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난2 Conan The Destroyer 영화

이야기는 황량한 벌판 한 복판에 가만히 있는 용사 코난을 이상한 떼거리가 갑자기 습격하면서 시작됩니다. 이 습격은 이야기 전체 진행에는 거의 쓸모 없는 것이며, 허무하게도 한참 싸웁니다만 의아스럽게도 본 이야기는 이와는 별상관 도 없는 싸움입니다. 이 검과 마법 이야기의 중심내용인 즉슨 공주가 보물이 있는 신전 같은 곳에 갔다오는데 코난 일행이 호위임무를 수행하는 것입니다.


(코난 일행)

"코난 2"로 통하는 "코난 더 디스트로이어 Conan The Destroyer"는"던전스 앤 드래곤스 D&D" 유행과 비슷한 점이 눈에 많이 뜨이는 구성이고, 거의 검과 마법 이야기를 소재로하는 컴퓨터 게임 분위기가 납니다. 공주와 용사가 나와서 고난 좀 겪고 역경 좀 겪은 뒤에 가장 강한 막판 대장을 없애는게 이야기 내용입니다. 그리고 웅장한 음악과 함께 화면에 "모험은 계속된다"뭐 비슷하게 속편 기대하게 하면서 끝납니다. 코난 일행의 구성도 남자 전사, 여자 전사, 공주, 기사, 도둑, 마법사로 되어 있어서, 그대로 "위저드리" 같은 게임속으로 들어가도 좋은 성적을 보여 줄법한 인물들로 되어 있습니다.

물론 이 영화는 그러면서도 개성을 뚜렷하게 갖고 있습니다. "윌로우"나 "레이디호크" 같은 영화들과 대조해 볼만 합니다. 이런 영화들을 비롯한 많은 검과 마법 이야기들은 배경을 중세 유럽풍으로 삼고 있습니다. 성의 모습과 왕과 영주들의 위치, 생활 상의 모습과 주인공의 도덕률이 대체로 "그림 동화" 시절 정리된 유럽의 전통에 부합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코난 2"는 그보다 훨씬 더 예스러운 느낌이 나는 고대나 중세초기, 나아가서는 원시적인 분위기를 깔고 있습니다. 등장인물들의 복장은 모두 원시 부족 풍이며 휘두르는 무기들도 비록 날카로운 철기가 섞여 있을 지언정 투박하고 단순한 방식으로 사용하는 간단한 것들 뿐입니다.


(원시적인 황무지를 내달리다)

그리하여 이 영화는 거기에 어울리는 야성적이고 광활한 자연의 분위기를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거친 벌판을 발을 타고 줄기차게 달리는 장면은 상징적입니다. 거대한 황야와 초원, 넓게 펼쳐진 산맥과 광대한 호수, 멀리 외로이 홀로 치솟은 높은 절벽 등등은 사람의 발길조차 닿아 본 적 없는 적막한 태고의 느낌으로 잡혀 있습니다. 널찍한 화면에 고고한 시각으로 이러한 경치들은 잘 담겨 있고, 이것이 인물들의 치장된 모습과 사용하는 무술들과 어울리면 유목민의 원초적인 고독과 낭만, 장쾌한 고즈넉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혹은 로마 제국을 무너뜨리던 게르만족이 중부, 동부 유럽의 들판을 휘젓던 분위기를 생각나게 하기도 합니다. 음악이 거의 사용되지 않는 부분이나 고요한 가운데 인물들의 말소리를 살짝 메아리치게하여 신비로운 분위기까지 깔릴 때는 청각적으로도 영화가 일관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끝없는 황야에 외로이 솟은 절벽과 성)

그렇지만, 이런 그럴듯한 분위기가 잘 사용되고 있느냐 하는 점을 따져 본다면, 거기에 대해서는 좋은 성과를 얻고 있지 못합니다. 일단은 이야기자체가 단순한 우화적인 내용을 바탕으로 그냥 "갔다가" "온다"로 요약되는 별 굴곡없는 "던전 스 앤 드래곤스" 한 게임일 뿐입니다. 이런 우화에 깔리기 마련인 배반/음모 이야기 하나가 바탕에 깔려 있기에, 재미가 아주 없거나 긴장감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습니다만, 이런 평범한 갈등이 살벌하고 흙먼지 날리는 느낌이 드는 황야의 떠돌이 이야기에 잘 들어맞는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술먹은 코난 장면을 비롯하여 갑자기 "빽 투 더 퓨처"나 "구니스" 같은 웃기려고 하는 장면이 끼어들기도 하는데 이것도 대강 만들었고 좋은 박자로 들어가 있지도 않습니다. 더군다나, 갈등이나 위기에서 헤쳐나오는 방법도 하나 같이 그냥 코난이 "팔 힘이 세서" 일 뿐이라서 약간 재미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그 팔 힘 센 모습을 극적으로 멋진 화면을 일궈내지도 못합니다.


(배신자인가, 아닌가)

여기에 더더욱 심각한 치명타는 이 영화에 등장하는 괴물입니다. "코난 2"는 본격적으로 크툴루 신화를 도입해서 신비롭고 괴이한 괴물, 마법 등을 등장시키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마법이라는 것이 엄청나게 분위기 잡아 놓고는 그냥 유리 겔러가 숟가락 구부리는 분위기 비슷한 단순 무쌍한 것 뿐입니다. 괴물은 정말 안타까운 부분인데, 이 영화의 괴물은 전부다 사람이 할로윈 가면 뒤집어 쓰고 고무재질 비슷한 의상을 입고 설치는 것 뿐입니다. 즉 "용가리"와 똑같은 방식으로 괴물을 등장시킨 것인데, 용가리 처럼 큰 괴물도 아니고, 딱 사람 크기라서 정말 그냥 무슨 행사장에 옷 꾸미고 나타난 중학생 같아 보입니다.

