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기과학극장3000: 왜 못만든 영화를 일부러 보는가? Mystery Science Theater 3000 영화

그리 멀지 않은 미래의 어느 일요일, 저나 여러분과 별로 다르지 않은 조엘이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조엘은 기즈모닉 연구소에서 일하던 사람이었는데, 나름대로 청소도 잘 했건만 상사가 좋아하지 않아서 우주로 내쫓겨나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우주정거장 같은 곳에 갖힌 조엘에게 찾을 수 있는한 최악의 개떡같은 영화를 골라서, (랄랄라~) 조엘에게 강제로 보게하고 조엘의 심리 상태를 관찰하는 실험을 해 봅니다. (랄랄라~) 조엘은 영화가 한 번 시작되면 붙잡혀 있을 수밖에 없으니, 그나마 로봇 친구들을 만들어 함께 견뎌내고 있습니다. 캠봇, 집시, 톰 서보, 크로우 등등입니다. 혹시 우주에서 어떻게 먹고, 숨쉬고, 기타 여러가지 과학적인 문제들을 해결하는지 궁금하시다면, (랄랄라~) 그냥 쇼라는 점을 되새겨 보십시오. 그냥 앉아서 편하게 이 "괴기 과학 극장 3000"을 보시면 되는 겁니다.


(갇혀서 강제로 못만든 영화를 봐야 하는 실험 우주정거장)

흔히들 MST3K 라는 약칭으로 불리우는 "괴기과학극장 3000 Mystery Science Theater 3000"은 이런 배경하에, 온갖 못만든 영화들을 보여주던 미국 TV쇼입니다. MST3K는 80년대말부터 90년대말까지 10년 정도 동안 케이블TV를 통해 방송되었고, 매주 방송될 때마다 주로 괴기물, SF물 분야에서 추레해 보이는 영화들을 한편씩 뽑아 보여 주었습니다. MST3K는 영화관 같은 분위기로 영화를 보여주면서 영화를 보는 조엘이라는 인물과 조엘의 동료 로봇들의 뒷모습을 실루엣으로 보여줍니다. 그러면서 이들이 보여주는 못만든 영화에 대해서 다양하게 잡담하고 비웃는 이야기를 농담거리로 삼는 코메디 쇼인 것입니다.

당연히, MST3K는 트래쉬 무비를 즐겨 보는 사람들과 특수효과가 조잡한 옛날 SF/괴기 영화의 팬들로부터 열광적인 인기를 얻었습니다. MST3K는 유통이 잘 되지 않아 왠만해서는 구하기 어려운 C급, D급, E급 영화들을 고스란히 볼 수 있는 기회였고, 비디오 테입 대여점에서 발견했다하더라도 도저히 돈주고 빌려볼 엄두가 나지 않는 Z급 영화들을 편안하게 텔레비전을 통해 보게 해 주었습니다. MST3K는 2시간에 가까운 방영시간 동안 영화 한 편을 거의 대부분 다 보여주는 TV쇼였으므로, 이렇게 못만드는 영화를 살펴볼 수 있는 좋은 수단이었던 것입니다. 게다가 이런 못만든 영화에 아무 관심이 없던 사람에게도, 못만든 영화를 보면서 느낄 수 있는 독특한 재미를 선사해주는 영화이기도 했습니다. 영화를 비웃는 재치들과, 영화의 상황에 맞는 언어유희와 농담을 던지는 조엘과 로봇들의 잡담이 꽤 재미있었던 것입니다.


(MST3K에 소개되는 "고지라 대 메가로 ゴジラ対メガロ Godzilla vs. Megalon")

트래쉬 무비를 보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을 겁니다. 그 중에서 첫째로 가장 먼저 언급되는 것은, 바로 MST3K를 코메디 쇼로 만들 수 있는 이유인, "비웃는 재미"가 있다는 것입니다. 도저히 이치에 맞지 않는 황당한 이야기 전개와 이상한 방식의 연기가 화면에 보이면, 그 자체로 웃음거리가 될 법합니다. 예를 들면 어떤 한국 공포 영화는 조선시대풍의 주인공이 문신에서 레이저 광선 같은 것을 발사해 귀신을 무찌르는 기막힌 결말 장면이 있고, 또다른 영화에는 드라큘라 백작이 서울 디스코텍에서 춤을 추다말고 스님과 결투를 벌이는 그야말로 코메디 같은 장면이 들어가 있습니다. 한국의 인터넷 유머를 한동안 핏빛으로 물들였던 "비천무" 비웃기들이나, "주몽"의 단점을 농담으로 만드는 최근의 재치들은 바로 같은 종류일 것입니다.

