 써먹은 장면입니다만, 충분히 영화속에서 즐겁습니다.


그 밖에...

영화의 목소리 연기 중에서 스티브 부세미도 "그랬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만, 콘스탄스의 목소리를 녹음한 사람이 캐슬린 터너였다는 것도 무척 반가웠습니다.


덧글

  • 흰짱구 2006/08/25 03:03 # 답글

    뭔가 부조화스러운 느낌이 들었습니다. 서커스에서 데려온 콘스탄스, 그렇게 무섭게 죽다니..재미있게 봤던 카니발리 생각도 났고 어린이들이 보기에는 좀 하드한것 같았습니다. 특이하단 생각은 했는데 차우더의 표정과 캐릭터가 좋았죠, 만화에서 볼 수 없는 스타일. 그에비해 주인공 부모님 케릭터는 그런 류가 좀 억지스러웠구요. 영화는 재미없게 봤는데 글은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D
  • 게렉터 2006/08/25 06:46 # 답글

    스티븐 스필버그, 로버트 저멕키스, 에드 베리옥스(Ed Verreaux) 같은 80년대 오락영화의 노련한 어르신들과 이제 처음 작업을 시작하는 젊은 감독, 작가들이 손을 잡고 만든 영화라는 점도, 이 영화가 굉장히 전통적인 이야기를 그대로 따라가면서도 약간씩 특이한 면도 보이는 면과 연결해 생각해 볼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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