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것이 좋아 Some Like It Hot 영화

폴란드인 농담 중에 이런 것이 있습니다. 폴란드 인구 최대 도시는? 바르샤바. 인구 두번째 도시는? 시카고. 그만큼 미국 시카고에 폴란드계 이민이 많다는 이야기겠습니다. 시카고는 또한 20년대에 갱과 범죄의 천국으로 악명 높기도 했는데, 그래서 종종 폴란드계 이민에 관한 이야기나 조직 폭력 이야기에 관한 이야기의 배경으로 시카고를 선택 할 때가 있습니다. 비교적 최근 영화 중에는 "나인 야드"에서 브루스 윌리스가 폴란드계 시카고 살인자인 지미 투데스키로 나옵니다. 그런 영화들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영화는 아마도, 마릴린 먼로가 시카고의 폴란드계 밤무대 가수로 나오고, 주인공들은 시카고 갱단에게 쫓기는 "뜨거운 것이 좋아 Some Like It Hot"일 것입니다.


(20년대 갱단이라면 당연히 토미 기관총! 두두두두두두-)

많은 연구자나 미국 관객들을 대상으로한 조사에서 "뜨거운 것이 좋아"는 종종 사상 최강의 코메디로 뽑혀 왔습니다. 이 영화는 마릴린 먼로의 최대 흥행작으로 기억되면서 더 사랑받은 면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한국 관객들에게는 이 영화의 매력이 그때 그대로 다가 오지 못할만한 약점이 몇가지가 있습니다. 우선 그중 가장 큰 것은 이 영화 코메디의 중심이 남자배우의 여장에 실려 있다는 것입니다. 이 영화의 내용인즉, 잘못해서 갱단에게 쫓기게 된 두 명의 남자 악사들이 갱단의 눈을 피하려고 여장을 하고 여자들로만 구성된 밴드에서 일한다는 것입니다.


(악사)

요즘 TV나 중고등학생들 학예회는 물론이요, 백몇십년전의 탈춤이나 마당놀이때부터 남자들이 여자 흉내 내는 것은 쉽고도 과격한 웃음만드는 수법이였습니다. 그래서 자주 급할때마다 허겁지겁 사용된 웃기는 방법이었습니다. 언젠가 저는 우연히 케이블 방송에서 TV무대 코메디쇼 재방송을 보다가 신인 남자 코메디언들이 겉모습에 따라 정확히 세 부류로 나뉘는 것을 본 경험이 있습니다. 첫번째는 내복 입고 웃기려고 하는 코메디언들이었고, 두번째는 여자 옷 입고 웃기려고 하는 코메디언들었고, 세번째는 여자 내복 입고 웃기려고 하는 코메디언들이었습니다. 자극적이고 빠른 웃음이 필요할 때, "에라, 여장이라도 하자"하면서 너무 남용된 면이 있는 것입니다.

문제는 그런 TV 코메디쇼나 영화가 대부분 "뜨거운 것이 좋아"에서 사용된 여장 코메디를 거의 그대로 반복한다는 것입니다. "뜨거운 것이 좋아"에 등장하는 "니가 내 가슴 터뜨렸잖아"는 한석규가 여장을 하고 "미스터 주부퀴즈왕"에서한 것이 문득 생각나거니와 온갖 코메디에서 거의 "콩나물 팍팍 무쳤냐" 성대모사 만큼이나 많이 쓰였습니다. "뜨거운 것이 좋아"에 등장하는 여자 주인공에게 수작걸기 위해 밀착하는 수법으로 여장을 하는 것은 "찜"을 비롯한 많은 영화와 TV쇼에서 사용되었고, "뜨거운 것이 좋아"의 남녀 정체성 사이의 혼돈과 급작스런 전환을 농담으로 삼는 것은 "황마담"이 매주일마다 써먹던 것이었습니다. "뜨거운 것이 좋아"가 원조의 멋이나 예스러운 맛을 드러낸다고 하기에는 이런 여장 코메디가 너무 지나치게 똑같은 방식으로 세상에 널리고 깔린 듯하다는 느낌이 들 위험이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지금 봐서는 이 영화의 여장 코메디 대부분이 원래의 가치보다 좀 약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런 코메디를 좋아하는 취향을 갖고 있다면, 또 한번 반복하는 것도 잭 레몬이 솜씨있는 코메디인만큼 충분히 즐길만할 것입니다. 하지만, "아파트 열쇠를 빌려드립니다. The Apartment"나 "7년만의 외출 The Seven Years' Itch" 에서 맛볼 수 있는 시대를 초월한 독특함이라든가, 그 반대의 옛영화스러운 묘한 재미가 조금 덜 느껴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여장)

