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키 비즈니스 Monkey Business 영화


(문제의 원숭이)

"몽키 비즈니스"는 30년대쯤에 유행했던 스크루 볼 코메디 소동극에 60년대쯤에 유행했던 도시를 배경으로 하는 코메디가 살짝 섞인듯한 이야기입니다. 캐리 그란트와 진저 로저스가 주인공으로 나오고 거기다 마릴린 먼로가 조연으로 나오는 화려한 출연진의 이 영화는 시작 장면에서 거의 멜 브룩스 코메디 영화를 방불케 하는 실없는 농담을 섞어 내고 있기도 합니다.

영화는 살짝 SF스러운 분위기로 출발합니다. 캐리 그란트는 아주 극심한 일중독자 과학자인데, 과장하면 젊음의 영약 같은 것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바로 이 약에 얽힌 소동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한눈에 아내가 고생하고 있음이 확연한 이 일중독자 남편의 부부애가 이 소동중에 시험대에 올라가게 됩니다.


(소동)

우선 "몽키 비즈니스"의 중심 줄거리는 그냥 전형적입니다. 우연한 사건이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을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거기에 엉뚱한 사람이 걸려드는 것을 보여줍니다. 영화의 절정부분 쯤에 이르면, 그 문제가 한 두번쯤 꼬여서 마구잡이로 뒤섞인 소동이 되는 장면으로 발전합니다. 주조연 배우가 총출동하고 경찰이나 소방관도 등장하는 요란한 장면이 클라이막스가 될 것입니다. "몽키 비즈니스"는 19세기 오페레타에 유행했을 법한 거의 연금술사처럼 "마법적인 어떤 것을 만들어내는 괴상한 과학자" 인물을 정석 그대로 써먹으면서 사건을 만들고 소동을 만듭니다.

하지만, "몽키 비즈니스"의 각본과 연출은 결코 후줄근한 무성의한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멋지고 아름다운 부분이 많습니다. "몽키 비즈니스"의 사건자체는 평범하기 그지없는 것이지만, 이 사건을 겪는 인물들이 하는 대사와 행동들의 묘사는 멋진 코메디로 다양하게 화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각본은 주연 배우들인 캐리 그란트와 진저 로저스의 주특기를 화려하게 살릴 수 있는 형태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이들 배우의 주특기로 소문나지는 않았지만 이들이 잘 할 수 있는 역할도 멋지게 잡아냅니다. 그래서 이들 배우의 숨겨둔 실력을 발굴해 보여주는 듯한 독특한 멋이 있기도 합니다.


(태연자약 캐리 그란트)

예를 들면, 캐리 그란트는 항상 여유로운 멋쟁이 대신, 지나친 일중독자로 정신 없는 사람으로서 안경이 없으면 앞도 제대로 보지 못해서 뱅글뱅글 돌아가는 무늬가 새겨진 듯한 안경을 쓴 사람입니다. 하지만 이런 일 밖에 모르는 과학자 역할을 캐리 그란트는 훌륭하게 수행하면서도 예의 캐리 그란트 스러움도 살짝 담아내고 있습니다. 여기에 진저 로저스가 몇몇 영화에서 그녀가 보여주었던 모습 그대로, 이런 캐리 그란트의 역할에 비해서 훨씬 동경할만한 위치에 있는 인물을 활용합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진저 로저스는 이런 문제 있는 남편에 대해 어마어마한 포용력을 가진 거의 위대한 이해심의 소유자를 표현하는 면이 더 중요하게 드러나는 것입니다.

바로 이런 개성있는 인물들을 처음에 제시하면서, 이후의 갈등 요소를 예고합니다. 그래서 첫장면부터 영화는 인물들에게 관객이 빨려들도록 합니다. 거의 희생적이라 할 수 있는 아내와 아내를 무척 사랑하고 미안해 해서 또한 과학자로서의 울적한 감상을 품고 있는 남편이 있고, 이들의 성격도 뚜렷한 대비를 이루면서 서로 어울려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여기에, 성적인 매력을 슬금슬금 뿜어내면서 발빠른 말 주고 받기 속에 피어나는 흥겨운 대사들이 촉촉한 초콜렛 처럼 풍성하게 뿌려져 있습니다.


(캐리 그란트와 진저 로저스)

이렇게 세부적인 내용과 코메디 수법을 잘 잡아낸 각본들은 캐리 그란트, 진저 로저스, 두 명의 현란한 실력에 의해 멋지게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조화가 가장 화려하게 빛나는 장면은, 열 몇살짜리 어린아이처럼 행동하는 캐리 그란트를 따라 진저 로저스가 졸졸 따라가는 장면입니다. 이 장면은 어린아이다운 매력과 관계를 잘 포착해서 좋은 각본으로 꾸려 놓았을 뿐 아니라, 그 내용에서 두 배우들의 연기력이 놀랍게 솟아나는 부분입니다.

이런 장면은 "유치원생 흉내 퇴행적 코메디"의 따분한 함정에 그냥 푹 빠지기 쉽습니다. 안 어울리는 옷 입고, 우는 척 많이 하고, 혀짧은 소리만 내면 어린이 흉내가 되어서 웃긴 줄 아는 적잖은 "웃음을 찾는 사람들" 코메디언의 처절한 실패와 달리, 정말로 어린아이를 연기하면서 과장된 웃음역시 깔끔하게 담아내는 진저 로저스와 캐리 그란트의 능력은 아름답습니다. 그리하여, 페인트 통 앞에 이르러 음악마저 없는 조용한 가운데 좌우 대칭, 대비 구도를 만드는 연출로 이어집니다. 이런 연출 속에서 약간의 액션이 첨가되기에 이르면, 드디어 웃음은 멋지게 터져나오면서 거의 감동을 불러올 정도로 코메디 장면은 승화 됩니다.


