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케이 목장의 결투 Gunfight At The O.K. Corral 영화


(서부의 황야)

간단한 아이디어 하나로 백만장자가 되는 전설적인 발명가들 중에서, 가장 말 그대로 전설적인 인물은 가시 철조망을 발명한 13세의 조셉일 겁니다. 철사에 다른 철사 조각을 잘라 듬성 등성 달아 놓은게 뭐라고, 단숨에 어마어마한 돈을 벌어들인 것입니다. 나아가 이 발명 때문에 세계적인 경제와 정치의 변화가 일어나게 되었으며, 전략과 전술이 바뀌었고, 마침내 수없이 많은 사람들의 삶과 죽음이 휘둘렸습니다.

미국 문화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카우보이의 시대도 바로 이 철조망과 관련이 있습니다. 지금 목장을 만들라고 하면, 아무리 넓은 땅덩이를 갖고 있다 하더라도 몇 푼 안되는 철조망으로 울타리를 칠 수 있습니다. 그러면 거기에 소를 풀어 놓고 키우면 됩니다. 하지만 가시 철조망이 발명되어 보급되기 전에는 소를 나무 울타리 안에 가두어 놓을 수 밖에 없었고, 나무 울타리는 비싸기 때문에 좁은 땅을 두를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다보니, 한 지역에서 다른 지역으로 마치 유목민처럼 소를 옮겨 갈 때는, 다른 지역의 좁은 나무 울타리 속으로 주인 없는 빈 땅을 소 떼를 몰고 긴 여정을 헤메야 했습니다.

이렇게 소를 옮겨 가는 것은 험하고 거친 길이었으며, 수많은 소도둑들, 땅주인들과 잦은 다툼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미국에서 때는 마침, 사방에 온갖 무기들이 널려 있는 남북전쟁 직후의 혼란기였습니다. 남북갈등, 신흥 도시와 촌락의 갈등, 동부서부 갈등이 팽배한 시대였고, 곧 서부의 소몰이는 온갖 살벌한 총격전의 무대가 되었습니다. 이로써, 살인을 냄새 살짝 나는 홍어찜 정도로 여기는 사람들이 시골농부 옷을 입고 중세 기사인척하는 카우보이 문화가 생겨났습니다. 이를 재미있는 이야기 거리로 여긴 기자와 작가들은 서부의 카우보이 사건, 사고, 무용담들을 한 껏 흥미롭게 부풀려 사방에 뿌려대었고, 곧 싸움질에 많이 휘말리는 축산 영농 후계자들의 이야기가 화려한 총잡이 무용담으로 화하게 되었습니다.


(그냥 서 있기만 해도 악당 악당 악당 하는 소리가 사방으로 퍼지는 듯한 모습)

"오케이 목장의 결투"는 그렇게 보도된 실제 사건 중에서 매우 유명한 이야기 중 하나입니다. 사건이 유명하기에 우리에게도 말잇기 놀이에서 친숙해진 "툼스톤"이 결투의 마지막 배경이 되는 마을입니다. 사건인즉슨, 1881년 10월 26일 수요일 오후 3시경에 미국 아리조나 툼스톤에서 벌어진 총격전입니다. 불과 30초 정도의 시간 동안 벌어진 일이었지만 수십발의 총알이 전쟁터처럼 날아다니고 내로라한 총잡이들이 싸운 일이었기 때문에 큰 화제거리가 되었습니다.

1957년 영화 "오케이 목장의 결투"의 주인공은 두 명입니다. 한 사람은 성실하게 수십년 보안관으로 살아온 사람인데, 성실하고도 유능했음에도 불구하고 인생이 초라한 것에 약간 회의를 느끼고 있기도한 사람입니다. 다른 한 사람은 멀쩡한 집안에서 잘 살아서 그래저래 직업도 잘 얻었건만, 뭔가 멋있게 살아보려고 난리 치며 살기를 수십년, 이제는 서서히 늙어가는 마당에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양아치 떠돌이가 되어버린 사람입니다. 각각 버트 랭카스터와 커크 더글러스가 연기하고 있습니다. 두 사람은 둘 다 약간씩 자기 삶에 자포자기하고 있는데, 그렇기 때문에 우연히 서로 좀 친해지게 되고, 그러다보니 문제의 결투에 같이 휘말리게 되는 것입니다.


