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영화 10선 영화

크리스마스에 보기 좋은 영화 열 편을 꼽아 봤습니다. 순위가 있긴 한 데, 그다지 신경써서 배열한 것은 아니니 순위에는 크게 신경쓰지 않으셔도 좋겠습니다.

10편을 선정하는 기준에는 한국에서 쉽게 구하기 어려운 영화들은 일단 배제하고, 지나치게 어두운 영화들도 뺐습니다. "It's Wonderful Life"나 "White Christmas" 같은 고전들은 한번쯤 언급해 볼만하지만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찰리 브라운의 크리스마스 에피소드 중에도 무척 볼만한 것들이 있지만 이 역시 구하기 어려운 편입니다. 한편, 공포물인 "Tales from the Crypt" 시리즈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시즌1의 크리스마스 에피소드를 어느 크리스마스 이야기보다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일반적인 "크리스마스 영화"라는 기준과 상당히 어긋난다 싶어 배제했습니다.

딱 10편만 채워 넣었습니다. 하지만, 이외에도 80년대와 90년대초를 장식한 빌 머레이 주연의 "Scrooged"나 이와 비슷한 "크리스마스 캐롤", "It's A Wonderful Life"의 계보를 잇는 "많은 크리스마스에 환상을 보는 이야기"들을 덧붙일만하겠습니다.


10. 나홀로 집에 2

(신문에 주목, 광고문구에도 주목)
"나홀로 집에 2"는 맥컬리 컬킨이 연기한 주인공이 뉴욕을 홀로 헤메며 크리스마스를 보내게 된다는 이야기 입니다. 물론 막판에는 집에서 함정을 이용해서 악당들을 잡아 족치기도 합니다. 이 함정 액션이 나머지 이야기와 동떨어져 있는 문제가 있는데다가, 센트럴 파크의 비둘기 할머니는 도시의 현실을 이용하는 이야기치고 너무나 컨테키 옛집의 시골 아주머니처럼 되어 있어서 좀 심하게 작위적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크리스마스 무렵 겨울 도시를 촬영해 보여주는 수법들은 어느 영화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습니다. 영화에서 잘 다루지 않는 뉴욕의 수산시장 부분을 재미있게 담고 있기도 하고, 빌딩들과 장난감 가계들, 호델과 상점들을 좋은 각도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록펠러 센터 앞의 크리스마스 트리를 잡아 보여주는 장면은 실제로 크리스마스에 뉴욕에 거기 가서 보는 것보다 더 멋지게 담겨 있는 뛰어난 부분입니다. 빠른 이야기 전개에 담겨있는 다양한 액션과 농담들도 이야기를 즐기기 흥겹습니다.


9. 8월의 크리스마스

(8월과 크리스마스 사이)
조용한 중소도시의 사진기사가 주차단속요원과 사랑에 빠지는데, 그렇게 재치있지도 열정적이지도 않고, 조용하고 잔잔하지만, 무척 정겹게 몇 달간을 보내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크리스마스 이야기라고 하기에는 "8월" 부분이 훨씬 길고 강하고 재미있는데다가, 전체적으로 이야기가 너무 가라앉아 있는 면도 있습니다. 하지만 헐리우드 영화와 차별화된 시장에 집중해서 영화를 만들었으면서도, 대중적인 성공을 노리는 돈과 일류 배우들을 집어 넣어 만든 영화입니다. 그래서 몇 년 전 아시아 영화 영화제에서 개성적으로 관찰 할 수 있는 독특한 멋이 잘 살아 있고, 상업적으로 따져봐도 무척 재미있습습니다.

영화 내용은 크리스마스 이야기에 집중하고 있지는 않지만, OST에 담긴 "일기예보"의 "Happy Christmas"는 정석대로 제작된 크리스마스 노래입니다. 엄청난 독창성은 없을지라도, 제작, 연주, 가사, 곡조 모두 최고 수준입니다.


