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이지 보이 경기장 대소동 Les Fous Du Stade 영화

1970년대초. 프랑스에서 네 명의 젊은이들이 뭉쳐 연예인 팀이 생겼습니다. 비틀즈의 후예나 몽키스의 동생들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고, 동방신기나 SS501의 선배뻘로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요즘 한국 연예인들은 가수로 활동하다가 갑자기 무서운 인상쓰며 분위기 잡는 백만장자 역할 같은 것을 맡는 듯 합니다만, 이 70년대 프랑스 4인조는 가수 활동과 함께 자빠지고 넘어지는 코메디에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이들이 바로, 프랑스에서는 흔히 찰리 채플린을 일컫는 말과 단어가 같은 "광대"라는 뜻의 "샤를로 Les Charlots"들이었습니다. 이 사람들이 만든 코메디물은 세계적으로도 꽤 알려져 영국, 일본, 한국등지에는 "크레이지 보이" 시리즈로 소개 되었습니다.


(크레이지 보이 경기장 대소동 Les Fous Du Stade 프랑스판 포스터)


(일본판 "크레이지 보이 금메달 대작전 クレイジー・ボーイ金メダル大作戦")

"크레이지 보이 - 경기장 대소동"은 보통 두 번째 "크레이지 보이" 시리즈로 칩니다만, 사실 "크레이지 보이" 시리즈가 자리잡은 거의 처음 영화입니다. 서로 뭉쳐서 떠돌아 다니는 네 명의 낙천적이고 유쾌한 주인공들이 있고, 이 사람들이 어떤 장소나 소동에 휘말려 어림없는 일들을 벌이고 다니는 것이 이 영화 시리즈의 내용입니다. 똑같은 배우들이 주인공이 되어 10년가까운 시간동안 코메디 시리즈를 만들었고, 가볍고 심심한 웃음으로 영화 전체를 줄기차게 때우고 있습니다. 나름대로 줄거리에 기승전결은 있고 막판에 큰 난리로 영화가 끝을 맺는 파국이 있습니다만, 줄거리를 따라가는 것이 중심인 영화는 아닙니다. 이런 점들을 보면, "크레이지 보이" 시리즈는 영국의 "계속하여 Carry On" 시리즈와 닮은 면도 있습니다.


(가볍기 그지 없는 코메디)

"크레이지 보이 - 경기장 대소동"이 "계속하여" 시리즈와 결정적으로 다른 부분은 바로 코메디의 형식입니다. 영화 내용 전체를 한 컷 만화에서 주로 사용하는 웃음으로 메우고 있는 것입니다. 특이한 상황, 역설적이거나 불가능한 장면이 태연하게 나오는 것 등등으로, 특별한 동작이나 대사 없이 그냥 상황을 보여 주는 것만으로 웃길 장면들을 쌓아 놓고 있습니다. 그래서 "크레이지 보이 - 경기장 대소동"은 거의 대사가 필요 없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무성영화 시절의 찰리 채플린 코메디 보다 더 희화적이고, 회화적인 데가 있습니다.

이런 코메디 방식은 늙수레한 배우들이 뚜렷한 성격을 갖고 이야기를 펼치는 "계속하여" 시리즈와 대조적입니다. 선정적인 장면을 많이 사용하는 것은 둘 다 같지만, "계속하여" 시리즈에는 여자 조연이건 남자 단역이건 간에 대부분 짤막하나마 사연과 성격이 있습니다. 하지만 "크레이지 보이" 시리즈의 가벼운 코메디 속에서는 그냥 잘 생긴 사람, 못 생긴 사람의 겉모습으로서, 다만 볼거리로서 인물들이 활용될 뿐입니다.


(마을 아가씨)

심지어 이 영화는 주인공 배우들까지 바지 색깔을 빼면 네 사람이 정말 다 비슷비슷하게 생긴 프랑스 젊은이들일 뿐입니다. 익숙해지기 전에는 누가 누군지 구별도 잘 안될 정도라는 점은 정말로 요즘 일본과 한국의 가수 팀들과 닮아 있습니다. 그래서 이 프랑스 코메디언들은 이 영화에서 선명한 성격을 보여주지도 않고, 독특한 언변, 대사, 표정연기는 거의 하지 않습니다. 그냥 한 명의 사람으로서 갖가지 이상한 상황들에 줄줄이 등장하고 나타나는 것입니다.