이런 비웃음 중에는 애초부터 정말 영화를 대충 만들어 버린 결과이거나, 만들던 사람 조차 의욕도 없고 돈도 없어서 막만들어 버렸기 때문인 것도 있습니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원래는 상당히 진지한 의도로 열심히 만들었지만, 지금 보니 웃기게 되어 버린 것도 있습니다. 세상이 흘러가면서 가치관이 바뀌고, 취향이 바뀌며, 기술이 발전하면서 예전에는 누구나 인정했던 것이 어느새 우스꽝스로운 괴상한 것으로 변해버린 부분이 있는 것입니다.

한국 코메디언들이 숱하게 웃음거리로 삼았던 "신성일의 택시 잡기"나,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영화의 옥화 성대모사는 전형적인 이런 예입니다. 50년대 미국 SF영화의 최신식 우주 패션이나 기계장비, 로봇 모양등도 지금 보면 참 순박하게 덜떨어져 보이는 것들이 많습니다. 워낙에 명성 높은 영화라서 함부로 비웃는 사람이 적어서 그렇지, 올해 2007년부터 6년전에 그런식의 우주선을 보내고 그런식의 옷을 입은채 그렇게 화상전화를 이용할 것으로 상상한 스탠리 큐브릭 감독이 참여한 어느 SF영화도 웃으려면 웃을 수 있습니다.


(MST3K에 소개되는 "바이킹 여인 Viking Women and the Sea Serpent")

이런 면은 단지 그 웃음이 그저 조악함을 비웃는 것 뿐만이 아니라, 웃음속에서 예전의 상황과 지금까지 이루어진 가치 판단의 변화상을 돌이키게 하는 면이 있습니다. 그 속에서 우리는 얼마전까지 우리가 품었던 기대나 희망을 다시 기억할 수도 있고, 반대로 우리가 빠져 있었던 편견과 독선을 반성할 수도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걸핏하면 아무 상관도 없이 갑자기 간첩 잡는 이야기로 막판을 장식하곤 했던 80년대 한국의 활극 영화들을 보면서, 우리는 극한에 달한 공안정국, 관치예술을 문제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뻔뻔히 일본 영화를 표절하면서 그 무엇도 밝히지 않은 70년대 청춘 영화들을 보면 문화의 영향 관계나 독자성에 대한 성찰을 해 볼 수도 있을 겁니다. 현실감이 전혀 없는 문어체 대사와 과장된 판토마임 연기로 되어 있는 옛영화는, 문화나 예술에 대한 헛된 허영심이나 무의미한 잘난척을 자성할 수 있는 계기로 삼아도 될 겁니다.


(MST3K에 소개되는 "푸 만추의 성 The Castle of Fu-Manchu")

두번째로, 못 만든 옛날 영화를 보는 더 큰 이유는 못 만든 영화는 호기심을 자극하기 때문입니다. 원초적인 호기심이란 것은 트래쉬 무비들을 끝없이 찾아 보게 되는 가장 큰 원인입니다. 말하자면, 과연 대체 얼마나 못만들었길래 그렇게 못만들었다는 평을 듣나 궁금하기 때문에 굳이 재미 없다는 영화를 일부러 찾아 보는 것입니다.

이것은 못만든 영화를 즐겨 보는 많은 사람들이 또한 공포영화들을 다양하게 섭렵하는 사람이라는 점과 통하는 면이 있습니다. 공포영화들 중에 저예산 영화가 많고, 저예산 영화 중에 못만든 영화가 많으니 생긴 일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공포영화들을 다양하게 보게 되는 이유가, 온갖 기괴한 것들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라는 점과 통하기도 합니다.