8. 프렌즈: 710. The One With The Holiday Armadillo

(이 정도만해도 뭐가 그리 웃기겠습니까.)
유태인으로서 문화적인 전통을 알려주기 위해 로스가 아들인 벤에게 하누카에 대해 이야기해주려고 노력한다는 에피소드입니다. 로스를 연기한 데이빗 쉬머의 독특한 슬랩스틱 코메디 실력을 확실하게 과시하고 있으며, 로스-챈들러-조이 세 사람의 우정과 개성도 매우 멋지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데이빗 쉬머의 슬랩스틱 코메디 실력이 드러나는 크리스마스 에피소드로는 610. The One with The Routine 도 만만치 않으며, 910. The One with the Christmas in Tulsa 는 프렌즈의 크리스마스 에피소드를 짜집기해서 보여주는 이야기로 역시 볼만합니다.


7. 러브 액추얼리

(전혀 이런 분위기의 영화는 아닙니다만.)
영국의 뛰어난 배우들이 한꺼번에 나와서 각자 크리스마스에 얽힌 고민과 사연을 보여줍니다. 서로 다른 사람들의 서로 다른 이야기로 펼쳐지던 이야기가 마지막에는 서로 서로 엮인 하나의 이야기가 되는데, 그 부드럽게 연결되는 구성과 그런 연결이 내용을 돋구는 형식은 "1941" 과 맞먹는 수준입니다. 도시에서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 수많은 사연들이 있으며 이런 사연들이 서로 영향을 미치며 또다른 사연을 만든다는 지극히 인간적인 정경을 잘 포착해 내고 있습니다.

아쉬운 점은 약간씩 현실적인 고민거리를 담아 시작했던 이야기가 진지한 호기심을 환기하는데, 막상 이야기가 흘러가면 갈 수록, "크리스마스라서 다 해결된다"는 지나친 낭만주의로 펼쳐져서 재료가 잘 살아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이때문에 어머니와 아내를 잃은 부자의 이야기는 성격이 분명한 시작에 비해서 결말은 지나치게 도식적이며, 반대로 애초부터 좀 막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였던 퇴물 록큰롤 가수의 이야기는 나름대로 힘을 유지하는 면이 있습니다.

아주 짧게 언급되긴 하지만, 링고 스타 팬이 좋아할 수 있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6. 러브 어페어 (1994)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거의 모든 줄거리상의 재미거리는 50년대에 캐리 그란트와 데보라 커가 찍은 "An Affair To Remeber"에서 가져 왔습니다. 때문에 "시애틀의 잠못 이루는 밤"이 이 영화를 많이 들먹이다가 대성공을 거둔 것에 딸려져서 만들어진 아류작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워렌 비티는 캐리 그란트를 따라하는 부분은 옛 영화의 연기와 비견해 보면 어림없고 나름대로 독자노선을 걷는 부분은 조금씩 엇박자가 생깁니다.

대신에 이 영화에는 50년대에 비해서 훨씬 더 막강해진 야외 촬영 기술이 멋진 분위기를 만들어 냅니다. 태평양의 섬들과 뉴욕의 빌딩들은 "그림 같이" 잡혀 있고, 계절적인 특징을 살려내는데도 괴력을 발휘합니다. 피어스 브로스넌은 이런 현대적인 분위기에 맞춰서 이름값에 비해 작은 역할이지만 아주 훌륭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음악 역시 50년대 영화를 가볍게 능가합니다. "An Affair To Remeber"의 음악은 당시 유행하던 뮤지컬 분위기를 따라하는 수준이었지만, 이 영화의 엔니오 모리코네 배경음악은 영화 자체보다 더 출중합니다. "시네마 천국" 때를 뛰어 넘는다고 말하기에는 약간 부족한 듯 하고, 세르지오 레오네 영화에 쓰였던 것과 같은 독창성을 보여주는 음악은 아닙니다. 하지만, 감상적인 느낌과 사람 목소리를 비롯한 악기들의 색깔을 같은 곡조속에서 잘 보여주는 소리는 무척 좋습니다.

이 영화 한 편 덕분에 뜬금없이 한국에서는 캐롤로 쓰이게 되어 버린 비틀즈의 "I Will"도 빼 놓을 수 없습니다. 그냥 듣기 나쁘지 않은 비틀즈 노래 한 곡이 이 영화에서 무척 가치있게 사용되었습니다. 어린이들이 부르는 버전이 매우 유명합니다만, 배 안에서 여자 주인공이 짧게 부를 때도 무척 듣기 좋습니다. 이 영화를 보고 "이 노래가 이랬던가"하면서 "I Will"을 다시 찾아 들은 사람도 많을 겁니다.