한편 마릴린 먼로는 "뜨거운 것이 좋아"에서 아름다운 자태를 보여주고, 좋은 노래를 들려주기는 합니다. "뜨거운 것이 좋아"에 들어간 마릴린 먼로의 노래 세 곡은 모두, 마릴린 먼로 노래 CD같은 것이 나오면 자주 실리는 것들이고, 제 경우에는 특히 세 번째 곡에서 무척 목소리에 어울리게 잘 불렀다고 생각합니다. 가슴선을 살리는 옷이나 그녀 특유의 걸음걸이를 과하지 않으면서도 적절히 영화 속 효과가 잡아낸 것도 배우의 가치를 잘 살린 방법이었습니다.

하지만, 반면에 마릴린 먼로는 대사 연기에서 어떤 감정이나 좋은 코메디 연기를 보여줄 기회는 상당부분 잃었습니다. 깔려 있는 것만해도 재미있는 것들은 꽤 있습니다만, 정말로 이야기 전체 전개에 결정적인 대사 연기는 웃을만한 것이 적은 편입니다. 마릴린 먼로는 웃긴 장면을 만들기 위해 자기 머리를 손으로 툭툭치면서, "나는 참 떨어지는 여자라니까"라면서 눈을 크게 뜨고 말합니다. 이런 장면들은 너무 안이하게 마릴린 먼로의 인상을 가볍게 울궈먹었다는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아닌게 아니라, 마릴린 먼로는 이야기 핵심 갈등에서 비중이 그렇게 큰 편은 아닙니다. 마릴린 먼로는 제1주연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지만, 사실 극 전체의 역할로보면, 마지막 직전까지는 거의 "몽키 비즈니스"의 작은 조연 정도로 되돌아간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까지 합니다.


(먼로 워크)

이렇게 마릴린 먼로가 활약하지 못한데는 이야기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이유가 되고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뜨거운 것이 좋아"는 주류 밀매, 갱단의 집단 살인, 알콜 중독자, 사법제도의 맹점, 물신주의 등등을 이야기의 핵심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찰리 채플린의 많은 영화들은 이런 요소들을 비판하기 위해 풍자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뜨거운 것이 좋아"는 그보다는, 아주 살짝 풍자하는 듯 하면서, 난장판 대소동으로 흘러가기 위한 분위기 조성을 위해 사용하는 경우가 큰 듯 보입니다. 이 영화의 남자 주인공은 여자 주인공에게 혼인 빙자 간음을 하려고 인생을 걸고 노력하는 사람이고, 중요한 조연 한명은 돈이 많다는 점을 내세워 성희롱에 밝은 사람으로 되어 있습니다. 여자 주인공은 돈많은 남자라면 무조건 똑똑하고 착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서, 부자 낚는 것이 인생의 목표이며, 그런 남자를 보면 일단 덥치고 입을 맞춥니다. 상대방 남자는 각각의 동작을 얼마치인지 돈으로 계산해 줍니다.


(성희롱의 노장)

어느 정도 이런 일탈적인 분위기는 코메디에 도움이 되는 면이 있습니다. 그리고 대공황 직전 20년대의 사회상을 묘사하는 기능도 있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좀 더 퇴폐적인 분위기로 악명 높았던 20년대 독일 환락가 분위기가 나는 부분도 있습니다. 여장 남자를 웃음거리, 재미거리로 이용한다는 뼈대부터 어느 정도 그렇습니다. 여자로만 구성된 밴드의 단장이 은근슬쩍 돌려서 매매춘을 암시하는 대사를 흘리는 부분은 좀 더 건더기를 집어 곁들여 줍니다. "외다리"에 대한 이야기 역시 살짝 가려져 있긴 하지만, 그 내용은 TV쇼 속의 앨리 맥빌이 "저질 농담"이라고 꺼려하던 것보다 결코 약한 강도가 아닙니다.