(터무니 없는 설거지 방법)

"크레이지 보이 - 경기장 대소동"은 마을 축제를 열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프랑스 마을에 떠돌아다니던 우리의 크레이지 보이들이 나타나면서 시작합니다. 이들은 마을 축제 준비를 도와주는 일에 참여하고 그러면서 마을 아가씨들과 눈이 맞습니다. 마을 축제가 진행되면서 주인공들은 스포츠로 인기 많은 경쟁자들을 이기고 사랑을 얻기 위해 스포츠에 뛰어들어 보기로 합니다. 후반부에 주인공들은 국제 대회가 벌어지고 있는 경기장에 등장해서 어떻게 유명해져 보려고 이래저래 일을 저지르고 다니고, 대회를 망치고 웃긴 상황을 만들어 갑니다.


(주인공들 경기장에 등장)

음악은 70년대풍의 경쾌한 네 박자 곡들이 즐겁습니다. 그러나, 개성이 있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절묘하게 맞춰서 사용되는 장면은 없고, 대신에, 조용한 장면에 배경음악으로 잔잔하게 분위기를 잡으며 길게 깔려 있습니다. 나쁘지 않은 음악인데도 불구하고 후반부에는 음악자체가 거의 사용되지 않고 있다는 점은 좀 아깝습니다. 화면을 보자면, 온갖 곳을 헤집고 다니는 주인공들을 따라다니며 속도감있고 즐겁게 비추고 있는 부분도 있습니다. 특히 "이쪽 방향으로 가면 됩니다"라는 설명에, 산이 나오건 강이 나오건 남의 집이 나오건 무조건 그 방향으로 똑바로 돌파해가기만 하는 주인공들을 잡는 장면은 연출과 웃음이 좋은 조화를 이룹니다. 그러나, 장면 전환을 잘 하지 못해서 불필요하게 확대 화면과 축소 화면을 남발하기도 하고, 이야기 전달 흐름과 음악이 뚝뚝 끊기는 허둥대는 부분도 있습니다.

다행히도, "크레이지 보이" 시리즈 답게, 각 상황상황은 꽤 웃긴 것도 있고, 어처구니 없는 내용들이 워낙 줄기차게 이어지기 때문에 전체적인 이야기 흐름은 대강 재미있는 편입니다. 투박한 촬영은 이런 상황과 동작 중심의 화면을 마치 버스터 키튼과 찰리 채플린 시절처럼 보이게 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특히 유쾌한 네 젊은이가 프랑스의 지방 마을에 나타나 웃긴 방법으로 뚝딱뚝딱 일을 해치우는 초반부는 속도감도 있고, "마을"이라는 지역적인 공간감이 충분히 활용되어서 흡인력도 있습니다.


(주인공들의 등장)

"경기장 대소동" 이후 계속 이어진 "크레이지 보이" 시리즈는 한국 TV코메디와 빨리 만드는 코메디 영화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남기남 감독이 후다닥 한편 찍고 치우는 코메디 영화 중에는 "크레이지 보이" 시리즈와 같은 형식으로 만들어 낸 것들이 꽤 있습니다.


그 밖에...

감독을 맡은 클로드 지디는 "마이 뉴 파트너" 최근의 "아스테릭스" 영화판으로도 친숙한 사람입니다.

한국판 제목이 "크레이지 보이" 시리즈 입니다만, 막나가게 미친 사람들 이야기는 결코 아닙니다. 벌어지는 상황이나 보여지는 장면이 비현실적인 것들이 많아서 그렇지, - 예를 들면 갑자기 석상이 벽을 피하기 위해 고개를 숙인다든지 - 주인공들 사람 성격 자체는 "조폭 마누라"나 "두사부일체" 주인공들보다 훨씬 온건하고 정상적입니다.

덧글

  • 이모씨 2007/02/23 12:58 # 삭제 답글

    저기 저희 엄마가 이 영화 보고싶으시다던데 구해주실 방법이 없을까요???
  • 게렉터 2007/02/24 16:08 # 답글

    이모씨/ 유럽과 미국에 DVD가 많이 퍼져있습니다. 그런만큼, 외국의 웹사이트와 인터넷을 뒤지면 여러가지 경로를 발견하실 수 있으실 겁니다.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