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 돌프 (히맨 영화판, 마스타 돌프, Masters of the Universe) 영화

세계적인 인기로 사상 최강의 시트콤으로 칭송받곤 했던 "프렌즈"는 시작할 때만해도 거의 무명에 가까운 여섯명의 배우를 주연으로 삼고 있었습니다. 그나마 그중에 10대 역할로 배우 활동을 해온 덕에 가장 많이 얼굴을 알린 사람이 아마 모니카 겔러를 연기한 커트니 콕스일 것입니다. 커트니 콕스의 얼굴은 우리나라에도 한 편의 영화로 일찌감치 소개되었는데, 바로 "히맨" 만화 시리즈의 영화판인, "마스터 돌프 Masters Of The Universe" 입니다.


("마스터 돌프"의 커트니 콕스)

"히맨" 만화 시리즈는 애초에 장난감으로 출발했습니다. 장난감 회사에서 "코난" 시리즈에 영향을 받은 우락부락한 칼든 전사 장난감과 그 친구들을 장난감으로 발매하면서, 이들의 배경 이야기와 설정집을 작은 만화로 펴냈습니다. 다양한 장난감을 선보이기 위해서 배경은 지구의 고대가 아닌 머나먼 외계 행성으로 잡았습니다. 아마 그냥 "코난"시리즈처럼 했으면 단순한 사람모양 장난감밖에 만들지 못했을 겁니다만, 이렇게 이야기 자체를 검과 외계 행성 이야기로 잡아서 만들기 쉽고 팔기 쉬운 다양한 장난감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검을 든 전사, 기이한 마법사들과 함께 우주복을 입은 요원, 광선총을 든 병사, 독특한 전차와 우주선들이 함께 활약하는 이야기가 만들어 졌고, 각각에 해당하는 장난감이 발매되었습니다.

곧 이 이야기는 DC코믹스와 마블코믹스를 통해 좀 더 두터운 만화가 되었고, 마침내 80년대 중반무렵에 TV애니메이션 시리즈로 만들어지게 되었습니다. 매회 끝날 때 마다 히맨이 오늘의 교훈을 전해 주는 건전한 어린이 시리즈 형식이었습니다. 위키파디아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미국 어린이 TV애니메이션의 기준으로보면 무시무시한 괴물들이 나오고, 이들과 칼들고 총쏘고 주먹질하며 싸우는 시리즈라서 상당한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고 합니다. 이것은 이미 70년대에 "독수리5형제"로 꽤 어두운 분위기의 SF활극을 정착시키고, 80년대에는 전쟁, 테러, 학살을 소재로 삼은 건담 시리즈를 유행시켰던 일본 TV애니메이션과는 상당히 양상이 달라보입니다.


(히맨의 명대사: "힘이여 솟아라, 그레이 스컬! By the power of Grayskull, I have the power!")

1987년 마침내, "히맨"은 영화로 제작 됩니다. "007 뷰 투 어 킬"에서 눈에 잘 뜨이지도 않는 악당 보디가드를 맡았고, "록키 IV"에서 눈에 무척 잘 뜨이는 소련 권투 선수를 맡은 돌프 룬드그렌을 "히맨"으로 섭외했습니다. 스웨덴 태생의 킥복싱 선수이자, 화공학 석사 출신인 돌프 룬드그렌은 한 때 우리나라에서 장 끌로드 반담과 쌍벽을 이룰정도로 일각의 순간적인 관심을 받기도 했습니다. 아닌게 아니라 "마스터 돌프"의 속편 시나리오는 변형되어서 장 끌로드 반담이 나오는 "사이보그"의 시나리오가 되기도 했다고 합니다. 이 "히맨" 영화는 바로 이 돌프 룬드그렌이 처음으로 액션 영화에서 중심을 맡아 설친 영화여서, 우리나라에서는 "마스'타' 돌프"라는 이름으로 소개되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마스터 돌프"의 내용을 보면, 이 "돌프"의 비중이 별로 크지 않습니다. 물론 마지막 일격을 강하는 것은 무적의 용사 "히맨"입니다만, 영화 전체에서는 히맨도 틸라나 완전 군장 대원, 발명가 난장이 등등과 하는 일에 큰 차이가 없습니다. 히맨도 별로 대단할 것 없는 비중으로 활약하는 저항세력의 용사 한 명일 뿐입니다. 이 영화에서는 한 명 혼자 부각되는 주인고 없이 개성이 뚜렷한 인물들에게 저마다의 특징을 발휘할 수 있도록 내용을 잘게 잘라 분배시켰습니다. 이것은 전체적으로 보면 좋은 결과가 되었습니다.