(어린이 흉내 코메디의 진수)

캐리 그란트의 개인기를 보기에도 멋진 영화입니다. 빨래 쌓아 놓는 창고에서 걸어나오며 캐리 그란트 다운 슬쩍 찌푸린 표정이지만 여유부리는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은, 아무것도 아닌 장면이지만, 캐리 그란트만의 멋이 잘 베어 있어서 영화의 속도감과 자연스러움을 풍성하게 받쳐주고 있습니다. 인디언 놀이 장면에서는 이 중후한 배우가 망가지는 모습을 하나도 안 망가지는 나름대로의 멋스러움으로 보여주면서 캐리 그란트식 슬랩스틱 코메디의 열정적인 장면을 보여주고 있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역시나 가장 멋진 장면은 30년대 스크루볼 코메디 같은 빠른 유머 대사들을 활용하는 장면들입니다. "몽키 비즈니스"에는 얼마전에 조지 W. 부시가 후진타오의 이름에 대해서 물어보는 것으로 유행한 농담과 같은 방식의 코메디를 펼치는 전화 통화 장면이 있는데, 짤막하긴 합니다만 이 장면을 풀어나가는 모습은 그 어떤 코메디언과 경쟁해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훌륭합니다. 연출 역시 발빠른 경쾌함이 신이 납니다.

진저 로저스의 개인기는 주로 동작과 표정 연기에 기울어진 것들이 많습니다. 좀 과장해서 어떤 인물의 어떤 감정을 극대화해서 드러내는 표현 방법을 코메디로 활용합니다. 박중훈이 "투캅스"에서 시체를 보고 겁먹은 표정을 보여줄 때나, 김래원이 "어린 신부"에서 지나치게 적극적인 여선생님의 접근을 보고 놀라는 소리를 낼 때와 비슷한 방식인 것입니다. 진저 로저스가 해내는 것들 중에서 "술취한 사람" 코메디라 할만한 전형적인 한 방식은 특히 빛납니다. 뭔가에 취한 듯한 모습을 이용해서 여주인공의 연약한 모습과 강한 모습을 동시에 담아 내고, 또한 이 인물의 솔직한 일면과 엉뚱한 면을 동시에 담아내는 겁니다. 오드리 헵번이나 전지현 같은 이 "술취한 사람" 코메디로 일세를 구가한 사람 못지 않은 실력으로 진저 로저스는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춤추는 진저 로저스)

또한, 진저 로저스는 몇몇 장면에서 왕년의 춤 실력을 슬쩍슬쩍 내비치며 장면의 놀라운 힘을 더하기도 합니다. 이마에 물잔 올려놓기 장면 같은 것은 따분한 "폭풍전야" 장면에서 화면의 역동성을 넣어주는 혼자힘으로 모든 것을 해내는 개인기이고, 취한 듯 엉키지만 분명히 멋진 경쾌함이 살아있는 그녀의 춤동작들은 되찾은 젊음이라는 영화 속의 소재와 왕년의 춤 실력이라는 배우의 실제 경력이 어우러지면 은근한 감상을 내뿜게 됩니다.

"몽키 비즈니스"는 결말이 약간 허무한 편이기도 하고, 갈등의 구조가 너무나 전형적이라서, 그냥 꼬인 상황 하나 제시하고, 초특급 배우들로 개인기 장면, 웃긴 장면 잔뜩 집어넣은 영화 정도로 전락할 수도 있었습니다. 실제로, 합성으로 처리한 드라이브 장면은 기술적으로 엉성하며, 훨씬 더 화려하게 사용할 수 있었던 친정 어머니/장모님 인물은 불쌍할 정도로 무시될 뿐입니다. 거의 비현실적으로 헌신적인 아내 인물이 좀 더 진지한 문제 해결의 조명을 받지 못한 것도 이야기를 약간 밋밋하게 만든다는 생각도 듭니다.


(젊음의 혈기에 빠진 캐리 그란트)

그러나, "젊음의 영약"을 소재로 "몽키 비즈니스"는 사람의 젊은 시절, 어린 시절의 독특한 특징들을 멋지게 잡아내 희화화 합니다. 거의 "착각 시리즈" 코메디와 같을 정도의 날카로움을 가진 이러한 포착은 50년대 무렵 미국 세대 차이를 형상화 하는 자료이기도 하고, 좀 더 보편 적으로, 순식간에 어린 시절과 젊은 시절이 흘러가버리는 사람의 인생에 대해 그 단면을 보여주는 진지한 성찰이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그런 사람의 한 평생 속에서, 두 사람이 서로 놀라운 깊이로 이해하고 도와주는 사랑이, 삶에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다시 한 번 내비치는 영화가 "몽키 비즈니스"입니다.

마릴린 먼로도 빠뜨려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그녀의 역할은 그저 "엄청나게 매력적인 사장의 비서"일 뿐으로, 몇몇 장면에서 좀 "부려먹음"을 당할 뿐인 작은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엄청나게 매력적인" 이라는 수식어를 말 그대로 그녀는 보여주고 있습니다.


(마릴린 먼로)


그 밖에...

시작 장면에서 말하는 목소리는 감독인 하워드 혹스의 목소리라고 합니다.

IMDB Trivia에 따르면, 주인공의 직장인 옥슬리 화학회사 건물은 영화 제작사인 20세기 폭스사 건물이라고 합니다.

"monkey business"는 짖궂은 장난, 바보 같은 짓, 사기라는 뜻의 관용 어구입니다만, 영화에서는 정말로 원숭이가 관련된 제약 사업 문제입니다. 이렇게 제목을 붙인 자체가 또한 일종의 "monkey business" 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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