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에서 온 우뢰매 2 영화

"외계에서 온 우뢰매" 2편을 보러 온 대부분의 관객들은 아마, 이번에도 일본에서 만드는 특수 촬영 초능력 특공대 이야기 같은 것을 상상했을 것입니다. 거대한 로봇과 외계인 악당이 맞서 싸우는 블록버스터 영화를 기대했을 겁니다. 하지만, "외계에서 온 우뢰매" 2편은 상당히 당혹스럽게도 좀비 영화였습니다. 거대 로봇은 나오지도 않고, 좀비만 줄기차게 활약하는 영화를 보여줘 버린 겁니다. 조지 로메로 이후의 떼거리 좀비가 덥쳐 오는 영화가 아니라, 미라나 드라큘라를 다루던 영화처럼, 한 명의 무시무시한 괴물로서 좀비를 다루는 옛날 영화와 비슷합니다. 이런 좀비는 "외계에서 온 우뢰매" 2편의 중심내용입니다. "외계에서 온 우뢰매" 2편은 아닌게 아니라 몇몇 부분에서 제법 공포 영화 요소를 투입해 두었습니다.


(데일리와 에스퍼맨)

유명한 영화 중에 "외계에서 온 우뢰매" 2편과 단번에 통할 법한 영화는 역시 "외계로부터의 9번 계획 Plan 9 From Outer Space" 입니다. 칭찬이 될 수 있는 비교는 아니겠습니다만, 워낙에 이 영화가 악명이 높다보니 이 영화가 너무나 빨리 떠오릅니다. 두 영화는 발단이 아주 똑같습니다. 외계에서 온 침략자가 지구를 정복하려고, 하수인을 하나 두려고 합니다. 하수인인 즉, 바로 외계인이 지구인 좀비를 만들어 부린다는 것입니다. "외계에서 온 우뢰매" 2편에서는 키가 작은 붉고, 푸르고, 초록색인 악당 3인조가 항상 같이 몰려 다니며 설칩니다. 이들은 서울 인근의 한 동굴 속에 둥지를 튼 뒤 강우라는 죽은 청년을 좀비로 만들어 공격을 개시합니다.

"외계에서 온 우뢰매" 2편에서 가장 거슬리는 점은 공포 영화 요소 덕분인지, 갑자기 폭주하면서 엄청나게 진지해지는 부분이 있다는 것입니다. 단지 목숨의 위협이나 공포감을 진지함으로 생각하는 정도가 아닙니다. 훨씬 문제가 심합니다.

우뢰매 시리즈 2편이 무슨 니코마코 윤리학도 아닌데, 갑자기 엄청나게 진지한 분위기와 상당히 학술적인 어휘를 사용해서 선과 악에 대한 성찰을 하는 설교가 들어가 있습니다. 거기에 덧붙여서 세계 평화와 인류의 미래에 대한 반기문 스러운 이야기까지 곁들여져 있습니다. 보다보면 목숨을 건 에스퍼맨과 데일리의 애절한 사랑, 과학자의 가치 중립성에 대한 실랄한 질타 등등까지 추가 됩니다. 이런 것들은 아무런 깊이도 없고, 앞뒤 상황과 연결되는 느낌도 나지 않습니다. 그냥 강제로 "국민교육헌장"을 외게 된 국민학생이 어려운 단어만 조합해서 무슨 소리하는 줄도 모르고 멋진척하는 수준의 대사와 상황설정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설득력은 조금도 없고, 실실 새어나오는 실소는 폭소로 화하게 될 지경입니다.


(우릴 그냥 사랑하게 해 주세요!)