(묘비가 서 있는 툼스톤 읍내로 가는 입구)

"오케이 목장의 결투"는 결투 보다도 결투 이전에 펼쳐지면서 인물 분위기를 잡아주는 장면과 이를 통해 들어가는 인물 설정이 흥미롭습니다. 엄격함과 성실한 정의를 추구하는 무적의 보안관으로 끝까지 버티려하는 버트 랭카스터의 인물이 조금씩 그런 삶에 회의를 느끼는 모습은 성격에 입체감을 생기게 합니다. 이야기 갈등 구조나 버트 랭카스터의 폼잡기 연기는 그래도 워낙 깊은 바탕을 "정의로운 과묵한 사람"에 두고 있기에 이런 회의감이 살짝살짝만 드러납니다. 그것이 더 성격의 맛을 살리는 면이 있습니다.

더 흥미로운 인물은 커크 더글러스의 인물입니다. 우선 이 사람은 총격전이라는 카우보이 시대 고유의 특징을 십분 활용하는 역설을 품고 있습니다. 최고의 총잡이라서 무시무시한 파괴력을 갖고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총솜씨일뿐, 실제로 이 사람은 폐병 환자에 알콜 중독자일 뿐입니다. 병약하고 힘없는 인물일 뿐이라는 겁니다. 다만 사격 솜씨만은 좋아서, 이 얼빠진 듯 보이는 허수아비 인물이 강력한 공격력을 갖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구도는 "본 실력을 숨긴채 무시 당하는 무술 고수" 같은 전형적인 관객 속터지게 하기 갈등을 짜넣는데도 좋고, 그 자체의 역설적인 상황으로 다양한 장면을 만들어내거나 국면을 전환시키는데도 유용합니다. 총싸움이라는 것의 특징도 잘 잡아내고 있습니다.

인물 관계를 만들기에도 커크 더글러스의 인물이 재미있습니다. 이 인물은 쓰레기 같이 살아온 인생 때문에 친구도 아무도 없고, 가는 곳 마다 최악의 범죄자라며 손가락질 받고 심심하면 쫓겨나는 인물입니다. 그런데, 우연한 사연으로 가장 근엄한 보안관과 친구가 되게 되었다는 모순이 재미를 배가해 줍니다. 이런 이상하게 꼬인 성격과 행동이 자연스럽게 정착된 인물이기에, 이 인물과 가장 가까운 관계를 맺고 있는 여자 주인공과의 이야기도 은근히 진지한 현실주의 비극같은 면이 있습니다.


(커크 더글라스와 조 반 플릿)

그러나 아쉽게도 "오케이 목장의 결투"는 이런 인물을 막상 결투에 이르면 잘 활용하고 있지 못합니다. 문제의 결투는 영화의 대미를 장식하는 막판 한 판인데, 이 결투는 이야기 전체의 흐름이나 복선 관계와 연결되는 결투가 아닙니다. 그냥, 보안관에게 갑자기 닥친 또 다른 한 건의 싸움일 뿐입니다. 좀 크고 위험하게 싸운다는 차이일 뿐인 것입니다. 싸움의 방식에 있어서도 극적으로 의미가 있는 최후를 맞이하는 인물은 거의 없고, 주인공들도 두 명 다, 별달리 자기 개성과 어울리는 방식으로 싸움을 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흥미진진하고 재미있는 성격으로 이어온 주인공물들이 그냥 장총쏘는 악당1과 권총쏘는 악당2처럼 되어 건조하게 치고 박고 싸운다는 느낌만 들 뿐입니다.