(저항세력 3인조)

"마스터 돌프"의 구체적인 이야기를 살펴 보면 이렇습니다. 착한 저항 세력은 마왕에게서 착한 마법사를 구출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마왕의 군대를 습격하다가 우연히 발명가 난장이가 만든 공간 이동 장치를 발견하게 됩니다. 실랑이를 벌이던 가운데 저항 세력은 도망치기 위해 긴급히 공간 이동 장치를 작동시키고, 이들은 우리에게 매우 익숙한 "원시적이고 무미건조한 행성"으로 공간 이동하게 됩니다. 공간 이동 장치를 찾아 마왕도 추적대를 보내고, 이 행성의 원주민인 커트니 콕스 일당과 힘을 합쳐 마왕의 추적대를 이기는 모험을 벌인다는 것이 영화의 나머지 내용입니다.

액션 장면 중에 어느것 하나도 힘있는 것이 없고, 악당들은 일장연설을 늘어 놓는 제임스 본드 악당들과 계모임을 할만큼 바보스러운 짓을 많이 합니다. 그렇지만, "마스터 돌프"는 처음부터 끝까지 다양한 재미있고 이상하게 생긴 괴물들과 이상한 기계들이 계속 등장하고 있기 때문에 적당히 재미를 끌어 줍니다. 마왕 군단의 장비들이 "스타워즈" 시리즈를 꽤 빼닮은 것이나 음악과 처음 시작 장면의 자막이 "슈퍼맨" 시리즈를 빼닮은 것처럼 다른 영화의 재미거리들을 모방해서 끼워넣은 부분들도 흥미를 돋구는 효과는 충분합니다.


(castlegrayskull.org 에서 가져온 히맨의 TV애니메이션판 모습)


(돌프 룬드그렌이 연기한 히맨)

이런 괴물과 인물들의 모양 설정과 이야기 형식은 일정한 통일성을 갖고 있어서 모양에 다양함과 일관성을 동시에 줍니다. "마스터 돌프"는 프로그레시브 록과 글램 록의 영향을 받은 다양한 록 밴드들의 분위기를 근간으로 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선 커트니 콕스가 주인공이 되는 부분에서 이야기 줄거리 자체가 개리지 밴드 문화의 영향을 내비치고 있는 록밴드를 다루고 있습니다. 외계인 기계의 인터페이스로 음악을 사용한다는 것은 "미지와의 조우"를 배워온 부분이고, 10대들의 공상적인 모험담의 신나는 느낌에 록밴드 문화를 연결한 것은 "빽 투 더 퓨처"를 배워온 부분일 것입니다. 음악이 전면에 나오도록 부각되어 있지는 않지만, 소재의 중심은 살아 있고, 내용상으로 무난한 개성을 드러내는데는 문제가 없습니다.


("이거 일본제 신형 신서사이저 아니냐?")

한편, 많은 소도구들의 모양과 외계행성의 모습은 프로그레시브 록의 영향을 받아 머나먼 외계 행성의 신화적인 공간을 서사시적으로 다룬 록 음악의 여러 요소들을 참조하고 있습니다. 이런 부분에서는 록음악들이 "그라디우스"나 "사라만다" 같은 우주선 슈팅 비디오 게임의 배경음악으로 연결되는 계보가 엿보이기도 합니다. 등장인물들의 의상은 글램 록 가수들의 복장을 참조하는 것이 적잖이 엿보이며, 악당들의 살벌한 분위기는 분명히 데스 메탈 분위기와 상통하는 듯 보입니다. 이러한 분위기들은 80년대 미국과 한국에서 종교적인 보수주의가 득세하면서 이교도 문화나 악마 숭배라고 일부 음악들을 매도하던 문화의 파편인듯 보이기도 합니다.