(MST3K에 소개되는 "헤라클레스 대 달나라 인간 Hercules against the Moon Men")

정말 못만든 영화들을 이래저래 보다보면, 참 희한하게 연기를 못하는 사람들도 있고, 정말 무슨 영화를 발로 만들었나 싶은 들쭉날쭉한 화면 편집과 촬영을 관찰할 수 있게 되는 때도 있습니다. 대사나 각본의 저열함도 정말 상상을 초월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도저히 연결할 수 없는 두 가지 요소가 아무 이유 없이 맞붙여져 있어서 초현실적인 느낌마저 들게 한다거나, 결코 상상할 수 없는 억지의 극치이자 부자연스러움의 극단과 같은 결말로 이야기를 끌어가는 경우를 왕왕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영화는 한참 심각한 살인과 범죄 추리극을 꾸며놓고 범인이 밝혀질 때 쯤, 갑자기 이것이 형사인 주인공과 여가 시간을 함께하기 위해 주인공 가족들이 꾸민 연극이라는 것이 밝혀지는 수가 있습니다. 최근작 중에 어떤 영화는 자신의 열등의식을 비관하여 강물에 빠져 자살했는데, 갑자기 물 속 깊은 곳에서 엄청난 수영실력으로 기어나오더니 춤추고 노래하면서 모든 등장인물과 다함께 뮤지컬을 만들며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것도 있습니다. 이런 것들은, 대체 얼마나 납득할 수 없이 이상하게 만들었길래 그토록 욕을 먹고 아무도 취급안하는지 호기심을 느껴서 보았다면, 그 호기심을 듬뿍 충족시켜 줄정도의 희귀함을 자랑합니다. 그러니, 재밌다는 영화는 다 본 사람들이 심심함에 몸부림치다가 집어드는 영화 중에 망한 영화가 있는 것도 이해 못할 일이 아닌 겁니다.


(MST3K에 소개되는 "신밧드의 마법 모험 The Magic Voyage of Sinbad")

뿐만 아니라, 적지 않은 경우에는 정말로 진지하게 호기심을 자극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상당수 영화들은 기술과 자금의 부족으로 영화를 촬영하고 꾸민 것이 추하다 뿐이지, 몇몇 아이디어는 정말 영혼을 뒤흔들정도로 독특함을 뽐내는 영화도 있습니다. 제목만 들어도 바로 상상력이 자극되는, "산타 클로스가 화성인들을 정복하다 Santa Claus Conquers the Martians" 라든가, "내 뇌를 씹어먹은 학교 The School That Ate My Brain" 같은 영화들은 나름대로 놀라운 생각을 화면에 펼쳐주는 재미가 있습니다. "영구와 땡칠이" 시리즈나 "데스스토커 Deathstalker" 같은 영화들은 배우들의 개인기에 지나치게 기대고, 대사나 촬영기술, 특수효과가 조잡해서 그렇지 나름대로 신선하거나 자극적인 아이디어들이 속속들이 숨겨져 있는 영화입니다.

많은 옛날 SF영화들과 공포 영화들은 특수효과 기술의 한계나 한정된 제작비로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소재를 택했기에 만들어진 결과물이 우스꽝스러울 뿐이지, 실상 기본 줄거리는 재미있는 것들이 있기도 합니다. 일본내 관객을 중심으로 흥행한 일본의 "고지라" 시리즈는 그런 한계를 뛰어 넘어서 일본내에서라도 시리즈의 상당수 영화가 흥행한 경우였고, "50피트 여인의 공격 Attack of the 50 Foot Woman"이나 "바바렐라 Barbarella" 같은 영화들은 요즘에는 일부 좋아하던 사람 뿐 아니라, 많은 관객들에게 어느 선까지는 가치를 인정 받아 나름대로 부분적으로 배울점이나, 볼만한 부분을 이야기하기도 하는 영화가 되었습니다.