영화를 살짝 공포물 비슷한 것으로 만든 덕택에 생긴 또다른 문제는 심형래를 주연으로 삼은 이유 중에 하나인 코메디 장면을 잘 만들 수 없었다는 것입니다. 이야기가 전체적으로 어둡고 진지하다보니, 심형래의 개인기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곤 했던 코메디 수법이 어디에 들어가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질도 떨어집니다. 깜짝 놀라 벌러덩 자빠지는 동작과 눈에 멍든 자국만 표현하면 웃겨 보일 것이라고 생각한 점은 안이할 뿐입니다. "액자속의 사진"을 소재로하는 웃음거리 하나는 너무나 황당해서, 무슨 신비의 세계를 상징하는 발레의 한 장면 같아 보일 정도 입니다. 이런 농담거리들이 내용도 잘 전달되지 않는 화면 구도와 대사 속에서 아무 이유없이 중간중간에 툭툭 잘려져서 정말 틱틱 튀는 소리가 날 정도로 이상하게 끼워져 있습니다.

여기에 애초에 제목인 "우뢰매"에 걸맞지 않게 거대 로봇 우뢰매의 활약이 없다는 치명적인 문제까지 있습니다. 쓸데 없이 어색하게 심각하고, 해보지도 않은 공포물이고, 코메디는 망하고, 우뢰매까지 안나오다니, "외계에서 온 우뢰매" 2편은 망하려고 작정한 듯 보입니다. 벌써 검게 타들어가고 있는 갈비살 위에 숯불 숯검댕을 쳐바르는 듯한 느낌이 들 법 합니다. 실제로 실망한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계에서 온 우뢰매" 2편은 안망했습니다. 여전히 3개월여만에 대강만든 영화이긴하지만, 그래도 전체적인 모양새가 1편보다는 조금은 더 낫기까지 합니다.


(너무나 어려운 코메디)

그 구원투수에 해당하는 요소는 바로 "외계에서 온 우뢰매" 2편의 악당들입니다. "외계에서 온 우뢰매" 2편은 시리즈 중에서는 매우 인상적인 악당을 보여주는 우뢰매 영화입니다.

첫째로 악당 두목인 키 작은 악당3인조가 참 멋집니다. 적잖은 애니메이션과 SF영화들이 외계인의 앞선 기술을 묘사하기 위해서 "미래스러운 복장"을 하게 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꾸민답시고 에어로빅 운동복이나 타이즈 같은 것을 입혔습니다. 지구인과 차이를 주기 위해서 이상한 피부색, 눈색깔, 머리색깔, 귀모양 같은 따분한 수법들이 활용되는 것은, 거의 21세기초의 한국인들이 소주 먹을 때 아무생각 없이 참이슬을 외치는 버릇만큼이나 굳어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것은 그런만큼 진부한 생각이었기에, 정성들여서 잘 하지 않으면 유치하고 우스꽝스러워 보이기 쉽습니다. "외계에서 온 우뢰매" 1편의 파마머리 변신 악당은 대표적으로 우스꽝스러워 보인 예시 입니다. "외계에서 온 우뢰매" 2편 역시, 모든 면에서 이런 분장과 복장을 "정성들여서 잘 할" 가능성은 없다시피 한 영화였습니다.


(악당3인조)

그런데, "외계에서 온 우뢰매" 2편은 이렇게 "스타트렉" 팬 모임스러운 "미래스러움"을 다 걷어치워 버렸습니다. 오히려 그 반대인 원시적이고 너덜너덜한 짐승 같은 모습으로 꾸미도록 했습니다. 반짝이 플라스틱을 붙이지도 않았고, 스판덱스 옷 위에 다양한 비닐과 금속 장식을 꾸미지도 않았습니다. 대신에, 쭈글쭈글하고 낡아 보이는 보자기 하나를 덜렁 두르는 것으로 옷을 끝내 버렸습니다. 고양이과 동물과 두더지를 연상케하는 얼굴 분장에 주름지고 말라비틀어진 손을 달아 주었습니다. 더군다나 이 악당들은 "V"나 "우주전쟁"처럼 매끈한 금속 비행체에 외계인이 기거하지 않습니다. 무슨 박쥐나 구렁이처럼 음침한 동굴에서 야생동물처럼 숨어 있는 것입니다. 이 외계인들은 복잡한 과학문명이나 화려한 기술을 가졌다기보다는, 외계인인 탓에 이상한 초능력을 마치 기괴한 곤충의 습성처럼 활용하는 본능적이고 야성적인 존재로 묘사된 것입니다.