물론 "마스터 돌프"의 이런 여러가지 볼거리들이 정말 보기 좋고 경이롭게 되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전기 스파크가 빛을 내뿜는 묘사는 남용되어서 잡다해 보이고, 대부분의 괴물들이란 것이 그냥 할로윈 분장에 쓰이는 가면을 뒤집어 쓴 것에 불과하다는 점도 힘이 없어 보입니다. 마왕의 출현 장면은 마왕의 옥좌는 꽤 그럴싸한데도 불구하고 엑스트라, 단역들이 초라하고 장식이 부족해서 꼭 돈없는 오페라단이 힘겹게 "아이다"의 개선장면을 꾸려내고 있는 듯한 불쌍함이 엿보입니다. 네 명의 선발된 특공대 두목이 그냥 동네 학생일 뿐인 커트니 콕스를 잡지 못해서 허둥대는 모습은 이 특공대 등장장면의 조잡한 연출만큼이나 한심스럽고, 정말 미친듯이 쏘아대지만 영화 전체를 통틀어 딱 한 발 밖에 맞지 않는 광선총은 빗발치는 총알속에서도 주인공은 안죽는 것의 극치에 가까울 정도입니다. "히맨"의 복장은 팬티 하나에 망토만 걸치고 있게 되어 있는데, 이런 것을 즐길 수도 있겠습니다만, 적잖이 변태스러워 보이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 모든 것 중에서 가장 한심스러운 것은 악당 두목입니다. 악당 두목은 "히맨"의 무시무시한 마왕인 스켈렉터인데, 일단 해골 바가지 얼굴이 너무나 뻔한 가면으로 되어 있어서 좀 재미가 없습니다. 그리고 이 사람의 말이 냉소적이고 사악한 농담을 한답시고 어정쩡한 헛소리를 너무 많이 하게 되어 있는데, 때문에 대사가 구질구질한 부분도 많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누추한 것은 마왕이 "우주의 지배자"가 될 수 있는 힘을 얻은 후 입니다. 마왕이 우주의 지배자 힘을 얻게 되면 변하는 것이라고는 오직 쓰고 있는 가면에 반짝거리는 금박지가 붙는 거 밖에 없습니다. 뭐가 더 강해진 힘인지도 모르겠고, 무슨 능력이 얼만큼 더 생겼는지도 전혀 안 보여줍니다. 더군다나 최후마저도 "스타워즈"의 한 악당의 퇴장방식을 그대로 따라하고 있어서 비웃음을 살만한 면이 큽니다.


(악당두목 스켈렉터: 그냥 대마왕일때)


(악당두목 스켈렉터: 우주를 지배할만한 힘을 얻었을때 - 저 무시무시한 뿔장식들.)

그래도, 도합해보면 재미있는 부분이 더 커 보입니다. 이 영화는 처음부터 밝고 신나는 모험담 분위기를 잘 유지하는데다가, 다양하고 신기한 소재들을 록 음악 분위기에 곁들여 통일성을 유지하고 있기도 합니다. 신화속 거인처럼 보이는 거대한 마왕의 홀로그램을 띄워서 온 행성에 경고하는 장면, 듀나의 "시간 여행자의 허무한 종말"이 연상되는 공간 이동 묘사, 난장이 발명가의 분장과 연기는 훌륭합니다. 액션 묘사가 부족해서 그렇지, 낡은 2층 건물들 사이를 외계인의 비행 부대가 날아다니며 광선총을 쏘아서 유리창이 박살나는 장면도 아이디어만 따지면 상당히 신나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글램 록 리드 보컬 처럼 생긴 악당들이 들이닥처서 광선총을 쏘는데 앰프와 스피커 뒤에 숨어서 피하는 모습도 멋이라면 멋이 있습니다.

