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하라 Sahara 영화

"사하라"는 보물 찾기 전문가가 보물을 찾아 사하라 사막 근처의 아프리카를 헤매는 모험 영화입니다. "보물섬"의 해적 보물, "인디아나 존스: 최후의 성전"의 성배, "용형호제2"의 나치 황금처럼, "사하라"에서 찾는 보물은 남북전쟁 당시에 사라진 군함 한 척 입니다. 액션에 능통한 주인공과 그 주인공의 보조를 맡아주는 동료 한 명, 어쩌다가 이 보물찾기의 동행이 되는 아리따운 여자 주인공등등이 거의 80년대말, 90년대초에 쏟아져 나온 롤플레잉게임의 동료들처럼 있을자리에 박혀 있습니다.


(사하라)

"사하라"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이 이야기의 가장 큰 특징을 활용하고 있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이 영화는 남북전쟁 당시 전함을 대서양 건너 아프리카에서 찾고 있는데, 대체 왜 이런 이상한 일을 하는지 영화는 대부분의 시간동안 별 설명도 하지 않고, 딱히 그 점에 신경을 쓰고 있지도 않습니다. 지리적으로 훨씬 더 설명할 거리와 역사가 많은 다른 보물을 대상으로 해도 북서부 아프리카를 무대로 하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노예무역을 하던 옛날 무역선이나 근처 나라들에서 일어난 혁명이나 내전과 관련된 보물을 집어 넣을 수도 있고, 하다 못해, 나폴레옹의 이집트 원정이나 2차대전의 북아프리카 전선과 관련된 이야기로 대강 둘러댈 수도 있을 겁니다. 지브롤터 해협 근처에서 벌어졌던 많은 해전들 중에 하나로 말을 맞춰도 될 겁니다. 그렇게하면, 그 근처 지방의 역사, 문화와 좀 더 어울리는 보물을 배치할 수 있고, 이야기의 이국적인 느낌이나 지역색을 더 잘 살릴 수도 있을 겁니다.

꼭 그렇게 하지 않는다고 해도, 황당한 머나먼 곳까지 흘러온 보물의 주인들. 이라는 소재를 좀 더 극적으로 살릴 수도 있을 겁니다. 그래서 그들이 얼마나 고생과 역경을 겪으며 이 해괴한 장소까지 흘러 왔는지를 이래저래 사연을 만들어서 전설적인 이야기로 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러면 이야기 거리는 늘어나고 전설적인 신비감을 좀 더 살려서 모험담의 정취를 더 할 수도 있습니다. 인도나 아프리카 깊숙한 곳에서 솔로몬왕이나 알렉산더 왕의 유적, 유물을 찾아 헤메는 이야기들은 번번히 이런 이야기를 사용해 왔고, "인디아나 존스: 최후의 성전"만 해도 그런 점은 잘 들어서 있습니다. 지금 문득 기억나는 것으로는 "돌고래 요정 티코 七つの海のティコ"의 에피소드 하나도 있는데, 이것은 "사하라"처럼 아프리카에 있는 다른 대륙의 보물을 소재로 하고 있으면서 바로 이러한 머나먼 엉뚱한 곳으로 흘러들어온 옛 사람들 이야기를 멋지게 살려내고 있습니다.

덕분에 "사하라"는 보물의 거창함이나 전설을 탐구하는 신비로운 느낌은 거의 없어져 버렸습니다. 그 결과 "사하라"의 이야기와 인물들은 별로 "사하라"일 필요 없이 그냥 서부 활극의 비슷한 이야기처럼 되어 버렸습니다. 좋은 원주민 부족과 나쁜 원주민 부족이라는 터무니 없는 편가르기가 있고, 그 사이에서 좀 무법자스러운 주인공들이 황량한 사막을 오가는 닳고닳은 이야기 말입니다. 사하라 사막대신, 아리조나나 뉴멕시코의 사막 같은 곳으로 바꿔도 별 상관 없을 겁니다. 영화 중간과 후반을 장식하는 태양 에너지 공장 같은 것은 사하라에 어울린다기보다는 LA 근처의 모하비 사막 쯤에 훨씬 더 잘 어울리는 소재이고, 그런 배경에서 이야기도 좀 더 재미 있어질 겁니다.