특히 막판 싸움은 싸움 방식 자체도 서부 영화나 카우보이 총싸움의 느낌이 거의 없습니다. 다양한 지형지물을 이용해서 여러 사람 대 여러 사람이 싸우는 이 구도는 카우보이 총싸움이라기 보다는 2차대전의 특공대 작전을 영화로 구성한 듯 보입니다. 화면전환이나, 총소리는 무척 실감나게 잘 꾸려져 있어서 나름대로 싸우는 느낌은 충분히 잘 표현하고 있지만, 전통적인 카우보이 무용담의 흥이 잘 살아나는 편은 아닙니다. 이것은 정의로운 보안관과 떠돌이 도박사라는 두 주인공이 매우 전통적인 카우보이 무용담 인물이기 때문에 좀 아쉬운 부분입니다. 이 막판 결전보다는 중간에 나오는 샹하이 어쩌고 하는 패거리와 싸우는 부분이 훨씬 재미있습니다.


(두 주인공)

아름답게 서남부의 드넓은 자연을 비추는 탁트인 구도와 좋은 세트를 잘 갖춘 진짜 서부 시대 같은 치장은 풍성합니다. 그러나 반면에 그러한 장면에 어울리는 음악이 부족한 면도 있습니다.

물론 "오케이 목장의 결투"의 유명한 주제곡은 처음부터 바로 곡조가 귀에 남습니다. 그러나, 상당히 토속적인 데가 있는 이 주제곡이 전형적인 당시 헐리우드 영화의 오케스트라 배경음악 방식으로 브로드웨이 풍의 편곡으로 변주되고 있는 것이 이상합니다. 이런 소박하고 단순한 절제가 살아 있는 아메리카 풍의 음악을 거창한 오케스트라 극 음악으로 탈바꿈 시키는 것은 좀 어울리지 않아서 음악이 가끔 난잡하게 들릴 때가 있습니다. 이런 변주는 조르주 비제쯤 되면 "카르멘"처럼 화려하게 승화시킬 수 있겠습니다만, 적어도 "오케이 목장의 결투"에서는 부족한 면도 자주 느껴집니다. 인생의 꼬인 회한을 담고 있는 영화 내용에 비해 노래 가사가 너무 "멸공의 횃불" 같은 군가스럽다는 점도 아쉽습니다.

커크 더글러스는 몇몇 장면에서는 양식화된 "감정을 추스리지 못해 부들부들 떨기"를 연기하는 단조로운 부분도 있긴 합니다. 하지만, 매서운 인상과 뾰족한 턱이 마치 면도날처럼 날카로운 커크 더글러스를 그런 강한 외모 대신에 적당히 허약해 보이는 인물로 꾸민 것이 효과가 좋습니다. 커크 더글러스만이 해낼 수 있는 강한 느낌은 줄었지만, 그 모습이 그래도 남아서 그의 침착한 연기와 어울리게 됩니다. 그래서, 전형적인 커크 더글러스식 반항아 인물을 넘어서서 좀 더 실체감있는 인생 복잡해서 머리 아픈 사람처럼 보입니다.

그에 비해 버트 랭카스터는 주인공으로서 우직하게 낮은 목소리로 근엄한 연기를 하는 부분은 뛰어나지만 그 외에는 커크 더글러스 보다는 부족합니다. 옛 영화식 연기가 단조로운 부분도 많고, 막판의 힘없이 총 떨어뜨리기 연기는 어찌보면 썰렁할 정도 입니다. 여기에는 상대 배역에도 원인이 있습니다. 커크 더글러스의 상대역 여자 주인공이 복잡한 애환과 어쩔 수 없는 갈등속에서 허우적 거리는 인물인 반면에, 버트 랭카스터의 상대역 여자 배우는 "어디선가 나타난 매우 매력적인 사람"으로 끝일 뿐입니다. 두 여자 배우에 대해서는 중간까지의 역할과 설정은 전자 쪽이 훨씬 깊으면서, 정작 막판에 그럴듯한 파국이나 여운을 남기는 인물은 후자 쪽이라는 어긋난 점이 이야기 전개를 약하게 하는 면도 있습니다.