이런 것들이 어울린 결과로, "외계에서 온 우뢰매" 2편의 악당3인조는 생동감있고 개성이 선명한 종족으로 표현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로인해 영화의 으슥한 공포물 효과에도 최적의 활약을 할 수 있는 기분나쁜 모습이 되었습니다. 그 표현이 좋아서, 동굴 속에서 쓰러진 데일리를 세 악당이 포위한채 다양한 방법으로 괴롭히면서, 데일리의 신음소리를 듣고 낄낄대는 장면에서는 약간 변태적인 느낌마저 전해줄 수 있는 수준입니다.


(낄낄낄...)

한편 "외계에서 온 우뢰매" 2편의 악당3인조가 수하로 부리는 것은 강우라는 청소년 좀비입니다. 좀비일 때의 이름은 "무탄"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이 괴물은 좀비라지만 느릿느릿 움직이는 부패한 살덩이는 아니고, 외계인의 장풍능력과 공중 부양 능력을 부여 받고, 놀라운 무술 실력을 갖게된 어두운 젊은이 입니다.

강우는 이런 류의 특수 촬영물이나 공포물에서 입체적인 갈등이 필요할 때 사용하는 전형적인 방법으로 성격이 짜여져 있습니다. 강우는 자기 밥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가난한 청소년 가장으로 허약한 동생을 보살피기 위해서 심한 노동에 시달리는 사람입니다. 그는 동생에게 싸구려 인형을 하나 사주겠다고 약속했는데, 돈이 모이지 않아서 자꾸만 약속을 어기게 됩니다. 결국 그는 큰맘먹고 인형을 훔치게 됩니다. 강우는 그렇게 정신없이 인형을 훔쳐 달아나는 도중에 그만 자동차에 치여 죽게 됩니다. 이렇게 충분히 "사회에 불만이 많"을 법한 배경이 있는 사람이 강우이기에, 강우가 외계인에 의해 초능력을 얻어 분노한 표정으로 파괴와 정복을 행할 때 그 한맺힌 감흥이 상당히 잘 전달됩니다.


(인형을 훔치다: "한나 완구"가 어느 동네에 있는 것인지 확인해 주실분 계십니까?)

더 멋진 것은 이런 배경 설명을 구구하게 길고 장황한 이야기로 하는 것이 아니라, 심형래가 등장하기도 전에 대부분 짧고 분명하게 마무리지어 버립니다. 이 부분의 연출은 수준이 상당합니다. 그래서 이야기 자체와 특수효과에 모든 것을 내맡기고 후다닥 방학 때우기 용으로 버티는 표절 로봇 영화가 아닌 듯 보입니다. 강우를 둘러싼 배경설명을 해 주는 이 잠시간의 시간동안에는, "외계에서 온 우뢰매" 2편이 모든면에서 충분히 제대로 된 잘만든 수작 영화처럼 보이기에 부족한 부분이 없습니다.

이야기를 좀 심각하게 되새겨봐도 외계인과 강우의 인물은 좋습니다. 강우의 이야기를 요약하면 장발장스러운 빵 훔치기로 죽은 사람이 본격적인 거대 악당의 수족이 된다는 것입니다. 이 이야기는 그 자체로 빈곤이 범죄가 되고 작은 범죄가 큰 악으로 연결되는 사회 문제의 상징으로 충분히 제 몫을 합니다. 게다가 마음 속의 갈등을 따져 볼 때도 깊이가 있습니다.