더군다나 괴물들의 동작과 몸에 달린 비늘, 날개 등등도 참 보기 우습습니다. 첫번째 괴물은 느릿느릿 움직이면서 두 손 퍼덕퍼덕 하는 것 밖에 안하고, 두번째 괴물은 두 손 먼저 퍼덕퍼덕 한 뒤에 느릿느릿 움직일 뿐입니다. 그나마 두번째 괴물은 피를 좀 쏟아서 첫번째 괴물 보다는 뭔가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는 한데, 둘 다 유치원생 학예회 분위기인 것은 매한가지 입니다. 이런 괴물을 두고 앞서 말한 "야성적인 광활한 분위기" 라든가 크툴루 신화의 으시시한 상상과 연결하려하면 참 심경이 복잡해집니다.


(크툴루 신화의 괴물 분위기)

이러한 괴물 이야기의 실패는 분위기에 어울리는 몇몇 신비로운 모습이 성공하는 부분도 있기에 더 아깝습니다. 거울 괴물은 등장이 뜬금없어서 그렇지 아이디어는 꽤 재미있고, 마야 문명 분위기가 나는 지하 신전의 모습이라든가 그 고요하고 어두운 느낌의 고대 유적 깊숙한 미로와 낯설고 먼 땅에 와 있는 이질감은 잘 드러나고 있습니다.


(거울 괴물)

절정이 되는 마지막 마왕성의 결전도 마찬가지로 서울 대전 스텝은 잘 밟았다가 대구 부산 스텝에서 꼬입니다. 써먹었던 수법을 다시 한 번 써먹는데, 반복적인 춤곡이 계속 울려퍼져서 시간이 연속되고 있다는 현장감과 긴장감을 고스란히 전달합니다. 그리고 그러면서 코난이 마왕성의 핵심부에 다가가면 갈수록 음악이 더 크게 들리게 해서 눈은 물론 귀로도 공간을 느끼게 해 줍니다. 더 강한 적, 더 괴상한 상황이 도사리고 있는 마왕이 있는 곳에 갈 수록 반복되는 음악은 조금씩 바뀌고 음량이 높아지니, 자연스럽게 분위기는 고조되고 이야기 전개도 절정으로 치닫는 느낌이 조성됩니다.

그러나, 막상 마왕성 중심부에 들어가도 별 일이 없습니다. 게다가, 보기 나쁜 것은 아니지만 마왕성 모양이 그냥 유럽식 성당 모습의 전형적인 형식이라서 딱히 괴상하지도 않습니다. 정말 이상한 것은 코난을 따라다니는 코난의 일행이 이야기 전개를 위해서 "그냥 가만히 서서 구경하기"를 계속한다는 겁니다. 설득력은 없어지고 바보스러움은 더 커지고, 인물의 재미도 많이 놓치고 있습니다.


(마왕성에 붙잡힌 공주)

등장하는 배우들은 연기를 잘하면 비중이 적고, 비중이 크면 연기를 못한다는 느낌이 얼핏 듭니다. 그와중에서 도둑, 말락을 연기한 트레이시 월터가 전형적인 인물이지만 제몫을 충실히 하고 있습니다. 물론 어디에 출연하든지 단박에 강한 인상을 남기는 그레이스 존스는 기억에 남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 밖에...

공주의 호위 기사를 연기한 사람은 농구선수 윌트 챔벌레인 이고, 막판 괴물을 연기한 사람은 우리나라에서도 한 때 이름이 널리 알려졌던 덩치 큰 프로레슬링 선수 앙드레 입니다.

코난 시리즈의 컴퓨터 게임판이 몇 가지 있는데, 이 영화가 나오던 해에 발매된 "Conan: Hall of Volta" 가 애플II 용으로 발매되어서 좋은 평을 받았습니다. 원래 코난과 상관 없는 게임으로 만들었다가 나중에 코난 이야기로 꾸민 것이라고 합니다.



(mobygames.com 에서 가져온 "Conan: Hall Of Volta" 표지)


("Conan: Hall Of Volta"의 게임화면)

덧글

  • FAZZ 2007/01/12 21:50 # 답글

    초등학교때 친구집에서 비디오로 본 코난2군요.
    마지막 석상에서 뿔을 다니 괴물로 변신하는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나름데로 재미있게 본 작품인데 지금 다시 보면 어쩔까? 하는 생각도 드는군요
  • 게렉터 2007/01/13 12:36 # 답글

    FAZZ/ 신비로운 분위기와 몇몇 신나는 느낌은 여전하고 이야기 전체에 호기심은 적당합니다. 다만 재미있어야 할 부분에서 피식피식 실없는 웃음이 나올만큼 급격히 못만든 부분이 눈에 뜨이실 거라고 짐작합니다.
  • theadadv 2007/07/28 01:04 # 답글

    코난이 왜 부메랑을 던져야 할까라 고민 많이 했던 기억이 나는군요. 저게임.
  • 게렉터 2007/07/28 01:08 # 답글

    theadadv/ 저는 그래서 "미래소년 코난"과 상관 있지 않을까 하는 이상한 추정까지했는데, 인터넷이 발달되어 사정을 알아보니, 게임을 먼저 만들고 코난에 갖다 붙인 경우였드랬습니다.
  • 존다리안 2007/07/28 01:12 # 답글

    원작 자체가 크툴루 신화와 상당부분 관계가 있습니다. 하워드와 러브크래프트가 무슨 관계인지는 저도 잘 모르겠군요.
    저기 나오는 뱀 일족이 크툴루의 괴신 중 하나를 숭배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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