조금은 방향이 다른 이야기지만, 적지 않은 홍콩 느와르물들은 당시 한국 일각에서는 황당한 총싸움 영화로 비하되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누구나 가치를 인정하고 있고, 심지어 홍콩 반환을 앞둔 정치적 불안감 어쩌고 하는 거창한 이야기가 정설 비슷하게 자리잡기까지 했습니다. 또 지금은 적잖은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로버트 로드리게즈 영화로 "데스페라도 Desperado"를 꼽곤 합니다. 하지만, "데스페라도"는 한국 출시 직후에 비현실적이고 못만든 쓰레기 액션 영화의 대표로 비난당하기도 했습니다. 어떤 잣대로 인해 영화의 질이 비난받은 경우에, 그런 시각을 버리고 영화의 장점과 개성에 중점을 맞춰 보면, 훌륭한 감상거리들이 보이는 경우가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런 점들은, 못만든 영화 중에도 재미가 숨어 있을 수 있다는 반증일 것입니다.


(MST3K에 소개된 "우주의 왕자 遊星王子 Planet Prince, Prince of Space")

세번째로, 못만든 영화를 보면서, 타산지석과 반면교사의 이득을 취할 수 있습니다. 못만든 영화를 보면서, "아, 저렇게 만들면 재미가 없구나" 하는 점이라든가, "저런 연기는 초보 연기자에게 시키면 하기 어려운 것이구나"하는 점들을 깨달을 수가 있습니다. 화면 편집을 어떻게 하면 어색해 보이고, 음악이 어떤 식으로 들어가면 어울리기는 커녕 영화를 보는데 방해를 하는지 알 수가 있습니다.

어지러운 알 수 없는 이야기를 제멋대로 만든 뒤, 몇몇 마음에 드는 영화 흉내만 죽도록 내서 무슨 대단한 작품인냥 내놓는 몇몇 실패한 영화 학교 학생들이 가끔 있습니다. 이런 학생들 중 다수는 직접 자기 손으로 영화를 찍어 보기 전에는 어떤 장면은 찍기 어렵고, 영화를 편집하고 장면을 분할 할 때 뭘 유의해야하는지 깨닫기 어렵습니다. 이들이 엄청나게 지루한 명망 있는 감독들의 영화를 무슨 도 닦는 심정으로 참고 버티며 보는 것으로 "공부했다"며 의기양양해 하는 대신에, 차근차근 낄낄거리며 트래쉬 무비들을 보는데 조금만 더 정성을 들였다면 훨씬 더 영화 만드는 기술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을 겁니다. 돈 없어서 개떡같이 찍은 영화를 보다보면, 하다 못해 영화 스탭들이 어디서 뭘 도와주면서 역할을 해 줘야하는지, 그래서 돈이 어떤 식으로 쓰이게 되는지에 대한 사전 지식을 배우는데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겁니다.


(MST3K에 소개된 "좀비 나이트메어 Zombie Nightmare"에 등장한 티아 커리(Tia Carrere, 티아 카레레))

90년대에 줄기차게 죽을 쑤어왔던 "한국형 블록버스터" 영화들을 보면, 인기 배우와 특수 효과 몇 개 집어 넣느라 제작비를 다 날리면서, "액션 영화 각본이야 원래 엉성한거잖아"라면서 안이하게 생각한 처절한 파국들을 볼 수 있습니다. 사람 죽이는 장면과 노출 장면만 반복하면 인기 칼질 공포 영화가 된다고 생각한 "13일의 금요일 Friday The 13th" 아류작들을 본다면, 공포 영화를 만들 때 조심해야 할 점이 뭔지 되새길 수 있을 겁니다. 갑자기 막판에 "사실은 내가 악당이었다!"를 외치면서 결말을 끌어간 조잡한 미국 영화들을 보다보면, 반전 하나만 막판에 갖다 붙이면 다 되는 줄 안 21세기에 나온 몇몇 한국 공포 영화들은 그 꼴로 제작될 수 없었을 겁니다. 박중훈이 "현상수배"에서 망한 것과, "듀스 비갈로 Deuce Bigalow"가 욕만 왕창 먹은 것을 알았다면, 아마도 "구세주"를 찍으면서 조금은 더 다른 노력을 기울이려 했을 겁니다.