이야기의 전체적인 내용을 보면, 아무도 신경 안쓰고 아무도 안쳐다보는 도시 뒷골목에서 한 밤동안 우주의 운명을 건 대사투가 벌어진다는 것이 됩니다. 이런 내용은 도시의 밤,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는데 큰 도움을 주어서 이야기 전체가 "환상특급" 같은 아스라한 마법적인 느낌이 생기게 됩니다. 실제로 이 영화에서는 "환상특급"을 언급도 하며, 결말은 정말 전형적인 80년대판 "환상특급" 에피소드의 결말 수법입니다.


(깊은 밤, 모두가 자고 있을 때 뒷골목에 나타난 우주마왕의 군단)

도리어 정말 아쉬운 것은, 특수효과의 심심함입니다. 특수효과가 매우 중요한 힘을 발휘할만한 영화입니다만, 어떤 특징적인 시도라든가 아름다운 기술적인 발전이 거의 없습니다. 수많은 괴물들과 환상적인 묘사들은 성의 없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하지만, 어느것하나 인상적인 기법없이 수수하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음악 역시 열심히 작곡되고 녹음되긴했지만, 영화 분위기나 록큰롤 향취에 어울린다기보다는, 그냥 헐리우드 모험 영화의 평범한 배경음악에 머물고 있습니다.


(castlegrayskull.org 에서 가져온 틸라의 TV애니메이션판 모습)


(난장이 발명가를 찾아온 틸라)


그 밖에...

한국에서는 어린이들에게 비디오로 보여줄만한 "돌프 룬드그렌 나오는" 가볍고 싱거운 영화 정도로 치부되었습니다만, 어마어마하게 많은 제작비가 들어간 영화입니다. 다행히 어느정도 인기를 끌어서 돈은 벌었습니다.

제임스 톨칸이 한국에서 군복무한 경험이 있는 박력있는 강력계 형사로 나옵니다. 이 영화의 "환상특급" 스러운 분위기에 일조합니다.

이 영화에서 붙잡혀 있는 착한 마법사로 나온 크리스티나 피클스는 프렌즈에서 커트니 콕스의 배역인 모니카 겔러의 어머니로 또다시 같이 나오게 됩니다.

감독을 맡은 개리 고다드는 "캡틴 파워" TV쇼의 창시자이기도 합니다. X맨 1편에서 해변에 있는 사람으로 잠깐 출연하기도 한다는 말이 IMDB에 나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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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렉터블로그 : 토르 Thor 2011-05-10 07:10:58 #

    ... 저는 이 영화 "토르"를 보고, 80년대에 나온 영화 한 편과 특히 아주 비슷하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름아닌, "마스타 돌프(Masters of the Universe)" http://gerecter.egloos.com/2896141 즉 "히맨" 영화판이 제가 생각났던 영화 였습니다. 일단 이야기의 배경은 앞서 말씀드린 유행처럼 거의 일치합니다. ... more

덧글

  • FAZZ 2006/12/25 20:05 # 답글

    그러고 보니 요즘 돌프 뭐하는지 소식이 잘 들리지 않고 있네요. 한때는 액션스타로 잘 나갈것 처럼 보이더만...
  • 게렉터 2006/12/25 20:23 # 답글

    IMDB를 보니 작년에 직접 감독, 각본에 참여한 러시아 특수요원 영화를 하나 찍었습니다. 얼핏보면 재미있어 보이기도 합니다.
  • 닥슈나이더 2006/12/25 22:24 # 답글

    돌프 룬드그랜... 제 기억에는.... 레드 스콜피온 으로 기억되고 있죠.....

    1급이었는데... 언젠가 부터... B급의 주연으로 넘어간것 같은 느낌이..........
  • 게렉터 2006/12/27 14:17 # 답글

    "리틀 도쿄"로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도 많을 것입니다. 돌프 룬드그렌, 장 끌로드 반담, 척 노리스, 스티븐 시걸 함께 모아 불러보면 살포시 오손도손한 느낌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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