뼈빠지게 일해도 배고픔조차 면하기 어렵지, 동생은 비실비실하지, 강우는 잘 살아보려고 하는데 아무리 노력해도 동생에게 얼마안하는 봉제인형 하나 사 줄 자유조차 안생깁니다. 짜증나고 화납니다. 하지만 이게 누구 때문입니까. 누구에게 화를 내야 합니까. 봉제 인형 파는 주인 아저씨 탓입니까? 동생 탓입니까? 우리의 계급적 화해를 방해하고 있는 특권적 유산 계급의 봉건적 행태 때문입니까? 노동조합 때문입니까?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 때문입니까? 내가 노력을 안하고 도를 덜 닦아서 입니까? 굿을 안해서 마가 끼인 것 같으니 어떤 요괴탓입니까? 아니면 모든게 다 노무현 때문입니까? 강우가 화나고 응어리지는 기분은 대상이 막연해서 더 절망적입니다. 바로 그런 대상이 불확실한 화나는 기분이 좀비와 어울립니다. 옳은 맨정신이 아닌, 좀비 정신으로 아무 생각 없이 악만 받쳐 올라서 세상을 부수고 다니는 초능력 좀비가, 특정한 대상조차 없이 막막한 절망적인 분노감과 상당히 잘 통합니다. 그래서 인물이 깔끔하게 완성될 수 있었습니다.


(문제의 인형)

더군다나 강우를 연기하는 왕룡은 정말 믿기 어려울 정도로 연기가 훌륭합니다. 사실 그렇다해도 왕룡을 "가을동화"의 문근영이나, "아는 여자"의 정재영보다 잘한다고 확신하기도 어렵습니다. 하지만 그는 "외계에서 온 우뢰매" 2편에 출연하는 다른 어떤 배우들보다 최소 두 배 이상 출중한 연기를 보여 줍니다. 대사는 거의 한 마디도 없이 표정과 괴성지르기로 모든 표현을 때워야 하는 인물입니다. 그렇지만 시종일관 왕룡은 화끈하게 잘 해내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연기하는 태도가 정말로 성실해서, 이 정도로 무성의하게 급하게 만드는 영화에서 대체 어떻게 저렇게 진지하게 노력을 기울일 수 있는지 감탄스럽습니다.

그러고보면, 좀비 이야기를 하면서 굳이 공포물의 굴레에 사로잡히지 않은 덕에 "살아 있는 시체들의 새벽"에서 벗어난 것은 잘된 일이라 할만합니다. 무예 액션에 능한 왕룡이 느릿느릿 그런 70년대식 좀비 흉내만 내고 있다면, 무탄의 무서움이 도리어 살지 않았을 겁니다. 되살아난 시체이지만, 그렇게 꾸물꾸물 움직이는 대신에 하늘을 휙휙 날아다니면서 사방에 장풍을 날려대니, 그게 열 받은 강우의 질풍노도에 걸맞게 되었습니다. 물론 배우의 장기에 부합하기도 합니다.


(질풍노도)

그밖에 다른 자잘한 재미거리도 건질만한 것들이 짭짤합니다. 영화속에서 제대로 표현이 안되어서 그렇지, 변신 영웅인 에스퍼맨을 몰라보고, 형래가 변신을 하기 위해 몸을 숨기는 것을 "비겁하게 도망치려고 한다"라고 사람들이 오해하는 내용도 좋은 갈등의 소재로 제안 되었습니다. 여러 변신 영웅 이야기에 이 비슷한 갈등거리는 꼭 들어가기 마련인데, "남이 정체를 목격하면 변신을 못하는" 에스퍼맨이라는 존재에게 꽤 잘 어울리는 내용이었던 것입니다. 다만 이 영화에서는 그냥 줄거리를 짐작할 수 있도록 "제안"만 되어서 정말 재미있어 지는데는 실패했습니다.

거대 로봇 이야기를 포기해서 여유가 생겼기 때문인지 그나마 특수효과의 질이 조금은 더 나아졌다는 점도 눈에 뜨입니다. 물론 너무 가까이서 찍는은 장면에서 외계인의 오리발이 백일하에 드러나버리는 치명적인 실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하늘을 나는 장면은 70년대 미국, 일본 TV쇼 수준은 되고, 외계인이 발을 파닥거리게 한 것도 야성적이고 밥맛떨어지는 악당들의 특성에 잘 어울리는 수법이었습니다. 기술적인 부분에서는, 에스퍼맨과 무탄이 두 번째로 격투를 벌이는 부분으로 제한하면, 제대로 된 권격 영화는 물론이요, 왠만한 영화의 초능력 격투 장면으로도 큰 무리는 없어 보입니다.