이런것들은 아무래도 이야기의 결말이라든가, 마릴린 먼로의 활약에는 별 도움을 주고 있지는 못한 듯 싶습니다. 마지막과 마지막으로 치닫는 과정은 상당히 권선징악적이고, 적지 않은 웃음의 방식들은 그저 평화롭고 순진한 농담들에 그치는 것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런 다소간 부정적인 면도 있는 배경과는 조금씩 어긋납니다. 마릴린 먼로 또한 이렇게 좀 꼬인 상황을 헤쳐나가기에는, 주어진 인물이 그냥 멍청하고 남자의 유혹에 잘 넘어가는 여자일 뿐입니다. 그래서 주연으로서 직접 주체적인 활약을 하는 순간은 더욱 배제 되었습니다. 그러다보니 남자주인공이 혼인 빙자 간음으로 사기친 뒤에도, 밤에 갑자기 앞에 나타나 입술 한 번 맞춰주면서 입술맛을 보여주면 모든 것을 다 용서해주는 장면이 있기에 흐름이 상당히 깨지는 듯 합니다.


(외다리 농담을 하다말고)

"뜨거운 것이 좋아"에서 줄기차게 흥겨움에 넘치는 부분들은 대사 구석구석에 들어있는 다양한 언어유희와, 영화 외적인 사실을 도입하는 코메디들입니다. 명성 높은 마지막 장면의 명대사를 비롯하여, 세 주연 배우가 주고 받는 대사들은 거의 한 문장에 하나 꼴로 언어유희 요소가 숨겨져 있습니다. 초반에 등장하는 "제리, 야, 왜 그렇게 세상을 다 어둡게 보냐? 트럭에 치이면 어떡해. 주가가 폭락하면 어떡해. 매리 픽포드가 더글라스 패어뱅크스랑 이혼하면 어떡해. 다저스가 브루클린을 떠나면 어떡해! Jerry, boy, why do you have to paint everything so black? Suppose you got hit by a truck. Suppose the stock market crashes. Suppose Mary Pickford divorces Douglas Fairbanks. Suppose the Dodgers leave Brooklyn!: (1929년 뉴욕 증시 대폭락, 1936년 영화배우 커플 픽포드-페어뱅크스 이혼, 1957년 다저스 LA로 이전)" 부터 옛날 갱 영화를 패러디하고 있는 부분, 이중으로 울궈먹는 캐리 그란트 성대모사 등은 잘못쓰이면 너절할 수도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소위 "제 4의 벽"을 깨는 코메디는 경쾌한 연출로 꾸며져 있어서 상당히 즐겁습니다.




(컴퓨터 게임: Hard Evidence: The Marilyn Monroe Files)


그 밖에...

IMDB Trivia에 따르면, 마릴린 먼로에게 이 영화의 노래 연습을 시켜 준 사람이 주디 갈란드라고 합니다.

"뜨거운 것이 좋아"에서 마릴린 먼로가 대사도 성의 없이 외우고, 맨날 지각하고, 제멋대로 촬영하지 않겠다고 버티며 변덕을 부렸다는데 대해서 별별 안좋은 소문들이 엄청나게 많습니다. 부풀려진 헛소문인 것들도 꽤 많다고 판명되고 있습니다만, 적어도 이 영화를 찍을 때 모범적으로 성실하고 겸손한 배우가 아니었던 것만은 확실한 듯 싶습니다.

"사랑을 합시다"가 나름대로 돌아다니긴 합니다만, "뜨거운 것이 좋아"는 마릴린 먼로의 대표작입니다만, 한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마릴린 먼로 영화 중에는 또한 그녀의 마지막 영화이기도 합니다. 그녀의 의문의 죽음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다큐멘터리가 볼만한 것이 있겠습니다만, 1995년에 나온 컴퓨터게임 "Hard Evidence: The Marilyn Monroe Files"도 나와 있습니다. 어드벤처 게임으로 살작 치장되어있는 자료 모음집 비슷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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