사실 MST3K 는 다양한 못만든 영화를 보는 맛을 즐기기에는, 그저 비웃는 재미 하나에 너무 치중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좀 한계가 있습니다. 가끔은 나름대로 영화를 한 번 진지하게 보고 싶을 때는 이 사람들이 떠들면서 웃기려고 하는 것이 순간적으로 방해가 될 때도 있습니다. 특히 MST3K는 지금보면 우스운 점이 있어도, 사실은 지나간 시대의 볼만한 영화를 보여주는 좋은 기회가 될 때도 간혹 있습니다. 이럴 때는 정말 이런 구성이 안타깝기도 합니다. MST3K의 중심은 아니었을지언정, 분명히 이 시리즈는 잊혀진 옛날 SF영화중에 숨겨진 재미있는 영화를 발굴해주는 기능을 할 때도 있었기에 가끔은, 비웃는 농담 없이 영화를 틀어주면 더 좋을 때도 있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MST3K의 악당이 보여주는 할로윈 분장: 축구 탁자 Table Football (foosball) 인물)

MST3K는 적은 돈으로 쉽게 판권 문제를 해결해서 틀어줄 수 있는 재미거리가 되는 트래쉬 무비들이 바닥나면서 1999년에 종영되었습니다. 시청자층을 고려해서 방송국에서 틀 수 있을만한 영화중에 이제는 좀 농담거리, 볼거리가 될만한 것들은, 꽤 큰 판권료를 요구하기에 이르렀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영화 하나를 통째로 방송하는 통에 MST3K는 두 시간에 가까운 방송 시간에 걸쳐져 있었습니다. 때문에 편성 문제에서 골치거리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결국 MST3K는 끝을 본 것입니다.

MST3K는 애초에 출발 할 때는 비디오가 가정에 널리 보급되어서 누구나 쉽게 철지난 못만든 영화를 구해볼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 바탕을 두고 시작했습니다. 영화관에서만 영화를 볼 수 있던 때는 상영이 끝나면 영화를 다시 볼 수 있는 길이 묘연했습니다. 하지만, 비디오 테입 대여점에 가면, 구석에 먼지를 쓰고 숨어 있는 별별 말도 안되는 영화를 누구나 동전 몇 개에 볼 수 있습니다. 비디오 테입의 보급에 따라, 자연히 못만든 영화를 즐겨 보는 사람들의 무리도 여기저기에서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MST3K 는 바로 그런 시대에 발맞추어 시작된 TV쇼였습니다.

MST3K가 종영될 무렵쯤에는 역시 인터넷을 빼 놓을 수가 없습니다. MST3K의 팬들과 트래쉬 무비를 즐겨 보는 사람들은 몇 사람들 밖에 보지 않은 괴이한 영화에 대해 서로서로 모여들어 이야기를 나누고 정보를 교환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중에는 누구에게나 기억을 남길 수 있는 걸작도 숨어 있었고, 일부가 알고 있는 희귀한 정보나 자료가 인터넷을 통해 여러 사람에게 신기한 이야기로 퍼지게 되어 흥미와 인기를 끈것도 있었습니다. 90년대에 까맣게 잊혀지다 싶히 했던 "로보트 태권V"나 "외계에서 온 우뢰매"가 인터넷을 터전으로 다시 차근차근 자료가 정리되고 있는 모습은 한국에서 찾을 수 있는 비슷한 예 입니다. 좀 더 MST3K의 웃음거리에 비슷한 예로는 "북두의 권" 한국 영화판이 시선을 끈 것이나, "영구와 공룡 쭈쭈"의 장면이 합성사진의 소재가 된 것을 꼽을 수도 있겠습니다.


(MST3K의 주인공: 조엘과 로봇 친구들)

현재 한국에서는 몇몇 웹사이트들과 블로그들, 가끔 열리는 상영회들이 MST3K의 재미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몇몇 블로그들의 영화 "왜곡" 게시물들은 정말 MST3K와 비슷한데다가 더 재미있는 것도 많다고 할만 합니다. 간혹은, EBS의 한국 영화 방영 시간이 경우에 따라서는 못만든 특이한 영화 보는 시간으로 활용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공중파 방송이 어렵다면, 케이블 TV방송국이나 위성 방송, 혹은 합법적인 인터넷 다운로드-공유 서비스를 통해서라도 보다 전문적으로 조잡하고 괴상한 잡다한 영화들을 볼 수 있는 고정적인 기회가 있었으면 합니다.