(론다 플레밍과 버트 랭카스터)

"오케이 목장의 결투"에 대해서 굳이 "오케이 목장의 결투" 사건을 다루지 않고 그냥 상상으로 계속 이야기를 만들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두 주인공들에게 더욱 거창한 사연과 파국적인 결말, 인상적인 총격전을 펼치게 할 수 있지 않겠냐는 생각이 듭니다. 아닌게 아니라 역시 커크 더글러스가 출연한 "최후의 석양 The Last Sunset" 같은 영화는 "오케이 목장의 결투"와 비슷한 두 주인공으로 꽤 인상적인 파국을 그려낸 바 있습니다. 오랜 세월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왔지만 아무 친구도 없는 외로운 두 사람이 서로에 대해 의리로 묶이는 모습은, 거의 택시기사 적룡과 절뚝거리는 주윤발 스러운지라, 이 영화를 넘어선 다른 이야기들을 더 상상해 보게 됩니다.


(실제 보안관 와이어트 어프와 의사 할리데이 선생의 사진)

그 밖에...

툼스톤 결투는 워낙 인기를 끈 사건인 탓에, 여러번 영화화 되었습니다. 유명한 것만 꼽아봐도, 1946년작 "황야의 결투 My Darling Clementine", 1957년작인 이 영화, 1971년작 "의사선생 Doc", 1993년작인 "툼스톤 Tombstone", 1994년작인 "와이어트 어프 Wyatt Earp" 등등이 있습니다. 차례대로, 존 포드, 존 스터르지스, 프랭크 페리, 조지 P. 코스마토스, 로렌스 카스단이 감독을 맡았습니다.

각각의 영화에서 보안관 와이어트 어프역할은, 헨리 폰다, 버트 랭카스터, 해리스 유린, 커트 러셀, 케빈 코스트너가 맡았고, 병든 의사 총잡이 할리데이 선생역은, 빅터 머추어, 커크 더글러스, 스테이시 키치, 발 킬머, 데니스 쿼이드가 맡았습니다. "황야의 결투"가 고전으로 명망이 높고, 최근작 중에는 커트 러셀, 발 킬머, 마이클 빈이 어울어진 "툼스톤"이 비교적 재미난 편이라는 평이 돕니다. 이 사건은 "스타트렉" 오리지널 시리즈 등에서 등장하기도 합니다.

존 스터르지스 감독이 그대로 감독을 맡아서 와이어트 어프와 할리데이 선생의 이야기를 다룬 다른 영화가 1967년에 나오기도 했습니다. "Hour of the Gun"이라는 영화인데, 우리나라에서는 보통 "오케이 목장의 결투 2편"으로 불리웁니다.

영화 중간에 서부의 유명한 총잡이인 "조니 링고"를 고용해서 세력이 강해졌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조니 링고는 실존한 전설적인 총잡이인데, 링고 어쩌고 하는 이름이 널리 퍼진 까닭에 여러 서부영화에서 이름을 따서 사용하게 됩니다. 1960년대가 막 시작되던 무렵 클럽에서 드럼치던 리처드 스타키라는 영국 사람은 반지 ring 를 끼고 다니는 버릇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마침 이 "링고"라는 이름이 생각나서 예명을 링고 스타로 짓게 되었습니다. 바로 비틀즈의 일원이 된 그 사람입니다.


덧글

  • noname^^ 2008/09/28 20:08 # 삭제 답글

    오오 그렇군요. 영화도 재밌게 봤는데
  • 와와 2009/04/28 13:00 # 삭제 답글

    ㄹㄹ
  • 와와 2009/04/28 13:00 # 삭제 답글

    위에;;오타가;; 잘 받아갈게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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