1932년, 1939년판 동명 영화의 리메이크로 기록된 한국 웹사이트가 몇군데 있는데, 1932년 영화는 별 상관없는 영화로 알고 있습니다. 1939년판, 1957년판의 리메이크입니다.


5. 세렌디피티

(포스터는 좀 답답합니다.)
"세렌디피티"는 어느날 갑자기 만나 첫눈에 반한 두 사람이 너무 급작스런 감정 변화에 당황한 나머지, 동전 던기지, 제비 뽑기, 사다리 타기 우연에 모든 걸 맡겨 보자고 밀어 붙이는 이야기 입니다. "러브 액추얼리"가 현실적으로 출발해서 낭만적으로 끝을 맺는다면, 처음부터 끝까지 그냥 계속 낭만적이기만 한 이야기가 "세렌디피티" 입니다.

이야기의 초점은 확실하고 연출은 똑똑합니니다. 여자 주인공 케이트 베킨세일은 돈 값을 하고, 남자 주인공 존 큐삭은 돈 값의 서너배는 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 영화의 또다른 재미거리는 PPL입니다. "루루 공주"처럼 간접광고가 영화를 방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007 영화들처럼 간접광고 때문에 영화가 더 재미있어지는 효과를 보여줍니다. 이 영화는 백화점, 호텔, 가방에서부터 소설, 영화까지 간접광고를 써먹는데, 특히 "콜레라 시대의 사랑"이 순간적으로 판매량이 늘어 나는데 이 영화의 위력이 상당했습니다.


4. 시애틀의 잠못 이루는 밤

(바람은 왜 두 사람 사이에 맞바람으로 하필 부는지.)
시애틀에 사는 한 어린이가 홀아비 아버지를 새장가 들게 해 달라는 것이 소원이라는 이야기를 라디오에서 합니다. 덕분에 뉴욕에 사는 여자 주인공까지 여기에 말려 듭니다. "시애틀의 잠못 이루는 밤"은 50년대에 나온 "An Affair To Remeber"의 재미거리들을 인용하고 뽑아내면서 재미있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결혼을 앞둔 여자 주인공의 불안한 마음과 혼자 아들을 키우는 아버지의 심정은 꽤 진지하게 잡혀서 다소 허황될 수 있는 이야기 분위기에 균형을 잡아 줍니다.

멕 라이언이 로맨틱 코메디의 여왕으로 군림하던 바로 그 때 솟아난 영화로, 음악도 좋고, 촬영도 좋고,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도 좋습니다. 여기에 아역과 조연들도 좋은 연기를 보여줍니다. 아마 이 영화가 없었다면, "러브 어페어" 같은 영화는 나오기도 어려웠을 것입니다. "접속"의 원조나 아류가 되는 많은 아시아의 연애 영화들도 영향을 받은 바가 큽니다.


3. 아파트 열쇠를 빌려드립니다. (The Apartment)

(조용히 하고 카드나 돌려요.)
거대한 회사의 사소한 회사원인 주인공은 삭막한 도시의 작은 아파트에서 외롭게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이 사람은 회사 중역들에게 비위를 맞추기 위해 이 사람들의 요청에 따라 불륜용 아파트로 자기 집을 빌려주는데, 덕분에 여러가지 오해가 생기고 여러 사람을 만나게 됩니다. 결국 사건은 크리스마스와 연말 분위기로 흘러가면서 점점 달아오르게 됩니다.

잭 레몬이 코메디 연기의 바탕위에서 진지한 연기를 보여주는 영화들 중에 거의 정점에 서 있다고 할만한 걸작입니다. 여자 주인공 셜리 맥레인이 가장 아름답게 나온 영화이기도 하며, 현대적인 도시화가 완성된 1950년대말 대도시 생활의 단면을 잘 잡아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잭 레몬이 퇴근한 뒤 저녁을 덥혀 먹고 TV를 보다 자는 장면들은 지금보면 어떤 역사적인 가치를 느끼게 하는 면까지 있습니다.

사람의 진지한 외로움과 막연한 절망감, 수치심과 배반감이 절절히 표현되어 있으면서도 시종일관 영화가 밝고 명랑하며 웃음이 넘친다는 점도 멋진 점입니다. 빌리 와일더는 "선셋 대로"와 "아파트 열쇠를 빌려드립니다"에서 10년의 세월을 두고 각본과 감독을 둘 다 맡았는데, 둘을 연이어 보면 대체 인간 능력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 입니다.