(권격 왕룡)

조연들도 좀 더 재미를 드러냈는데, 차돌이의 어머니와 누나는 아이디어만보면 신선한 인물입니다. 차돌이 어머니는 가족계획 광고 같은 데 나오는 현명하고 자상한 어머니상과는 전혀 상관없는 사람입니다. 차돌이 어머니는 지나치게 발랄하고 도덕관념이 희박하며 공주병에 젖어있고 무예와 스포츠에 괴력을 발휘하는 인물로 되어 있습니다. 사고를 치는 사람입니다. 한편, 누나는 마당쇠에 대한 연정이 생겼으나 수줍음에 도리어 퉁명스러운 대감의 딸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이런 것들은 좋은 이야기 거리입니다. 이 두 조연들은 시트콤 등장인물로 손색이 없습니다. 아쉽게도, 실제 영화에서는 심각하고 우울한 영화줄거리와 전혀 어울리지 못하고 아무렇게나 이야기가 합성되어 있어서 제대로 알아먹기도 어렵고 관객을 짜증나게 하는 방해거리로 전락해 있습니다.


(차돌이 어머니 김여사)

이 영화에서는 제목을 "우뢰매"로 하기 위해서 억지로 장난감 우뢰매를 등장시켰습니다. 제목이 우뢰매인만큼 우뢰매가 활약을 하게 하긴 해야 하는 겁니다. 막판에는 무슨 휴대전화 친구찾기처럼 한 번 써먹긴 하는데, 이것만으로 그치면 좀 싱겁기 때문에, 중간에 장난감들과 격투를 벌이는 액션을 하나 만들어 넣었습니다. 즉, 초능력 악당들이 세상의 온갖 장난감들을 살아 움직이게 해서 사람들을 공격하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물론 장난감 우뢰매가 이들 장난감과 맞서 싸웁니다.

장난감 전쟁은 강우가 주인공이 되는 살벌한 이야기와 안어울리고 있는데다가, 연출에도 제대로 이야기를 전달하려는 노력이 없습니다. 그냥 장난감이 왔다갔다 움직이는 장면만 몇 번 보여주고 지켜보는 사람의 해설로 때우고 마는 등 엉성하게 처리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도 만약에, 정말로 장난감들이 살인을 하는 장면을 보여 줬다면 무척 흥미진진했을 겁니다. 자고 있는 정부 거물의 침대위로 레고의 사람 블럭이 살금살금 야밤에 걸어와 한 손에 바늘을 들고 있다가 눈꺼풀 위를 푹 찌른다든지, 곰인형이 갑자기 덩치는 작아도 진짜 곰으로 화하여 경제계 주요 인사 집안의 어린이들과 어른들을 잡아 먹으면서 사방에 피를 뿌린다든지하면 신기하긴 했을 겁니다. 어린이 관객들을 대상으로 한 영화니 좀 조정을 해야했겠지만 지금보다는 더 강조할 수 있었을 겁니다.


(장난감 우뢰매만 나오는 영화의 데일리와 형래)

내용 전체에서 "외계에서 온 우뢰매" 2편은 기독교, 천주교 문화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외계인의 힘으로 되살아난 좀비가 간호사의 십자가 목걸이를 보고 겁에 질린다는 표현은 좀 당혹스럽습니다. 그러나 역광을 받은 예배당의 실루엣을 보여주는 결말 부분은 나름대로 분위기가 어울리기도 합니다. 그러고보면, 영화 전체에서 악역의 활약이 너무나 강렬하게 좋았기 때문에, 일부러 약간 내용을 비틀어 생각해볼 여지가 생기기도 합니다. 기독교적인 천사와 악마의 대결을 선과 악의 대결로 삼는 이 공포영화 분위기를 일종의 크툴루 신화나 고대 외계인 전설처럼 해석해 버리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외계인 3인조는 다름아닌 성경속에 기록된 악마입니다. 그리고 미카엘이나 케루빔 같은 것은 이런 외계인을 물리치는 에스퍼맨과 데일리 같은 존재를 고대 이스라엘 사람들이 그들의 시각으로 기록해 놓은 것일지도 모릅니다.