가끔 "스펀지" 같은 곳에서 짤막하게 찔러 주는 것도 호기심 환기의 효과는 있습니다. 하지만, 필름이 남아있는 자료가 적지 않은 만큼, 모두다 잊혀지고 사장되기 전에 한번쯤은 누구라도 즐겁게 킥킥거리면서 이런저런 영화들을 온전히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예술의 전당 뒤켠에 딸린 작은 방에 한 사람씩 헤드폰 끼고 보게 하는 것 보다는 재밌지 않겠나 생각합니다. 남기남 감독이 감독한 "따귀 일곱대"나 "난 이렇게 산다우"는 단지 후다닥 만든 저예산 영화라고 하기에는 다시 한 번 보고 싶은 영화이고, "호랑이 꼬리를 밟은 사나이" (구로사와 아키라 영화 말고, 구봉서 나오는 영화)나 "특급 결혼 작전"은 본적은 없습니다만, 예고편과 제목에 이끌려 꼭 한 번 봤으면 좋겠다 싶습니다.


그 밖에....

MST3K는 진행자/주인공이 조엘에서 마이크로 바뀌었고, 방영 채널도 바뀌었습니다만, 꾸준히 오랜기간 진행되었습니다.

이 구글 비디오 링크 http://video.google.com/videosearch?q=MST3K+duration%3Along&hl=en&page=1&so=0 에서 "Master Ninja", "Samson vs. The Vampire Women" 등등의 꽤 많은 에피소드들의 거의 전부를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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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FAZZ 2007/01/03 11:50 # 답글

    중간에 말씀하신 영화학교 학생들에 대한 조언은 정말 와 닿는 말입니다.
    실패사례에서 얻는 것도 많을텐데 우리는 너무 대가의 작품과 그런것에 목을 메며 베끼면서 폼잡고 살고 있는 것 같다라는 생각이 문득 드는군요
  • 잠본이 2007/01/03 19:48 # 답글

    소문만 들었는데 저런 찌질스런 포맷이었다니 OTL
    저걸 통해서 고지라나 가메라 등 섬나라 환상물에 빠져들었다는 양키도 가끔 보이더군요. (...)
  • 더카니지 2007/01/04 01:07 # 답글

    ...가끔 우리나라 영화도 국위선양(....)을 해주었겠군요. OTL
  • 미디어몹 2007/01/04 09:04 # 삭제 답글

    곽재식 회원님의 상기 포스트가 미디어몹에 링크가 되었습니다.
  • 게렉터 2007/01/04 12:27 # 답글

    FAZZ/ 특히나 "한국 최초~" 등등으로 선전되는 영화의 상당수는 먼저 그런 것을 시도했다가 망한 정말 "최초" 영화들을 혐오한 나머지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가 비슷하게 고스란히 망하는 것들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잠본이/ 그런데 좀 조잡하고 검소한 세트와 진행방식이 소개하는 내용과 쿵덕쿵덕 장단이 잘 맞아서 보기는 재밌습니다. 꽤 적지 않은 이상한 영화들이 발굴되고 소개된 프로그램입니다.

    더카니지/ 세계적으로 악명 높은 "킹콩의 대역습 Ape, A*P*E" DVD가 나온것이 2001년쯤이었습니다. 한국 영화는 영어 더빙판이 적어서 제가 아는한 하나도 소개되지 않았습니다. 무술영화로 따지면 한국 영화도 미국에서 이상하게 유통된 것들이 있긴 한데, 이 TV쇼가 괴기물과 SF물에 집중하고 있었기 때문에, 선정되지 않은 것이라 짐작합니다.
  • 에른스트 2010/01/17 15:28 # 답글

    최근작 중에 어떤 영화는 자신의 열등의식을 비관하여 강물에 빠져 자살했는데, 갑자기 물 속 깊은 곳에서 엄청난 수영실력으로 기어나오더니 춤추고 노래하면서 모든 등장인물과 다함께 뮤지컬을 만들며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것도 있습니다. = 본문중에 언급된 그 영화는 제목이 무엇입니까? 궁금합니다. 한번 보고 싶군요. 뮤지컬로 끝낸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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