(WHO파견의사보다는 액션영화 여자주인공에 훨씬 더 적성이 맞는 듯 보이는 인물)

다행히 "사하라"는 이야기의 개성이 죽기는 했지만, 그래도 사막과 북부 아프리카의 풍경을 잡아내는 시각적인 묘미는 충분히 잘 유지하고 있습니다. 사하라 사막에 온 영화 주인공들의 의무 답게, 사막에서 물 없이 괴롭게 걸어다녀야 하는 장면은 어김없이 또 있는데, 여기서 탈출해 나가는 방법 같은 데서는 좀 허망하기는 해도, 사막 경관을 꽤 창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할만합니다. 아랍인들이 개척한 모래를 흩날리며 내달리는 말탄 전사의 인상이라든가, 이슬람 문화와 흑인 아프리카 문화가 섞여 드는 장면 같은 것은 잘 활용되고 있다고 하기에는 좀 부실합니다만, 그래도 요소요소 볼거리로는 무난합니다. 이런 점들은 나름대로 이국적인 모험 영화의 장점이 되고, 이어지는 흥미거리는 됩니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영화는 신나는 느낌을 주려고 하는 편입니다.

좀 더 들여다 보면, "사하라"는 여자주인공의 환경오염 이야기와 남자주인공의 보물찾기 이야기가 아주 엉성하게 접붙이기 되어 있는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대체로 여자주인공 이야기쪽에 좀 더 흥미를 줍니다. 특히 여자주인공 이야기에서 사하라 사막에 대한 인상을 이용하는 반전이라면 반전 비슷한 것은 좀 더 잘 구성했으면 꽤 화려한 이야기가 될 수도 있었습니다.


(액션 영화에 열차가 나온다면 매달려 주는 것이 예의)

이렇게 이야기가 엉성하게 이어지는 영화를 지탱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웃음입니다. 이 영화는 주인공은 불지옥과 얼음지옥을 왔다갔다하며 수백번씩 담금질 당해도 옷만 좀 더러워지고, 악당들은 쏘아 보기만 하면 백만대군이 전멸하는 영화입니다. 70년대 제임스 본드 영화들이나 "트루 라이즈", "인디아나 존스"나 "빽 투 더 퓨처"시리즈 처럼 다양한 농담이나 웃긴 상황들은 적절히 들어가 줘야 합니다. "사하라"는 풍성한 농담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어느 것 하나 참신한 것 없이 많은 다른 영화들에서 나온 것들을 이리저리 가져와 막 짜집기한 것들입니다. 다행히 배우들에 문제가 적고, 연출도 충실한 편이라서 재미 없다고 몰아 붙이기만할 수준은 아닙니다만, 비는 구석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시각적으로 풍성한 데 비해서, 음악은 그냥 유행 따라 깔려 있는 평범한 수준이라는 점도 조금 아쉽습니다. 좀 더 개성있는 성격이나, 독특한 유머 감각을 가진 주인공만 있었어도, 훨씬 더 재미있는 영화가 될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주인공A와 주인공B)


그 밖에...

IMDB Trivia에 따르면, 이 영화를 찍느라 실제 크기의 남북전쟁 시대 군함을 만들어서 썼다고 합니다. 그 돈생각과 노력을 생각해보면, 조금 더 소품을 써먹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덧글

  • FAZZ 2006/10/11 11:16 # 답글

    마지막 말에 따르자면 결국 그 소품은 돈지X밖에 안되었다는 소리군요.
    제임스 카메론 처럼 타이타닉이니까 어쩔 수 없었다면 모를까....
  • 게렉터 2006/10/12 10:29 # 답글

    "우주전쟁"에서 비행기 추락잔해 같은 좀 더 심한 예도 생각 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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