2. 다이 하드

(구르고 뛰고 매달리고)
크리스마스 이브. 어느 초고층 빌딩에서 빌딩을 봉쇄하고 거대한 인질극이 벌어집니다. 어쩌다 잘못 걸린 우리의 주인공 존 맥클레인 형사는 혼자 빌딩 구석을 숨어서 싸돌아다니며 어찌된 영문인지 헤메고, 그러는 과정에서 이 긴 밤동안 악당들과 대혈전을 벌입니다.

"다이 하드"는 "터미네이터 2"가 컴퓨터 그래픽을 도입해서 액션 영화의 환상적인 표현 수법을 개척하고, "스피드"가 이야기 전개 방식을 뒤흔들어 놓을 때까지, 더 이상 손 댈 수 없는 액션 블록 버스터의 완성으로 경배 받았습니다. 도시 기계 문명의 초고층 빌딩과 원시적이고 끈쩍거리는 육박전의 무대가 서로 대조되는 듯 기묘하게 어울리고, 그럴싸한 악당 두목에 살벌한 광경이지만 또한 농담들이 그치지 않는 휘황찬란함을 자랑합니다.

"다이 하드"의 단순한 아류작인 "이연결의 탈출"이나 "언더시즈" 조차 꽤 재미있을 정도의 가치를 자랑합니다. 이 영화에 대해서는 언제가 한 번쯤 다시 한 번 제대로 이야기할 기회가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1. 나홀로 집에

(그만좀 틀어라......지만 보면 또 재미있는 걸 어떡하겠습니까...)
크리스마스 휴가철을 맞아 온가족이 휴가 여행을 떠납니다. 그런데, 막내둥이 어린이 한 명이 우연히 남겨졌고, 이 어린이는 잠시지만 혼자 가장 노릇을 하게 됩니다. 동네를 싸돌아다니는 도둑2인조가 이 집을 노리고, 어린이가 도둑떼와 맞서 싸우는 것이 이야기의 절정이 됩니다.

"나홀로 집에" 1편은 도둑과 대결하는 부분만큼이나 그 이전 상황에 큰 비중을 싣고 있는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크리스마스 영화의 대명사로 정말 많이들 틀어 준 영화이지만, 과연 그렇게 될만한 가치를 갖고 있는 영화입니다. 이야기는 재빠르고 신나고 자잘한 긴장감이 많으면서 크리스마스 영화에서 기대할만한 가치들을 골고루 갖고 있습니다. 멍청함이 극에 달한 악당들조차 나름대로 정이 갈만큼 재미있는 성격을 부여받은 입체감을 자랑하고 있기도 합니다. 주인공이 칫솔 도둑이 되는 부분 같은 곳들을 보면, 연기와 각본의 도움을 받아 걸출한 연출력을 자랑하는 정교한 부분도 적지 않습니다.

너무 많이 봐서 지겹다는 생각이 들지만 내용이 잘 기억나지 않거든 언제 다시 봐도 재미있을 만한 영화입니다. 혹, 내용이 다 "외워" 지셨거들랑, 이번에는 차이코프스키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음악에 집중해서 영화를 보시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음악마저 눈감고도 피아노로 연주하실 경지에 이르셨다면, 영화속 집, 자동차, 교회, 가족 역할 분담에 담겨 있는 이 무렵 미국의 부유한 중산층의 보수적인 이상을 관찰해 보시기 바랍니다. 거의 인류학적인 재미를 느끼실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핑백

덧글

  • 2006/12/22 17:37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미디어몹 2006/12/22 17:43 # 삭제 답글

    곽재식 회원님의 상기 포스트가 미디어몹 헤드라인에 등록되었습니다.
  • 시에 2006/12/24 14:38 # 답글

    나홀로집에는 지겨워도 보면 또 재밌죠 /ㅅ/
  • 게렉터 2006/12/25 20:20 # 답글

    한국영화에서도 명절 영화로 그 정도 되는 영화만이라도 나와 주면 좋겠다 싶습니다.
  • 잠본이 2009/03/13 23:24 # 답글

    찰리 브라운 크리스마스편이 마침 dvd로 나와서 감상을 했는데 참고로 트랙백을 보내드리겠습니다. =]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