(오우삼도 아닌, 최후의 결전)


그 밖에...

이 영화가 개봉될 무렵부터 우뢰매의 인기는 폭발적으로 달아올랐습니다. 우뢰매 OST, 퍼즐, 보드게임, 학용품, 딱지, 뽑기, 만화책이 나왔고, 애초에 노렸던 대로 엄청난 숫자의 장난감이 팔려나갔으며, 비디오 테입은 물론이요, 주로 일본 것을 그대로 베껴서 펴내던 조그마한 만화책 크기의 "대백과"도 우뢰매 시리즈를 위해 제작되어 팔리게 되았습니다.

결코 무서운 영화는 아닙니다만, 영화의 예상치 못한 공포물 요소에 충격받은 어린이 관객들이 가장 무서운 우뢰매 영화로 꼽곤 했다고 합니다. "외계에서 온 우뢰매" 2편은 별로 심도 있는 것은 아닐지언정 시대를 반영하는 사회 비판 의식이 나름대로 뚜렷하게 드러난 편이기도 합니다. 60년대 영화에서는 보행자 교통사고가 사회문제시되는 소재가 아니었고, 70년대에는 어린이 장난감의 다양성이 부족했다는 점을 생각해볼만 합니다.

2편에서는 데일리를 송금란이 연기했습니다. 송금란은 유명한 가수인 박학기와 결혼했다고 합니다. 두 사람은 중학교 때부터 교회에서 만나 알고지냈다고 하는데, 어느새 두사람의 맏딸이 중학교에 들어갔다든가 그렇습니다.

강우를 연기한 왕룡은 우뢰매의 무술 감독이기도하며, 그밖의 많은 영화의 무술관련 인력으로 활동했습니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조잡한 영화들의 감독을 맡기도 했는데, 그중에 "북두의 권" 한국 영화판처럼 일본에까지 악명을 떨친 영화들이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소림사 주방장" 시리즈에서는 괜찮은 모습을 보여준 배우였고, 감독으로 일한 영화중에서 이주희 나오는 "드래곤 볼" 같은 것은 저작권을 어떻게 했는지는 몰라도 대강 재미있게 만드는데 성공했기도 합니다.

이런 이야기에서 악당들이 바보짓을 하는 것은 거의 협약이요 규칙이라 할만합니다. "외계에서 온 우뢰매" 2편에서 악당3인조는 실컷 주인공들을 두들겨패서 쓰러뜨리고나서 결정타를 안 날리고 자기들끼리 노는 허무맹랑한 짓을 합니다. 숨통을 끊어 놓거나 최소한 반신불수로 만들어 놓고 일을 끝내야 할 것인데, 일단 주인공들이 자빠지고 나면, 뭐가 좋은지 서로 낄낄거리면서 이겼다며 좋다고 어딘가로 그냥 그대로 두고 사라져 버리는 겁니다. 근처 대포집에 가서는 악당질 하며 동굴에서 사는 삶의 애로사항에 대해 이야기하며 셋이서 소주라도 마시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덕분에 데일리, 에스퍼맨은 족족 잠시후 정신차리고 일어나 몸 좀 푼 뒤에 다시 찾아와 반격하기를 계속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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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우울한달 2007/01/04 15:22 # 답글

    요즘에는 좀 진부하다 싶은 색채짙은 선들이 여러가닥 깔려있는데 활용을 못/안한 것이로군요. 선들은 그당시에는 참 파격적이었을텐데 어떻게 잘 만들었으면 관객(아이)들과 비평자(어른들)을 모두 휘어잡을 수 있는 괴작이 탄생할 수 있었겠군요. 하지만 역시 기대에 부합해서 외계에서 온 퀄리티 -_-;;;
  • 빨간반지 2007/01/04 17:49 # 답글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어렸을 때 본 기억이 나는군요. '장난감이 악의 수하가 되어 인간을 공격한다' 라는 건 좋았는데 움직이는 장난감이라고 해도 장난감 속도인지라 장난감 몇 개가 달달달 굴러가는데 앞에서 사람들은 도망이랍시고 살살 걸어가면서 으악. 으악. 하고 있는 것이 그 때도 한심하게 보였었지요. 정말 범죄다운 범죄를 저지르는 모습이 었다면 최소한 어린애한테까지 비웃기는 상태는 면할 수 있었을텐데요.

