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시 고든 Flash Gordon (제국의 종말, 1980) 영화

갑자기 지구에 달이 떨어지려고 합니다. 이것이 외계인의 공격임을 알아낸 한 미친 과학자는 지구를 구하기 위해 무슨 생각에선지 길 가다 우연히 들린 남녀 주인공을 납치합니다. 그리고 그들을 이끌고 과학자는 자작 우주선을 타고 외계 행성으로 날아갑니다. 이들이 도착한 곳은 밍(明?) 황제라는 마왕이 다스리는 몽고 행성으로, 바로 이곳에서 일행은 지구를 구하고 마왕을 물리치기 위해 모험하는 것이 영화의 내용입니다. 납치당해 이곳에 온 남자 주인공은 20세기 초반 부터 만화, 영화, TV에서 활약해온 저 유명한 플래시 고든이니, 바로 모든 스포츠 포지션 중에서 가장 미국영화에서 지구를 많이 구한 포지션인 미식축구팀의 쿼터백인 것입니다.


(몽고행성의 황제 궁전에 도착한 지구인 일행)

1980년판 영화 "플래시 고든"은 50,60년대 SF, 스페이스 오페라물의 분위기를 내서 복고적인 향취와 특색있는 미술적 감각을 보여주려고 하는 영화입니다. 현실감, 진지함과는 별 상관 없습니다. 마왕이니 왕국이니 하는 이야기에 공주와 왕자가 칼들고 설치는 등의 분위기는 검과 외계행성 이야기 Sword and Planet 분위기도 조금 납니다. 그리하여 이 영화는 동화적이고 신비스러운 볼거리를 풍성하게 하려고 노력했고 초현실적인 분위기에 도움이 될 음악에도 신경을 썼습니다. 하지만 줄거리는 별 말되는 내용도 없이 그냥 주인공이 고생 하는 장면 몇 개 보여주고 주인공이 승리해서 마왕 물리치는 장면 몇 개 보여주는 것을 이상한 핑계로 연결한 것이 다 입니다. 그리하여 대체로 "바바렐라"와 비슷한 모양새입니다.


(제국 최강급의 우주전함)

붉은 색깔의 세상과 이상한 화장의 사람들은 볼거리는 됩니다. 그와중에 굳이 "바바렐라"보다 좀 부족한 점을 찾는다면 두 가지 정도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먼저 비교될만한 것은 "플래시 고든"의 외계행성, 외계인복장, 외계기계들의 모양이 좀 심심해서 모자란다는 것입니다. 이 영화의 외계 디자인들은 동화처럼 화려하게 만들었기는 한데, 자유롭게 상상을 펼치기 보다는 그냥 80년대 파리 패션쇼의 "미래적인 패션" 정도에서 머물러 있는 수준입니다. 훨씬 더 신비롭게 표현할 수 있었던 날개 달린 날아다니는 종족이라든가, 나무 위에 건설된 왕국 같은 것도 그냥 대강 대강 때워서 만들고 말았습니다.

물론 사실성과는 거리가 먼 화면이 "플래시 고든"의 특징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신비감까지 포기할 필요는 없었을 겁니다. 그리하여, "Yellow Submarine" 같은 60년, 70년대 록큰롤 밴드 뮤직비디오의 신기한 모습보다는 상상력이 부족하고, 그렇다고 팀 버튼이 제작진으로 참여한 영화에서 볼 수 있는 현실적인 세계와 동화적인 볼거리가 조금씩 어울어지는 기묘한 모습도 이루어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냥 TBC "쇼쇼쇼" 같은 TV 제작진이 피곤해서 안이하게 현대적인 백댄서들을 보낼때 정도에 머무를 때가 많습니다. 물론 그 나름대로 화려하고 재미있어 보이는 맛은 있습니다만.


(날개 달린 종족과 함께 하늘에 있는 성으로 날아가다)

다른 부족한 점은 "플래시 고든"의 이야기가 괜히 거대한 진짜 모험담 식으로 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보통 이런 이야기라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나 "찰리와 초콜릿 공장"처럼 주인공 한 명을 따라가면서 주인공이 겪고 보는 희한한 것들을 차근차근 보여주는 것이 큰 욕심없이 편하게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길일 것입니다. 그런데 "플래시 고든"은 워낙에 예부터 내려오던 주인공들이 있었으니, 이들을 살린답시고, 남자 주인공의 이야기와 여자 주인공의 이야기를 분할했고, 사이사이에 다른 조연들의 이야기도 끼워넣었습니다. 그래서 여기 저기에서 벌어지는 일들의 상황을 비춰가면서 복잡한 대반란 이야기를 보여주도록 했습니다.

그 탓에, 안그래도 황당무계하거 썰렁한 이야기가 더 허무맹랑하게 보이게 되었습니다. 초특급 무서운 마왕 제국의 군대는 모든 대공포를 총동원해서 단 하나의 목표물에 일점사격을 하고 있습니다만, 제트스키 비슷하게 생긴 부실한 주인공 한 명을 격추시키지를 못합니다. 이런 부분은 스스로 농담으로 활용될 때도 있지만, 그마저 실패하는 부분도 적지 않습니다. 허무맹랑한 것보다 더 나쁜 것은, 이렇게 괜히 심각한 이야기인것처럼 여러 인물의 복잡한 시점을 다루는 가운데 이야기 전체가 길게 느껴지고 지루해진다는 것입니다. 괜히 왔다갔다하며 여러 곳을 비추는 이야기 덕분에 어느 인물하나 강한 개성을 드러내는 사람이 없고, 멋진 매력을 보여주는 사람도 없게 되었습니다. 더군다나 배우들 역시 "라비린스"의 제니퍼 코넬리 같은 힘이 있는 이가 없어서 더 썰렁한 느낌이 들게 되었습니다.