    지금 생각해 보니 좀비물이군요... 2편에서 갑자기 방향을 튼 이유는 그 당시 강시가 유행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 영화 끝나고 샀던가 받았던 가 했던 책받침에도 강시 인형 광고가 있었고 비슷한 시기에 개봉했던 임하룡과 김정식이 나왔던 영화도 조선시대 암행어사이면서 강시가 나왔었거든요.
  • 오거 2007/01/05 10:28 # 답글

    내용은 거의 기억 못하지만, 2탄을 보고 나서 삼원색 우주 악당들이 꿈에 나타나 덜덜덜 떨었던 건 기억합니다(...) 정말 무섭더라구요.
    그런 쪽에선 우뢰매 성공한 것 같아요 ㅠㅠ
  • 게렉터 2007/01/05 12:25 # 답글

    우울한달/ 각본을 무시하고 그냥 짜집기해서 상영시간을 무슨수로든 채우려는 급하게 영화만든 흔적이 역력히 보이는 영화입니다.

    빨간반지/ 임하룡과 김정식이 나왔던 영화는 "슈퍼홍길동" 2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제 기억도 정확하지는 않습니다만, 강시 유행은 우뢰매 1,2편 보다는 잠시 후이지 않았습니까?

    오거/ 우뢰매 시리즈 중에서는 가장 볼만한 악당 순위에서 상위를 빼앗기지 않을 녀석들입니다.
  • 잠본이 2007/01/10 01:19 # 답글

    뜬금없는 십자가 효과는 김청기 감독님이 교인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실제로 다윗과 골리앗이나 왕후 에스더같은 선교용 애니도 제작하셨을 정도니 말이죠)
  • 게렉터 2007/01/10 13:46 # 답글

    잠본이/ 그렇다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다윗과 골리앗"은 교회나 성당에서 어린이들에게 꽤 많이 틀어준 것으로 기억하고 있고 저도 한두번 지나가다 봤습니다. 저에게는 "다윗과 골리앗"을 영상물로 본 것이 거의 그게 유일무이 합니다. 우뢰매 시리즈의 기획과 제작을 맡은 김춘범도 "다윗과 골리앗"을 비롯한 많은 김청기 영화들에서 기획과 제작을 같이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cygo 2007/03/02 15:39 # 답글

    저두 삼색 외계인이 아직도 뇌리에 강하게 남아있네요.
    어렸을 때 본 작품들은 막연히 '무섭다', '멋지다' 이런 식의 이미지만 남아있는데..
    이렇게 "개념"을 구성해서 정리해 주시니 숨어있는 요소들이나
    그들이 고민했을(잘 구현은 안 되었어도) 부분들에 생각이 미치게 되네요.
    너무 사업적으로 얄팍하게만 접근한 게 아쉽네요.
    80년대에 크리에이터로 자기 이름을 걸고 성장한 분이 없는 게 아쉽습니다.일본과 다르게.
  • 로호 2007/03/07 18:47 # 삭제 답글

    ㄱㄱ
  • 차유진 2007/06/29 03:00 # 삭제 답글

    열나 재밌게 보고 갑니다.
  • 김응일 2007/09/05 01:18 # 답글

    잘 읽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천은경씨 보다 송금란씨를 더 좋아했는데.. 박학기씨랑 결혼 하셨군요. ^^ 멋진 해석입니다. 전 <우뢰매>시리즈 중 2편을 제일 좋아합니다.
  • 게렉터 2007/09/05 14:05 # 답글

    로호/ㄴㄴ...?

    차유진/ 감사합니다.

    김응일/ 2편이 옛날 고전SF스러운 느낌이 가장 강합니다. 40,50년대 중저예산 미국 SF 영화들을 보면 딱 이런 내용이 자주 보이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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