(황제 등장)

"플래시 고든"에서 이런 부족한 점 대신 개성을 찾는 다면, 역시 영화 전체를 뒤흔들고 있는 록 음악 분위기가 선명합니다. 보라색과 분홍색이 잉크처럼 섞이고 있는 이 외계 세계의 하늘은 핑크 플로이드가 스페이스 록 밴드로 불리우던 때의 무대 배경처럼 꾸며져 있습니다. 이 하늘에는 금방이라도 다이아몬드를 반짝이며 루시가 나타날법 합니다. 어처구니 없게 펼쳐지는 이야기 속에서 좀 이상한 성격의 사람들이 하늘에 떠 있는 성, 인도풍의 옷을 입은 사람들이 눈부신 궁전에 반쯤 누워 있는 기이한 장면들로 장식되어 있습니다. 이런 모습들은 사이키델릭 음악 분위기와 잘 통하며, 군데군데 묘한 느낌을 자아내는 면이 있습니다.

등장 인물들의 모습은 가끔은 진짜 무슨 데이빗 보위 친구처럼 돌변할 때도 있습니다. 달라붙는 바지를 입은 두 사람이 서로 채찍질로 공격하면서 비틀거리며 싸우는 장면 등에서는 좀 짖궂게 기괴한 록밴드 분위기를 풍기기도 합니다. 전체 이야기가 80년대 반짝이 의상과 유행 디자인이 많이 섞여서 이런 요소가 크게 작렬하지 못했다는 점은 어떨때는 좀 아깝기도 합니다.


(여자 주인공들)

요컨데 "플래시 고든"은 고전적인 우주 모험담의 틀을 빌어서, 영화 전체가 70년대말 일부 록밴드 뮤직비디오 분위기가 나게한 영화입니다. 소재는 아주 다르지만, 복고적인 내용을 담은 곡에 붙인, 일제시대나 60,70년대를 무대로 삼았던 90년대말쯤의 이문세나 김장훈의 가요 뮤직비디오와 방식은 비슷합니다. 음악을 맡았던 "퀸"이 일부러 정말 만화 배경음악같은 분위기로 얄팍하게 쿵쿵거리는 음악을 만들어서, 노래 자체는 재미있고 신날 지언정 영화와 결합해서 재미를 더하는 면은 효과가 덜해졌다는 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느껴지는 한계입니다. 대신 음악자체의 재미는 또 그대로 즐길거리가 되었습니다.


(티모시 달튼)


그 밖에...

이 영화에 출연하는 티모시 달튼은 "로켓티어"에서 또 비스무레한 만화 속의 귀족적 인물을 연기하는데, 티모시 달튼의 연기도, 인물의 재미도 "로켓티어"쪽이 나은 편입니다.

"스타워즈"에 "플래시 고든"의 영향이 있다는 말이 많습니다만, 이 영화의 한국 번역 제목은 "제국의 몰락"입니다.

처음에는 음악을 정말로 핑크 플로이드에게 맡기려했다고 하는데 그러면 어떻게 되었을지 궁금합니다.

"퀸"의 노래를 듣고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펴는 편이 왠만하면 영화를 보는 것 보다 시각적으로도 더 신선할 것입니다. FLASH! AH- AH~

"플래시 고든"의 전통에 대해서는 30년대에 나온 영화판을 다룬 듀나의 글을 읽어 볼만합니다. 이 두 링크 http://djuna.cine21.com/movies/flash_gordon.html http://djuna.cine21.com/movies/flash_gordons_trip_to_mars.html 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플래시 고든" 은 컴퓨터 게임으로 나온게 몇가지 있습니다. 이 1980년판 영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Sirius Software사의 아타리2600판 게임이 있습니다. 이것은 별로 알려지지는 않았습니다.




(atariage.com 에서 가져 온 사진)

보다 널리 알려진 것이 코모도어64와 MSX로도 나온 1986년 Mastertronic 사에서 만든 "Flash Gordon"이라는 게임입니다.



(mobygames.com 에서 가져 온 사진)

퀸의 주제곡이 듣고 싶으시거든 http://www.msu.edu/user/hortonj5/files.html 페이지에 들어가서 맨 아래의 "The Greatest Theme Song Ever"를 클릭하셔서 들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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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rumic71 2007/01/09 17:00 # 답글

    뭐 라우렌티스 영화니까요. 루카스 영감님이 이 걸 만들려다 좌절하고 대신 스타워즈를 만들었다는 것도 유명한 이야기이고.
  • 게렉터 2007/01/09 18:26 # 답글

    무심결에 로렌티스 라고 속으로 읽어 왔는데, "라우렌티스"가 맞는 발음이었던 것입니까. 그래도 저는 "킹콩" 1,2,나 비슷하게 나가는 "코난" 속편, "듄' 이 꽤 그럴듯했다고 여기고 있어서 "플래시 고든"은 좀 아쉽겨 여겨집니다.
  • rumic71 2007/01/10 16:48 # 답글

    저는 티모시 달튼이 빛을 못 본게 아쉬웠습니다. 플래쉬 역의 배우는 이름도 기억 못하겠지만.
  • 게렉터 2007/01/12 13:40 # 답글

    rumic71/ 저는 티모시 달튼이 이렇게 좀 과장된 분위기의 영화에 출연하는 것 중에서는 "로켓티어"의 모습을 좀 좋아하는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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